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NOTHER ONE CINDERELLA STORY 14 - 패셔네이트 걸 B ①

댓글: 12 / 조회: 1241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4-18, 2017 20:06에 작성됨.

(이전 화 링크)

 

패셔네이트 걸 B ①

 

 

 식사, 특히 점심을 먹을 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병원을 갈 때 점심시간에 가지 않는 이유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 직장인도 학생도 주부도 모두 일제히 식사를 하기에 가게는 붐비고 배달전화는 끊길 일이 없는 상황에서 점심을 먹으려 하면 당연히 때를 놓치게 된다.

 그러니 제 때 점심을 먹으려면 점심시간보다 조금 일찍 주문을 할 필요가 있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오늘 뭐먹지?” 하는 고민이다. 가정식은 질렸는데 중식은 어떨까? 아니면 간단하게 인스턴트를 먹을까? 가게를 정하고 나서도 특선 메뉴로 할지, 아니면 늘 먹던 걸로 할지, 다양한 고민들에 발목을 잡힌다.

 특히 점심은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것을 먹고 싶다는 욕구와 도전정신이 강해져서 이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새로운 가게를 간다는 것은 곧,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미지의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도전을 하는 것에 지레 겁을 먹고 다음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것은 이미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아이돌들에게도 마찬가지. 사기사와 후미카는 생전 처음 오는 카레 전문점의 분위기에 압도되어있었다.

 “전문점이라고는 해도 꽤 캐주얼한 분위기네요. 인테리어라던가, 메뉴라던가…….”

 “네! 같은 카레라도 메뉴가 다양한 게 장점이라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요시노도 같이 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매워서 차를 잔뜩 마시면서도 그릇을 깨끗이 비웠죠!”

 “역시 매운 거군요……. 저도 매운 건 익숙하지 않은데 괜찮을지…….”

 “그럼 오늘은 순한 맛으로 도전해보는 건 어떤가요? 여기 주문이요!”

 부서가 달라 면식이 없던 아카네와 친해진 것은 얼마 전의 솔로 라이브 준비 중의 일이었다. 부족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프로젝트 크로네 멤버들에게 상의를 했다가 린을 통해 미오를, 미오를 통해 다시 아카네를 소개받아 특훈을 했다. 후미카로서는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아카네는 페이스를 맞춰가며 도와줬고 이후로도 자주 같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그 보답으로 카레가게에 가려고 했으나 후미카는 카레가게를 가 본 적이 없었다. 이곳도 사실상 아카네에게 이끌려서 온 것이었다.

 “커리, 그러니까 카레의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해 요리를 만드는데 그 중에서도 카레처럼 여러 향신료를 혼합해 놓은 것을 ‘마살라’라고 부른다고 해요. 마살라를 쓰는 요리는 커리 말고도 많지만 현지인이 아니면 구분하기 힘들어서 외국인들에게는 전부 커리로 취급받죠. 그래서 인도의 커리가게에서 그냥 커리를 달라고 하면 현지인들은 알아듣지 못 한다고 하네요.”

 “이 가게에 있는 카레하고도 많이 다른 건가요?”

 “네. 인도의 정통 커리는 우리가 아는 카레와는 많이 다르다고 해요. 이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커리가 영국요리에 큰 영향을 끼치고, 그것을 다시 일본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각 나라 문화에 맞게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음식들이 많은데, 보통 일본 요리라고 생각하는 돈까스도 서양의 커틀릿이 넘어오면서 지금의 형태로 변형되었다는 설이 있죠.”

 알아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카네는 후미카가 말한 정보에 관심을 보였다. 공부해오기를 잘했다고 후미카는 속으로 보람을 느꼈다. 다음에는 카레만이 아니라 카레가게에 대해서도 알아 와서 제대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일찍 와서 주문한 덕에 음식도 빠르게 나왔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카레라이스가 두 접시. 아카네는 처음부터 소스를 밥 위에 듬뿍 뿌렸고, 후미카는 필요한 만큼 조금씩 소스를 얹었다. 윤기가 흐르는 밥에 더해진 황갈색 소스는 그 색과 향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조심히 한입을 떠서 입에 넣었다.

 가정식 카레와 비슷하면서도 중요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는 깊은 맛. 기본메뉴라 그런지 크게 맵지 않으면서 희미하게 사과의 맛이 감돌았다. 미식의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닌 후미카조차도 ‘이것이 감칠맛이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뛰어난 맛이었다. 한입을 천천히 음미한 뒤 꿀꺽, 넘기기까지 충분히 맛을 즐겼다.

