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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2, 2017 12:29에 작성됨.

[조물주 위에 건물주]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1882년 착공에 들어간 뒤부터 현재까지, 무려 130년 동안 건축 중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오래 걸려가면서까지 성당을 짓는 이유는 이 성당 자체가 이미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가치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역사는 바로 종교의 역사. 세계 각지의 신전, 그림, 조각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다. 그 시대의 작가들에게는 종교야 말로 최고의 가치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건축은 유용성과 예술성, 안정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 종합예술. 또한 절, 성당, 교회, 신사처럼 신을 모시는 장소에는 사람들의 믿음이라는 가치 또한 들어가 있다.

따라서 신전을 관리하는 자는 그 가치들을 모두 떠안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똑- 똑-

 

유우키 “어라? 누구지?”

요시노 “혹시 택배가 아니온지-?”

유우키 “택배 시킨 게 없는데. 열어줘야 하나.”

 

현재 살고 있는 이 집은 낡긴 했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초인종이나 도어락이 없는 것은 불편했다. 여자만 셋이 사는 집에서 누가 올 때마다 일일이 문을 열어 확인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

저기, 집주인인데요. 밖에서 들린 목소리에 유우키는 움찔했다. 유우키의 스마트폰을 신기하게 살펴보던 요시노도 고개를 들었다.

 

유우키 “요시노 씨, 우리 뭔가 잘못한 거 있던가요? 켕기는 건 많긴 하지만.”

요시노 “눈에 띌 만한 것은 없을 터인데-.”

유우키 “카코 씨도 없는데 어떡하죠?”

요시노 “문을 열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요-. 이곳의 주인 분은 믿을 만한 분이시니- 기꺼이 맞이합시다-.”

유우키 “네, 넷!”

 

지금 아무도 없나요? 밖에서 계속 노크를 하며 물었다. 지금 나가요! 유우키는 재빨리 문을 열었다. 청순한 인상의 여성이 있었다.

 

유우키 “미후네 씨,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미유 “안녕하세요, 유우키. 혹시 생활하는데 불편은 없는지 물어보러 왔어요. 아무래도 이 집이 많이 낡았다 보니 어린 학생이 살기에는 부족할 거 같아서.”

유우키 “전혀 아니에요! 엄마가 시설이 좋은 것보다 사람이 좋아야 한다고 했어요. 미후네 씨가 잘 챙겨주니까 괜찮아요.”

미유 “그럼 다행이네요. 멀리까지 와서 공부하느라 힘들지는 않나요?”

유우키 “괜찮습니닷! 벌써 친한 친구들도 많아졌어요.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세요? 뭔가 물어보실 거라도?”

미유 “으응. 실은…… 아래층에서 항의가 들어와서.”

유우키 “저희 방 아래층에서요?”

미유 “요즘 따라 윗집이 시끄럽다고. 무슨 나팔 부는 소리가 난다던가.”

유우키 “나, 나팔이요?”

미유 “혹시 악기 같은 거 연주하나요?”

유우키 “아, 아니욧! 입주할 때도 그런 거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미유 “그렇죠. 유우키가 시끄럽게 굴 거 같지도 않고.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복도를 우르르 건너가는 소리도 들렸다던데. 사실 그건 저도 들은 거 같아서요. 왠지 어수선한 느낌도 들고.”

유우키 “그, 그런 소리 저희는 전혀 못 들었는데요?”

미유 “그렇죠? 만약 그랬으면 유우키가 제일 먼저 들었을 텐데. 의심해서 미안해.”

유우키 “아니에요……. 다 같이 사는 맨션인데 무슨 일이 있으면 다 같이 해결 해야죠…….”

미유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유우키는 아직 어린데도 똑 부러졌네요. 그런데 유우키가 문제를 일으킬 리가 없겠죠. 밑에 사람한테는 내가 말해둘게요.”

유우키 “네, 네.”

