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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세 이오리]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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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6, 2017 23:39에 작성됨.

※프로듀서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글입니다.

 

※탈주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권장되지 않는 창작글입니다.

 

※많이 미숙한 필력이지만,. 재밌게 봐주셨음 감사하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내가 765 프로덕션에 입사하여 이오리와 미키를 프로듀스하게 된지 꽤 시간이 지났다. 평소에는 소규모의 작은 공연같은 일만 있었지만, 이번에는 타 기획사에 간청하고 간청하여 대규모 라이브 하나를 겨우 잡아낼 수 있었다.

 

이 라이브는 우리 이오리와 미키에게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고, 또한 톱 아이돌을 향한 계단의 본격적인 한 걸음이 될 것이다.

 

 

[P] 수고했어, 이오리.

 

[이오리] 당연하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니히힛~

 

[P] 전체적으로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잘 해 주었구나.

 

[이오리] 으윽......내, 내가 언제 흔들렸다는 거야?! 

 

[미키] 마빡이, 사실 조금 실수하기는 한 거야.

 

[P] 하하. 

 

그리고 그 라이브에서 자신의 차례를 끝낸 이오리가 무대 커튼 뒤로 들어오자, 반갑게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댄스는 완벽하지는 않았고, 노래도 조금 체력에 지치는 면모가 있어 약간 지저분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좋은 성과다.

 

[P] 그럼 이제 미키의 차례네. 최선을 다 하고 와.

 

[미키] 응! 맡겨달라는 거야!

 

그리고는 미키가 발랄하게 자신의 무대를 향해 발소리를 내며 뛰어나가고, 그녀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P] 좋아, 첫시작이 좋네. 

 

곡이 시작하는 타이밍과 포즈를 잡는 타이밍이 서로 완벽하고 박력있어 기세가 좋았다. 

 

그리고 약 2분 후,

 

[P] 오오, 저 부분을 해내다니. 특훈한 보람이 있는 걸. 지금까지 노래도 아주 깨끗하고.

 

[이오리] ......

 

특훈을 한 성과가 있었는지, 댄스 동작을 미키가 완벽하게해주었다. 이오리도 도전해보았지만 동작 자체도 어려워 잘 안 되던 동작인데, 노래까지 깔끔하게 부르며 잘 해주고 있다.

 

[이오리] ......으으.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그 곡이 끝나고, 후의 다른 곡마저도 그녀가 완벽히 소화해내자, 관객석은 노란색 사이리움이 꽃이 가득 심어진 꽃밭에 바람이 부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으며, 마치 그 아름다움에 감탄이라도 하는 듯 함성이 쏟아졌다. 

 

[P] 정말 잘 해 주었어! 최고의 라이브였네!

 

[미키] 헤헤, 고마운 거야!

 

대성공이다. 사실 미키의 연습량이 이오리보다 적어 꽤 걱정했지만, 완벽히 모든 걸 해내주고 왔다. 

 

[이오리] ......뭐, 그럭저럭이네.

 

이오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평소 나에게 화 나 있을 때의 표정인데......무슨 일이라도 있나?

 

[미키] 정말, 마빡이는 좀 더 솔직해져도 된다는 거야~

 

[이오리] ...지금 난 완전 솔직하거든! 나보다 연습도 덜 했으면서.

 

[P] 하하......

 

어쨌든 성공이다. 오늘 라이브는 이걸로 종료. 이오리와 미키 둘 다, 열심히 잘 해주어 보기 좋았다.

 

[이오리] 얼른 돌아가자구. 낭비할 시간은 없잖아?

 

그녀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뒤돌아서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P] 자, 얼른 타. 이오리.

 

[이오리] 그래.

 

그녀를 촬영 기획사에 데려가 사진을 찍기 위해, 자동차를 준비해 문을 열어주었더니, 이오리가 뒷자석에 살포시 앉았다.

 

-덜컹-

 

[P] 그럼 이제 출발할까.

 

자동차에 열쇠를 꽂아 시동을 켜니, 조용한 엔진음이 들리며 자동차가 출발하였다.

 

 

 

[이오리] 그런데 프로듀서, 요즘 들어 미키, 갑자기 왜 이리 바빠진 거야?

 

[P] 으음...그렇네. 그 때 이후로 미키가 많이 바빠지긴 했네. 

 

이오리를 태운 자동차를 운전하며 10분 가량이 지났을까, 뒷자석에서 이오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이오리] 정말, 그 때 라이브는 나도 같이 했는데. 이 이오리의 귀여움과 대단함을 모르다니, 그 쪽의 높으신 분들은 정말 바보천지들인가 보네.

