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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15 - 패셔네이트 걸 B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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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5, 2017 19:30에 작성됨.

(이전 화 링크)

 

패셔네이트 걸 B ②

 

 

 번화가에는 사람이 많고 평범한 동네거리는 한적하다. 아마 이것은 세상 어디를 가든 적용되는 사실일 것이다. 일본의 수도이자 대도시인 도쿄도 마찬가지라서 346 프로덕션 근처의 번화가는 사람천지였지만 조금 멀리 오자마자 적당히 여유를 즐기기 좋은 거리들이 많이 나왔다. 이런 풍경에도 감탄하는 나를 오쿠야스는 시골 촌놈이라고 적잖이 놀려댔다.

 히노 아카네가 트레이닝을 한다는 강변은 그리 멀리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택시비가 엄청나게 나와서 순간 눈이 아찔해졌다. 오쿠야스는 이런 것도 익숙한 듯 했지만 나로서는 집에 두고 온 마운틴 바이크가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코이치. 여기서 아이돌을 찾으려면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지 않냐?”

 “응. 전화번호라도 알아왔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 전화번호까지 물어보는 건 실례 같아서 안 물어봤는데. 혹시 히노 아카네가 어디 있을지 짐작 가는 곳 없어?”

 “짐작이라고 해봤자, 여긴 달리기 말고는 할 만한 게 없다고. 갑자기 옷 벗고 강에 뛰어들어 수영이라도 하지 않는 한.”

 난감한 상황이었다. 혼다 미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지만 히노 아카네를 찾으려고 이 넓은 강가를 뛰어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은 죠스케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같이 있는 혼다 미오에게 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오쿠야스가 어딘가로 움직였다.

 “잠깐! 어디 가는 거야, 오쿠야스?”

 “아무리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을 거 아냐. 저쪽에 마침 상가가 있으니까 분명 히노 아카네도 저기 있을 거야.”

 “으음. 그럴듯하긴 한데 저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설마 그냥 배고파서 그러는 건 아니지?”

 아니거든! 과장되게 소리치며 오쿠야스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의심스러웠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 일단은 따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저기서도 못 찾으면 어찌되는 걸까. 이대로 관광만 하다가 돌아갔다고 하면 죠타로 씨에게 한소리 들을 텐데.

 이 와중에 죠스케에게 걸은 전화는 신호음만 쭉 울리다 끊어졌다. 몇 번 더 걸어봤지만 결국 받지 않아 메시지만 남겨두고 왔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

 

 “아카네 씨?”

 순식간이었다. 아카네와 후미카의 걸음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겨우 골목 모퉁이를 돌아갈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고 아카네는 후미카에게 경고를 날렸다. 그리고 이어진 폭발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아카네가 폭발이라도 했단 말인가. 평소부터 입버릇처럼 ‘봄버!’라고 외치던 그녀였지만 인간이 갑자기 폭발해서 사라질 리가 없지 않은가. 아카네가 떨어뜨린 책이 담긴 봉투를 주워들고 –안에는 아카네의 스마트폰도 같이 들어있었다- 후미카는 주위를 살폈다.

 제일 처음 눈에 띈 것은 그을린 파이프였다. 파이프 끝이 휘어져 있고 벽에 고정 시켜둔 나사가 떨어져 나가있었다. 하지만 파이프는 그을림의 중심, 즉, 폭발의 중심 쪽으로 휘어져 있었다. 폭발과는 무관하게 어떤 강한 힘으로 끌어당겨서 이런 기묘한 흔적이 남은 것이다.

 기묘한 점은 하나 더 있었다. 폭발이 일어난 것 치고는 파괴의 흔적이 적었다. 온통 불에 그슬린 새까만 자국뿐. 그 자국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다 뚝 끊겼다.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그리고 자국은 벽의 위쪽으로도 이어져 있었다. 폭발이 위로 솟구치듯이 한정된 방향으로만 일어났단 말인가? 그럼 설마…….

 후미카는 재빨리 골목을 빠져나갔다. 골목 입구의 옆 건물로 들어갔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항상 책이나 읽는 자신이 추리소설에서 범인의 트릭을 예상할 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뿐이다. 하지만 그곳에 아카네가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단숨에 계단을 걸어올라 옥상으로 갔다. 잠겨 있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옥상 한 구석에 쓰러진 그녀를 보고 소리쳤다.

 “아카네 씨!”

 옷과 얼굴에 거뭇한 재가 묻었지만 상처는 없었다. 흔들어 깨우자 눈을 떴다. 후미카를 보더니 벌떡 일어났다. 후미카!

