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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미시로 프로덕션 ~니나와 함께하는 주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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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7, 2017 22:42에 작성됨.

어둑한 국도를 질주하는 트럭이, 도쿄를 향해 가고 있었다. 트럭은 제한 속도를 조금 넘겨가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조금 위험한 질주를 하는 트럭을 보며 약간의 불만을 표하던 운전자들은, 트럭의 운전석을 보고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다. 그 후의 반응은 2가지였다. 주의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운전자 없이 움직이는 유령 트럭의 소문을 퍼트렸고, 주의력이 충분한 사람들은 자기 딸만한 소녀가 도로교통법을 어겼다는 이야기를 퍼트렸다. 물론 둘 다 정답이 아니었다.

 

"미카를 막기 위해서 키라리가 출동한 건가. 거창하기도 하지."

 

보조석에 앉아서 게 냄새를 풍기던 아이가 말했다. 그러자, 크래미를 질겅거린다는 사치를 부리던 트럭 운전수가 내비게이션 대용으로 쓰는 스마트폰에 떠오른 메세지를 슬쩍 보며 한심하다는 듯 한 말투로 대답한다.

 

"아니, 미카를 막는다기보단 판 전체를 움직이는 자를 막기 위해 나선 거야."

 

이 판을 움직이는 어떤 미친년을 막기 위해서 키라리가 나섰다. 가라 키라리 이 땅에 정의를 구현하고 와라. 수정 회랑의 빛이 밝게 빛나고 있다. 하지만 그 흑막이 라쿤걸 미리아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막으러 갈 것인가. 말티엘을 처단한 티리엘의 심정이 되어, 유신의 심장을 향해 쏴라! 야수의 심정이 되는 거다!!

 

"뭐야, 마치 미카가 움직이는 건 그 흑막이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 한 말투인데."

 

"노골적인 설명 및 복선 고마워. 그래 맞아. 미카는 흑막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그저, 자신의 추잡한 청춘을 끄집어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죠가사키 미카의 색으로 더럽히고 싶을 뿐이야."

 

사실 야수의 심정으로 로리콘을 쏘는 게 더 정의롭고 올바른 행위일 것 같다만 야수의 심정은 이미 옆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바쳐버렸다. 더럽고 불결한 욕망을 위해 립스마저 이겨버린 건 장한 일이다만 범죄인 건 변하지 않는다. 불쌍한 아이의 불쌍한 사정을 이용해서 자기 욕망을 채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역겹다.

 

"참 신랄하네. 언니, 그렇게 미카한테 노려지는 게 싫은 거야?"

 

"당연히 싫지!! 애초에 왜 내가 LMBG냐고!! 난 어른이라고!! 1종대형 있다고!! 트럭도 운전할 수 있다고!! 미요보단 못 해도 운전은 잘 한다고!! 언니가 필요하다는 말에 넘어가지만 않았어도오오....."

 

그리고 운전자인 쿠사카베 와카바가 발광을 시작했다. 저렇게 발광해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야나세 미유키는, 와카바의 발작을 미소로 흘려넘겼다. 자고로 아이돌이란 에가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법이다. 비록 그것이 타노시-한 에가오가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애초에 이 둘도 미리아의 장단에 놀아나고 있는 시점에서 에가오니 뭐니 해도 말이지.

 

"애초에 군마 출신이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미개인 취급하지 말라고 이 망할 자식들아!! 우리 동네도 총리 4번인가 배출했단 말이다!!"

 

"저기 언니 분노의 대상이 달라진 게....."

 

"아 몰라!! 미유키, 꽉 잡아!! 언니 달린다!!"

 

"에, 잠깐! 뒤에 짐 우리 공장 물건이야!! 조심해!! 운반 중에 사고 한 번 나면 손해가 얼마인 줄 알아?! 언니는 키도 작아서 보험사에서 시비걸 수도 있다고!!"

 

"닥쳐어어어!!! 아무튼 미시로에 도착하자마자 계획대로 움직일 거야!! 빨리 가자고 이 금수저야!!"

 

야나세 미유키.

아버지가 게 가공공장을 운영하신다. 사이온지 코토카나 사쿠라이 모모카급의 금수저는 아니지만 공장에 부동산도 가진 데다가 정치권에 연줄도 있는 아버지를 둔 그녀는 부패한 동조선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금수저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프로듀서와 미유키 아빠가 친분이 있다는 설정이었던 것 같으니 프로듀서도 향후 부패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축하해 프로듀서!

 

 

 

 

 

 

 

"저기 얘들아.... 무슨 이야기 하는 거니? 도쿄는 아직이야?"

 

"곧 도착이에요. 그리고 애 아니라 20세 쿠사카베 와카바에요."