 

밑에 집 사람에게 속으로 사과하며 들어가려던 그때, 미유가 다시 유우키를 불렀다. 참, 유우키.

 

유우키 “네, 넷!?”

미유 “같이 사는 두 사람들도 괜찮나요? 아무래도 여기가 오래됐다보니 불편한 곳이 많을 거 같아서.”

유우키 “괜찮아요!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몇 번이나 강조하고 유우키는 문을 닫았다. 이마에서 식은땀을 닦았다.

현대에 들어서 건물에는 전보다 더 많은 가치가 생겼다. 그렇기에 생겨난 말이 ‘조물주 위에 건물주.’ 실제로 신의 입장에서 듣는다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는 어쩔 수 없는 현대의 법칙과도 같았다.

 

유우키 “하아…….”

요시노 “왜 한숨을 쉬는 것인지-? 유우키-.”

유우키 “이게 다…….”

요시노 “흐-음?”

유우키 “이게 다 요시노 씨 때문이라구요오오옷!”

요시노 “……?”

 

그리하여.

 

유우키 “앞으로는 소라고둥 금지예요.”

요시노 “허나-.”

유우키 “금지예요! 잘못했다간 쫓겨날 수도 있어요. 낡긴 했어도 방세를 생각하면 이렇게 싼 집은 도시에 또 없다고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요시노 “그것은 알겠사오나-. 흐음-…….”

 

요시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유우키는 당황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 보았다.

 

유우키 “혹시 중요한 물건인가요?”

요시노 “실은 이 고둥님은 저의 고향인 가고시마의 바다에서 주운 것이오니-. 할머님과 함께 바다를 산책하다 발견한 소중한 것인지라- 귀에 갖다 대고 있으면 신기한 소리가 들려와-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지금도 할머님이 생각나지요-.”

유우키 “그렇구나. 소중한 물건이었군요……. 아니, 잠깐. 그건 굳이 고둥을 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요시노 “그렇사오니-.”

유우키 “근데 왜 그렇게 슬픈 표정 지으신 건데요!”

요시노 “고둥님을 불지 않으면 유우키가 일어나지 않사오니-.”

유우키 “그건 요시노 씨가 너무 일찍 일어나는 거예요. 어쨌든 앞으로는 소라고둥은 참아주세요. 원래 이 집도 저 혼자 살아야 하는 걸로 계약했는데 미후네 씨가 요시노 씨랑 카코 씨까지 받아준 거잖아요.”

요시노 “어쩔 수 없사오니-. 그럼 고둥님에게도 양해를 구하도록 하지요-.”

 

기모노의 넓은 소매 속에서 요시노는 고둥을 꺼내들었다.

 

유우키 “그거 거기에 넣어두고 있었군요. 근데 고둥에게 양해라니…….”

요시노 “고둥님- 고둥님-. 전부 들으셨지요-? 앞으로는 고둥님을 불 수 없게 되었으니- 부디 이해 해주시기를-.”

고둥 “…… 건방진 소리를 하는 구나, 꼬맹이.”

유우키 “!?”

 

부오오- 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거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둥 “내가 누구인줄이나 알고 말하는 것이냐? 한 때 용왕에게 작위를 받아 군을 이끌던 몸이시다. 은퇴 후 고향의 해변에서 고즈넉한 노후를 보내다 잠들었지. 죽은 뒤에도 요시노와 함께 신이 되어 망자들의 넋을 위로해주는 일을 했단 말이다. 그런데 감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인간 꼬맹이가 나에게 시끄럽다느니 뭐니 잔소리를 하는 것이냐아아아!”

유우키 “죄, 죄송합니닷! 그렇게 대단한 분이신 줄 몰라 뵙고! 아니, 그래도 시끄러운 건 맞잖아요!”

고둥 “닥쳐라! 나가자, 요시노! 나도 더 이상 이 따위 곳에는 못 있겠구나! 가고시마의 바다로 돌아가자!”