 “큰일 났습니다! 골목 안에 들어갔더니 그게, 그러니까…….”

 “천천히 이야기하세요. 아카네 씨,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게…….”

 위험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마음만 앞서고 입술이 떨렸다.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연달아 터졌다. 후미카의 차분한 목소리에 조금씩 진정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골목에 들어서자 동그란 캡슐이 굴러왔다. 발에 툭, 닿자 열리더니 엄청난 힘으로 자신을 끌어당겼다. 꼼짝없이 삼켜지려던 그 때…….

 “피해요, 후미카!”

 튀어나가듯 후미카를 붙잡고 뛰었다. 방금 그녀들이 있던 자리에 『캡슐』이 떨어졌다. 정확히 아카네를 노리고 던져진 것이었다. 바닥에 떨어졌지만 『캡슐』은 이번에는 얌전했다.

 “후미카. 얼른 도망쳐야 합니다. 저건 위험해요.”

 “잠깐만요. 갑자기 왜 그러는 건가요? 아카네 씨.”

 “저기, 저 캡슐! 아까도 저 캡슐이 굴러 와서 저를 삼키려고 했어요! 지금은 어째서인지 얌전하니까 이 틈에 도망쳐야 해요!”

 “캡슐……이요? 저기에는 아무것도 없는데요?”

 “네?”

 아카네는 자신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과 후미카의 얼굴을 번갈아봤다. 분명 캡슐이 있다. 분명 그녀는 그 방향을 보고 있다. 그런데도 캡슐이 없다니. 보이지 않는 것인가? 후미카에게는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만 보인단 말인가? 어째서?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아카네 씨?”

 물어보아도 후미카는 알아듣지 못 했다.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얼굴이 빨개지고 그 열 때문에 일어난 희뿌연 가스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열을 방출할 구멍이 없었다. 입으로 말을 해도 자기가 한 말이 아닌 것 같고, 소리를 귀가 포착해내지 못 해 잡음만 들렸다.

 아직도 캡슐과 후미카만 번갈아보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캡슐이 굴러오고 있음을 깨달은 것은 그 다음. 그게 위험하다는 것을 떠올린 것은 또 그 다음.

 “어, 어! 위험해요, 후미카!”

 후미카를 밀침과 동시에 캡슐이 아카네의 발뒤꿈치에 닿았다. 캡슐이 열렸다. 책이 든 봉투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346 프로덕션 아이돌은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신데렐라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아이돌 부서 특유의 개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이미지. 또 하나는 프로젝트 크로네로 대표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346 프로덕션 고유의 아름다운 이미지.

 작년 하반기에 아이돌 부서로 부임한 미시로 상무는 신데렐라 프로젝트 및 기존 346 아이돌 대신 새로운 정책을 펼쳤다. 그것이 바로 프로젝트 크로네. 상무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그녀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큰 성공을 거뒀다. 독일어로 ‘왕관’이라는 뜻을 가진 그 이름대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동경하게 만드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움. 이것이 신데렐라 프로젝트와는 상반되는 체재의 그녀들이 성공한 이유이자 현재의 346 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두 번째 이미지였다.

 “딸기 파르페 나왔습니다.”

 1인용 창가 자리에 앉아있던 소녀는 눈을 반짝였다.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긴 새하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소스,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을 띄운 딸기. 잊지 않고 점원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에 스푼을 들었다. 커다란 딸기를 떠서 입안에 넣자 황홀한 맛이 펼쳐졌다. 요구르트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소스와 하나 되어 더욱 진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내는 그 새콤함과 달콤함에 타치바나 아리스는 푹 빠져버렸다.

 “역시 딸기 파르페는 최고야.”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하고는 혹시 들었을까 싶어 주위를 살폈다. 프로젝트 크로네에 들어가면서 인지도가 늘어난 것은 좋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불편하기도 했다. 팬서비스는 아이돌의 중요한 덕목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는 카페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다행히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안심하고 항상 휴대하는 태블릿을 들었다. 슬립모드를 풀자 방금 전까지도 보고 있었던 영상이 나왔다. 어느 건물 옥상에 사기사와 후미카와 히노 아카네가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카네는 후미카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후미카는 알아듣지 못 했고 아카네는 혼자 혼란스러워 했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자연히 얼굴을 찌푸렸다. 옥상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캡슐을 터치해서 아카네를 향해 슥, 밀었다. 그러자 영상 속에서 캡슐은 공처럼 굴러갔다. 마치 프로 골프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앞두고 퍼팅을 하듯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목표와의 거리는 현재 2m.

