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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요이 「이누미에게 초콜릿 쉐이크를 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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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6, 2017 20:06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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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타카츠키 야요이입니다.

저는 정말 못된 아이입니다.

왜냐하면, 이누미가 아프기 때문입니다.

이누미가 아픈 것은, 제 탓입니다.

이누미에게 초콜릿을 줬거든요.

 

이누미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너무 아파서 오늘은 동물 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히비키씨는 어제부터 오늘까지 동물 병원에 계시고,

히비키씨가 이누미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아는 765프로 동료들도 다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하느님, 차라리 제가 대신 아프게 해 주세요.

이누미는 아무 잘못이 없거든요.

 

어제 그저께, 하루카씨가 제게 초콧렛 쉐이크를 사다 주셨습니다.

인생 처음 먹어보는 초콜렛 쉐이크여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사무소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가지고 가서 동생들 주려고 했는데

사무소에 히비키씨를 기다리는 이누미가 있었습니다.

이누미가 많이 더워하는 것 같아서, 나가는 길에 힘 내라고 초콜렛 쉐이크를 덜어주고 나왔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히비키씨는 나오질 않으셨습니다.

프로듀서씨에게 물어보니, 이누미가 많이 아파서 이누미랑 같이 병원에 갔다고 합니다.

왜 아프냐고 물어보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초콜릿 중독에 걸린 것 같다고 합니다.

 

섬뜩했습니다.

프로듀서씨는 개가 초콜렛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로듀서에게 그 말을 들은 순간, 손 발이 마구 떨리고 무서웠습니다.

너무 괴로웠습니다.

제가, 제 손으로 이누미를 아프게 했으니까요.

 

저는 못된데다가 비겁한 아이입니다.

그런데도, 아무한테도 제가 이누미에게 초콜렛을 먹였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히비키씨가 슬퍼하는데도,

모두들 이누미를 걱정하는데도

저는 제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히비키씨가 절 싫어하게 될까봐 무섭습니다.

모두들 절 다시는 만나지 않을까봐 무섭습니다.

 

저는 정말 못되고 비겁한 아이입니다.

 

2.

오늘은 아무런 일도 없는 날입니다.

하지만 765 프로에 나와서, 사무소 쇼파에 앉아서 기다립니다.

 

코토리 「어머, 야요이. 누구 기다리는거니?

할 말 있으면 대신 전해줄 수 있는데.」

 

야요이 「우 웃우! 아니에요! 기다리는 사람 없어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들켜버릴 것 같아서,

청소 도구를 들고 사무소 곳곳을 청소해봅니다.

하지만 제 눈은 어느새 사무소 문 쪽으로 돌아갑니다.

 

히비키씨가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누미가 다 나았다고 말하시면서,

건강해진 이누미랑 같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계단 위를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낡은 사무소 문이 열립니다.

혹시나 해서 돌아보지만, 히비키씨가 아니라 치하야 씨였습니다.

 

치하야 「어? 타카츠키씨? 오늘 오프 아니였어?」

 

야요이 「..아! 그 그런데 누 누구 만날 사람이 있, 있어서요!」

 

코토리 「아라? 아까는 없다고ㅡ」

 

야요이 「그 그게! 바, 바로 방금전에 생겨서요..」

 

치하야 「타카츠키씨 참 씩씩하네..」

 

치하야 「히비키도 어서 기운을 차려야 할 텐데.」

 

치하야씨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히비키씨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무서우면서도

제발 좋은 소식만을 바라면서 억지로 물어봅니다.

 

야요이 「히 히비키씨는..이누미는 괜찮은가요?」

 

치하야 「..오늘 밤이 고비라나 봐.

나도 자세하게는 모르겠어. 프로듀서가 초콜렛 중독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만 말해주셨거든.

방금 전에 병원에 가봤는데, 히비키..많이 괴로워하고 있어.

그렇겠지. 이누미랑은 가족 같은 사이였으니까..

가족이랑 헤어진다는건, 누구에게든 정말 슬픈 일이야.」

 

마음이 철렁 가라앉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히비키씨의 가족을 죽인 것입니다.

구토감이 올라와서, 이누미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서 닦은 반들반들한 사무소 바닥에 

모든 것을 토해내버릴 것만 같습니다.

제 표정이 좋지 않으니까, 치하야씨가 묻습니다.

 

치하야 「야요이? 어디 안 좋니?」

 

야요이 「아, 아니요..그냥 이누미랑 히비키씨가 너무 안타까워서요.」

 

치하야 「..아! 그리고 타카츠키씨, 혹시 몰라서 말하는건데,

개에게 초콜렛은 먹이면 안 돼.