 

 

 

---

 

 

 

"에잇! 나쁜 어른들은 이 마법소녀 치카가 때찌해줄 거야!!"

 

"흠, 나도 공주님의 명운을 위해서, 그대들을 막도록 하지."

 

마법소녀와 드래곤이라는 희안한 조합 앞에 루미가 무릎꿇었다.

 

"큿.... 죽여라!!"

 

아이돌이 되었어도 맨날 서류업무에 시달리는 와쿠이 루미가 큿코로를 외친다. 평범한 사무소였다면 내일 즈음 해서 '인기 비서 아이돌 와쿠이 루미의 불륜! 큿코로의 의미는?'이라는 기사가 나왔겠지만 여기는 미시로다. 그런 걸 취재해가는 기자들은 어느 새인가 '대처'당하고 찌라시 회사도 '처분'당한다.

애초에 큿코로는 쿠로카와 치아키의 전유물일 것인데, 어째서 비서 따위가. 역시 비서 또한 에로의 단골소재라서 그런 것인가.

 

"아니, 정화할 건데? 미리아한테서 들었어! 나쁜 어른들이 니나를 납치하려 한다고!! 마법소녀 치카가 때찌해줄 거야!"

 

그리고 치카 또한 더러운 어른들이 좋아한다는 마법소녀다. 프리큐어라던지 뭐 그런 느낌으로. 복선도 설명도 없이 뭐냐고? 원래 그러잖아. 이해해. 치카는 마법소녀를 동경하다 못해 마법소녀가 되어버린 거라고. 미시로 프로덕션에선 원하는 사람에게 힘을 준다고. 힘을 원하느냐 요코야마 치카라고 물어보니까 마법소녀가 되고 싶다고 하길래 근처의 '친절한' 선배나 어른들이 치카에게 마법소녀의 힘을 준 거라고. 아 물론 '평범한' 마법소녀의 힘이다. 아이올라이트니 크툴루니 흑마법이니 하는 것들은 애초에 손도 못 댔다.

 

"우린, 그저 니나를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흥, 놀아나는 건 서로 마찬가지라는 거다. 인간."

 

그린드래곤이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거기 날개달린 초록도마뱀 씨는 누구야? 혹시 아라키 대장님이 보던 애니메이션에 나오던 그 메이드 드래곤이야?"

 

"......효우다. 평소에는 이구아나의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치카 옆에 있는 그린드래곤은 사실 효우의 진짜 모습이다. 느긋한 이구아나인 줄 알았어? 쟌넨! 사실 제대로 된 크로매틱 드래곤입니다. 그 뭐냐 프린세스 메이커에 나오는 그 마족집사. 걔랑 비슷한 포지션인 드래곤이다. 그리고 코가 코하루는 이세계 왕국에서 피난 온 공주님이다. 본인은 모르지만 아마 중학교 들어가게 되면 알게 될 거다. 자객 하나 찾아왔다가 팔인지 코인지 잘리고 도망치겠지. 이상 프린세스 메이커 5 내용누설.

 

"진짜 우리 사무소 뭐든지 다 있네.... 하아, 알았어. 난 항복이야. 돈 좀 더 받자고 이매망량들한테 죽을 일은 없지. 상무랑 마키노한테는 미안하지만 난 여기서 내려와야겠어. 그 꼬맹이 손 위에서 춤추는 것도 사양이고."

 

"현명한 판단이다, 인간. 키라리가 나온 시점에서 공주님을 위협하는 로리콘은 제압당할 것이고, 그럼 어둠에서 춤추듯 내려온 천재를 막을 건 군소세력들과 미시로 상무 뿐이지."

 

"거기까지 판을 읽을 수 있으면, 왜 미리아 편을 드는 거지? 애초에 미리아의 목적을 알고 있기나 해?"

 

"그러니까! 치카는 니나가 위험에 처했다고 들어서 온 거라고!!"

 

미리아한테 말이다. 미리아 이 꼬맹이 사람 다루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심리전의 귀신이구나. 아카기 시게루 같은 미라이쨩 기여워.

 

"그쪽 드래곤님은?"

 

"효우라고 불러라. 그리고, 공주님의 육성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받기로 했다. 효도 레나와 같이 도박장을 쓸어담은 모양이더군."

 

"......도박장을 쓸어담는다고 해도 보복당할 일은 없겠네. 적어도 우리 사무소 한정으로는."

 

"무서운 꼬마다. 필요한 걸 손에 넣어, 원하지 않는 그 힘은 레드 드래곤마저 떠올리게 하는군. 그러면서도 룰을 벗어나지 않는 건 바테주의 데블과도 같다."