 캡슐이 천천히 굴러가고 있음에도 아카네는 눈치 채지 못 했다. 그것은 큰 행운이었다. 목표와의 거리는 1m에서 점점 더 줄어들어갔다. 혼란스러워하던 아카네가 위험을 알아챈 것은 거리가 10cm까지 줄어들었을 때였다.

 후미카를 밀쳤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 딴에는 구하려고 한 행위겠지만 애초에 타치바나 아리스의 목표는 오직 아카네 뿐. 이제 거리낌 없이 아카네를 제거할 수 있다.

 손가락 끝에 힘을 줘서 캡슐을 굴렸다. 아카네의 발뒤꿈치에 캡슐이 닿자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화면 끄트머리에 있는 동그란 스위치를 눌렀다. 캡슐이 열리고 강력한 에너지가 아카네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잡고 버틸 파이프도 없다. 이 일격으로 확실하게 히노 아카네를 제거할 수 있다. 확신을 갖고 타치바나 아리스는 스푼을 들었다. 여유롭게 딸기 파르페를 떠서 입 안으로 가져갔다. 느릿하게 움직여도 겨우 3초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그 정도 시간이면 사람 하나를 빨아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시 화면을 들여다보고 타치바나 아리스는 스푼을 떨어뜨릴 뻔했다.

 후미카가 아카네를 잡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아카네를, 다른 한 손으로는 난간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그 가녀린 몸 어디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는 힘이었다.

 아카네가 뭐라고 말하자 후미카가 그에 답했다. ‘어서 이 손 놔요! 후미카까지 빨려듭니다!’ ‘안 돼요! 아카네 씨를…… 버릴 수는 없어요!’ 소리가 안 들려도 입모양만으로 충분히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미간이 찌푸려지다 못해 주름이 남을 정도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약간 구부러진 스푼을 내려놓고 태블릿을 집었다. 방법을 찾아야했다. 어떻게든 저 두 사람을 떨어뜨려놓을 방법을. 그 때, 후미카와 아카네의 맞잡은 손에 주목했다. 손아귀의 힘이 캡슐의 흡입력을 이기지 못 하고 떨어지고 있었다.

 앞으로 10초. 아니, 길어야 6초면 두 사람은 저절로 떨어질 것이다. 딸기 파르페를 두 번 집어먹을 시간이다. 카운트를 세면서 스푼을 들었다.

 ‘6. 5. 4. 3. 2. 1.’

 

 아카네에게 밀쳐진 순간 사기사와 후미카는 생각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다고. 그 예감은 들어맞았다. 후미카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아카네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어서 이 손 놔요! 후미카까지 빨려듭니다!”

 “안 돼요! 아카네 씨를…… 버릴 수는 없어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끌어당겼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대로라면 자신까지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래도 후미카는 힘을 빼지 않고 아카네를 끌어당겼다. 그런데 손에 느껴지던 힘이 풀려나갔다. 아카네가 손을 놓은 것이다.

 안 돼요, 아카네 씨! 마음속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아카네의 손이 미끄러져 나갔다. 동시에 후미카도 난간을 놓았다. 아카네의 얼굴이 오지 말라고 말하는데도 후미카는 달렸다. 아카네를 잡았다.

 이제 잡고 버틸 물건도 그럴 힘도 없었다. 이대로 바닥을 구르며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하자 자연히 눈이 감겼다. 그래도 아카네를 구하려고 움직인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카네였다.

 자신의 바보 같은 실수 때문에 후미카가 말려들었다. 좀 더 빨리 후미카를 대피시켜야 했다. 자신은 단순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떠오르지 않아도 우선 움직이고 본다. 그런 주제에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것도 못 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움직여야해!”

 힘이 터져 나왔다. 끌어당기는 힘에 저항하며 격렬히 움직였다.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로 빨아들이는 힘과 반대 방향으로 몸이 이동했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에너지가 몸을 감쌌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에너지는 꿈틀거리며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다. 붉은 색으로 덮인 여성형 몸체에 불꽃같은 무늬, 자신과 같은 장발, 양손바닥과 팔꿈치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팔꿈치의 구멍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힘으로 점점 캡슐과의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정말로 기묘한 감각이었다. 마음속의 염원이 그것의 힘으로 변했다. 염원을 연료로 해서 그것은 기관차처럼 전진하고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봄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소리 지르자 그것의 불꽃이 더 강해졌다. 순식간에 캡슐의 힘이 미치는 사정거리를 벗어났다. 옥상을 벗어나, 난간을 넘어서 옆 건물 사이에 골목에 떨어졌다.

