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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니노미야 아스카 - 공명세계의 관찰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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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3, 2017 05:39에 작성됨.

나는 눈을 떴다.

 

 

 

처음은 정말로 그것 뿐이다. 눈을 떴다. 그리고 시야가 트였다.

 

 

 

네 방위의 구분도 되지 않는 곳이었다.

 

 

 

평범한 인류의 범주에 들어있는 존재라면 누구든지 그 안에서 평정심을 잃고 감각이 막힌 그곳에서 두려워 했을 테지만.

 

나는 눈을 뜨고 나 스스로를 인식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니, 이미 머릿속에 들어있었다 해야 하는것이 맞겠지.

 

 

 

나를 만든것은 지상의 이들에게 '신' 이라 불리우는 존재.

 

나의 조물주. 크리에이터. 스스로를 '조각가' 라고 칭하는 것.

 

 

 

그런 존재의 손길에 만들어진 것이 나.

 

 

 

 

 

「 나의 손길로 빚어진 대행자여. 인지하거라. 너의 권위가 천부적임을. 저 아래 바닥을 기는 미명한 것들의 우위에 있음을. 」

 

「 여러 신의 사도들이 조물주의 위세와 만능함을 퍼트리기 위해 존재하나, 너에게 주어진 명은 다른 것임을 알거라. 」

 

「 너는 오롯 한 세계를 심판하는 거대한 무게추의 위에서 그 사슬이 강건함을 한결같이 하도록 수호하는 사명을 지녔음이라 」

 

「 이제 가거라. 신에게 바쳐진 영지로 나아가 그 땅과 신의 위상을 수호하거라. 」

 

 

 

 

 

그것이 나의 조물주가 내는 소리임을 알았다. 조물주의 메세지가 기억이 되고 지식이 되어 나의 일부로서 융합한다.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내가 할 일, 가야할 곳. 지켜야 하는 규범.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공허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비틀리고 좁아지는 공간의 일그러짐 속에 내 몸을 맡겼다.

 

 

 

그리고 찰나인지 영원인지 모를 시간이 지나고 바람 이라고 하는것이 얼굴을 훑고 지나갈 무렵에 눈을 떴다.

 

눈 앞에는 형언할 수 없이 고고하고, 아름다운 아이가 서있었다. 구름을 벗삼은 자욱한 꽃밭 위에 올라선 그녀의 모습은 고고한 여왕같이 보이기도 했다.

 

 

 

 

 

" 나는 니노미야 아스카. 당신은, 이곳의 관리자인가. "

 

 

 

" 여의 이름은 그 숭고한 상처입은 악희이자 지고의 마왕 ! 그 존명은 브륜힐데, 위대한 신의 첫번째 대행자일지니 ! 혹여 그대가 나의 패도의 업을 함께 짊어질 자인가 ? "

 

 

 

 

 

붉은 눈. 알아듣기 힘든 것 같지만서도 의도가 전해지는 오묘한 어투. 그리고 성가실 것 같은 느낌.

 

이상의 것들이 그녀 '칸자키 란코' 에게 가졌던 나의 첫번째 감상이었다.

 

 

 

 

 

" 부유 영지의 관리. 및 보안 강화. 그것을 위해 나는 만들어졌어. 알고있겠지 ? "

 

" 무, 물론이도다. "

 

" 그렇다면 내게 명령을 내려. 네가 이곳의 최고 결정자인건 인식되있으니. "

 

" 으.. 으음.. "

 

 

 

 

 

그녀는 무엇을 망설이는것이지.

 

뭣 때문에 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 주저하고 있는가.

 

당시의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사도이기 이전에 무엇 이었는지' 몰랐으니 당연했다.

 

그녀가 명령을 내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가 나는 자율적으로 움직였다.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고, 최고 결정자인 그녀의 임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뇌내에 새겨진 틀에서 삐져나온 것들을 하나 둘 정리해가기 시작했다.

 

 

 

 

 

" 이것들은 뭐지 ? "

 

" 아아, 그 노트들은 이몸이 집필한... "

 

 

 

" 서적..불필요한 물건이군. 소각절차이 들어ㄱ.... "

 

" 안돼애앳 ! "

 

툭!

 

" 우옷 ?! "

 

 

 

손아귀가 풀릴 정도로  강하고 빠른 낚아채기에 당했다. 바닥에 놓여있던 노트들은 어느센가 모두 그녀의 품안에 안겨있었다.