 

참고로 도박장을 털 땐 주로 무라카미구미의 후원을 받는다고 한다. 이익금 배분이 얼마인지는 기업비밀이라나 뭐라나 하기와라구미도 꼽사리 끼었다던가 뭐라나 한다. 그리고 그 야쿠자들은 미시로라는 이름의 진짜 공포를 맛보고선 얌전하게 합법적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분 미시로는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까 거래처에 (주)바테주라고 써 있던데 그거 뭐야? 혹시 악마 같은 건 아니지?"

 

".......뭐, 별로 걱정할 건 없다."

 

미시로 프로덕션은 치히로가 바테주 소속 악마라는 악성 네거티브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생각입니다.

 

 

 

----

 

 

 

[큭.... 상무, 이쪽은 철수하겠어!! 그쪽도 피신해!!]

 

[에, 코즈에쨩까지 나서는 거야?!]

 

[코즈에 말이지.... 타쿠미와는.... 한 번 승부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졸리지만.....]

 

상무는 뒷목을 잡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니나를 보살피고 싶었을 뿐인데, 사방팔방에서 공격당하는 이 상황을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원래 어둠에서 내려온 자들의 계획이란 평범한 사람들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상무는 그 독특한 아지매 화장을 빼면 꽤 소탈하고 평범하고 수수한 일개 금수저일 뿐이었다.

 

"......우리 회사 왜 이 꼬라지인 거지."

 

업계 탑급의 거대기업을 물려받게 될 세계구급 금수저인 미시로 상무조차 일개 금수저로 변화해버리는 이 정신나간 환경에 대한 의문이 미시로 상무의 머리 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아버지인 미시로 회장은 자기 딸을 인외마경의 만마전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나 있을까? 모른다면 차라리 낫다. 하지만 알고서 보냈다면.....

 

"......회장직 계승중입니다, 아버지."

 

약간의 잡음 끝에 부서가 안정화된 날, 우호의 의미라는 뜻에서 받은 룬검은 지금도 상무님 사무실에 걸려있다. 왜인지 푸르스름하게 빛나며, 어느 오크 주술사의 영혼이 담겨있는 것만 같은 칼이었다. 상무는 불편한 군단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불쌍한 주술사를 잠시 애도한 후 칼을 쥐어서

 

"난 뭐하는 거야...."

 

그 칼을 다시 고이 장식장 안에 모셔두었다. 이 칼의 이름은 (콘)프로스트모운이다 서리한이 아니다. 현재 미시로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는 아제로스 출신 아이돌 중 서리한을 모셔올만한 거물은 없다. 애초에 그거 조각난 다음에 쌍검으로 부활했잖아. 그냥 옆에 있는 어둠한이나 써. 그리고 공대를 파괴하는 거야. 미시로 상무 넌 타고난 공대 내부의 적이다!

뽑아! 그리고 니나를 차지하려고 하는 모든 것들을 없애버려! 니나는, 오롯이 네 손 안에서 안식과 평화를 찾을지어니!!

 

".....그래, 이상한 아이들을 너무 많이 만나다 보니까 내 감각도 이상해진 거야. 애초에 내딸도 아닌 예나... 아니 니나를 왜 달구가? 그냥 적절히 감시만 붙여뒀으면 족한 일을 가지고 말이야."

 

감시를 붙여둔다는 시점에서 이미 예능프로덕션의 범주를 뛰어넘었다. 애초에 노노를 수단방법 안 가리고 잡으라고 지시한 건 너다. 자세한 건 이 시리즈 전편을 참조하세요.

 

"가정폭력은 없다는 걸 지난 번 비밀감사 때 확인했어. 그리고 같이 보낼 뿐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었어. 아예 사무소에 데려와서 하룻 밤 재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고. 아 물론 미즈키와 사나에와 미유가 반대하긴 했을 테지만 그거야 상무 권한으로 무시하면 됐었고. 다른 아이돌들도, 그렇게 니나와 같이 놀고 싶었으면 나한테 한 마디 말이라도 해줬으면 됐을 텐데. 아 그 야갤러는 거르고. 캣빠 따위와 상종할까 보냐."

 

그렇다면, 애초에 무엇이 문제였던 것인가.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가. 선의라는 건 어째서 언제나 왜곡당하는 것인가 그것 또한 선의라고 하기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서 대연정으로 맺어질 수는 없었다. 핍박받다 못해 자기들이 정의라고 생각하게 되어 만만한 놈만 후드려패는 자들과 착취하고 억압하는 쪽에 있는 자들은 애초부터 손잡을 수 없는 것일까. 당연하다. 착취당하는 자들은 영원히 정의라는 미명에 속아가며 모든 것을 빼앗길 운명인 것이다! 그러니 불타올라라! 진정한 정의가 지옥불이 되어 죄악을 태우노라! 

