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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세 이오리] 진심이 담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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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1, 2017 06:23에 작성됨.

[이오리] ...나 있잖아,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

 

[이오리] 이때까지는 몰랐어. 하지만, 이제야 눈치챈 것 같아. 내 진짜 마음을......

 

[P] ......

 

[이오리] 부디, 나를 하나의 이성으로써 좋아해주면 안 될까?

 

 

 

 

 

 

 

 

[P] 감정이 너무 실려있지 않아?

 

[이오리] ...시끄러워, 바보 프로듀서 주제에!

 

자신이 연기해놓고 자신이 부끄러운지, 이오리가 한 쪽 손에 A4용지 다발을 들고, 얼굴을 붉히며 표정을 찡그린 채로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질렀다.

 

지금 우리가 있는 장소는 765 프로덕션의 사무소 안. 이오리의 연기가 얼마나 늘었는지 직접 보기 위해 그녀를 불러 연기를 부탁했더니, 순순히 받아들여주었다.

 

[이오리] 그나저나, 감정이 너무하다는 건 무슨 의미야? 감정이 담겨있다는 건 오히려 좋은 거 아냐?

 

[P] 그 상황에 비하면 너무 과하달까......사랑의 감정이 들어간 건 좋은데, 좀 더 차분하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더 좋지 않을까. 

 

이오리가 들고 있는 A4용지 다발은 몇 주 후에 있을 극장 연극 대본의 카피본. 마법이 극도로 발달한 세계, 우연히 동료로써 만나 친해지게 된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여러 역경들을 만나 헤쳐나간다는 내용의 연극이다.

 

[이오리] 흥, 해달라고 하길래 특별히 해주었더니......

 

그녀가 연극 대본을 꽉 쥔 채,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P] 미안해, 이오리.

 

지금 이오리가 한 연기는 너무 과하다. 대충 들으면 꽤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연극에는 이오리가 주역으로 나오니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 연극까지 시간이 남긴 했지만, 이왕이면 최대한 빨리 완성시키고 싶다. 

 

[P] 그래도 이 정도 연기면, 조금만 더 연습 하면 완벽해질 것 같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이오리] 누가 걱정따위를 했다고 그래?

 

[P] 뭐, 그건 그런가......그런데 이오리, 무슨 생각을 했길래 그렇게 감정이 많이 담긴 거야?

 

[이오리] ......아, 알 것 없잖아?

 

이오리가 잠깐 흠칫하더니,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P] 무슨 생각을 했다는 건 부정하지 않네.

 

[이오리] 으으으......

 

[P] ......이오리?

 

[이오리] ......이 변태, 도 변태! 변태 다런! 

 

[P] 으아앗?! 이, 이오리!?

 

이오리가 얼굴을 붉은 색을 드리우며 대본의 카피본으로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종이의 모서리가 조금씩 살갗에 닿여서 따가웠다.

 

그리고 20여초 쯤 지나자 그녀의 분이 풀렸는지, 인상을 조금 풀며 소파에 앉은 자세를 고쳤다.

 

[이오리] 정말, 어쩔 수 없는 변태라니까......

 

[P] ...뭔지 모르겠지만, 미안.

 

[이오리] 흥......그럼 다음 장면 간다. 페이지는 XX쪽. 준비됐지?

 

[P] 응.

 

그녀가 마음을 정리하듯 몇 번 심호흡을 하더니, 표정을 고치고는 그녀의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오리] ......저기, 그런 터무니 없는 것은 처음 들어보네요. 전 그 사람에게 그런 파렴치 한 것은 할 수 없어요. 그러니 그런 권유를 할 바엔, 차라리 다른 것을 하는 게 당신에겐 좋겠네요. 그럼 안녕히.

 

 

 

 

[P] 오오, 꽤나 좋은 걸.

 

[이오리] 그렇지? 

 

[P] 응. 이 부분은 역시 잘 할 거라고 생각했어. 

 

이오리 특유의 날카로움이 이런 장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이오리] 뭐, 이 정도 연기는 이 이오리에겐 누워서 떡먹기니까.

 

[P] 하하, 잘 해줬어. 역시 이런 연기는 이오리답게 잘 하는구나.

 

[이오리] 나 답게? 나 답게라면......

 

[P] 약간 뭐랄까, 조금 까칠한 듯한...

 

[이오리] 누가 까칠하다는 거야?!

 

말 끝나기가 무섭게, 이오리가 눈매를 찡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삐친 듯 고개를 돌리며 팔에 힘을 주는 채를 하였다. 역시 그 말은 조금 듣기 싫었던 걸까. 