 

나중에 들었던 것이지만, 그것은 그녀가 오랜 세월동안 이 영지에서 홀로 있으며 무료함을 달래고자 써왔던 풋풋한 망상의 결과물들..그리고....

 

하긴 당시에 내가 그러한 종류의 것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리 없었거니와, '여흥' 이라는 개념은 콥빼기 만큼도 없었으니 내가 의문을 가지는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 이곳에서 무언가를 원시적인 수단으로 기록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나 ? 결정권자. "

 

 

 

그녀의 이름도 몰랐다. 브륜힐데가 이름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 어....없지만... "

 

" 그렇다면 왜지 ?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그것들을 품고 있는건지 궁금하다만. "

 

" 그치만 부끄러운걸 ! 이런기분... 어, 어어어엄청 오랜만인데다가... 그, 그냥 '파밧!' 할때 '슉!' 하고 쓴거라서...내용이.... "

 

" 파박 ? 슉 ? "

 

 

 

" 아, 아와와와... ! 모, 몰라앗.. ! "

 

 

 

도망친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고 당시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이 때로 돌아간다면 한마디 해주고 싶을 정도로 무지함의 가득했다.

자기 스스로를 완전한 인격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도들이 아마 같을 것이다.

우리들은 신의 칼이요, 펜이다.

자신을 만든 이의 뜻을 위해 피를 뿌리고 또 그들의 위대함을 설파한다.

 

이외의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로지 그것 뿐이 목적인 삶.

 

 

 

나의 경우에도 갓 만들어진 당시에는 여타 사도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칸자키 란코가 나를 바꿔놓는 그 날 이후로는....

 

 

 

그것은 내가 영지에 오고나서 여섯번째 해가 저물던 날의 일이다.

나는 하루만에 완전히 그녀의 역할을 반분하여 담당하게 되었다. 영지의 동력유지, 유사시 기동할 방위시설들의 점검. 몇년동안 관리하지 않아 방치되있던 수호병 생산시설도 수복하여 생산절차에 들어갔다. 이렇게 앉아있을 틈 없는 와중에도 그녀는, 란코는 정원에서 노트에 무언가를 써내려간다. 대체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집착하는것일까.

의무를 수행하는 중에도 나의 궁금증은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중.

 

" 사..사도여 ! "

" 무슨 일이지? 센서에 영지에 침입한 물질이나 생명반응은 없... "

" 사라졌도다 ! "

" 무슨 말이지...? 뭐가 사라졌다는거지 ? "

" ...!! 아, 아니다. 스스로 찾을지니..흠흠..! "

 

말을 마치고 정원쪽으로 허둥지둥 뛰어가는 뒷모습. 발목까지 자란 잔디밭을 허우적대며 뭔가를 애써 찾고있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있는지... 어쩌면 관심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영지에 불필요한 것들을 주기적으로 처리하는 인형들 몇이 폐기 처분할 것들을 들고서 소각로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따름이었다. 거기에는 평소에는 없는 것들도 들어있었다.

 

" 그건 뭐지? "

" 이것은 식물이 엮인 것으로, 효용적인 용도가 없는 물질이라 판단되어..."

" 알겠다. 소각로에 넣어. "

 

 

 

 

" 열심히 만들었는데...흐우우... "

그녀는 슬퍼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

 

" 뭔가 문제가 있나? "

 

멍청한 나같으니.

 

" 아니..문제는 없도다.. 우우우.. "

" 영문을 모르겠군. "

말끝을 흐리며 그녀는 저물어가는 하늘 아래에서 노트에 뭔가를 써내려갔다.

 

 

날이 저문다.

영지에서 바라보는 어두운 땅과 어두운 하늘을 뒤로 하고 나는 중앙 제어실을 찾는다. 그녀, 칸자키 란코는 이 시설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동시에 열쇠이며 동력원. 밤이 되면 그녀는 이 부유하는 땅의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수 시간 동안 비활성화 된다.

하하.

지금 생각해도 참 웃긴 단어 선택이지. 비활성화라니.

