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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16 - 패셔네이트 걸 B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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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2, 2017 19:51에 작성됨.

(이전 화 링크)

 

패셔네이트 걸 B ③

 

 

 전봇대에 달린 CCTV 한 대가 후미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미카도 그 CCTV를 바라봤다. 아카네가 가리킨 방향, 저곳에서 방금 캡슐이 날아왔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캡슐이 날아왔던 옥상에도 CCTV가 있었다. 반대로 골목 안에 있을 때는 이상하게 공격이 오지 않았다.

 “아카네 씨. 안으로 들어가요.”

 “후미카? 왜 그럽니까?”

 목표물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캡슐은 화면 밖으로 나가도 사라지지 않지만 터치를 못 하면 위치 조작을 할 수 없다. 가능한 것은 스위치를 눌러 개폐하는 것 뿐. 화면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확도가 심하게 떨어지고 만다.

 태블릿 화면을 넘겨봤지만 후미카와 아카네는 보이지 않았다. 좁은 골목 안에는 CCTV가 설치되어있지 않아서다. 심지어 두 사람은 골목 깊숙한 곳에 웅크린 채로 숨어있었다. 후미카는 숨을 죽였다. 아카네는 캡슐이 오는지 샅샅이 살폈다.

 오지 않았다. 후미카는 “역시……”하고 중얼거렸다.

 “뭔가를 알아낸 겁니까? 후미카?”

 “저 캡슐은 아마도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공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옥상에서도 방금 골목을 나갈 때도 공격 방향은 전부 CCTV가 설치된 쪽이었죠. 골목 안에 있으면 위치를 확인하지 못 해서 공격할 수 없는 거예요.”

 “그렇군요! 대단합니다, 후미카! 아, 소리 지르면 들키려나요?”

 “대부분의 CCTV에는 음성녹음 기능까지는 없어요. 일단은 여기 숨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거예요.”

 오호! 아카네가 무릎을 탁, 쳤다. 동시에 탁, 하고 무언가 떨어졌다.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 골목 모퉁이에서 들린 소리였다. 잡동사니에 가려서 무엇이 떨어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시선을 주고받은 뒤 아카네가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히 걸어갔다. 종이상자 더미들을 치우려 손을 뻗는 순간 타치바나 아리스는 스위치를 눌렀다. 상자 더미에 가린 캡슐이 열리고 흡입을 시작했다. 우선은 상자 더미들부터. 이어서 아카네까지.

 당황한 후미카가 외쳤다.

 “아카네 씨!”

 “걱정마요, 후미카!”

 패셔네이트 걸 B의 부스터가 작동했다. 아카네를 안고 순식간에 후방으로 이동했다. 골목 안에 또 그을음을 남겼지만 아카네는 무사히 탈출했다. 하지만 아직도 심장이 뛰었다.

 가장 놀란 것은 후미카였다. 호흡이 가빠졌다. 자책감에 손이 떨렸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 그로 인해 아카네가 위험에 빠질 뻔했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그저 책을 읽기만한 자신으로서는, 활용하는 능력이 없는 자신으로서는 아카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개를 들기 무서웠다. 아카네가 자신을 쏘아보고 있으면 어쩌지? 그래도 미안하다고, 괜한 소리를 했다고 말해야 하는데…….

 “후미카, 괜찮습니까?”

 “아…….”

 고개를 낮추고 자신에게 말하는 아카네의 눈에는 원망은 없었다. 불안이 있었다. 불안의 원인은 후미카였다. 후미카를 걱정하기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입술을 물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 천천히 일어나며 심호흡을 했다. 머리를 냉정히 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풀었다. 머릿속에서 뚜둑, 하고 뻐근함이 풀렸다. 아카네 씨.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아카네는 절로 긴장했다. 궁금한 게 있어요.

 “맨 처음……. 아카네 씨가 골목에 들어와서 맨 처음으로 공격당했을 때 캡슐은 어떻게 날아왔나요?”

