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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 아이돌] Fortuna ac dæmónĭ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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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0, 2017 01:22에 작성됨.

사흘전 게시판에 뒷세계 아이돌 관련 설정에 일종의 3 창작이라 불러도 좋을 설정 스냅샷이 올라온 것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행운과 불행의 이야기 였죠.

 

(보러가기)

 

이 글을 보고 나서 느닷없이 확 와닿는 것이 하나 있어 작성자이신 분께 끄트머리 장면을 단편으로 묘사해보고 싶다고 요청을 드렸고 수락을 해주셔서 이렇게 탈고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부디 원 설정자 분과 스냅샷을 올려주신 분들이 만족스러워하실만한 작품이 되셨길 빌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타카후지 카코는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려주었던 행운, 그 행운에 마치 사형 선고가 내려진 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비밀' 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 그만 그 비밀을 들키고 말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아이의 입을 막아야 하나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순간적으로 오만가지의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교차하고 있었다.

 

'!'

 

그런 카코의 눈에 띄인 건 다름 아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눈이었다. 왜? 어째서? 눈에서 원망이나 분노 그리고 증오같은 것이 아닌 절망이 보이는거지? 어째서? 그녀의 상식선으로썬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시라기쿠 호타루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아이의 반응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카코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희망고문'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무너지게 되면 더 큰 상처를 입는다는 이야기,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신경쓰고 있지 않았던 그 개념을 카코는 지금 호타루를 통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직 행운을 날 버리지 않았다.'

 

카코는 순간적으로 모든 계산을 끝마쳤다. 자신을 떠난줄 알았던 행운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승리자가 되는건 이 불행을 몰고 다니는 아이가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확신한 그녀는 먼저 침묵을 깨고 호타루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오른 손가락들로 그녀의 오른뺨을 천천히 음미하듯이 쓰다듬었다.

 

"절망하고 있었구나"
'!'


자신의 마음을 마치 투시라도 해서 읽어본듯한 그 요염한 목소리에 순간 멈칫한 반응을 보인 호타루를 아랑곳하지 않고 카코는 오른손으로 아이가 벗어나지 못하게끔 뒷목을 잡고 그 아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

 

벗어날려고 발버둥쳐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완력으로나 뭘로보나 자신은 이 여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여인이 하는데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여인이 자신의 입술에서 입술을 때자 호타루는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뒤로 주저앉아 버렸다.

 

"내가 널 이용하려 했던건 사실이야 그걸 부인하진 않으마"

 

카코는 뻔뻔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어짜피 어두운 세계에 살면서 뻔뻔한건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하지만 지금의 뻔뻔함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승리를 그리고 그 승리의 평생 밑바탕이 되어줄 일생일대의 '물건' 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진지해지기로 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있으면서 너 역시 안식을 얻은건 사실이었을태지 아닌가"
'....'

 

계속해서 정곡을 찌르고 들어오는 카코의 이야기에 호타루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절망하여 공허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 보단 맹목적이라 할 지라도 살아갈 이유를 찾아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인간의 삶일터 어떠냐 네게 제안을 하나 하마."

 

카코는 슬슬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이 '물건' 은 영원히 자신의 소유가 될 참이었다.

 

"네게 안식을 배풀어주마. 네가 있어야 할 곳을 제공해주고 네 불행을 행운과 행복으로 덮어주마 대신"
"나를 따르거라. 나를 섬기고"
"나에게 복종해라"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펄쩍 뛸 이야기였겠지만 이미 절망감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호타루에겐 그 말 조차도 어머니의 품 안에 안긴 것 처럼 따스하게 들리고 있었다. 평생을 불행에 물들어 살아왔고 이제 그 불행이 자신이 마지막으로 믿었던 희망을 절망으로 바꿔버리게 되자 그녀의 뇌리는 차라리 모든 걸 버리고 이 여인에게 기대어 살아가라고 그녀를 부추기고 있었다. 자신이 유일하게 불행하게 만들지 않은 여인, 이 여인과 함께 한다면 괜찮을꺼라고 그녀에게 네 모든 것을 내어주라고.

 

"자 어떻게 할 것이냐 내 제안을 수락하겠느냐 아니면 거절하겠느냐"

 

선택의 시간이었다. 그녀는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호타루는 결국 결정을 내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입 밖으로 내었다.

 

"하 할게요"

 

카코는 미소지었다. 드디어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물건이 영원히 자신의 것이 된 순간이었다.

 

"그래 잘 선택했구나. 자 이제 무릎을 꿇고 앉아 있거라 계약을 시작하자꾸나"

 

마치 중세 기사가 영주에게 충성을 바치기 위해 서약식을 했던 모습처럼 호타루는 카코 앞에 무릎을 꿇었고 카코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들 조직의 상징이 박혀있는 반지를 끼고 돌아와 호타루 앞에 섰다.

 

"계약이란 자신의 의지로써 내용을 받아드리고 그것을 이행하는 것, 네 모든 것을 내게 바칠 준비가 되었으냐"

 

카코가 물었다. 두 사람이 있는 방 안엔 엄숙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가 겹쳐서 흐르고 있었다.