 

나의 발걸음이 닿자, 하늘처럼 컴컴하던 제어실이 점등한다. 넓은 방과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서적들. 그리고 산만한 가운데에 떡하니 있는 고고한 옥좌에, 그녀는 정체되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두 눈을 지긋이 감고서 몸 뒤편으로 무수히 뻗어있는 몇십개의 줄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채 의식을 깊은 바다속에 띄워놓고 있었다.

이렇게 그녀 스스로를 동력원으로 삼아 매일같이 영지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문서로는 알았지만 보는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당시의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녔다. 나의 시선은 정지해있는 그녀의 주변에 널부러진 책더미들에 있었다.

무엇때문에 그녀는 기록하는가. 뭣 때문에 이렇게 집착하는건지.

그것이 궁금했다. 딱히 동력공급을 방해하는게 아니라면, 시설 관계자인 내가 제어실에 들어오는것에 문제 역시 없을 것이니.

아무것이나 주워서 첫 페이지부터 살펴봤다. 페이지가 너덜너덜하고 갈색으로 변색된 것이.. 추정되길 몇세기는 된 것만 같았다. 검은 제국이 세워지기도 전, 지상의 인간들이 북쪽에서 살아갈 무렵에 쓰인 문자로 투박하게 쓰인것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 사설 기록 00328229993. 영지를 관리하게 된지 50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고있지 않아. 내가 얼마나 살아온건지 실감도 나지 않아. 이곳은 많은것이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 그것만큼은 나의 변하지 않는 감상. 외로워.'

 

' 사설 기록 00328230344. 인형 모델을 개량해보기 위해 부품을 바꿧더니 오류가 일어났다. 나는 곧바로 허가를 받아 그것들을 도로 복구했다. 인형들은 여전히 일을 한다. 그것 뿐이야. 나의 말에도 그저 대답만 할 뿐. 대화할 수 없다. 아무것도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이곳에는 나 혼자뿐이야. '

 

' 사설 기록 00328433241 외로워. "

 

그 이후로 대부분의 기록은 '외로움' 이라는 뜻을 가진 것들로 가득 차있었다. 나는 다른 책을 보고, 또 보고, 또 보았다. 모든 기록들의 끝엔. 고독하고 쓸쓸하고 외롭다는 말로 마무리 되있었다. 그녀의 메말라가는 마음과 같이 그 기록들에서 느껴지는 것들 역기 무미건조하고 딱딱해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똑같은 식으로 끝나는 서적들에 점점 질려가던 나는, 잠들어있는 그녀의 아래에 놓인 새 책을 발견했다.

깔끔한 흰색의 줄없는 빈 공책에는 중구난방 삐죽삐죽 써진 글씨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 마스터께서 또 다른 사도를 불러준다 했어. 기뻐! 그 사람은 뭘 좋아할까? 취미는? 이름은 뭘까? 기대돼. 이제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을거야 . '

 

내용을 보고 나는 위쪽의 식별번호를 확인했다. 내가 만들어지기 전 날이었다.

나는 아래쪽으오 읽어내려갔다. 그럴때마다 가슴 한켠이 갑갑해지는 것 같음을 느꼈지만.. 계속 읽어갔다.

 

' 이곳에 오게되고 난 뒤 나 말고 다른 살아있는 인격체를 본 것은 처음이어서 그랬을까? 그 사람은 나를 보고 좋아보이지 않는 얼굴을 했어. 내가 너무 무례했을까? 아니면 망상노트를 보고 이상한 사람이라 여긴걸까? 괜찮아. 내일은 거리를 더 좁혀봐야지. '

 

' 오늘도 말을 먼저 걸어봤지만 냉대받고 말았다. 분명 이곳이 익숙하지 못해서 예민해서 그랬던 걸꺼야. 이름은 니노미야 아스카.. 라고 했었지. 아스카라고 대뜸 부르면 싫어할 테니 천천히 호칭을 편하게 바꿔나가자. 응. 그게 좋을거 같다. '

 

' 선물을 주는건 어떨까? 분명 기뻐할거야. 하지만, 마스터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그래서 예쁜 화관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어! 부탁할게 내일의 나 ! 무조건 예쁘게 만드는거야 ! '

 

' 화관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어디있는 걸까? 아스카가 필요없는 물건이라고 버린걸까? 모르겠어. 아스카는 어째서 내게 차가운 걸까? 나 혼자 착각하고 바보같은 짓을 한걸까? 다시 나는 이곳에서 혼자가 되어버리는걸까? 싫어. 혼자가 되는건 싫어. '

 

새 책에는 그걸 끝으로 뒤편의 많은 양의 페이지가 백지였다.