 

라이브라, 그래. 그 때의 라이브를 기점으로 미키의 출연 제안이 많이 들어오긴 했다. 

 

[P] 하하. 이오리는 정말 자존심이 세구나.

 

[이오리] 자존심이 센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 뿐이거든?

 

자동차의 백미러로 이오리를 향하여 보니, 이오리가 얼굴을 돌리머 '흥' 따위의 소리를 내고 있는게 보였다.

 

[P] 뭐, 이오리도 미키처럼 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이오리가 미키보다 보컬이나 댄스가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오리] 정말 아까부터 계속 시끄럽네! 그런 말 할 시간 있으면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구! 

 

[P] 미안, 미안.

 

뭐, 이오리도 이미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거겠지. 성적은 아직 미키보다 못 하지만 이오리도 잘 해주고 있다.

 

[이오리] ......당신?

 

아직 연약하지만 그녀들은 지금 자라나기 시작하는 나무. 계속해서 뿌리를 깊게 뻗고 줄기를 뻗으면, 언젠가는 하늘의 정상을 매만질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난 그렇게 믿는다.

 

[이오리] ...기획사, 여기 아니지 않아?

 

이대로만 계속 해준다면, 톱 아이돌의 자리는 정말 꿈이 아닌 자리....

 

 

[이오리] 사람 말을 듣는 거야 마는 거야!

 

[P] 이, 이오리?!!

 

아뿔싸, 기획사를 한 블럭 지나쳐버렸다. 여기서부터는 유턴을 할 차선이 이제 없는데!

 

[이오리] 정말 뭐하는 거야! 나를 태워준다고 했으면서, 지나쳐버리면 어떡하냐구!

 

[P] 미안, 미안해 이오리! 

 

급한 마음에 갓길에 임시로 차를 주차하고는, 뒷자석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이오리] 흥, 됐어. 내가 알아서 찾아갈 거니까. 한 블럭 쯤 지나친 것 같은데, 맞지?

 

[P] 어, 응....어.......그렇긴 한데, 정말로 걸어가게?

 

[이오리] 뭐야, 내가 한 블럭도 못 걸어갈 것 같아?

 

[P] 아니......

 

[이오리] 걱정마라구. 당신, 어차피 또 미키를 픽업해주러 가야하잖아? 얼른 가기나 해.

 

[P] ...아, 그럼 알겠어. 부탁할게.

 

그리고 뒷좌석의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크게(힘을 주어 세게 닫은 것 같았다) 들렸다.

 

[P] 정말 괜찮으려나......

 

그녀가 걱정되어 사이드 미러로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혼잣말을 하는 건가? 차 바깥에서 하는 말이라 그런가,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오리] 저 멍청이 프로듀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내가 사무소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때, 이오리가 내 옆에 다가와 '기획서' 라고 적힌 종이다발을 내밀었다. 난 그것을 한 번 훑어보고는, 이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P] 이오리, 정말로 괜찮겠어?

 

[이오리] 문제없어.

 

[P] 무리는 하지 말아.

 

[이오리] 문제 없다니까.

 

[P] 정말이지?

 

[이오리] 으으, 정말! 문제 없다면 문제 없다는 걸로 알아들으라구! 

 

[P] ......

 

그 라이브가 끝나고 세 달 가량쯤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765 프로덕션에 일이 잔뜩 생기게 되었다. 잠깐 몸을 쉴 틈도 없어져 버렸다.

 

미키와 이오리 둘 중 성과가 가장 좋은 것은 미키였다. 그녀의 성과 달성률은 그래프로 그려보았을 때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으며, 이오리는 성과 달성률이 미키에 비해서는 적잖이 완만한 선을 그렸다. 하지만, 분명 예전보다 일거리가 많이 늘어난 건 확실하고, 미키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하지만 그녀의 실력도 늘어나갔다.

 

하지만 최근엔 미키의 일이 이오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더 많아짐에 따라 이오리에게 신경을 못 써주긴 한 것 같다.

 

[P] 알았어. 그럼 최대한 네가 기획한 대로 라이브 일정을 짜볼게. 그 때까지는 네가 부를 노래와 안무를 연습해줘.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하나, 무리하지 마.

 

[이오리] 이제서야 말을 알아먹네. 내 걱정은 말라구. 나도 이제 내 앞가림은 알아서 한단 말이야. 당신은 내가 구상한대로 라이브나 짜주면 오케이야.

 

[P] 그럼 부탁할게. 그런데 어디가는 거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오리가 자신의 한 쪽 팔에 토끼인형을 끼고는, 어디 볼일이라도 있는지 사무실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오리] 서점.