 “그게, 그러니까. 그 때는 날아오지 않고 굴러서 왔습니다. 뭔지 모르고 있을 때 굴러 와서는 제 발에 닿은 순간에 빨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후미카가 고개를 높이 들자 또 탁,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장애물에 숨지 않고 굴러왔다. 데구르르, 하고 당당히. 아카네가 앞으로 나섰다.

 “또 위치를 알고 왔어요. 골목 안에도 카메라가 있는 걸까요? 어쨌든 여기서는 제가!”

 “아뇨. 도망쳐요.”

 아카네의 팔을 덥썩, 잡고 후미카는 골목을 달렸다. 모퉁이를 돌아 조금 들어가더니 멈춰서 방금 지나온 길을 보며 시간을 쟀다. 하나, 둘, 셋, 넷…….

 데구르르, 굴러오던 소리가 잠깐 끊겼다가 다시 들렸다. 스물을 셋을 때 캡슐이 나타났다. 후미카는 다시 도망쳤다. 모퉁이를 돌고 잠시 멈춰 서서 시간을 쟀다. 캡슐이 나타나면 다시 뛰는 것을 반복했다.

 한 바퀴를 돌았을 때 잠자코 있던 아카네가 물었다.

 “저기, 이건 뭘 하는 거죠?”

 “실험이요. 이제 슬슬 끝내야겠네요. 아카네 씨. 『패셔네이트 B』의 부스터를 조준해주세요.”

 “조준이요?”

 “네. 사출구로 캡슐을 조준하고 제가 신호할 때 쏘세요.”

 패셔네이트 걸 B가 한 팔을 들었다. 굴러오는 캡슐에 손바닥의 사출구를 향했다. 캡슐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다가올수록 아카네의 심장박동이 무거워졌다. 후미카는 냉정히 캡슐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다.

 하나. 둘. 셋. 캡슐이 멈췄다.

 “쏘세요!”

 마치 대포처럼 사출구에서 부스터가 뿜어져 나왔다. 거의 동시에 캡슐이 열리고 그 안에서도 부스터가 뿜어져 나왔다. 동일한 충격이 부딪힌 반동으로 아카네와 후미카는 뒤로 밀려났다. 하마터면 벽에 부딪힐 뻔했지만 패셔네이트 걸 B의 반대쪽 부스터가 그것을 막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캡슐에서 부스터가?”

 “캡슐이 빨아들인 물건을 도로 꺼내는 것도 가능한 것 같아요. 그걸 이용하면 골목 안에서도 우리 위치를 정확히 알고 공격할 수 있죠.”

 “어, 어떻게요?”

 “옥상에서, 그리고 골목을 빠져나갔을 때는 캡슐이 정확히 우리를 노리고 날아왔어요. 하지만 골목 안에 있을 때는 우선 떨어뜨린 다음에 굴리는 방법을 사용했죠. 위치는 알지만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에 안정성을 위해서 그런 방법을 쓴 거예요. 쉽게 말하자면 시야가 『좁아진 거죠』.”

 “좁아졌다면…… 보고는 있다는 겁니까?”

 “건물 옥상에 있는 CCTV를 이용해 휴대폰을 담은 캡슐을 날리는 거예요. 옥상 난간에 핸드폰을 설치하고 화상통화 기능을 사용하면 제한적이지만 골목을 확인할 수 있죠. 캡슐이 굴러오다 멈추는 걸 반복한 이유는 계속 핸드폰 위치를 바꿔줘야 했기 때문이에요.”