 감상을 말하려고 고개를 든 순간, 후미카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엄청난 기세로 숟가락을 놀리고 있는 아카네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

 “아아아아! 역시 맛있네요! 적당히 매우면서도 밥과 잘 어울리고! 정말로 맛있습니다!”

 한 동안 멍하니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카네는 이미 반 이상 접시를 비우고 있었다. 얼른 먹지 않으면 그녀를 기다리게 만들 것이다. 열심히 숟가락을 쓰면서도 후미카는 마주 앉은 아카네의 먹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여기는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아, 아뇨. 아카네 씨에게 보답하려고 온 건데.”

 “카레에 대해서 많이 알아갔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트레이닝을 따라온 후미카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리 말하며 지갑을 꺼내는 아카네를 후미카는 말릴 수 없었다. 좀 전처럼 계속 보고만 있었다. 미안함 같은 감정이 아니라 여전히 신기하다는 눈빛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회사까지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소화를 시킬 겸 거리를 산책하기로 했다.

 여러 번 같이 운동을 했음에도 이렇게 둘이서만 이야기를 오래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다. 성격이나 관심사의 문제도 있고 둘이 함께 하는 일이 적어서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문제는 자신의 성격 때문일 거라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아이돌을 하기 전에도 숙부가 운영하는 서점을 도우며 지냈다. 자연히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았고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라 독서에만 빠져 살았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소통에 대한 책을 읽어봤지만 변화는 없었다. 지식은 많지만 활용에는 약한 인간. 그것이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였다.

 자연히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면 거의 대화를 단절하고 살았다. 타인과 눈을 마주치기 싫어서 앞머리를 기를 정도로. 일종의 방어막 같은 것이었다. 아이돌 활동을 시작한 뒤로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처음 대화해보는 사람에게는 서툴렀다.

 하지만 아카네에게는 그런 것이 의미가 없는 듯 했다. 방어막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그녀의 시선과 목소리는 후미카에게 전달됐다.

 “미오는 정말로 굉장합니다! 저보다 어리고 아이돌 활동도 더 늦게 시작했지만 배울 점이 많아요! 아이코도 마찬가지예요! 얼마 전에는 카메라 다루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떻게 해도 좋은 사진을 찍지 못해서 고민이었는데 아이코가 가르쳐 준대로 했더니 성공했습니다!”

 별거 아닌 이야기들. 별거 아닌 사실들. 말 그대로 일상의 이야기를 그녀는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사소한 일들이 추억이 되는 것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히노 아카네가 하는 이야기는 그 이상의 신비한 마력이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후미카는 아까 전부터 그것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아카네 씨가 말하는 방식을 배우면 나도 다른 사람들과 더 원활히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지만……. 잘 모르겠어. 역시 지식만으로는 뭔가를 아는데 한계가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자연히 눈길을 끄는 곳을 발견했다. 서점. 처음 와보는 길에서 발견한 서점에 후미카는 눈을 빼앗겼다. 서점을 둘러보는 것은 그녀의 몇 안 되는 활동적인 취미였다. 아이돌 활동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도 시간이 남으면 그 지역의 서점을 찾아볼 정도였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아카네가 걸렸다. 혹시 지루해하지 않을까? 책을 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맞춰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걸 후미카는 알고 있었다. 그럴 바에는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럼에도 들어가 보고 싶었다.

 끙끙대고 있는 동안 앞서 가버렸던 아카네가 후미카를 찾아 돌아왔다.

 “후미카! 뭘 보고 있는 겁니까? 아, 서점이군요! 들어가 볼까요?”

 “네!”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나온 그녀의 말에 후미카는 저도 모르게 반색해버렸다.

 

 “지하에 있는 서점이군요! 책이 정말로 많습니다!”

 “저, 아카네 씨. 조금만 조용히…….”

 “아! 죄송합니다. 흡.”

 숨을 참듯이 아카네는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도 잠시 신기하게 바라보다 후미카는 본격적으로 서점 탐방에 나섰다.

 우선은 외관부터. 다음에는 곳곳에 꽂혀있는 책들에게 차례로 시선을 옮겨갔다. 신간은 신간대로 모여 있고 그것들을 다시 장르별로 구분하는 등 기본에 충실하며 건물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서 책을 찾기 쉽게 되어있었다. 한쪽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는데 이와는 별개로 책이 놓여있는 쉼터가 따로 마련되어있었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던 명작을 발견해서 한참 동안 푹 빠져 읽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었지만 수십 번이나 읽어서 종이가 낡은 그것과는 역시 종이의 질감이 달라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받았다.