나는 가슴 한켠이 아려옴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싹터서 팽창하는 것 같은 신기한 감각.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던중에 나는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 혼자는...싫어... "

 

숙인 고개 너머로 흘러나오는 흐느낌에 나의 정신은 깨우쳤다. 감정의 격류라는 커다란 쓰나미가 나를 집어삼켰다.

아아, 나는 무엇을 하고있던 것인가. 그녀의 기록에서 뻗쳐오는 절대고독에 대한 두려움과 파고들어오는 좌절감들... 그녀는 고독 속에서.. 그 심연 속에서 오랫동안 홀로 있었던 것이다. 몇세기.. 몇십 세기나 되는지 모를 장황한 시간동안 그녀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고독한 영지를 홀로 지탱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사도이기 이전에 한 때 인간이었을 무렵의 것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안에 있던것들이 기록을 통해 내게도 전해졌던 것이다.

나는.. 이 기록에 나온, 인형들과 같았다. 그것을 깨닫아버린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 처음으로 느끼는 자괴감. 이 아이의 고독 앞에서 나는 죽은 나무처럼 무덤덤했었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죄악처럼 다가왔다.

 

이 아이를 위해 나는 무언가 할 수 없을까. 상처받은 그녀를 위해서.

고뇌하던 나는 떠올랐다.

 

' 그것은 뭐지? '

' 이것은 식물이 엮인 것으로... '

 

그것이 분명, 이 기록에 쓰인 화관. 나는 책을 내려두고, 빠르게 제어실을 나섰다. 영지의 밑바닥에 있는 소각로. 아직 소각절차가 시작되지 않았을 때 되찾아오기 위해.

 

소각로 입구 앞에서, 관리 개체그 서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 소각로를 열어. 가져올 것이 있다. "

" 불가합니다. 주요시설에 대한 명령권한은 최고 결정권자에게만 존재합니다. 보조 관리자는.. "

" 시끄러워 ! 비켜 !! 내가 직접 열겠어 ! "

 

명령체계조차 무시하고 나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대로 그것을 밀쳐내고 소각로 개폐장치를 조작했다. 소각은 항상 지정된 시각에 자동으로 실행되며 이 시간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최고결정권자.. 즉, 그녀에게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5분.

5분 안에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성체 드래곤도 2분 안에 전소시켜버리는 화력에 삼켜지게 될 것이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내가 저지른 냉대에 비하면..

 

 

" 제발.. 제발 !! "

 

[ 시스템. 3분 후에 소각 절차를 실행합니다. ]

 

" 여기 언저리인가..! 시간이..! "

 

[ 곧, 자동 소각절차가 실행됩니다. ]

 

" 설마 이 더미에....있었...!! "

 

용들의 사체를 파내고, 부서진 쇳조각과 인간의 뼈들로 쌓인 언덕을 뒤짚어서 보이는 엮여있는 꽃들의 묶음.

나는 그것을 잡아내어 빠르게 입구로 돌아갔지만...

 

" 읏?! "

 

출입구는 닫혀있었다. 소각절차 실행때문에 강제로 닫히리라는 걸 알고있었지만.. 화관을 찾는다는 일념때문에 잊고있던 것이었다. 두드리고.. 강제로 열어보려고 하지만 열리지 않는다. 불길이 올라온다. 플라즈마 폭격이 준하는 발화열이 삽시간에 올라오니 온 몸이 익어가는 것만 같았다.

 

" 크...으으으으...!!! "

 

미친 소리같지만, 있는 힘 없는 힘까지 쥐어 짜내어 나는 소각로의 출입구를 강제로 열어젖혔다.

본래 소각절차중에 절대 스스로 열릴 리 없는 곳이 열리자 위험을 알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진다.

 

[ 경고. 소각절차 중 반입구가 강제 개방됨. 즉시 방어병력을 배치합니다. ]

그 말이 울려퍼지길 30초도 채 되지 않아 완전무장한 수호병들이 개미때 처럼 몰려들었다. 그것들은 눈모양 렌즈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근육이 나가 떨리는 팔을 붙들고 그걸 마주보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당시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될대로 되라 ' 였을까?