 “부스터를 쏠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휴대폰을 사용하는 전략을 보면 상대는 지능적이에요. 이미 능력이 들켰는데도 상자더미에 숨는 게 아니라 단순하게 다가왔다는 것은 캡슐 자체에 함정이 있다는 뜻이겠죠. 정확히 뭐가 나올지는 몰랐지만, 부스터는 아카네 씨가 캡슐에서 도망칠 때 이미 빨아들였으니까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말을 쏟아내고 후미카는 숨을 골랐다. 아카네는 그런 후미카를 보고 있었다. 후미카를 보는 아카네의 눈이 반짝였다. 굉장하다, 이 사람은 굉장하다!

 후미카가 한 말을 모두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만큼은 알 수 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아카네는 공부를 잘하거나 머리가 좋은 타입은 아니었다. 그런 아카네라도 의문이 남지 않는 분석을 한 후미카였다. 그렇다면 지금 만큼은 이 사람을 따르면 되는 거다.

 “무적이에요! 후미카와 제가 힘을 합치면 무적입니다!”

 “아……. 저는 그렇게 굉장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카네 씨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이 일을 벌인 사람을 찾도록 하죠!”

 “아, 도망치지 않는 건가요?”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아까 전에 후미카에게 선물 받은 책을 뺏겨버렸거든요! 반드시 되찾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캡슐을 날려 공격하는 주체를 찾아야 한다. 아카네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상대를 찾는 것은 후미카의 일이다.

 단서가 부족하다. 상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골목 안이라고 해도 공격할 방법은 많이 있다. 오히려 좁은 골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공격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아카네의 능력은 사실 이곳에서는 쓰기 불편했다.

 ‘아카네 씨의 능력……. 파워는 강력하지만 좁은 장소에서 쓰기에 적합하지 않아. 예상외의 공격에 대처가 늦어지면 끝. 예를 들면…….’

 탱그렁, 소리가 났다. 아카네의 뒤편, 건물 지붕과 연결된 배수용 파이프. 그 안에서 무언가 굴러나왔다. 설마, 하면서도 확신을 갖고 후미카는 아카네를 잡아끌었다. 파이프 구멍 밖으로 나오자마자 캡슐은 흡입을 시작했다.

 “아카네 씨!”

 “알고 있어요!”

 두 사람은 부스터로 장소를 벗어났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설치해둔 핸드폰 카메라로 상황을 확인하며 다음 움직임을 취했다.

 아무리 빠르고 강력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골목 안에서는 움직임이 한정된다. 어디로 움직이는지만 예측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 자신은 안전하게 기회를 노리며 아카네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위치를 들키지 않는 한 자신의 능력 『온리 마이 플래그』는 무적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타치바나 아리스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저 능력은 너무 빠른 나머지 속도를 조절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애초에 후미카 씨가 없었다면 벌써 끝났을 싸움이야. 지금까지는 공격을 예측 당해서 소용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라.’

 태블릿 화면을 어느 옥상으로 옮겼다. CCTV를 조금만 조작하면 골목을 비스듬하게 볼 수 있는 위치다. 이제 곧 후미카와 아카네가 카메라 구석에 스쳐지나갈 것이다. 나타날 장소를 『예측』했으니 그에 맞춰 공격하면 된다.

 물론 카메라에 비스듬히 걸릴 뿐이라 캡슐을 던져봤자 맞출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디까지나 직선궤도로만 던질 경우지만.

 ‘캡슐에 회전을 더해 커브로 던진다. 각도를 조정하면 벽에 튕겨나가면서 저 위치를 맞힐 수 있어. 3차원 당구라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아.’

 CCTV의 각도를 조정하고 캡슐을 터치해 빙글빙글 돌렸다. 화면 구석에서 번쩍일 부스터의 불빛을 기다리다 튕겼다.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캡슐은 벽에 부딪혀 궤도를 직선으로 바꿨다. 좁은 골목의 벽을 왕복하며 날아갔다.

 후미카와 아카네는 속도를 줄였다. 슬슬 캡슐의 흡입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을 때 등 뒤로부터 또 하나의 캡슐이 날아왔다.

 “봄바아아아아아!”