 

"........야가미 마키노, 듣고 있나?"

 

[듣고 있어요.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네요. 뭐, 상무님한테는 많이 받았으니까 정보 몇 가지라면 공짜로 가르쳐드릴 수 있긴 한데.]

 

어, 잠깐만 왜 여기서 마키노가

 

"그래? 그럼 하나만 물어보지. 네 정보출처는 어디지?"

 

[아, 그건 영업비밀이라....]

 

"하나 더. 정보를 여기 말고 어디에 팔고 있지?"

 

하나만이라며

 

[다, 다른 곳에 팔다니요. 전 어디까지나 정보를 파는 상인으로서 고객의 신뢰를 위해 이중 계약은 절대로 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나 말고 다른 사람 앞에서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보자. 지금 그쪽으로 '프로듀서'들이 향하고 있다. 도망쳐봤자 소용없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아카기 미리아와 센카와 치히로랑 짜고 있어요. 아카기 미리아와 센카와 치히로에게서 정보를 받고, 대신 그 둘과 협력하는 걸로요.]

 

야!! 이 미친아!! 내가 끼어있다는 말을 하면 안돼잖아!! 이건 배신이야!!

 

"미리아? 의외군. 센카와 치히로야 뭐.... 키라리 룸에 쳐박으면 되지만."

 

안돼!! 차라리 유황불이 들끓는 불지옥으로 돌아가겠어!! 그래!!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집에 돌아가면 엄마 악마와 아빠 악마가 따스하게 맞아줄 거야. 고향 친구인 몰락자들은 요즘 아즈모단 코퍼레이션이랑 같이 사업하느라 바쁘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줄 거야. 유황 끓어오르는 추억의 냄새와 불타는 강가의 따스한 추억으로 돌아갈 거라고!!

 

[전 뭐, 이득만 챙기면 되니까요. 하는 김에 미리아 목적도 알려드릴까요?]

 

엄마, 아빠. 건강하신가요? 센카와 치히로에요.

어릴 때, 답답한 고향에 있기 싫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집을 뛰쳐나온 지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났어요. 전 그동안 지옥과는 비교도 안 될 인간 세상의 사악함과 교활함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왔답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정말 그 말대로에요. 그거 아세요? 인간계에서는 천사도 악마도 같이 힘을 합쳐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이에요. 지옥에서 맨몸으로 올라와, 뭘 사먹을 돈도 없어서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있던 저한테 빵을 건내준 건 천사였어요. 그리고 저도 하늘에서 막무가내로 내려온 천사에게 밥을 사줬고요. 그리고 인간들 사이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이매망량들과도 같이 웃을 수 있게 되었고요.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지옥의 따스한 불길이 그리워지더라고요. 추운 겨울날, 지옥과 이곳을 왕래하는 악마들에게 지옥불을 좀 얻어서 몸을 데우긴 하지만 인간계의 서늘함은 지옥불조차 얼려버려요. 여긴 기회의 땅이라고 어느 대악마가 말했지만, 그 기회가 누구나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하지만 그 속에서도 지옥불처럼 따스한 유대가 피어나고, 어느 새인가 인간계를 좀 더 지옥에 가까운 멋진 곳으로 만들어서, 천사에게도 악마에게도 온갖 이매망량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살기 좋은 곳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어요.

하지만 전 여기서 끝날 것 같아요. 그 모로보시 키라리에게, 천사를 정벌하고 악마를 제패하는 그 모로보시 키라리가 절 노리고 있어요. 유언은 미리 보내드릴게요. 돈은 그런대로 모았으니, 혹시 제 유산을 받게 된다면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주세요. 인간에게는 따스한 지옥불이 필요해요. 정 안되면 천상의 빛도 좋겠죠.

 

"센카와 치히로의 목적은?"

 

[돈이죠 뭐. 악마가 생각하는 게 별 거 있겠어요?]

 

"너무해!" "음, 방금 센카와 치히로의 목소리가 들렸다만....." "히익?!"

 

[투명 마법 같은 걸 쓰고 숨어있는 거 아닐까요? 사무실에 있는 아지노스의 전투검(짭) 잡아서 휘둘러보면 대충 각이 나올 거에요. 애초에 센카와 치히로의 전투력은 우리 사무소 기준으로는 쫄다구급이라 상무님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종말이 다가왔다! 어디 한 번 세계를 구해 봐라!"

 

상무가 왠지 멋진 대사를 읊으며 전투검을 휘둘렀다. 짝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지옥 마력은 사무실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내 모습을 바로 드러내었다.