초콜렛은 맛있지만 개한테는 정말로 고통스럽고, 심지어는 죽게도 만들거든.」

 

치하야 「타카츠키씨?」

 

야요이 「아, 아..네!」

 

치하야 「타카츠키씨 오늘 불편해보이네..푹 쉬는게 좋을 것 같아.

내일 보자.」

 

야요이 「예..」

 

내일 봐요 치하야씨.

 

제게, 내일은 없겠지만요.

 

그날 하루종일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동생들 몰래 이불 속에 들어가서 울고 또 울면서 밤 새도록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제발 이누미씨를 살려주세요.

대신 못된 아이인 저를 벌 주라고요.

 

그리고 그날 아침, 프로듀서씨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어젯밤 이누미가 숨을 거두었으니까, 히비키씨를 많이 위로해주라고요. 

...

 

3.

저는 히비키씨의 소중한 가족을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사실이 들킬까봐 무서워서,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사과를 해야 되지만,

히비키씨와 동료 분들이 저를 싫어하고 용서하지 않을까봐 무섭습니다.

이누미에게 용서를 빌고 싶지만,

이누미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따라가야 되겠지요?

죽어서라도 이누미에게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무소에 나와 봤습니다.

미키씨만이 누워서 자고 있습니다.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사무소를 열심히 청소해봅니다.

 

제가 스스로 죽었다는 것을 누구도 알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도 저 같은 못된 아이 때문에 또 슬퍼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럴려면 알리바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평소처럼 나와서, 열심히 청소해봅니다.

평범하게, 일상에 하던 것처럼이요.

청소를 마치면, 어디 아무도 모르는 멀리까지 가서 죽을 생각입니다.

죄송해요 히비키씨. 

미안해 이누미. 

 

미키 「후아암!」

 

제가 부산하게 굴자 미키씨가 깨버렸습니다.

다시는 미키씨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 것 같지만,

꾹 참고 평소처럼 말해봅니다.

 

야요이 「웃우! 미키씨, 쇼파 위에서 주무시면 안되는 거에요!」

 

미키 「우우, 미키는 졸리면 아무데서나 자도 되는거야.

그런데..」

 

미키 「야요이, 표정이 안 좋아보이는거야.」

 

들킨걸까요?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런 더럽고 추한 모습을 들켜버리면, 누구라도 저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미키씨에게 질문해버렸습니다.

 

야요이 「저 저기..자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키 「응? 야요이 입에서 나오는 단어 치고는 정말로 이상한거야?」

 

야요이 「아 그 그게..하 학교에서 숙제로 자살에 대해서 쓰라고 해서요..」

 

미키 「미키적으로는 별 생각 안하는거야.」

 

야요이 「그 그렇죠?..그러면 못된 사람이 죄를 지어서 자살한다면 그런 것도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거겠ㅡ」

 

미키 「에? 그건 바보같은거야!」

 

미키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구해야 된다고 미키적으로는 생각하는거야!」

 

야요이 「하 하지만..그 사람이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고 그래서 그 사람한테 미안해서 어쩔 수 없다면 그건ㅡ」

 

미키 「그것도 바보같은거야.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더 빨리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정말로 서로가 소중한 관계라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면, 용서할 때까지 평생 빌고 비는게 더 나은거야.

소중한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자살해버리면 그게 더 상대방한테 미안한 일 아닐까 생각하는거야.

뭐, 어쨌든 자살보다는 그 편이 더 용기있는거야!」

 

야요이 「예..」(울컥)

 

미키 「에? 야요이 시시한거야. (후아암..) 미키는 잘께. 어쨌건 숙제 잘 하는거야.」

 

청소 도구를 내려놓고, 히비키씨를 찾아가봅니다.

 

저 너무 못되고 이기적인 아이라 저만 생각했어요.

히비키씨에게 미움 받는게 싫어서,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서 더 멍청한 생각만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역시 히비키씨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설령 평생 미움받더라도

꼭 사과를 빌고, 또 빌고 빌어야 합니다.

 

저, 꼭 사과를 해야ㅡ

 

4.

프로듀서씨에게 전화해보니, 히비키씨는 아직 병원에 있었습니다.

프로듀서씨랑 같이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사실을 말하자 저를 혐오스럽게 처다보는 프로듀서씨의 얼굴이 떠올라서 다시 무서워집니다.

저, 영영 미움받는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제 잘못이므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평생 미움받더라도,

이누미를 그렇게 만든건, 바로 저입니다.

히비키씨를 슬프게 만든 건 바로 저입니다.

그러니까ㅡ

 

히비키씨는 동물 병원 장례식장에 있었습니다.

이미 화장을 마친 모양인지, 히비키씨는 유골함을 들고 서 있었고,

옆에는 프로듀서씨가 있었습니다.