 아카네가 재빨리 반응했다. 부스터를 작동시켜 캡슐이 떨어지는 것보다 빠르게 패셔네이트 걸 B의 불꽃을 쐈다. 부스터에 명중한 캡슐은 아카네에게 닿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타치바나 아리스는 상관없다는 듯 스위치를 눌렀다. 캡슐이 열리고 그 안에서 휴대폰이 튀어나왔다. 아카네는 당황했다.

 ‘이 캡슐은 공격을 위한 게 아니야. 시야를 넓히기 위한 것이지!’

 태블릿 화면을 휴대폰으로 옮겼다. 후미카의 앞에 서 있는 아카네가 똑똑히 보였다.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이대로 캡슐을 날리면 된다. 아카네만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다.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아카네는 부스터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사출구는 뜨거운 불길이 아닌 매캐한 연기만을 내뿜었다. 아리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엔진이 쉴 틈을 주지 않고 공격했으니 과열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이걸로 끝이다!’

 그 순간, 후미카가 외쳤다. 아카네 씨! 날아요!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부스터가 예열을 마쳤다.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패셔네이트 걸 B의 발에서 불꽃이 터져나왔다. 아카네와 후미카를 잡고 말 그대로 날았다. 순식간에 건물 옥상으로 이동했다.

 “말도 안 돼…….”

 타치바나 아리스는 망연자실했다. 성공 확률 100%의 완벽한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실패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새겼다. 만회해야만 한다.

 화면을 넘겨 두 사람을 찾았다. 흠칫 했다. 두 사람은 이동 중이었다. 패셔네이트 걸 B에 안겨서 부스터로 건물 옥상을 넘어다니고 있었다.

 “옥상에는 카메라가 있어서 어디서든 공격해 올 텐데.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잠깐 생각을 해봤어요. 아카네 씨의 『패셔네이트 B』는 분명한 약점이 있다는 걸. 분명 강하지만 멀리 움직일 수 없고 조절도 어렵고 과열되면 부스터를 쓸 수도 없다, 어쩌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약점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상대의 능력에도 분명 약점이 있을 거예요.”

 “으음. 카메라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 말입니까?”

 “그것도 있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이상해요. 우리가 CCTV의 시야 밖으로 나가도 핸드폰을 일일이 설치하는 불편한 방법을 쓰면서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어요. 캡슐 외의 공격 수단이 없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그리고?”

 “골목 안에 숨은 우리를 끌어내는 방법을 쓰지 않아요. 마치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는 것처럼. 불편을 감수하고 트릭을 쓰면서까지 골목 안에서만 승부를 보려고 해요. 상대의 능력은 캡슐을 던지는 것만이 아니라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는 것도 포함되어있겠죠. 그렇다면 CCTV를 장악하기 위해 스스로가 눈에 띄는 장소에 있거나 눈에 띄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요?”

 “그 장치를 숨기기 위해 골목 안에서만 공격하는 거군요! 그걸 찾으면 되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찾죠?”

 “이동하면서 주위를 살펴보고 수상한 물건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캡슐과 『패셔네이트 B』처럼 제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장치예요.”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 캡슐이 날아왔다. 아까와 같은 예리함이 아니라 다급함이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후미카의 가설이 맞았다는 증거였다.

 넓은 장소로 나온 뒤로 캡슐은 전부 헛방만 날리고 있었다. 조잡한 공격을 맞아줄 만큼 패셔네이트 걸 B는 느리지 않았다. 여섯 개의 부스터가 과열되지 않게 적절히 바꿔가며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아카네는 눈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보이면 바로 후미카에게 보고 했다. TV 안테나, 에어컨 실외기, 물탱크까지. 그러다 상가 건물 위에 꽂혀있는 푸른 깃발을 발견했다.

 “후미카! 저기에 깃발이 있습니다!”

 “깃발이요? 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저게 그 장치군요!”