요시노 “고둥님-. 죄송하오나 저는 이 소녀와 약조를 맺었사오니-. 또한 이대로 떠나버리면 카코 씨에게도 면목이 없사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가고시마의 방향을 보며 꼭 불어드리겠나이다-. 그러니 제발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고둥 “흥. 요시노가 이리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어이, 꼬마.”

유우키 “네, 넷!”

고둥 “신을 잘 만난 줄 알아라. 예전에 카코에게 받은 은혜만 아니었어도 내 너에게 다시는 해산물을 먹지 못 하는 저주를 내렸을 것이다! 매일 아침 깨워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는 못할망정. 쯧.”

 

부오오- 소리가 멎었다. 요시노는 고둥에 감사인사를 하고 다시 소매 속에 집어넣었다. 유우키는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요시노 “이제 다 됐사오니-.”

유우키 “아, 네.”

 

대접하지는 못하더라도 노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신이든 인간이든,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저주는 없었지만 한동안 껍데기 있는 해산물을 못 먹게 된 유우키였다.

 

*

 

미후네 미유 : 신과 소녀가 신세를 지고 있는 미후네 맨션의 주인. 좋아하는 해산물은 새우. 가끔씩 있는 술자리에서 먹을 때가 좋다는 듯.

 

*

 

 

[놀러오세요 미후네 맨션]

 

시설 자체는 그리 좋지 않은 미후네 맨션이지만 맨션 뒤편에 작은 텃밭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은 이 텃밭도 미유가 관리지만 요즘은 새로운 관리인이 생겼다.

 

미유 “어머, 카코 씨. 텃밭 가꾸는 중인가요?”

카코 “네, 미유 씨. 이렇게 멋진 텃밭이 있는데 가만히 둘 수는 없잖아요.”

미유 “고마워요. 카코 씨 덕분에 손이 늘었네요.”

카코 “아니에요. 지금은 일을 쉬는 중이라 저도 많이 심심한 걸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미유 씨 혼자 텃밭까지 관리한 건가요?”

미유 “네. 공간이 남기도 하고, 싱싱한 채소를 재배해서 맨션 사람들이랑 나눠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했죠.”

카코 “좋은 생각이네요. 미유 씨의 정성 덕분에 땅의 기운도 넘치고요.”

미유 “땅의 기운……?”

카코 “아, 채소들이 정말 빨리 자란…… 자랄 것 같다고요. 하룻밤 만에 가지가 주렁주렁 열린다던가.”

 

설마요. 웃어넘기려던 미유의 눈이 카코의 발치에 닿았다. 잠깐만요, 그거. 카코는 긴장했다. 미유를 의식해서 숨기고 있던 것인데. 너무 티가 났나?

 

미유 “그거 혹시 가지 아닌가요? 벌써 다 자랄 시기가 아닌데.”

카코 “아아! 저기 좀 봐요! 매가 하늘을 날아요!”

미유 “네? 도시에 왜 갑자기 매가…… 날아가네요!?”

카코 ‘굿 잡! 혼조!’

 

미유의 시선이 팔린 사이 카코는 재빨리 가지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고, 이어서 이파리가 낙엽이 되었다. 줄기는 시들어 땅속으로 사라졌다.

 

미유 “도시에서 매를 보다니. 정말 희귀한 일이네요. 카코 씨 덕에 볼 수 있었어요. 어? 아까 여기에 가지가 자라 있던 것 같은데?”

카코 “그럴 리가요. 꽃이 피는 것도 멀었는걸요.”

미유 “잘못 봤나? 가지 열매만 남았네요.”

카코 “이건 오늘 저녁으로 사왔던 거예요. 미유 씨도 가져가서 드세요.”

미유 “네? 괜찮나요? 유우키, 요시노랑 같이 드시는 게.”

카코 “항상 신세지고 있으니까 이 정도야 당연히 드려야죠. 어차피 텃밭에서 채소가 자라면 미유 씨한테 잔뜩 받을 거고요.”