 

" 모두 물러나라 ! "

 

이어서 의외의 목소리가 인형들을 제지했다. 평상시였으면 얌전히 잠들어있을 그녀가 온 것이었다.

분명 시스템 오류로 인한 알람이 그녀를 강제로 활성화 시켰으리라 생각한다.

최고 결정권자의 명령을 받은 방어병력들이 빠르게 해산해 흩어진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와 그녀 둘만이 남는다.

 

" 그 업화의 자국들은 무엇인가?! 어째서 이러한 변칙을... "

" 아아.. 타인의 기분을 드디어 이해할 수 있게 된 철부지의 방법.. 이란 거지. 자, 이것을. "

" 이건... "

 

그녀는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한참 이후에 물어봐서 안 사실이지만, 소각로에 있을 것이라고는 어느정도 예상 했지만, 설마 소각로 안으로 들어가서 가져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금 시들시들해진 화관을 받아든 그녀의 얼굴에는 이윽고 눈물이 맺혔다. 동시에 나는 뺨에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 바보 ! 바보바보 ! " 

" .... "

" 왜..! 이런거.. 이런거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는데..."

 

" .. 네 기분을 마침내 알 수 있게 됬으니까. "

" 나의, 기분 ? "

" 네가 느꼈던 외로움. 고독.. 끝없는 차가운 소용돌이 속에서. 홀로 의무를 수행하고 있으면서 겪었을 부담. 만들어진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나임에도..  네 기록들을 보고서, 깨달을 수 있을정도로 깊은 감정의 골짜기를 느꼈어. "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를 말들이었지만, 진심임은 틀림이 없었다.

 

" 차가웠던 나는.. 너를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참을 수 없었어. 그래서 이런 짓을 저질렀다. 그것 뿐이야.. 미안해. 결정권자씨. 이후 처우는... "

 

"....기뻐. "

" 음? "

" 드디어.. 드디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한다는게. 동료가 생겼다는게. "

" 나는 관리 수칙을 어겼어. 엄벌은 피할 수 없... "

" 아니 ! 결코 그러한 것은 일어나지 않을지니 ! 나, 사도이자 마왕 브륜힐데의 특권으로 하여금! 그대에게는 아무런 위해가 존재치 않을 지어다 ! "

 

그녀는 텐션이 올라 이해하기 난해한 투로 그리 말했다.

동료. 그렇다. 그녀와 나는 동료가 되는 것이었다.

 

" 용서해줘서 고마워. 결정권자씨. "

" 그것은 나의 칭호일 뿐일지니 ! 진명을 똑똑히 깨우치거라 ! 나의 진명은....! "

 

하지만 역시 부끄러운건지 설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녀는 말을 이었다.

 

" 카..칸자키..란코. "

" 칸자키, 란코인가. 좋은 울림이군. 아무쪼록 다시한번 잘 부탁할게. 란코. "

" ....응 ! 아스카 ~! "

 

서로의 손을 부여잡았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나는 감정을 얻었고, 그녀는 동료를 얻었다.

서로를 이해해주는 사이.. 친구로 발전하게 된 것은 이후 머지 않아서 였다.

부유하는 영지 아래에서 두 사도는 서로에 대핸 신뢰를 키워나간다.

 

 

 

 

 

 

 

.

.

.

.

 

이후에 많은 사건들이 흘러갔다.

검은 제국의 멸망.

옛 별의 사도들과 벌인 고대전쟁.

푸른 악마들의 반역.

 

 

굵직한 사건들이 지나가고.. 지상이 대한 조물주들의 지배가 굳건해져갈 무렵에.

그래, 그것은 마치..

 

 

 

 

하나의 초신성과도 같이 파국을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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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판 외전 ! 신의 사도인 아스카의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 문제 때문에 묘사가 부족한 점은 죄송합니다.

첫번째는 그녀가 창조되어서 란코와 만나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였습니다.

란코는 처음부터 사도가 아닌, 강력한 능력을 타고난 아이돌 소녀였으며 그렇기에 신에게 관측되어 사도가 되어 역사 속에서 잊혀져 고독해집니다. 동시에..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고독을 씹어왔는지 묘사했지만.. 역시 필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막 와닿게 써지진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것보다 묘사가 잘되길 바라며..

 

여기까지 봐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언제나 신데판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도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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