 

"테, 템빨이라니 비겁해요!! 아니 그전에 그 대사 함부로 쓰면 불타는 군단에서 소송걸 거라고요!!"

 

"제휴관계다."

 

"헐."

 

레알?

 

"아, 아무튼 전 어디까지나 이 세상이 따스한 지옥불 속에서 타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동자금을 모으고 있었을 뿐이에요! 정말이에요!!"

 

"그러니까 지옥의 첨병이라는 거군."

 

"아니에요!!! 전 그냥 고향땅을 떠난 평범한 소시민적 소악마라고요!! 모두 너무해!! 난 그냥 모두의 욕망을 살짝만 건드리고, 상하 합의 하에 작성된 공정한 계약만 주고받는데!! 치에리엘이 제 거래는 안전하다고 인증까지 해 줬는데!! 왜 절 오니치히로라고 부르는 건가요!! 그리고 진짜 흑막은 미리아에요!! 전 그냥 정보를 마키노에게 건내주고 돈을 챙겼을 뿐이라고요!! 어떤 식으로 팔 지는 관여 안 했어요!!"

 

"문답무용. 여기서 베어버린다."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미리아의 목적을 가르켜 드릴께요!!"

 

[아, 미리아의 목적도 상무랑 마찬가지] "아니에요!! 미리아의 목적은......"

 

 

 

----

 

 

 

"감히, 누가 날 막느냐!!"

 

지난화에 나온 플라잉 슬래쉬 할아범이 미카에게 얻어맞고 경직을 먹었다. 약간의 경직 시간 동안 미카는 2대를 더 박아넣었다. 정신을 차린 로리콘 할아범이 펄럭이는 빨간망토와 함께 대검을 휘두르지만, 미카는 완벽한 타이밍에 굴러서 아무런 피해 없이 공격을 피했다. 게다가 원래는 안 들어갈 뒤잡까지 우겨넣었다. DLC의 최종보스가 한 순간에 초반 보스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패링도 된다.

 

"인간의, 검은 영혼을 내놔라아......."

 

고리의 도시 마지막전 시작 컷신 연출을 보는 듯 한 멋진 대사다. 하지만 그는 이미 DLC 최종보스가 아니라 심연의 감시자다. 무덤가에서 활질하는 것 만으로도 잡히는 호크우드보다 못한 것이다. 왜냐고?

인간의 검은 영혼을 잔뜩 흡수한 건 미카니까. 스스로의 욕망을 빨아들여 자신의 힘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니까 어둠의 소울을 가지고 있는 건 미리아가 아니라 미카라고. 원래는 마누스처럼 몸이 부풀고 뒤틀리거나 심연의 딸들처럼 썩어가는 면상이 되어야 하지만 그 근처는 아이돌 파워로 어떻게든 했다. 그러니까 미카의 피를 받아내면 나루야마 유에가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고보니까 심연에 잠식된 미카의 소울로는 뭘 연성할 수 있을까.

 

"불쏘시개도 되지 못한 프로듀서 주제에..... 니나와 함께하겠다는 내 뜻을 막는 것이더냐."

 

미카 맞다. 말투가 엄청 근엄하지만 미카 맞다.

 

"네놈의 뜻 따윈.... 알 바 아니다. 얌전히 검은 영혼을 내놓고 모델 부서로 돌아가라, 로리콘!"

 

"어린아이들은, 영원히 빛날 지어니!! 난 홀로 있는 니나를 독차지하기 위해 수십 밤 동안 립스를 견뎌내었다!! 너 따위가,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립스를 이기고 온 이 나를!! 난 홀로 있는 니나를 위로해주고, 니나를 차지할 것이다!!"

 

인간은 어둠의 존재이고 어둠은 인간의 본성이다라는 다크 소울 시리즈의 설정이 이곳에서 충실하게 재현되었다. 망할 소아성애자가 힘까지 얻어버렸다. 스스로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어둠을 이토록 완벽하게 다루다니, 여동생이 보면 좋아할 거다. 둘이 사이좋게 시스나 되지 그러냐. 제국에 붙어서 로리하렘이랑 언니하렘을 꾸미고 살아라. 마침 리카도 로리 계열이니 가까이 있는 충직한 여동생부터 노리지 그러냐. 여수시에서 현관합체 하는 건 또 별개의 이야기라는 거냐. 이래서 변태들이란. 자기도 소수면서 다른 소수를 존중할 줄을 몰라요 쯧쯧.

 

"아가씨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킨다.....!!"

 

"네 아가씨의 그림을 내 색으로 물들여주마. 아주 황홀할 거야....."