 

프로듀서 「힘내라. 히비키..」

 

히비키 「...」

 

히비키 「어?」

 

히비키 「야요이, 왠일이야?」

 

흠칫ㅡ하고, 다시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이대로 영영 히비키씨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지만, 이누미를 그렇게 만든 건,

히비키씨를 슬프게 만든건 바로 저니까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마치 고구마를 가득 삼킨 것처럼, 목이 가득 메여와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습니다.

하지만 한자 한자 또박 또박 말합니다.

 

야요이 「히비키씨 죄송해요..(뚝뚝) 제, 제가..제가..이누미를..죽게 만들었어요..」

 

야요이 「제가..초콜렛을 먹였어요. 

그냥 너무 더워보여서, 시원해지라고..정말로 그렇게 아플 줄 몰랐는데..(울컥)」

 

야요이 「다 다 제 잘못이에요! 으아앙!!」

 

6.

히비키씨의 작은 손이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손수건으로, 제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줍니다.

 

히비키 「..이누미가 하늘나라로 간 건, 야요이 잘못이 아니다죠?」

 

야요이 「(울컥)하지만 제 제가 이누미에게 먹여선 안되는 초콜렛을 먹여버렸으니까..

이누미가 그렇게 아파하고 죽은건 다 제 잘못이에요.

다 제가 멍청하고 바보같아서 그런ㅡ」

 

히비키 「아냐!」

 

히비키 「이누미는, 노화에 심장 사상충으로 천국으로 떠나버린 거다죠?」

 

야요이 「...예?」

 

히비키 「야요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누미가 아픈 것에는 초콜렛은 아무 상관이 없어.

이누미는 초콜렛 같은거 안 먹어.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먹으면 안 된다고 내가 말해뒀거든.

의사 선생님도 심장 사상충 때문에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말했는걸?

이누미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수술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하늘나라로 떠난거고, 편하게 갔어.

내가 계속 같이 있었으니까, 보장할 수 있다구?

이누미는, 아프지 않게 편하게 하늘 나라로 떠났어. 마치 잠 자듯이..」

 

히비키 「이 바보 프로듀서! 쓸데없는 말을 하니까 야요이가 걱정해버렸잖아!」

 

프로듀서 「...」

 

프로듀서 「아!..미안하다. 내가 정신이 없었구나.」

 

히비키 「뭐 어쨌건..나도 괜찮으니까,

야요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이누미가 떠난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으니까..

이미 마음 속으로 각오를 하고 있었다죠?」

 

안심해서인지, 아니면 히비키씨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어서 다행이였는지

다시 눈물이 마구 흘러내립니다.

그날 히비키씨를 껴안고 펑펑 울면서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동물들한테는 절대로 함부로 음식을 주지 않겠다고,

그리고 항상 솔직하고 착한 야요이로 살겠다고요.

 

7#

억지로 애써 웃고, 타들어가는 속을 끝까지 웃음으로 포장한다.

문을 잠그고 나서,

행여나 아이들이 못나게 우는 자신을 보고 슬퍼할까봐, 돼지 부타다부터 작은 햄죠까지 모조리 방에 넣고는

누가 들을세라 이불을 끌어안고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낸다.

 

히비키「끅끅..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누미. 미안해.

자신, 네가 숨을 거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잘 알면서도,

끙끙 앓으면서도 고통 속에 멀어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애처롭게 주인만을 찾아 헤멘 네 마지막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으면서도,

차갑게 식어가는 너의 발을 끝까지 붙잡았음에도,

야요이를 위해서 거짓말을 해버렸어.

야요이가 자기 자신 때문에 네가 죽었다고 하면 평생 괴로워하고 후회할 것 같아서,

그때 그런 거짓말을 해버렸어.

아직도, 네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평생을 날 위해 살아왔고,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였는데

그렇게 고통스럽고 아프게 떠나보내서 미안해.

내가 먼저 지켜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못난 주인 만나게 해서 미안해.

자신 같은 바보 주인 용서하지 말고,

다음 생애에는, 꼭 가장 행복하고 아프지 않게 살아줘.

 

야요이에게는 너와의 이별에 대해 마음 속으로 이미 각오했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직도 마음 한 켠은 텅 비어서, 채워지질 않는다.

이누미, 널 위한 자리니까.

앞으로 다시는 채울 수도, 메울 수도 없는 네가 있던 자리니까.

 

미안하다 이누미.

멍청한 주인을 만나서 고생만 했구나.

 

죽는 순간까지, 널 잊지 못할 것 같아.

아직도, 앞으로도 나는 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할꺼니까.

 

안녕 이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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