 바로 방향을 바꿨다. 순식간에 상가 건물 위에 착지했다. 어떻습니까? 아카네가 가리키는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후미카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찾았어요.”

 “그럼 저 깃발을 뽑아서 부러뜨리면 되겠군요!”

 아카네가 성큼, 발을 내딛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들을 찍고 있던 CCTV가 캡슐을 뱉어냈다. 후미카가 경고할 필요도 없이 아카네는 패셔네이트 걸 B를 움직였다. 부스터 사출구를 캡슐에 향하고 쐈다.

 캡슐이 열렸다. 캡슐 안에서도 부스터가 뿜어져 나왔다. 아뿔싸! 아카네는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다. 두 개의 불꽃이 부딪히며 폭발이 일어났다. 폭연을 가르고 두 번째 캡슐이 날아왔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스위치를 눌렀다.

 캡슐은 진공청소기처럼 폭연과 공기와 먼지를 빨아들였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후미카와 아카네까지 빨아들였다. 미리 설치해둔 핸드폰 덕에 음성으로 알 수 있었다. “꺄아아아악!”하는 비명 소리가 분명히 들리고 있다. CCTV 화면과 핸드폰 화면을 번갈아보며 확인했다. 액정을 흩는 손가락 끝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소리가 멎었다. CCTV 화면에서도 폭발과 후미카와 아카네가 사라졌다. 성공이다. 드디어 잡았다!

 ‘후미카 씨까지 잡을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둘을 떨어뜨렸으니 됐어! 일단 캡슐로 빨아들이면 기억이 끊겨! 후미카 씨만 풀어준 다음에 대충 얼버무리면 돼!’

 거친 숨을 쉬며 타치바나 아리스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사각의 칸들에 정렬되어있는 물건들 사이에서 후미카를 찾았다. 스크롤을 내리고, 내리고, 또 내렸다.

 “어라?”

 하지만 그 안에 후미카는 없었다.

 

 *

 

 깃발을 꽂은 곳에서부터 반경 100m 안에 있는 카메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은 한 번에 하나까지지만 카메라 각도는 자유자재로 조정이 가능하다. 현대 사회에서 『온리 마이 플래그』가 목표를 놓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야만 했다.

 ‘왜? 어째서! 분명 빨아들였는데 왜 아무도 없는 거야! 폭연 속에서 부스터를 썼다면 안 보였을 리가 없어. 소리로도 확인했는데 왜…….’

 카메라로도 확인할 수 없는 사각인가? 하지만 옥상은 장애물 하나 없이 탁 트여있다. 숨었다면 옥상을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그 단 시간에 부스터를 쓰지 않고도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 방법은 하나 밖에 없었다. 직접 나가서 찾아야만 한다. 어떤 방법을 썼던 간에 후미카와 아카네는 사라졌고, 분명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다. 형사 드라마에서도 CCTV만으로 범인을 잡지는 못 한다. 카메라의 사각은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한다.

 딸기 파르페를 계산하고 타치바나 아리스는 밖으로 나왔다. 깃발을 꽂아놓은 건물 옥상은 카페에서 바로 근처에 있다. 언제든 깃발을 회수하기 편하도록 그런 것이다. 깃발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면 CCTV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급히 옆 건물로 향했다. 위로 올라가서 우선은 깃발을 회수하기로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타치바나 아리스를 불렀다.

 “아리스!”

 심장 위로 무언가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골목 안에서 히노 아카네가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후미카도 같이 있었다. 저런 곳에 숨어있었나.

 “그런데서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아! 오면 안 됩니다! 지금 누군가한테 노려지고 있어서 숨어있었습니다! 아리스는 오면 안 됩니다!”

 “타치바나예요. 노려지고 있다니, 무슨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요?”

 “저기,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카네 씨의 말대로예요. 아리스도 여기 있으면 위험할지도 몰라요.”