 

게일이 검을 고쳐쥐었다. 붉은 해골탄으로 번개를 쏘고 공중 아크로바틱 석궁 샷을 쏘았다. 하지만 죠가사키 미카는 이 모든 공격을 피했다. 아니, 피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그냥 맞아주었다. 보스 버프가 없는 NPC따윈 결국 이 정도인 것이다. 백령 따윈 소환하지 않고 사냥해야 진정한 다크 소울! 하지만 내가 태양의 메달을 모을 땐 자주 불러주세요. 검은 화염구로 무희 녹여드림.

 

"끝이다!!"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미카가 다른 아이돌의 프로듀서에게 마무리 일격을 날린다. 이 지랄맞은 프로덕션, 정확히는 아이돌 사업부만 지랄맞은 거지만 아무튼 이 지랄맞은 곳에선 아이돌이고 프로듀서고 강해져야 한다. 미카는 일찍 그것을 깨닫고, 자신의 욕망만을 키워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었다. 미시로에는 강해질 수단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미카는 강하다!!

 

".....뇨와~"

 

"......키라리?!"

 

그리고 키라리는 미카보다 더 강하다. 키라리가 울부짖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적절한 투입이다. 원래 가면라이더나 선비나 신 같은 건 근처를 지나가는 법이지만 키라리는 직접 찾아왔다. 아 그리고 기계장치 아님. 더 우월함.

 

"미리아한테 놀아나는 건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정말이지, 미리아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키라리보다 속이 시커매"

 

"안즈쨩? 뒤진다 니.... 가 아니라 아이돌이 그런 말 쓰면 안돼안됑~"

 

"앗예."

 

불합리함.

 

".....설령 네가 신이라 할 지라도, 로리를 위해서라면 1000조km고 키라리고 몇 번이고 경험해주마!!"

 

"와우, 현대문학의 아버지가 남긴 걸작이 더럽혀졌어."

 

"음..... 로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좀 더 빠른 방법이 있다규~ 그래도 이 이상 말하면, 미리아한테 혼날려나?"

 

"에, 난닷떼?"

 

"뒤진다 니. 진짜로."

 

미카가 갑자기 선택적 난청 증후군에 걸리자 키라리가 빡쳐버렸다. 하기사 그럴 만도 하다. 안즈랑 해피해피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던 키라리가 이 깽판을 수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인 거다. 휴일에 애인이랑 꽁냥꽁냥하고 있는데 사고 터졌으니 출근하라고 갑자기 연락 오면 너는 안 빡치겠냐. 사실 아무것도 안 한 것 처럼 보이지만 출근 전 까지 둘은 어른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백합만세!

 

"에....."

 

그제서야 키라리의 살기를 눈치챈 미카가 뒷걸음질쳤다. 진정한 강자라면 키라리가 나타난 순간 그녀의 살기를 감지했을 테지만 자기 욕망을 부풀렸을 뿐인 유통기한형 강자에게 그런 재주는 없다. 풍선은 쪼그라들고 거품은 꺼지고 버블경제는 무너져내린다. 93년도인가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보고서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거랑 관련 있으려나. 그리고 이제 미카가 터져나갈 차례다.

 

"......키라리가 다가왔다! 어디 한 번 세계를 구해 봐라!"

 

정말, 모두 어리석기 짝이 없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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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BG가 서로 분열되었다는 건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어요. 이 사쿠라이 모모카가 모를 리 없잖아요. 예, 모두 이 사쿠라이 모모카의 책략이랍니다."

 

"니나의 행방이 사라졌을 땐 진짜로 놀랐던 것 같은데....."

 

음, 레이디는 불편한 질문을 홍차를 마시면서 넘겨야 하는 법이에요.

 

"하지만, 아카기 미리아가 이 판을 뒤흔든다고 해도 결국 권력과 재산 앞에선 어린아이의 재롱에 불과하죠. 그게 세상의 법칙이에요."

 

사쿠라이 가의 아가씨 되는 자, 빨리 이 세상 돌아가는 꼴을 파악해야 하는 법입니다. 

 

"권력이랑 재산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어? 미시로 상무는 실컷 쓴 것 같지만....."

 

"아, 방금 썻어요. 슬슬 제 사주를 받은 사람들이 움직일 거에요."

 

"사주?"

 

"이치노세 시키와 이케부쿠로 아키하에게 연구자금지원을 해 주기로 했어요. 둘이라면 알아서 니나를 이곳으로 데려오겠죠."

