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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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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8, 2017 01:46에 작성됨.

빵의 명인 히이라기는 오늘도 오늘 분의 빵이 맛있게 구워지고 있는 오븐 앞에서 멍하니 앉아 오늘은 미치루를 위해 무슨 색다른 빵을 구워볼까, 어떤 색다른 맛의 빵을 구워볼까라고 생각한다.

감칠맛나는 빵? 부드러운 빵? 깔끔한 뒷맛의 빵? 아니면 화려하고 멋진 빵?

생각에 잠긴 히이라기의 뒷통수에 따스한 체온이 그의 머리를 식혀주려는 듯이 느껴진다. 

체온을 따라 약간 몸을 돌린 히이라기는 자신의 뒤로 아무런 말도 없이 다가온 미치루를 보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무슨 일이에요, 미치루?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오빠가 멍하니 오븐을 쳐다보길래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싶어서-」

 

「고민은 딱히 없어요. 그보다 미치루, 먹고 싶은 빵 있나요?」

 

「먹고싶은 빵?」

 

히이라기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혹은 뜬금없다면 뜬금없는 질문이 미치루에게 날아든다.

아, 그것이 고민일지도 모르겠네. 미치루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자신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는 한 명인을 쳐다본다.

히이라기를 잠시 쳐다보던 미치루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침 어제 TV에 나왔던 크로아티아의 빵을 떠올리며 입을 연다.

 

「그럼, 옥수수빵.」

 

「옥수수빵이요? 만들기는 어렵지 않지만....」

 

「이스트 안 넣은거.」

 

「...아, 라스토케 편을 본 모양이네요.」

 

미치루의 말에 히이라기가 자신도 그녀가 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보기에는 먹으면 꽤나 건강해질 것같은 빵이었지만 별로 그런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것을 만들려면 밀가루가 아닌 옥수수를 빻아 빵을 만들어야한다.

난감하네, 히이라기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미치루를 쳐다보자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래, 오빠?」

 

「아무것도 아니예요. 다만 그것을 만들려면 재료가 좀 필요해서.」

 

「재료? 어떤 재료?」

 

「일단 옥수수를 빻을 수 있는 절구와 절굿공이, 옥수수, 그리고 인력.」

 

「다른 건 이해가 가지만, 인력은 왜....」

 

히이라기의 말에 미치루가 무심코 질문을 하려다 그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래, 미치루가 먹고 싶어하는 빵은 라스토케의 폭포와 물레방아가 아니라면 히이라기 혼자의 힘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다.

미치루가 괜히 이야기를 꺼냈나 싶어 난감한 표정을 지으려는데, 종이 딸랑딸랑 울리며 내객이 왔음을 알린다.

울리는 소리가 힘깨나 쓰는 사람인 것 같은데, 히이라기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치루에게 잠시 이 곳에 있으라는 듯이 손짓하고는 휠체어를 끌어 손님을 맞이하러 나간다.

미치루가 히이라기도 없겠다 싶어 얼굴에 난감한 표정을 띄우며 멍하니 오븐을 쳐다보는데, 히이라기가 손님으로 온 누군가와 같이 주방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빠는 빵을 사는 손님을 안으로 들이진 않는데, 미치루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내 휠체어를 끄는 소리를 내며 히이라기가 너무나 아름다운 여성을 안으로 들여보낸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과는 꽤 괴리감이 있었지만 그 얼굴만은 본 적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 미치루가 누구인지 식별하려 자신의 두뇌를 풀가동하는데, 그녀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연다.

 

「어이가 없군. 날 잊어버렸단 말이야, 오오하라 미치루?」

 

「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억이 나긴 하는데.....」

 

「키바 마나미. 날 알아보겠어?」

 

「키바 씨는 미치루와 안면이 있다고 하셨는데... 미치루 쪽은 잘 모르는 얼굴인가요?」

 

히이라기가 미치루도 모르는 괜한 사람을 데려왔나 싶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미치루와 마나미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키바 마나미라, 몇 번 만나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는 듯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미치루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치고는 아는 사람이라는 듯이 입을 연다.

 

「아, 마나미 언니군요! 미안해요, 변장을 너무 여성스럽게 해서 순간적으로 누군가 했어요.」

 

「괜찮아. 변장이 잘 먹힌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 눈에 잘 띄이지 않는다는 거니까.」

 

「미치루가 안다는 것은 아이돌 쪽 일일텐데, 여장을 해야 못 알아보는 거면...」

 

「아, 나는 여자야. 왠지 모르게 이케맨 쪽으로 푸쉬받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부탁할 것이 좀 있는데.」

 

변장용의 카플린이 꽤나 답답했는지 던져버리듯이 모자를 벗은 마나미가 히이라기의 당연하다면 당연한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길게 숨을 내쉬고는 고약한 일을 당했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미치루가 마나미의 모습이 꽤나 멋있어 보였는지 마나미가 모자를 벗는 모습을 잠시 흉내내다가 이내 히이라기 쪽을 쳐다본다.

미치루의 시선을 받은 히이라기가 잠시 고개를 으쓱거리고는 마나미를 쳐다보고는 질문한다.

 

「그래서, 저를 찾아오신 것이라면 제빵에 관한 것일텐데...」

 

「아, 무심코 여행 사진을 뒤져보다가 문득 어느 마을에서 먹은 옥수수빵이 먹고 싶어져서, 여기서 만들수 없나 하고 말이야.」

 

「옥수수빵 말인가요?」

 

어찌 이런 우연이, 히이라기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미치루를 쳐다본다.

마나미의 말에 눈을 반짝이던 미치루가 그녀에게로 달려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마나미를 쳐다본다.

