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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еребряная звезда』 - Welcome to Liberty city!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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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5, 2017 18:00에 작성됨.

아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소환자】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왼팔을 손가락으로 쿡 찌른다.

안 그래도 왼팔의 격통을 겨우 잊고 있었던 아냐가 팔을 칼로 푸욱 찌르는 듯한 느낌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소환자】를 쳐다본다.

아냐의 표정을 본 【소환자】가 조금 놀랐다는 듯이 약간 뒤로 물러나고는 이내 괜찮아졌다는 듯이 빙글빙글 웃으며 입을 열어 장난스러운 대사를 내뱉는다.

 

"깜짝 놀랬잖아요. 꼼짝없이 죽는줄 알았어요?"

 

"...한 번만 더 건드리면 정말로 죽여버릴지도 몰라."

 

아냐가 점점 고통이 심해지는 왼팔에 온통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 다른 데에 신경을 쓸 만한 여유가 없다는 듯이,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여우처럼 날카롭게 그르렁대며 【소환자】를 노려본다.

【소환자】는 아냐의 말에 조금 기가 죽었다는 듯이 뒤로 조금 물러나더니 이내 장난이었다는 듯이 두 손을 들었다가 아냐의 왼팔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상태를 확인한다.

진지한 의사의 표정. 아냐는 【소환자】가 이리저리 쿡쿡 찔러대는 통에 너무나도 아팠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잠시 아냐의 왼팔을 만져보던 【소환자】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한 번 아냐의 왼팔을 이리저리 만져본다.

슬슬 처방을 내려주지 않을까, 아냐는 아까부터 자신의 팔을 만지고만 있는 【소환자】의 얼굴을 잠시 노려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쉰다.

아냐의 표정에 【소환자】는 장난감을 만지며 노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다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빼고는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연다.

 

"음, 일단은 간단한 캐스트(Cast)를 해야겠네요, 그리고..."

 

"수슬은 하지 않아도 되는건가?"

 

"수술을 할 게 뭐가 있어요? 뼈가 완전히 부러진 것도 아닌데요."

 

【소환자】가 아냐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이 분야의 전문가는 자신이니까 닥치고 따르라는 듯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냐가 【소환자】의 목소리에 담긴 뜻을 알아챘는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살짝 얼굴에 띄우다가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소환자】를 쳐다본다.

이렇게 말 없이 있으면 고고한 러시안 블루같은데 말이죠, 라고 【소환자】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아냐의 귓가에 살짝 들려온다.

아냐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소환자】를 쳐다보자 그녀가 지레 겁을 먹고 두 손을 올려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소환자】의 반응에 아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듯이 【소환자】를 쳐다본다.

갑자기 든 생각이 그냥 입으로 나왔을 뿐이었는지, 한참 동안이나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던 【소환자】가 소심한 말투로 어렵게 입을 연다.

 

"그게, 아나스타샤 씨는 스나이퍼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그게 뭐 잘못되었나?"

 

"아니, 일단 그 말투부터 좀 바꿔주시는게...."

 

"미안하...네요. 아파서 조금 날카로워져서."

 

"쿡쿡 찔러본 거는 통각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아보려고 한 거예요. 어디까지나 의료 목적으로 한 짓이에요!"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요."

 

"아무도 안 믿어주네요...."

 

아냐의 단호한 대답에 【소환자】가 왠지 슬퍼진다는 듯이 얼굴에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아무 말 없이 캐스트용 붕대를 아냐의 팔에 조심스럽게 감는다.

새하얀 붕대가 새하얀 아냐의 팔을 천천히 사선으로 감싸며 흰 눈같이 덮는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아냐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붕대를 감던 【소환자】가 푸훗하고 웃으며 아냐에게 시선을 준다.

 

"그 말, 꽤나 재밌는 말이었어요?"

 

"농담으로 들렸나요?"

 

"아뇨, 꽤나 맞는 말이라서요."

 

"당신의 살결도 꽤나 새하얀데, 당신한테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뇨, 저는 빈말로라도 붕대를 감고 싶지는 않네요."

 

아냐의 말에 【소환자】가 그런 가정은 정말로 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천천히 붕대를 감던 손의 속도를 올린다.

능숙한 듯 능숙하지 않은 【소환자】의 속도에 아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는데, 【소환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연다.

 

"붕대는 다 감았고요,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석고를 가지고 오려고 하시는 건가요?"

 

"아뇨, 석고가 아니라...일단 먼저 다녀올게요."

 

【소환자】의 말에 아냐가 뭐라고 물어보려고 하기 전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방으로 향하는 것같은 문 쪽으로 다가가더니 이내 모습이 사라진다.

뭐지, 그 이름대로 정말로 무언가를 【소환】하려고 하는 건가?

아냐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삭막하고 황량한 【소환자】의 『실험실』 안에는 별다른 쓸모있는 것들을 찾을 수가 없다.

다만 놓여져 있는 것은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 그리고 대충 놓여진 듯한 몇 가지 약품들.

여기가 의사의 치료실은 맞는걸까, 아냐가 주변을 더 자세히 조사하고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환자】가 금방 만든 듯한 약병을 들고 아냐에게로 되돌아온다.

【소환자】가 돌아오자 아냐가 잽싸게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 앉는다. 약간의 소리가 들렸지만, 그 정도는 의자를 고쳐 앉을 때의 소음으로 생각하겠지.

아냐가 묘하게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으로 앉아있자 【소환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다가 이내 별 일 아니겠지, 라고 아냐와 같은 묘한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약병에 있던 내용물을 감았던 붕대에 쏟아낸다.

에상치 못한 액체의 묘한 감촉에 아냐가 조금 놀라며 【소환자】를 쳐다보자 그녀가 엄연히 치료의 일종이라는 듯이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연다.

 

"이런 치료는 받은 적이 없으신가보네요? 꽤나 놀란 표정인데?"

 

"....이런 치료 방법을 자주 볼 수 있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뭐, 그건 적절한 대답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냐가 잠시 동안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생각하다 낸, 정석적이라면 정석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답에 【소환자】가 갑자기 생각해야 됐던 것치고는 꽤나 괜찮은 대답이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보다도 이 미묘한 감각은 뭘까, 마치 팔에서 뼈가 자라는 듯한-

 

"아, 약효가 나타나는 모양이네♬"

 

"...무슨?"

 

"아, 옛날 버릇이 조금 나와버렸네요. 아무것도 아니야♬"

 

"처음부터 끝까지 신용할 수 없는 의사로군요...."

 

아냐가 【소환자】의 말에 왠지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소환자】는 그녀의 표정이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다.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언젠가 다치면 다시 와야만 하겠지.

아냐는 마음 한 구석에 지지 않아도 될 작은 짐덩어리가 죽치고 앉아있는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난다.

아냐가 막 『실험실』을 떠나려는 찰나, 【소환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몸 조심하세요. 당신을 노리는 사람이 꽤 많으니까."

 

"그런 걸 왜 얘기하는 거죠? 저는-"

 

"특히, 미나미 씨를 주의하세요."

 

"....?"

 

【소환자】의 입에서 미나미라는 말이 나오자 아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소환자】가 아냐의 눈빛에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젓고는 입을 연다.

 

"미안해요, 아무래도 실언을 했나 보네요. 그럼 몸 조심하세요."

 

"Большое Спасибо."


아냐는 일단 감사의 말을 전하기는 했지만, 그 말투에는 전혀 감사의 뜻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 같다.

【소환자】가 멀어져가는 아냐의 뒷모습을 멀거니 쳐다보다가 무언가를 중얼거리지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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