 

광인들의 두뇌는 제가 잘 이해할 수 없지만...... 광인들에게도 돈은 필요하죠. 아카기 미리아는 결국 본인의 전투력은 없다시피하고, 제가 고용한 둘은 미시로 내에서도 상당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죠. 아 맨몸싸움은 어려워도 여러 도구들을 쓸 수 있으니 그걸로 OK입니다. 미시로 상무가 의외로 센 것도 다 템빨인데요 뭐. 아, 전 권력도 자금도 있는 평범한 능력자입니다.

 

"......그 둘까지 써 가면서 니나와 뭘 하고 싶은 거야?"

 

"뻔하지 않습니까. 니나에게 제 미래를 맡기려는 거죠. 마치 자식에게 기대를 거는 어머니처럼."

 

"엑. 뭐야 그거."

 

팬 여러분께는 죄송하지만 전 당신들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샤아의 어머니가 되어줄 여성도 아니고 뉴타입 강화인간도 아닙니다. 부정하시는 여러분들 앞에 도끼가 보여요. 이 로리콘들아.

 

"사쿠라의 가의 여식으로서, 저는 항상 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답니다. 미시로 프로덕션에선 많은 사고가 일어나지만 전 미시로 프로덕션에 들어간 후에 더 안전해 졌답니다. 아시겠나요?"

 

"암살.... 이라던지?"

 

"온갖 악성 루머와 음해 등을 포함해서요."

 

"우와..... 어른의 세계네!"

 

치에가 눈을 반짝이고 있어요. 귀엽네요. 역시 미래의 심복으로 점찍어둔 제 눈은 잘못되지 않았어요.

그래요. 니나에게도 예의범절을 교육시켜 아가씨의 작법을 몸에 익히게 하고, 후일 제 격에 어울리는 심복으로서 고용하는 거에요. 믿을만한 사람들이 있는 곳은 집이 아니라 프로덕션이에요. 프로덕션에 소속된 동료들 중에서 미래의 심복을 뽑는 건 당연하고 합리적인 일이죠.

 

"그런데, 미리아는 영입 안 하는 거야?"

 

"차후에요. 우선 지금은 손을 댈 수 있는 사람부터 영입하는 거죠. 아, 니나의 가족들에게도 충분한 효시를 베풀어야겠죠?"

 

미리아는.... 지금의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배포가 커요. 음. 겁먹은 게 아니에요. 아가씨는 겁먹지 않아요. 예, 그럼요. 이번에 제 계획이 헝클어졌을 때 당황한 것 처럼 보인 건 다 제 연기인 거에요. 적을 속이기 위한 연기죠.

 

"이미 준비는 끝났어요. 이제 둘이 니나를 데려오면 될 뿐. 우후후후......"

 

'힘'이라면 미시로 프로덕션에 있는 이상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예의범절'은 미시로 프로덕션과는 조금 거리가 멀죠. 그러니, 이 사쿠라이 모모카가 니나에게 직접 '예의'를 가르치는 거에요.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오싹거려요. 홍차가 이렇게 달았던가요.

 

"모모카는 진짜 어른 같네."

 

"어머, 전 아직 어린아이랍니다?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동맹을 만들려고 하는 거고요. 약자들은 원래 뭉치는 법이에요."

 

자, 그럼 이제 둘이 니나를 데려오기만 하면 돼요.

둘의 능력으로 봤을 때 슬슬 연락이 와야..... 아, 스마트폰이 울렸습니다. 받죠.

 

[아..... 여긴 아키하다. 모모카 들리나?]

 

"들리고 있사와요. 니나는 확보했나요?"

 

[그게 말이다......]

 

"?"

 

혹시 현장에서 뭔가 일이 생긴 걸까요? 하아, 이럴 때 중간관리자가 있으면 편한데. 미래의 심복으로 점찍어둔 치에는 힘이야 몰라도 지략 면에선 아직 여러 모로 부족하고. 그럼 결국 제가 가야.....

 

[모모카, 들려?]

 

"......아카기 미리아."

 

여유로운, 게다가 왠지 미안한 기색까지 섞인 미리아의 목소리.

설마, 저 둘을 역으로 매수한 건가요? 그렇게 된다면 계획을 변경해야....

 

[음..... 내가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듣는 게 나으려나?]

 

"?"

 

[아, 연결되어 있어요. 여기요. 안녕하세요? 모모카쨩. 니나의 엄마에요. 와카바쨩 아니야 쿠사카베 씨!! 아아, 일 때문에 멀리 출장 가 있어서 오늘은 거기서 묶고 올 생각이었는데, '우연히' 만난 쿠사카베 씨랑 미유키쨩이 트럭에 태워줘서 바로 도쿄로 오게 됐어. 항상 니나랑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

 

" "

 

[어머, 니나가 할 말 있다고 하네. 잠깐만. 모모카언니! 언제나 니나랑 놀아줘서 고마워여!! 오늘은~ 그리고 내일도~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자-안뜩 놀거에여!!]