 아카네가 같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것은 책을 절반 쯤 읽었을 때였다.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으음.” 하고 낸 소리에 헛, 하고 깨달은 것이다. 이미 읽어본 책이고 페이지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속독을 했기에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행을 까맣게 잊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었다니.

 후미카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카네는 당황해서 큰소리를 낼 뻔한 것을 참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후미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좋았습니다.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역시…… 답답했군요. 그럼 그만 나가는 게…….”

 “아뇨,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아, 흡. 음……. 그러니까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궁금한 점이 많이 생겼습니다.”

 궁금한 점? 후미카가 묻자 아카네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후미카도 눈을 움직였다. 책장에 꽂힌 책과 테이블, 쉼터. 전부 후미카가 눈 여겨 봤던 것들이었다.

 “후미카는 책을 좋아하고 서점은 책을 사러 오는 곳인데 의외로 서점 전체를 보더라고요. 저는 봐도 잘 모르겠던데. 원래 책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카네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후미카는 조금 멍해졌다. 누군가와 함께 서점을 와본 경험자체가 적었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의문을 물어봐준 사람은 없었다. 그건…….

 “책은 그 내용만이 아니라 사는 순간의 분위기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분위기요?”

 “네. 요즘은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할 수 있고 전자책이라는 것도 나와서 굳이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려서 무거운 책을 볼 필요가 없죠. 그래서 저는 서점이나 도서관을 갈 때 그곳의 고유의 분위기를 중요시하고 있어요. 단순히 책을 사는 것만이 아니라 서점의 주인, 도서관의 사서가 생각하는 그 장소의 분위기를 엿보는 거예요. 일종의 신념, 긍지 같은 거죠.

 그런 것을 알게 되면 서점이란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오고 싶은 장소’가 돼요. 그런 장소에서 구입한 책에는 그 서점만의 이야기, 그 책을 살 때의 추억이 담겨요. 내용이 아니라 그 책 자체에 이 세상 단 하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서점과 도서관을 갈 때는 꼭 그 분위기를 살피고 있어요. …… 이거면 대답이 될까요?”

 최대한 정확한 답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전해지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덜컥 겁이 드는 것을 아카네는 산산이 부숴버렸다. 그렇군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이돌이랑 비슷하네요!”

 그리 말하고 아카네는 또 헙, 하고 숨을 참듯이 입을 막았다. 후미카는 의문에 빠졌다. 곰곰이 생각하다 해답을 내렸다.

 기술의 발전으로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진 것은 책만이 아니다. 아이돌의 노래도 인터넷으로 다운받을 수 있고 무대도 인터넷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팬들은 수고해가며 아이돌의 라이브를 보러 온다. 그들에게 아이돌이란 ‘보고 싶은 사람’이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카네의 말이 맞았다. 후미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정말로 비슷하네요. 저기, 아카네 씨.”

 “왜 그럽니까?”

 “아카네 씨를 혼자 두게 해서 죄송해요. 점심도 아카네 씨가 사게 해버렸고. 사과의 뜻으로 책을 선물하고 싶은데 원하시는 게 있으면 골라주세요.”

 “정말입니까? 고맙습니다! 그럼 이걸로!”

 그녀는 좀 전까지 후미카가 읽던 책을 덥석 집어들었다. 후미카는 당황했다. 제가 읽던 건데 그걸로 괜찮으시겠어요? 그러자 아카네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 또 한 번 입을 다물더니 이어서 답했다.

 “이 책에는 오늘 저와 후미카의 이야기가 담겼으니까요.”

 아카네는 곧장 그 책을 계산대로 가져갔다. 활기찬 뒷모습을 따르며 후미카는 생각했다. 자기보다 작은 이 소녀의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걸까. 마치 햄스터 같다. 작디작은 몸으로 쉬지 않고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 보고 있으면 묘한 귀여움에 웃음이 나오는 것도 햄스터 같았다.

 “고맙습니다, 후미카!”

 “이 정도로 뭘요. 원하시는 책이 있다면 언제든지 구해드릴게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저는 책을 잘 안 읽다보니 서점하고도 거리가 멀었거든요. 자주 다니는 길인데도 서점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오늘 후미카 덕분에 서점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괜찮다면 나중에 또 저랑 같이 서점에 와요!”