 

"예 준비 되었습니다"

 

미소를 띈 카코는 반지를 낀 자신의 오른손을 자신에게 무릎 꿇은 호타루에게 내밀며 처음 물었다.

 

"나를 따르겠느냐"

 

반지를 낀 오른손에 입을 맞추라는 의미, 호타루는 몸을 굽혀 카코의 오른손과 반지에 입술을 맞춘후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 저는 당신은 따르겠습니다."

 

카코는 다시 손을 내밀며 두번째로 물었다.

 

"나를 섬기겠느냐"

 

이번에도 호타루는 똑같이 행동한 뒤에 답했다.

 

"예 저는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차례였다. 이제 이 의식만 끝낸다면 이제 자신에게 영원히 행운을 안겨줄 이 '불행의 아이' 는 온전히 카코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영원히 나에게 복종하겠느냐 나의 노예여"

 

내밀은 손에 호타루의 입술이 다가왔다. 반지와 손에 입을 맞춘 호타루의 고개가 이전보다 더 많이 자신이 굽힐 수 있는 최대한으로까지 굽혀진다.

 

"네 저는 영원히 당신의 노예로써 당신께 복종하겠습니다"
"주인님"

 

카코는 언뜻 사악해보이는 미소를 입에 지었다. 드디어 자신의 영원한 승리를 책임질 물건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 영원히 자신에게 행복을 안겨줄 그리고 자신의 탐욕을 영원히 충족시켜줄 그러한 물건이.

 

"자 일어나거라 나의 노예여"
"네 주인님"

 

이제 카코의 노예가 된 호타루는 자신의 주인이 내밀어준 손을 붙잡고 그녀 앞에 일어섰다. 호타루의 머릿속엔 이제 일평생 자신을 괴롭힌 불행 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새로운 주인님에 대한 충성심만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비록 맹목적일지라도 이제서야 살아갈 의미를 부여받은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직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 '주인님' 타카후지 카코에 대한 영원한 복종의 정신, 그 뿐이었다.

 

"아름다워 널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봐왔던 것 중 지금이 가장 아름답구나"
"과찬이시옵니다 주인님"

 

카코는 다시금 오른 손가락들로 호타루의 오른 뺨을 탐미하듯이 쓰다듬었다. 평생을 자신을 덮쳐온 불행속에서도 마음을 꺾어오지 않던 아이가 자신의 조교 앞에 마음을 꺾고 자신의 승리를 위해 스스로 모든 것을 바쳤다는 사실이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좋은 감촉과 함께 카코를 미소짓게 하는데 충분했다. 자신의 행운이 떠나지 않고 자신을 승리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은 덤이었고 말이다.

 

"앞으로 나를 도울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넌 나의 영원한 승리를 책임지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태니까"
"한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네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그 불행을 조금 덮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자 내게 안기거라 나의 노예여 네게 살아있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마"

 

마치 누군가를 유혹하는듯한 고혹적인 말투에 호타루는 순순히 자신의 주인에게 다가가 주인의 품에 안겼다. 그렇게 다가온 자신의 사랑스러운 노예에게 카코는 다시금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 맞췄다.

 

'살아가는데 있어 수 많은 기쁨 중 제일은 바로 쾌락이란다 아가야'

 


 

 

제목은 문법적으로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전 찾아가면서 단어들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라틴어로 '행운 그리고 악마'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코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느 행운과 어두운 세계에서 넘치는 행운으로 세상을 자신의 마음대로 굴려가고 종국에는 사람까지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악마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굳이 이 새벽에 글을 업로드 하는 이유가 있다면... 어제가 호타루의 생일이었기 때문에 나름의 배려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이 창작으로 인해 상처를 입으셨을 카코와 호타루의 프로듀서 분들이 있으시다면 사죄 드리겠습니다.

 

탈고를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이라면 역시나 뻑하면 19금으로 흐를만한 표현을 정줄 잡고 순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못 믿으실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지금 이 버전도 굉장히 많이 순화가 된 버전입니다. 글 쓰다가 무의식적으로 '아 이거 소재 좋은데' 하면서 19금 내용들이 적어지고 있으니 원 할 말도 없네요. -_-;; 여튼 3차 창작까지 하는데 적나라한 19금 표현까지 넣는건 미성년자 분들의 출입도 잦을 것으로 추정되는 커뮤니티의 특성상 도의가 아닌 것 같아서 모두 잘랐습니다. 혹시나라도 '나는 19금에 관심이 있어 이 사람이 초기에 뭘 구상했었는지 보고 싶어' 하시는 성인 프로듀서 분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문의를 주시면 초안이 어땠는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_-;;

 

개인적으론 이런 탐미주의적 시선이 과도할 정도로 많이 들어간 것은 저에게도 꽤 색다른 시도였던지라 기억에 좀 남을 창작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창작을 허락해주신 분과 원작 설정자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여기까지 정독해주시느냐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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