마나미는 빵덕후라면 당연히 그러할 거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히이라기를 쳐다보며 입을 연다.

 

「그렇지, 그걸 만들려면 절구와 절굿공이, 옥수수, 그리고 힘센 인력이 필요하겠군.」

 

「네, 뭐, 제 상태가 이러한지라 인력은 어딘가에서 구해야만 하지만요.」

 

「그건 뭐, 내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절구와 절굿공이는 어디서 빌려오지?」

 

「그건 제가 아는 곳이 있어요! 아마 근처의 전통 떡집이라면 가지고 있을 거예요!」

 

「좋군,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옥수수야 뭐, 다녀오는 길에 사오면 될까.」

 

「그러면 될 것 같아요! 그럼 마나미 언니, 빨리 움직이도록 하죠!」

 

마나미의 말에 벌써부터 침이 고이기 시작하는, 빵을 사랑하다못해 경애하는 미치루는 하루 빨리 만들어 먹고 싶다는 듯이 그녀의 손을 잡아끈다.

마나미가 미치루의 귀여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깜빡할 뻔했다는 듯이 히이라기를 쳐다보고 질문을 던진다.

 

「아, 잊어먹을 뻔했군. 그러고보니 자네 이름은....」

 

「히이라기입니다. 오오하라 히이라기.」

 

「그렇군. 그럼 히이라기 군, 잠시 기다리고 있어.」

 

꽤나 여장이 어울리지 않는 낮고 독특한 목소리를 내며 미치루의 손이 이끄는 대로 가게를 나선다.

왠지 모르게 나쁘지 않은 느낌이네, 히이라기가 그렇게 말하고는 휠체어를 이끌며 가게를 둘러보고서는 빵이 제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갓 지은 빵들이 오븐에서 하나둘씩 나올 때쯤 내점하는 손님들을 상대한다.

마나미와 미치루가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돌아올 즈음에는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꽤나 손님이 있어, 미치루와 마나미가 히이라기를 대신해 손님을 대응해준다.

한 때의 잔잔한 폭풍이 지나가고, 조금 한산해졌다 싶었는지 마나미와 미치루가 주방으로 들어와 옥수수빵을 만들 준비를 하는 히이라기를 거든다.

옥수수에서 알을 빼내고, 절구에 넣고, 절굿공이로 내려치면 가루가 되고, 그것으로 빵을 만든다.

간단한 일이지만, 꽤나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해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 빵.

하지만 마나미의 근력은 인간의 것을 초월한 그 무엇인가였는지, 몇 번 찧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벌써 옥수수가 가루 그 이상의 무언가로 되어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던 히이라기가 감탄하며 박수를 치고는 질문한다.

 

「대단하네요, 키바 씨. 그런데, 굳이 저희 가게에 와서 옥수수빵을 만드실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사무소에서 만들기에는 오븐이 없고, 다른 빵집보단 미치루가 있는 오오하라 베이커리가 설비를 더 잘 빌려줄 테니까 말이야. 그보다, 슬슬 옥수수빵을 만들지 않겠어?」

 

「아, 그러죠.」

 

옥수수빵을 만드는 것은, 옥수수를 다 찧은 다음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기다릴 수 있다는 듯이 마나미는 업소용의 거대한 오븐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윽고 오븐에서 히이라기가 오랜 감내의 시간을 거친 옥수수빵을 꺼내고는 브레드나이프로 빵을 잘라 마나미와 미치루에게 건네준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후고후고!」

 

마나미와 미치루의 입 속으로 거칠기 짝이 없는 옥수수빵이 들어간다. 가루가 됐음에도 무언가가 씹히는 듯한 이상한 식감, 딱딱하기 그지 없는 빵의 단단함, 이스트를 넣지 않아 부드러운 맛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옥수수의 맛.

옥수수빵을 한 입 먹은 미치루가 다른 건 괜찮지만 너무 딱딱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한 입 씹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나름 부드러운 파트를 씹고 있는지 아까보다는 치아가 딱딱한 무언가를 씹는 듯한 소리가 적게 들려왔지만, 그래도 식감이 꽤나 이상했는지 미치루의 얼굴에는 꽤나 어리둥절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마나미는 이 정도로는 자신의 강인한 몸에 상대가 안 된다는 듯이 조용히 옥수수빵을 씹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연다.

 

「괜찮군. 옥수수 자체의 고소한 맛이 꽤나 잘 배어들었어.」

 

「보통은 이런 방식으로 빵을 만들지는 않겠지만요.」

 

「뭐, 그렇겠지. 특수한 녀석이니까. 괜찮다면 한 덩어리 가져가도 되겠어?」

 

「아, 네. 상관없어요.」

 

「고맙군. 그럼 이만 나는 물러가도록 하지.」

 

「다시 오오하라 베이커리를 방문해 주시기를.」

 

히이라기의 말에 마나미가 피식 웃고는 손을 내밀며 가게를 빠져나간다.

마나미가 빠져나가자 미치루가 이제 더 이상 눈치 볼 사람도 없다는 듯이 옥수수빵채로 들고 후고후고를 시작한다.

그렇게 먹지 말라니까, 히이라기는 휠체어를 끌며 미치루의 입가를 닦아주고는 바닥에 떨어진 작은 옥수수 가루들을 쳐다본다.

언젠가 미치루는 가게를 나갈 것이다. 그것이 아이돌 일이든, 아니면 무슨 일이든지 간에 그를 떠나갈 것이다.

히이라기는 알고 있다. 그 언젠가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언젠가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도 헤어져야 함을.

그 때까지 미치루에게 빵을 먹이면 좋으련만. 히이라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옥수수빵을 먹는 미치루를 가만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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