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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еребряная звезда』 - Welcome to Liberty cit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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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8, 2017 23:20에 작성됨.

자신의 장비들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는 미나미를 아냐가 잠시 보다가 고개를 내젓고는 격통이 사라지지 않는 왼팔로 시선을 내린다.

왼팔에 힘을 약간 줘 본다. 격통이 조금 심해질 뿐, 움직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면 골절인가, 아냐가 난감하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쉰다.

아냐의 한숨소리를 얼핏 들은 미나미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나미의 순진무구한 시선을 마주한 아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옅은 미소를 얼굴에 띄운다.

아냐의 반응에 미나미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미소를 얼굴에 띄우더니 품 속의 사전을 꺼내 잠시 뒤적거리더니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고는 입을 연다.

 

"어, 그러니까.... врач-를 보러 갈테니까."

 

"Спасибо, 미나미-"

 

"пожалуйста!"

 

미나미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냐에게 맞춰준 언어로 대답하고는 앞장서서 걸어간다.

또다시 미나미의 등을 보게 되는 거구나, 아냐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장서서 걸어가는 미나미의 등을 멀거니 쳐다본다.

특별할 것 없는 의상. 그 나이대 여자아이라면 흔히들 입을 묘한 길이의 하얀색 원피스.

 

『어쩌면 미나미는 의상의 극적 반전으로 자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나미는, 어쩌면-』

 

아냐는 잠시동안 머리에 스쳐간 부정의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이런 생각은 수용소에서 질리도록 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아냐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그 댓가로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 시베리아의 차가운 수용소를 떠올린다.

하얀 눈이 오면, 어린 자신은-

 

"мы приехали, 아냐 쨩."

 

잠시 어린 시절을 회상하려는 찰나, 미나미의 둥글둥글한 말소리가 귓 속을 아무렇지 않게 침범한다.

리버티 시티라더니 회상할 시간도 주지 않는거네, 아냐는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영 점 몇 초의 짧은 순간 지어보이고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미나미에게 화답한다.

신을 믿는다고 말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이뤄줄 지도 모르는 천사는 자신의 곁을 떠나갈 테니까.

미나미를 쳐다보는 아냐의 눈빛에는 그런 생각이 심연의 우물 깊은 곳에 깔려있는 듯했다.

 

"Ах, спасибо, 미나미-"

 

"이제 내 러시아어도 꽤나 사전을 보지 않고도 어느 정도는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늘었네."

 

사실은 무슨 말인지 다 알고 있지만, 아냐가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미나미에게 어필하기 위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아냐의 표정을 본 미나미가 잠시 쿡쿡거리며 웃더니 어느샌가 도착한, 통로의 어두컴컴한 구석에 마치 자신이 여기 있지 않으며 안된다는 듯이 온갖 기괴한 장식품들이 붙어있는 문을 아무렇지 않게 톡톡 두드린다.

문 안에서 누군가가 황급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을 하고 있었나?

 

"누구세요?"

 

"아, 닛타 미나미인데요-"

 

"아, 어서 들어오세요."

 

문 안의 사람의 허락이 떨어지자 미나미가 먼저 들어가라는 듯이 문을 살짝 열고는 아냐를 안내한다.

아냐는 왠지 모르게 타르타로스로 한 발자국 내딛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지 잠시 주저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문 안으로 들어간다.

문 안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너무나 밝은 빛에 아냐가 눈을 전혀 뜨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강렬한 빛을 피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재밌다는 듯이 한참을 낄낄거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어른스럽지 못했다는 듯이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고는 실험 중이었던 듯한 광자 램프의 불을 끈다.

램프의 불을 끄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아냐가 쏜살같이 여성에게 달려가더니 몇 대 때리지 않고서는 속이 풀리지 않겠다는 듯 고요한 분노가 어린 표정을 얼굴에 살짝 드러내며 오른손으로 여성의 멱살을 잡는다.

하지만 여성은 그런 것도 예상 내라는 듯이 잠시동안 실없는 웃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진정하고는 입을 연다.

 

"그래, 어서오세요. 닛타 미나미 씨, 그리고..."

 

"아나스타샤예요."

 

"아, 그래요. 아나스타샤 씨. 여기 있는 미나미 씨한테서 구원받았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여성의 구사하는 언어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들리는 일본어.

아냐가 자신은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미나미를 쳐다보자 그녀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냐와 여성을 쳐다본다.

잠시 두 사람의 침묵을 지켜보던 여성이 알 수 없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짧은 러시아어로 자기소개를 한다.

 

"Привет, меня зовут 'Recaller'. приятно познакомиться, Анастасия."

 

"미나미- Она может говорить по русски-"

 

"ты выглядишь счастливым!"

 

자신을 Recaller【소환자】라고 소개한 여성의 러시아 인삿말에 아냐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놀랍다는 표정을 짓자 미나미가 이제는 거의 능숙해진 러시아어로 미나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소환자】는 러시아어를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아냐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무슨 말인지 대충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빙긋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연다.

 

"그래서, 저한테는 무슨 일로 왔죠?"

 

"아, 아냐 쨩이 임무를 하다가 왼팔이 부러진 듯 해서...

 

"어디 한 번 봅시다."

 

【소환자】가 미나미의 말에 눈가를 찡그리고는 아냐의 왼팔을 약하게 부여잡고 여기저기 두드려보거나 찔러보거나하며 아냐의 상태를 체크한다.

아냐는 【소환자】의 작은 두드림에도 꽤나 아프다는 듯이, 하얀 이를 앙다물며 고통을 감내한다.

아냐의 반응을 본 【소환자】가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연다.

 

"대충 알았어요. 하지만 이 부분은 환자와 일대일로 얘기하고 싶으니 닛타 씨는 그만 돌아가세요."

 

"에, 하지만 러시아어 못하시는게..."

 

"그건 어떻게든 할테니까요."

 

"....그렇게나 심각한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환자 외에는 얘기하지 않으려고 하니 그만 나가주세요."

 

【소환자】의 꽤나 날카로운 말에 미나미가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나선다.

아냐는 너무나 싫다는 듯이 애절한 눈빛으로 미나미를 쳐다보았지만, 미나미는 아냐에게 눈길 하나도 주지 않고 그저 밖으로 나가버린다.

매정한 미나미의 반응에 아냐가 풀이 죽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땅바닥을 쳐다보는데, 【소환자】의 낮고 우울한 목소리가 아냐의 귓가를 때린다.

 

"자, 그럼 아나스타샤 씨, 알아듣는거 다 아니까 연기는 이제 그만하실까요?"

 

"...어떻게?"

 

"그건 영업비밀이예요."

 

새삼 놀랄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소환자】가 빙글빙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아냐는 그런 【소환자】의 얼굴을 노려보며 다음에 무슨 행동을 취해야할지 머릿속으로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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