 “아……. 네! 꼭 같이 와요!”

 시간이 남았는데 차라도 마시러 가죠! 아카네는 찻집으로 앞장섰다. 가만히 있는 것을 못하는 아카네지만 의외로 차분의 느낌의 녹차를 좋아했다. 보통은 따뜻한 차를 보온병에 담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을 선호했지만 가끔씩은 느긋이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잠깐 걸음을 멈춰 서서 순간의 여유를 즐기는 재미. 아이코에게 사진을 배우며 알게 된 것이지만, 아카네가 무언가를 먹을 때는 뛰어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 희한한 일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카네는 지름길로 달렸다. 상가 건물들 사이에 있는 골목. 잡동사니들이 놓여있어서 좁았지만 조금만 가면 바로 찻집까지 갈 수 있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름길이었다.

 후미카는 자기 나름대로 빠르게 쫓아갔지만 아카네보다는 느렸다. 후미카가 조금 속도를 내려 할 때쯤에 아카네는 이미 골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누군가 사각형의 화면으로 보고 있었다. 아직 후미카는 골목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임을 알고 그것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카네를 조준하고 무언가를 날렸다.

 달려가던 아카네는 멈춰 섰다. 손바닥 크기의 동그란 것이 또르르 굴러왔다.

 “장난감? 공?”

 호기심에 고개를 낮춰 살펴봤다. 단단해 보이는 재질에 매끈한 표면. 중심에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마치 캡슐 같은 생김새였다.

 데굴데굴 굴러오던 그것은 아카네의 발에 툭, 닿았다. 그것의 입이 열렸다. 엄청난 힘으로 아카네를 끌어당겼다.

 “어, 어?”

 위험을 느끼고 아카네는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은 더 강한 힘으로 아카네를 끌어당겼다. 파이프를 붙잡고 버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엄청난 흡입력 앞에 파이프가 흔들리더니 나사가 뽑혀 나올 정도였다.

 아카네의 손이 파이프를 놓쳐버렸다.

 “후미카! 여기로 오면 안 됩니다!”

 

 퍼-엉!

 

 아카네의 목소리가 후미카의 귀에 꽂혔다. 동시에 폭발과 같은 굉음이 그녀의 목소리를 지웠다. 아카네 씨? 후미카는 조심히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 입구에 책이 든 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골목 안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기저기 그을린 자국이 가득했고 매캐한 냄새에 후미카는 콜록거렸다. 그래도 후미카는 입을 열고 아카네를 불렀다.

 “아카네 씨!”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오랜만에 올립니다.

@ㅓ나스토를 안 올리니까 일주일이 참 길더군요.

 

이번 편은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분서갱유의 이야기입니다.

이걸 쓰면서 정말 아까웠던게 "아...... 이건 죠죠 얘기 빼고 그냥 분서갱유 단편 하나로 내도 됐을 텐데." 했거든요.

그 정도로 분서갱유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은 전부 다 했습니다.

 

카레 집은 기본! 후미카가 점점 아카네에게 끌리고~

서점 가자니까 냉큼 "네!" 하는 후미카도, 소리 높아질 때마다 흡! 하는 아카네도 너무 좋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ㅓ나스토랑 뒷세계 아이돌이랑 세인트☆아이돌 완결만 내면 죽어야지......

(그렇게 영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도 제가 좋아하는 작품 외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후미카가 말한 서점에 대한 지론은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도 책을 사지만 굳이 멀리 있는 서점에 산책 나가는 이유죠. 특히 가끔씩 가는 광화문 교보 문고는 저의 힐링 공간이에요.

그러니 제발 책 값 좀 내려라...... 도서정가제 폐지 플리즈......

 

한 가지 정말 신기했던 것이 있습니다.

중간에 아카네를 햄스터에 비유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어느 분의 팬아트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쓴 것입니다. (링크)

저 팬아트는 2016년 12월 말에 나왔죠. 그런데 신데극장에서 실제로 아카네=햄스터를 써먹었지 뭡니까!? (링크)

미래를 예언한 프로듀서 ㅎㄷㄷ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써먹히고 있는 햄스터 아카네! (링크)

 

아카네도 후미카도 정말 좋습니다. 후후후. 분서갱유 흥해라! (마지막에 아카네를 폭발시키며)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