 “후미카 씨까지……. 노려지고 있다면 숨어있을 게 아니라 당당히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되잖아요.”

 “무언가 초능력 같은 것이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경찰한테 말해도 믿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도망쳐요, 아리스!”

 “그러니까 아리스가 아니라 타치바나라니까요.”

 실랑이를 벌이면서 타치바나 아리스는 골목으로 다가갔다. 그녀들은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태블릿의 카메라는 켜져 있다. 피하지 못할 거리까지 가서 손가락을 튕기고 스위치를 누른다. 간단한 동작으로 승부는 결정 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나오세요. 그런 데 있다가 더러운 거라도 묻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오면 안 된다니까요, 아리스!”

 타치바나예요! 일부러 과장되게 소리까지 질렀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수상함을 감춰준다. 거리 1m. 아카네는 물론이고 후미카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태블릿의 준비는 끝났다. 망설임 없이 단숨에 끝을 낸다. 거리 0.5m. 타치바나 아리스는 태블릿을 들었다. 화면을 터치했다.

 “더 핸드!”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손 안에서 태블릿이 미끄러졌다. 떨어진 것이 아니다. 캡슐의 흡입과는 다른 방식으로 빨려들어 가듯이 옆으로 이동했다. 날아간 태블릿을 불량배로 보이는 교복의 남자가 잡았다.

 “설마 이런 짓을 벌인 게 타치바나 아리스였을 줄이야.”

 불량한 남자의 옆에 있던 키 작은 남자가 말했다. 이 사람들은 누구야? 어떻게 된 일이지? 타치바나 아리스는 패닉에 빠졌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들과 골목 안을 번갈아 봤다. 후미카와 아카네 또한 자신을 보면서 경악하고 있었다.

 

 *

 

 점심시간의 상가거리는 붐비는 듯 아닌 듯 특별할 거 없이 한적했다. 한적한데도 아직 도쿄의 로망이 남아있는 나에게는 별 다를 것 없는 동네가 어쩐지 멋들어져 보였다. 정말로 멋지다기보다는 새로운 장소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코이치. 우리 점심 먹기에는 꽤 늦은 거 같은데. 가게마다 사람이 꽉 차 있어.”

 “우린 놀러온 게 아니잖아, 오쿠야스.”

 핀잔을 주긴 했지만 하마터면 나도 노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목적만 있고 방법은 없는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배를 든든히 채우고 힘내서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달콤한 유혹이 상가 음식들의 맛있는 냄새에 섞여 코를 간지럽혔다. 이렇게 돌 우리가 찾고 있는 히노 아카네가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닌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쿠야스가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저기 좀 봐, 코이치!

 “히노 아카네야! 히노 아카네가 지붕 위로 뿅! 하고 나타났다고!”

 “뭐?”

 우리는 달렸다. 스탠드와 함께 지붕에서 지붕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것은 분명히 히노 아카네, 그리고 사기사와 후미카였다. 그녀들을 노리고 둥그런 공 같은 것이 날아다녔다.

 그녀들은 푸른 깃발이 꽂혀 있는 건물 옥상에 착지했다. 간신히 따라잡은 우리가 옥상에 올라갔을 때는 이미 일이 벌어진 뒤였다. 폭발끼리 부딪히고 이어서 날아온 공 같은 물체가 그녀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물체는 캡슐이었다.

 오쿠야스는 재빨리 스탠드를 꺼냈다. 몸 여기저기에 붙은 화폐마크,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더 핸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더 핸드』는 허공에 대고 오른손을 휘둘렀다.

 일견 의미 없어 보이는 동작이었지만 『더 핸드』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등고선 같은 무늬가 그려진 그 손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우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와 먼지마저 없는 공간의 상태를 진공이라고 하지만 『더 핸드』는 그 진공이라는 공간마저 남기지 않고 지워버린다.