 

" "

 

 

 

 

 

 

 

 

 

"........한 가지, 의혹의 해소되질 않았어."

 

약속대로 치히로를 살려준 대신 키라링룸에 던진 상무님이 미리아에게 말했다. 상무 옆에 나타난 키라링룸 속, 끊임없이 달콤한 고통을 받고 있는 소악마의 모습을 보며 미리아는 싱글거리며 웃기만 했다. 아무리 악마라지만 저렇게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측은지심은 커녕 귀여운 미소만 뿌리다니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이런 티모같은 꼬맹아.

 

"대체 네 목적은 뭐지?"

 

"돈! 그냥 돈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꺼내줘요!!"

 

"해피해피~"

 

소악마 치히로가 키라리의 해피해피에 당해 악마로서의 정체감이 흔들리는 미증유의 사태에 번민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키라링 룸 구석에서 혼이 나간 듯 쪼그려 앉은 미카의 모습이 치히로의 미래의 모습이리라.

 

"음.... 미리아의 목적은 말이야.... 일단 돈은 아니야."

 

"키라링룸 1세트 더 추가."

 

"오니! 악마! 상무! 우즈키가 네놈에게 미소짓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3세트 더."

 

"죄송합니다!!"

 

"그래서, 목적은? 니나는 아닐 것 같군."

 

상무 파티의 목적은 나이 쳐먹은 아줌마들이 딸같은 애 데려와서 싱글벙글하기였다. 상무와 협력한 자들의 목적은 돈이나 일거리 등이다. 그 외의 사람들도 니나와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물론 마키노와 치히로의 목적은 돈이었고, 키라리는 이 혼란스런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니나를 확보하지도 않으면서도 다른 팀들을 방해해온 미리아의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

 

"음.... 조금 부끄럽지만 말이야...."

 

조금 머뭇거리며 말을 주저하는 라쿤걸 미리아. 귀엽다. 그렇게 몸을 배배 꼬며 '아잉몰라~♡'를 시전한 지 약 1분하고도 17초. 상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려던 찰나 미리아가 떨리는 손으로 키라링 룸을 가리켰다.

 

"뇨와?"

 

"아니야!!"

 

키라리가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얼굴이 빨개져선 부정하는 미리아. 귀엽다. 하지만 키라리에게는 이미 임자가 있다. 키라리는 자신과 안즈의 관계를 설명할까 했지만, 이내 손가락이 자신이 아닌 좀 더 뒤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걸 깨달았다.

죠가사키 미카였다.

 

"죠가사키 미카? 어째서지?"

 

"미리아쨩,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미카는 조금...." "초변태 로리콘인 건 미리아도 알아!!"

 

'그럼 어째서?'라는 말을 하려 한 키라리는, 갑작스레 소녀의 본능에 각성해버렸다. 그렇다. 아이돌도 사람이다. 그리고 사랑은 사람에게 있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한창 때의 소녀라면 모두가 동경하는 달콤쌉사레한 그 감정. 늙어버린 미시로 상무는 모르지만, 소녀심이 가득한 키라리는 본능적으로 그 답을 알아버렸다.

 

"설마......"

 

"미카가 나 말고 다른 여자애들한테 달라붙는 게 싫다고!!"

 

그랬다. 미리아 또한, 훌륭한 미시로의 아이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카는 내 마음도 몰라주고 니나를 먹으러 갔잖아. 게다가 엄청 강화돼서. 그래서 말이야, 미리아는 LMBG를 적당히 움직여서 판을 크게 키운 다음에, 키라리가 바로 미카에게 접근하게 만든 거야."

 

"그런 거라면 그냥 우리에게 맡기지 그랬나?"

 

"상무는 늙어서 모르겠지만 욕정하는 소녀는 무엇보다도 강한 거야!! 그냥 맡겨뒀다간 미카가 니나를 먹을 거라고!!"

 

순간 상무의 심장이 멈췄다. 당연하다. 로맨틱한 소녀의 하트를 정면으로 받아버렸으니 말이다. 나이 가지고 디스당해서가 아니다.

 

"미카가 나만 봐주면 좋겠어......"

 

 

 

 

 

 

----------눈 있는 자 보아라. 귀 있는 자 들어라. 코 있는 자 맡아라. 

성모 미리아 께서는 이리도 로맨틱하시다. 그분의 마음에 로맨틱 나우가 노래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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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요. 미리아쨩은 로맨틱이라고요.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무시되기 일쑤인 그 당연한 상식을 상기시키려 했습니다. 현대사회의 각박함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반박시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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