 

[이오리] 흥, 완전히 다른 생각하면서 연기했는데......

 

[P] 다른 생각?

 

[이오리] 그야, 당신은 나를......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말해봤자 바보같은 소리만 해댈 게 뻔한 걸.

 

[P] 아하하......그럼 이오리, 이대로 다음 장면도 연기 해 줄 수 있어? 페이지는 XX쪽으로 해줘. 여긴 이 연극의 클라이맥스 부분이니까 더 신경써주고.

 

[이오리] 알았어. 여기를 하면 되지?

 

[P] 응.

 

이오리가 인상을 그대로 쓴 채 대본의 페이지를 더 넘기고는, 심호흡을 하며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오리] 당신과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뛰어넘을 수 있어. 무슨 일이 있든, 누가 무엇을 하든......당신이 내 곁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이오리] 언제나의 우리들처럼. 만약 실패하면 그건 뒤로 밀어두고, 앞만 보면 되는 거야.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대본의 대사를 차분히 읽어나갔다. 그녀가 읽어주는 대사는 묘하게 마음이 진정되었으며, 따뜻하게 자신감을 불어주는 느낌을 주었다.

 

[이오리] ......할 수 있지? 내 사랑.

 

 

 

 

[P] ......최고인 걸!

 

[이오리] 정말?!

 

으음, 이 정도의 연기력이면 완벽한 수준이다! 미래에 대해 미량의 회의를 느끼고 있는 남주인공을 격려해주는 여주인공의 심정이 멋들어지게 드러나왔다. 

 

[P] 응. 듣는 내가 정말 그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격려받는 느낌이었어. 이때까지 어떻게 연습했길래 그렇게 된 거야?

 

[이오리] 어떻게 연습 했다니......

 

[이오리] ......연습 상관없이, 이 미나세 이오리가 하는 연기니까 당연하잖아? 정말. 니히힛~

 

그녀가 얼굴을 붉히고 잠깐 뜸을 들이더니, 기분이 올라간 듯 얼굴에 예쁜 미소를 드리우며 웃었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P] 그럴 수도 있겠구나. 잘 했어, 이오리.

 

[이오리] ...그럴 '수도' 가 뭐야! 그럴 '수도' 가.

 

[P] 미, 미안......

 

이오리가 다시 인상을 쓰고 나를 노려보았다. 슬슬 이제 이오리의 다음 스케쥴을 확인해야겠다.

 

[P] ......아, 벌써 이런 시간이......이오리, 지금 바로 준비해줘. 다음 스케쥴에 늦을지도 몰라.

 

다음 스케쥴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 손목시계를 보자, 시간이 2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로 이동하고, 여러 준비를 끝내면, 아슬아슬하게 딱 맞춰 갈 수 있을 시간이다.

 

[이오리] 흥. 그럼 슬슬 움직이도록 할까. 이동은 차로 하는 거지?

 

[P] 응. 빨리 준비해줘.

 

[이오리] 그래.

 

이오리가 연극 대본을 소파 앞 책상 위에 놓고, 대본을 드느라 잠깐 옆에 앉혀 놓았던 토끼인형을 들어 자신의 팔 한 켠에 걸쳐두었다.

 

[P] 이번 연극, 열심히 하자. 이오리!

 

[이오리] ...당신도 힘 내. 히힛.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을 따라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내 말을 듣고는 잠깐 멈칫하더니 살며시 웃으며 회답해주었다.

 

[P] 그럼 먼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준비가 다 끝나면 와 줘.

 

나는 그대로 차로 태워다주기만 하면 되니까, 난 먼저 내려가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 이오리도 준비하기도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오리] 그래. 조금만 기다려줘.

 

어디보자......다음 스케쥴은......

 

약간 낡은 듯한 문소리를 내는 문을 열며, 사무소를 나섰다.

 

 

 

 

 

[이오리] 역시, 프로듀서 생각하면서 하길 잘 한 것 같네. 그럼, 출발해볼까나♪

 

이오리가 다음 스케쥴을 위한 준비를 다 끝내놓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소를 나서기 시작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닫히며, 사무소에 그녀의 발소리가 조용히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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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역시 짤막하고 있을법한(?) 일상 소재로 짤막하게 상황을 다루는게 저에겐 맞는 것 같군요. 2편 넘어가는 글 만드시는 분들......대단해...그런 걸 어찌 쓸 수 있는 건지......

 

이런 걸 직접 쓰는 일이 평소 흔한 것도 아니고, 최근 써보기 시작했기에 제가 보기에도 조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잘 봐주셨다고 해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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