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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미 「죽었는데 바보 주인이 마음에 걸린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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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30, 2017 22:13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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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가도 될까. 안될까?

괜시레 양복 주머니에 손을 넣어본다.

주머니 속에 고히 접힌, 영화 티켓 두 장을 만지작거린다.

일단 스케줄은 끝났다. 

하지만 이대로 가도 되는 걸까?

 

처음에는, 그저 히비키가 안쓰러웠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이누미를 붙잡고 오열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어떻게든 그녀를 위로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그 이상으로 넘어가버린 모양이다.

요즘 들어 그녀를 보면 가슴이 뛰고, 눈을 마주치기가 힘드니까.

 

하지만 안되겠지. 그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 본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역시 돌아가야겠지?..

 

...

이누미 「저바보 자식. 여전히 못 미덥네.

수컷이 좋아하는 암컷이 있으면 당당하게 들이대야지 맨날 부들부들거리고 말이야..」

 

이누미 「야. 그래도 한 번 도와줘라.

그래도 저 놈만치 바보 주인이랑 어울리는 인간 수컷이 없더라.」

 

이누미 2세 「왈!」

 

히비키 「어? 이누미 무슨 일 있ㅡ 우갹! 바지 잡고 물어지지 말라죠! 아 알았어. 갈께 갈테니까ㅡ」

 

히비키 「어? 프로듀서?」

 

프로듀서 「아..히 히비키, 안녕?」

 

히비키, 프로듀서 「...」

 

프로듀서 「아!..저, 저기 히비키..」

 

프로듀서 「우리, 영화나 보러 가지 않을래?」

 

....

히비키 「그래서 이누미, 햄죠, 부타다! 들어봐! 

프로듀서랑 영화도 같이 보고, 저녁도 같이 먹었다죠!

마지막에는 다, 다음번에도 또 같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구!」(싱글벙글)

 

햄조「찍찍(이 바보 자식, 너무 싱글벙글하는거 아냐?)」

 

부타다「꿀꿀(그래도 맨날 울다가 이렇게 자주 웃으니까 보기 좋네.

그나저나 이누미 형님, 형님은 언제 떠나시는 거에요?)」

 

이누미「글쎄다..」

 

시간이 별로 안 남았을지도. 세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예전처럼 해맑게 웃으면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주인의 모습을 보니,

이정도면 떠나도 썩 후회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7.

어느새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거리에는 이제 분홍 벚꽃 대신 싱그러운 녹색이 가득하다.

이제 바보 주인은 많이 괜찮아진 모양이다.

그 쪼잔한 수컷 놈과도 분위기가 좋으니까, 나중에는 서로 자식도 치고 행복하게 살겠지?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이제 나도 인간으로 환생해야지.

동경했던 인간으로 환생해서, 멋지게 살아보는거다.

 

ㅡ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한 눈 판 사이에, 내 제자 녀석이 빨간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버렸고ㅡ

 

히비키 「이누미!」

 

내 주인은 녀석을 쫓아 도로로 들어갔는데,

하필 앞에서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누미「주인!!」

 

8.

눈을 떠보니, 다시 하얀 세상.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눈 앞에, 주인이 있다.

 

히비키「(울컥) 이누미..보고 싶었다죠.」

 

히비키「그렇게 아프게 보내서 미안해.

널 지켜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히비키 「아무것도 못 해주고, 네 발만 잡고 눈물 흘린 무능한 주인이라 미안해..(뚝뚝)」

 

이누미 「주인? 어떻게 된거야?」

 

아즈사, 이오리 「...」

 

이누미 「왈왈!! 어떻게 된 거냐고!」

 

이오리 「꺅! 야! 뭘 자꾸 짖어..뻔한거 아냐? 차에 치여서, 여기에 온거야 히비키는.

지금 히비키의 육신은 죽어가고 있으니까.」

 

히비키 「에? 그러고보니 이오리랑 아즈사도 있었네? 

여긴 어디냐죠? 서 설마 천국인거야? 그런거야?」

 

아즈사 「후훗. 환생의 관문이란다? 

지금 히비키는, 강아지를 구하려다가 차에 치여서 여기로 온 거야.

차에 치이기 전에 히비키가 강아지를 감쌌지만,

강아지도 충격에 숨을 거두었고, 히비키도..」

 

히비키「..강아지야..(울컥)」

 

아즈사 「아라아라. 그래도 좋은 곳으로 환생했단다? 히비키에게 사랑을 듬쁙 받았으니까.」

 

히비키 「..그러면 다행이네(미소)

하지만 어망이랑, 프로듀서랑, 아이들이랑 햄조랑 다들 슬퍼하겠지?..

아마 타카네는 펑펑 울어버릴지도. 

그래두, 이누미랑 다시 보게 되서 다행이다.

이누미는 항상 같이 있어줄꺼지?」

 

이누미 「..그래.」

 

이누미 「하지만, 아직 주인은 여기 오면 안돼.」

 

이누미 「야. 꼬맹아.」

 

이오리 「꼬맹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어쨌건, 왜?」

 

이누미 「주인, 아직 안 죽은거지?