 그 깔끔함은 잘 지워지는 지우개와도 같지만 뒤처리는 그 이상이다. 지워진 공간은 그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라졌다는 흔적마저도 사라진다. 마치 컴퓨터의 메모장에 장문의 글을 쓰고 중간 부분에서 백스페이스를 누른 것처럼. 공간이 서로 달라붙어 사라진 부분을 수복한다. 그 힘은 멀리서 위기를 겪고 있는 히노 아카네와 사기사와 후미카를 순식간에 끌어당겼다. 『순간이동』을 시킨 것이다.

 “잘했어! 오쿠야스!”

 두 아이돌들은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정신을 차리더니 갑자기 “꺄아아아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히노 아카네도 따라서 소리를 질렀다.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은 내 스탠드의 차례인 것 같았다. 녹색의 벌레 유충처럼 생긴 그것의 이름은 『에코즈』. 폭연이 가시기 전에 『에코즈』는 허공에서 『비명』을 잡아냈다. 히노 아카네와 사기사와 후미카가 지른 『비명』을.

 그 『소리』를 꺄아아아악! 이라는 글자로 만들어 집어던졌다. 글자는 벽에 달라붙어서 계속 소리를 냈다. “꺄아아아악!”하는 비명이 이어졌다. 폭연이 전부 캡슐 속으로 빨려 들어간 다음에 능력을 해제했다.

 나는 머쓱하게 “안녕하세요? 하하.” 라고 인사했다.

 자세한 사정은 골목 안에 숨은 뒤에야 들을 수 있었다. 사기사와 후미카가 소리를 지른 이유는 도청을 대비한 교란이라고 했다. 히노 아카네는 “후미카가 하니까 따라서 했습니다!” 가 이유였다.

 그녀의 기지가 성공했는지 더 이상 캡슐은 공격은 오지 않았고, 이대로 있으면 범인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에 잠복해 있기로 했다.

 “아이돌을 포획하려고 하다니. 범인 녀석은 완전 사생팬이겠구만!”

 숨어있으면서 오쿠야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범인은 아주 의외의 인물이었다. 설마 같은 아이돌 동료였을 줄이야. 예상은 빗나갔지만 오쿠야스는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나섰다.

 “어이, 어이. 어린애라고 해서 스탠드로 장난을 치면 안 되지. 그런 건 유치원만 가도 배울 수 있는 거라고. 아앙!”

 “으윽.”

 불량하게 걸으며 무서운 얼굴을 들이미는 오쿠야스에게 타치바나 아리스는 굳어버렸다. 그런데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그냥 굳어버린 게 아니었다. 점점 얼굴이 붉어지고 히끅, 하는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으흑! 흑!”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리스! 골목 안에서 히노 아카네와 사기사와 후미카가 나와 울고 있는 소녀를 감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군거리자 오쿠야스는 적잖이 당황했다.

 “어, 어이. 코이치. 이거 설마, 내가 잘못한 거냐?”

 “하아……. 그러게 적당히 좀 했어야지.”

 

 타치바나 아리스가 진정한 건 5분쯤 후. 우리는 사람들을 피해 강가로 도망 왔다. 그곳에서 그녀가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들을 수 있었다.

 “요즘 후미카 씨가 저 말고 아카네 씨하고만 다녀서…… 훌쩍.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아카네 씨를 해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잠깐만 잡아뒀다가 적당한 때에 풀어주려고…….”

 간단히 말해 모든 것은 질투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황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한 일이었다. 프로젝트 크로네의 타치바나 아리스는 초등학생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매력이 돋보이는 아이돌이다. 그런 그녀가 귀여운 질투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다니. 결국은 그녀도 감정에 솔직한 어린아이였다는 것일까.

 사기사와 후미카는 난감해했다. 타치바나 아리스의 파트너로서 히노 아카네에게 폐를 끼친 것에 미안해하다며 사과했다.

 “아니에요! 후미카 씨는 잘못 없어요. 다 제가!”