 “아…… 아…….”

 진이 다 빠졌는지 아카네는 움직이지 못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꿈틀, 꿈틀, 거리더니 금방 벌떡 일어났다.

 “괜찮습니까? 후미카!”

 진이 빠진 것은 후미카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떡하지! 후미카가 움직이지 않아! 아카네가 호들갑 떨며 흔들어대자 정신을 차렸다.

 “아, 아카네 씨. 이제 괜찮으니까…….”

 “일어났군요! 후미카!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여기, 이게 도와줬습니다! 아니지. 도와줬다기보다는 마치 제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팔에서 부스터가 콰콰쾅! 하고 뿜어져 나오더니 엄청난 힘으로 저랑 후미카를 구했는데…….”

 자랑하듯 말하던 아카네는 후미카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좀 전의 캡슐처럼 여기 있는 이것 또한 후미카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카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설명할만한 말재주가 없었다.

 “거기에…… 무언가 있는 건가요?”

 “네, 네?”

 “아카네 씨에게만 보이고…… 저에게는 안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거죠?”

 후미카가 조심스레 물었다. 묻고 있는 표정이었다. 지금이라면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여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카네는 소리 질렀다.

 “네! 있어요!”

 생각나는 말이 그것 밖에 없어서, 할 줄 아는 말이 그것 밖에 없어서 나온 말이었다. 그럼에도 아카네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계속 궁금했었던 아카네가 가진 신비한 마력. 복잡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신중히 말을 고르지 않아도 뜻을 전하는 그 힘을 후미카는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우리를 구해준 거군요.”

 “네! 그런데 『그것』이라고 하니까 부르기가 힘들군요. 뭔가 이름을 지어줘야 할 텐데.”

 후미카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 전의 느껴진 파워에서 오는 느낌만은 알 수 있었다. 아카네와 비슷한 정열적인 힘.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한 이름이 떠올랐다. 정열적인 소녀…….

 “패셔네이트 걸. 어떤가요?”

 “패셔네이트……. 좋습니다! 정말 잘 맞는 이름입니다! 거기에 ‘B’를 붙이도록 하죠!”

 “네? B는 어째서?”

 “그냥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버닝, 혹은 아까 말했던 부스터의 의미일까? 어느 쪽이든 아카네가 좋다고 생각하면 그게 맞을 것이다. 『패셔네이트 걸 B』. 좋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격이 오지 않는 것 같은데요?”

 “네. 골목으로 떨어진 뒤부터는 캡슐이 날아오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틈에 빠져나가는 게 좋겠어요. 아카네 씨. 저에게는 그 캡슐이 보이지 않으니까 혹시 나타나면 알려주세요.”

 “맡겨만 주세요! 소리 지르는 건 전문이니까! 아, 그것보다는 떨어져 있으면 위험하니까…….”

 

 *

 

 0을 세는 순간 터져 나온 불빛은 태블릿의 화면 전체를 뒤덮었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주먹을 꾹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또다, 또 그 녀석이다! 처음 골목에서 공격했을 때도 강력한 폭발로 인해 아카네가 옥상으로 날아가면서 실패했다. 이번에는 그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혹시나 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카네도 자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쓰지 않을 걸로 봐서는 자신보다 늦게 힘을 각성했을 것이다. 원인은 아마도 상처. 프로젝트 크로네의 기획회의를 하러 가던 중 타치바나 아리스는 갑작스러운 고통을 느끼고 상처를 입었다.

 상처는 금방 사라졌다. 분명 피가 흘러나온 것 같았는데 그것도 사라졌다. 이에 대해 알아보려고 태블릿을 들었다가 정체불명의 앱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능력을 손에 넣었다.

 주변의 CCTV를 장악하여 그 영상을 확인하고 마치 게임처럼 자신에게만 보이는 캡슐을 날릴 수 있었다. 이 능력이라면 히노 아카네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공격했는데 일이 틀어져 버렸다.

 ‘빨리 찾아야 돼. 다음 공격은 좀 더 확실하게.’

 화면을 바꿔가며 후미카와 아카네를 찾았다. 이 능력은 편리하지만 여러 대의 CCTV 화면을 동시에 확인할 수는 없었다. 지문이 닳을 정도로 화면을 넘기고, 넘기고, 또 넘겨서 드디어 찾아냈다. 좁은 골목 밖으로 마침 아카네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좋아!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확실하게 상황을 파악한 다음에 결정적인 공격을…….’