미유 “그러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말 싱싱해 보이네요. 갓 자란 것처럼. 바로 조리해야겠어요.”

카코 “맛있게 드세요.”

 

간신히 위기를 벗어나고 카코는 땀을 닦았다. 그런데 방으로 돌아가던 미유가 걸음을 멈췄다. 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카코 “왜 그러세요?”

미유 “저, 저기에 매가…….”

 

하늘에서 수많은 매들이 수를 놓듯 춤추고 있었다. 맹금류들이 자유자재로 헤쳐모여 곡예비행을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지만.

 

카코 “왜 거기서 에어쇼를 하고 있는 거예요!?”

미유 “저도 잘 모르겠는데, 어, 멋지긴 하네요?”

카코 “그렇긴 하지만…….”

카코 ‘이런 것까지는 원하지 않았어요, 혼조! 얼른 그만해요!’

 

급히 보낸 메시지를 받았는지 무리의 대장 매가 움찔했다. 전해졌다! 밝아진 카코의 표정을 확인하고 혼조는 무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매들은 이타노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카코가 경악하자 혼조는 날개로 엄지까지 치켜들었다.

 

카코 ‘전달 실패잖아요!’

미유 “지금 제일 큰 매가 꼭 ‘굿’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해요!”

카코 “저도 많이 신기해요……. 대체 언제 저런 놀라운 장기를…….”

 

어찌어찌 매들을 돌려보내고 카코는 집으로 돌아왔다. 유우키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드물게도 요시노까지 함께였다.

 

카코 “뭘 보고 있는 거예요?”

유우키 “아, 카코 씨! 이것 좀 보세요! 좀 전에 SNS에 올라온 영상이에요!”

 

유우키의 핸드폰 화면 속에서 방금 전에 실시간으로 확인한 곡예비행이 다른 각도로 다시 한 번 펼쳐졌다. 카코는 순간 입에 머금은 것도 없는데 뿜을 뻔했다.

 

유우키 “이 근처에서 찍었나 봐요. 아쉽다. 밖에 나갔으면 볼 수 있었을 텐데. 카코 씨는 보셨어요?”

카코 “아, 네. 하하.”

 

부러워하는 유우키를 외면하는 카코, 그런 카코의 뒤로 요시노가 슬쩍 말했다.

 

요시노 “혼조 씨의 비행이 매우 발전한 것 같은지라-.”

카코 “그러게 말이에요. 가르친 적도 없는데. …… 분해요.”

 

사실은 혼조의 장기가 매우 부러운 카코(취미가 장기자랑인 신)였다.

 

*

 

[그 날 저녁]

 

마침 미리 해놓은 저녁 반찬이 떨어진 날이라 미유는 조금 고민했다. 평소라면 장을 봐 왔겠지만 오늘은 카코에게 받은 가지가 있으니 이걸로 요리하자.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며 미유는 메뉴를 정했다.

 

미유 “음. 매콤하게 무친 가지조림이 좋으려나.”

 

냉장고에서 적당한 채소들을 꺼냈다. 찬장에서는 간단한 양념을. 미리 양념장을 만들고 순서대로 채소를 썰었다. 메인 재료인 가지에 칼을 대는 순간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미유 “뭐지?”

 

보라색 가지 껍질 안에서 하얀 무언가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빼냈다. 칼에 베인 쪽지였다. 펴보았더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채소도 좋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고기도 먹읍시다.’

 

미유 “…… 포춘 가지?”

 

소고기무국도 끓였다.

 

 

*

 

 

요리타 요시노 : 좋아하는 해산물은 소라. 큰 소라고둥과 달리 자그마해서 휘파람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타카후지 카코 : 좋아하는 해산물은 잉어. 낚싯대를 던지는 족족 잡혀서 처치곤란이라고 한다.

 

오토쿠라 유우키 : 한동안 해산물을 싫어하게 되었다.

 

 

 

 

 

 

 

 

 

개그물 쓰는 거 생각보다 어렵네요.

내가 이렇게 능력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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