..방법 없겠냐?」

 

이오리 「..그런거 없어!」

 

이누미 「미안하다. 꼬맹이라고 불러서.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줘.

방법 있지?」

 

이오리 「..그만한 대가만 있으면, 다시 영혼을 지상으로 내려보낼 수 있어.

대가만 있으면..」

 

이누미 「대가?」

 

이오리 「네 존재.」

 

이오리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한 생명이 필요해.

생명의 무게가 지니는 가치는 모두 똑같으니까.

하지만 넌 지금 죽은 상태니까, 히비키를 다시 살리려면 네 영혼을 바쳐야 해.

그러면..이누미라는 존재가 영영 사라지는거야.」

 

히비키 「그 그러지마! 나 이누미랑 다시 만나서 만족하니까!」

 

히비키 「그러니까,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이누미(울먹)」

 

이누미 「..날 바쳐서, 주인을 살려 줘.」

 

히비키 「이누미! 그러지 마!」

 

이누미 「미안 바보 주인. 하지만ㅡ」

 

아즈사 「아라아라. 그러면 네 존재는 영영 사라지는 거란다?

인간으로도 환생 못하는데, 그래도 좋겠니?」

 

이누미 「상관없어. 주인이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됬으니까.」

 

이오리 「..알았어(울컥). 너 같은거, 진짜 바보야.」

 

그러게나 말이다..

역시 개는 주인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바보 주인, 또 그때처럼 주저앉아 눈물 콧물 더럽게 흘리면서 오열하고 있다.

추해보여 주인. 

주인은 미소짓고 웃을 때가 제일 이쁘다고?

조용히 다가가서, 옆에 주저앉아 머리를 주인 무릎에 기대어 본다.

 

히비키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내가 못나서 또 헤어지는거야? 그러지 마 이누미.

너랑 헤어지기 싫어..(뚝뚝)」

 

이누미 「항상 함께할께. 그러니까..」

 

행복하게 살아. 바보 주인.

 

빛이 다시 모든 것을 감싸고,

주인은 저 멀리 사라져간다.

내 정신은 다시 아득하게 멀어져간다.

 

주인.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그리고 강아지야 미안하다. 스승인 주제에 지켜주지 못해서.

다음 생애에는, 나 대신해서 인간으로 태어나라..

 

이윽고, 완전한 어둠.

 

 

 

 

 

 

 

 

-엔딩-

 

하얀 빛이 보인다.

다시 천국으로 돌아온 건가?

아니, 아니다.

 

「..누미!」

 

익숙한 목소리다. 주인의 목소리.

 

그리고 옆에는 바보 수컷 놈의 멍청한 면상이 보인다.

나 어떻게 된거지?

어..몸이 왜 이렇게 가볍지?

엥? 나 왜이렇게 작아?

 

잠깐, 나 똥강아지 몸이잖아?

 

....

아즈사「후훗. 이누미, 좀 놀랐구나?」

 

뭐야. 왕가슴씨 목소리네.

 

아즈사 「강아지의 영혼은 이미 완전히 올라가서 다시 살릴 수 없었단다?

대신, 그 빈 육신에 이누미를 대신 넣어준거야.」

 

나,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지 않았나?

 

아즈사 「아라아라. 그 부분은 이오리가 신 님이랑 딜이 잘 되었단다.

어쨋거나, 이누미로써의 존재가 사라진 건 맞으니까.

이제 이누미는, 진돗개 이누미 2세로 새 삶을 살면 되는 거란다.

이오리에게 고마워하렴. 툴툴거려도 이누미랑 히비키 생각 많이 하고 있으니까.」

 

그 꼬맹이,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이였나 보네.

 

이오리 「풋. 드디어 이 미나세 이오리 저승사자님의 진가를 알아본거냐?

제법인데?..

어쨌거나, 다시 사무소에서 보자. 바보개.」

 

히비키「어떻게 해 프로듀서..이누미가 움직이질 않아.

역시 너무 크게 다친건가? (울먹)」

 

프로듀서「그 글쎄..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꼭 일어날꺼다 히비키.

 

그래. 일어날꺼야.

그나저나..바보 주인, 붕대로 온 몸을 감은 주제에..

본인 걱정부터 좀 해라. 이 바보야.

또, 또 울려고 한다.

작은 혀를 움직여, 주인의 손가락을 햝는다.

나, 이렇게 살아 있어 주인.

 

다시 만나서 반가워. 주인.

 

그제서야, 주인이 환하게 웃는다.

 

히비키 「이누미!(활짝)」

 

그래 주인. 주인은 웃는게 아름다워.

 

이렇게, 결국 난 동경하던 인간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시 주인과 만나게 됬고, 그 강아지 녀석은 인간으로 환생했다니 나름 만족할만한 엔딩 아닐까?

 

뭐, 이 정도면 나름 멋진 견생이다.

 

 

PS. 전작이 좀 시시해서 추가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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