 다음 순간 타치바나 아리스는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카네에 이어서 후미카가 골목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었다. 아까처럼 놓치지 않도록 아주 강하게.

 왜? 어째서? 지금은 캡슐을 날리지 않았다. 아카네가 끌려들어가고 있지 않다. 구하기 위해서 손을 잡고 있을 필요도 없는데 어째서 둘은 저렇게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거지?

 타치바나 아리스의 눈에 푸른 불꽃이 이글거렸다. 화면 속의 아카네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증오를 향했다.

 ‘후미카 씨는 지적이고 쿨하면서 멋진 어른이야. 이름으로 불리는 걸 싫어하는 내가 이름으로 부르는 걸 허락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프로젝트 크로네에서도 우린 같이 활동해 왔고, 유닛으로도 묶였는데…….’

 저 여자가 망쳤다.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서 전부 망치고 있는 거다. 반드시…… 반드시!

 “제거하겠어.”

 화면을 터치하자 캡슐이 나타났다. 후미카와 아카네를 찍고 있는 CCTV 앞에도 캡슐이 나타났다.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튕기듯이 움직이자 캡슐은 포물선을 그리며 아카네에게 날아갔다. 타치바나 아리스는 뒤늦게 깨달았다. 성급했다는 것을.

 너무 정직하게 날려 보낸 캡슐은 금방 아카네의 주의를 끌었다. 공격을 눈치 채고 아카네는 후미카를 물러서게 했다.

 “패셔네이트 걸 B!”

 이름을 외치자 패셔네이트 걸 B가 나타났다. 팔꿈치의 구멍에서 부스터를 뿜었다. 어마어마한 파워로 주먹을 날리자 그 풍압에 아직 닿지도 않은 캡슐이 날아가 버렸다.

 “캡슐이 날아온 건가요?”

 “네! 바로 저쪽에서!”

 후미카는 고개만 살짝 내밀어 밖을 확인했다. 그러다 한 전봇대에 달려 있는 CCTV를 발견하고 그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화면으로 후미카와 눈이 마주친 아리스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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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인 줄 알았나요? 유감! 닷디아나쟝이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분서갱유. 책은 불타고 유幼학자는 파묻는다. 저번 화까지는 그냥 분서였고 이번 화부터가 진짜 분서갱유 입니다.

사실 저도 이번 화를 쓰는 내내 "어우, 닷디 무섭네. 키라 같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작정하고 키라가 한 짓으로 착각하도록 썼습니다. 예고편부터 꽤 공을 들였죠.

그나저나 쓰고나서 보니 참 무서운 칠흑의 의지...... 아니, 아이올라이트의 의지 입니다.

이 와중에 아카네랑 후미카는 알콩달콩(?) 호흡도 맞추고 스탠드도 각성했습니다.

 

패셔네이트 걸 B는 구상하는데 꽤 오래 걸린 스탠드 입니다.

아카네스럽게 직관적이고 강하면서 활용도도 높지만 아카네라서 다루지 못 할 것 같은;;;;; 그런 능력이 필요했죠.

이름도 조금 고민을 했는데 원래는 좀 복잡한 능력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플립 플롭'을 하려다가 그냥 아카네 솔로곡인 '열혈소녀 A'로 틀었죠.

'열혈'은 문자 그대로 뜨거운 피가 아니라 정열적이라는 의미니까 Passionate를 썼고, 살짝 틀어서 마지막에는 B.

B가 붙은 이유는 작중에서 "그냥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아카네스러운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를 낑겨 넣었습니다.

부스터의 B, 버닝의 B, 봄버의 B. 그리고 아카네가 '열혈소녀 A'라면 그 스탠드는 '열혈소녀 B' 라는 뜻이죠.

 

반대로 닷디의 스탠드는 쉽게 떠올랐습니다.

대충 보면 아시겠지만 모티브는 포켓몬 GO. 아리스가 태블릿으로 만날 위키질 검색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취미가 게임이더군요.

아카네하고는 반대로 멀리서 게임하듯 싸울 수 있는 두뇌형 능력이 딱일 것 같아서 이렇게 했습니다.

 

스탠드의 능력은 전부 나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둘이서, 아니, 셋이서 어떻게 싸워나가느냐가 문제겠죠.

코이치와 오쿠야스의 비중은 공기지만 뭐 어떻습니까.

다음 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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