 “하지만 제가 아리스에게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두 사람에게 다 죄송해요.”

 두 아이돌들이 서로 사과를 하는 와중에 잠자코 있던 다른 아이돌이 물었다. 어째서 죄송해하는 겁니까?

 “앞으로는 셋이서 같이 다니면 되는 거잖아요!”

 히노 아카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미소였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멍하니 바라보다 타치바나 아리스에게 눈짓했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눈치를 보며 태블릿을 들었다.

 잠깐 화면을 조작하더니 캡슐 안에서 봉투를 꺼내 히노 아카네에게 건넸다. 그녀는 기쁘게 받았다.

 “후미카 씨에게 선물 받은 책이군요! 돌려줘서 고맙습니다, 아리스!”

 “타치바나예요! 그리고……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아리스, 인간은 실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에 멋진 것입니다! 앞으로는 아리스도 저와 후미카와 함께 손 붙잡고 저 석양을 향해 달리도록 하죠!”

 “저, 아카네 씨.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는데요.”

 “그렇다면 석양이 보일 때까지 달리도록 하죠! 전력 트라이!”

 히노 아카네는 달리기 시작했다. 사기사와 후미카가 그녀를 부르면서 뒤따랐고 망설이던 타치바나 아리스도 달렸다. 이것이 소녀들의 우정이란 말인가.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보기 좋은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지? 오쿠야……스?”

 “어흐흑! 정말로 감동적이야!”

 

 

 

 

 

스탠드명 – 패셔네이트 걸 B

본체 – 히노 아카네

 

파괴력 C (부스터를 쓸 경우 A)

스피드 C (부스터를 쓸 경우 A)

사정거리 D

지속력 C

정밀동작성 D

성장성 B

 

양손, 양팔, 양발에 부스터가 달려 있다. 부스터를 사용하면 초고속으로 이동 및 공격을 할 수 있다. 부스터를 연속으로 자주 사용할 경우 과열되어 잠시 동안 못 쓰게 된다.

 

 

 

 

 

스탠드명 – 온리 마이 플래그

본체 – 타치바나 아리스

 

파괴력 E

스피드 E

사정거리 B

지속력 C

정밀동작성 A

성장성 C

 

태블릿에 앱 형태로 존재하는 스탠드.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터치하면 현실에 캡슐을 만들어 조작할 수 있다. 캡슐은 물체를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물체는 마음대로 꺼낼 수 있다. 깃발을 설치하면 반경 100m 안의 CCTV를 확인 및 조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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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망언.

'3차원 당구라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아.'

뭐, 죠죠 세계관의 초딩들은 비범한 애들이 많으니까 괜찮으려나요?

 

아카네와 후미카가 사이 좋은 와중에 닷디가 흑역사를 쌓는 것이 '분서갱유' 라고 배웠습니다.

이걸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궁리하 결과 '똑똑한 능력으로 치밀하게 공격하는 아리스' VS '강력한 능력이 있어도 활용이 어려운 아카네' 구도를 만들어야 했죠.

패셔네이트 걸 B가 그런 능력이었습니다.

혼자서 근/원거리 공격, 고속이동, 비행까지 가능하지만 아카네라서 활용이 어려운 더 핸드스러운 스탠드;;;;;

덕분에 후미카왜건이 활약할 수 있었으니 잘 된 거겠죠.

 

귀여운 질투로 또 흑역사가 쌓인 아리스에게는 조금 미안합니다.

오쿠야스 같은 얼굴이 코앞에서 으르렁 거리면 저라도 무서울 텐데 그걸 12살짜리에게 했네요.

좋은 능력줬으니까 봐주렴.

 

참고로 온리 마이 플래그는 아리스의 데레스테 카드 이름입니다.

능력을 먼저 구상하고 이름을 찾던 와중에 저걸 발견, "능력에 깃발을 추가하자!" 라는 생각으로 스탠드가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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