 

이윽고 문을 닫는 소리가 나더니,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나저나...

 

 

[P] 이건 너무 어려운 곡들 뿐이잖아......

 

이오리가 나에게 건네준 라이브 기획안을 책상에 정리하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P] 잘 할 수 있으려나, 이오리...

 

노래가 어렵거나, 안무가 어렵거나, 아니면 둘 다 어려운 곡만의 진행으로 기획안이 구성되어있다. 아무리 이오리의 실력이 상승했다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어려운 곡들 투성이었다. 게다가 미키의 노래를 커버하는 것도 두 곡쯤 있고.

 

[P] ......아니. 이것도 일종의 기회니까, 한 번 해보는 것도 낫겠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오리]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이오리가 기획한 라이브안은 꽤 먹혀들었다. 라이브 기획사에 찾아가 '이 내용대로 부탁드립니다' 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여주셨고, 이제 라이브 팜플렛까지 나왔으며, 잡지에도 소개되었다.

 

이제는 그 때까지 연습만 하면 된다.

 

[P] 자, 마셔. 이오리.

 

[이오리] ...당신, 꽤 눈치가 좋아졌네.

 

라디오의 반주에 맞춰 댄스를 끝낸 이오리에게 에너지 드링크와 마른 수건을 건네자, 그녀가 낚아채듯 내 손에서 드링크와 수건을 가져갔다.

 

[이오리] 뭐, 프로듀서는 아이돌의 하인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말야.

 

[P] 하인이라...

 

평소에는 혼자 트레이닝룸에서 연습을 하는 이오리였으나, 오늘은 나에게 시간이 잠깐 남아 이오리의 연습을 검수하고 있었다.

 

[P] 며칠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구나, 이오리.

 

[이오리] 뭐야, 그럼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P] 아니, 그건 아닌데...

 

이오리의 댄스는 아직 미키만큼 완벽하지 않다. 진행은 어떻게든 되고는 있으나, 동작 사이사이가 부드럽지 않고 거칠어보였다.

 

[P] 그래도 이오리, 첫번째, 두번째 곡의 댄스는 완벽한데, 아직도 커버곡의 댄스의 움직임이 조금씩 뻣뻣한 것 같아. 댄스에 조금 여유를 가져보면서 해보지 않을래? 으음....미키의 댄스를 한 번 기억해봐.

 

[이오리] ...흥, 그런 건 알고 있다구.

 

[P] ......그럼 다행이지만.

 

[이오리] 자, 그럼 반주 다시 틀어줘. 3번째 곡이었지? 이제 1주 후면 라이브니까, 시간도 얼마 없잖아? ......으윽.

 

잠시 쉰 몸을 그녀가 일으키자, 이오리가 중심을 잃고 주저앉아버렸다. 아무래도 오래된 연습으로 근육통이 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끝내고 사무소에서 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P] 이오리, 괜찮아?

 

[이오리] 으응. 이 정도쯤은 괜찮다구. 자, 어서 재개하자.

 

[P] 말했지, 이오리? 무리하지 말라고.

 

[이오리] 아......

 

내가 그 말을 해주자, 이오리의 표정에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한 표정이 생겼다.

 

[P] 연습도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역효과야. 그러니까 이오리, 오늘은 그만하고 사무소에서 쉬는게 더 낫다고 생각해. 혹시 아프면 사무소까지 업어줄 수도 있고.

 

[이오리]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뭐, 오늘은 특별히 당신 말을 들어주도록 할까?

 

[P] 그래. 그럼......읏챠.

 

내가 그녀의 키에 맞게 자세를 낮춰 앉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 등에 업혀주었다. 이제 이대로 사무소에 데려다주기만 하면...

 

 

-띠리링-

 

응?

 

[발신자 - 호시이 미키, 수신자 - P]

 

<프로듀서, 언제쯤이면 데리러 와주는 거야~?>

 

 

메세지의 수신음에 한쪽 팔로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미키의 메세지가 와 있었다. 이뿔싸, 미키를 픽업해야 한다는 것을 잠깐 잊어버렸다. 바로 미키를 데려가줘야 한다.

 

[P]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미안해 이오리. 조금 꽉 잡아줄 수 있겠어? 미키를 픽업해주러 가야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미안해.

 

[이오리] ......으으...

 

[P] ......이오리?

 

[이오리] 흥, 역시 내가 알아서 갈래. 

 

[P] 아프지 않아?

 

[이오리] 정말 계속 아까부터 시끄럽네! 하인은 하인대로, 내 말에 듣기나 하라구~!!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이오리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트레이닝 룸의 바닥에 이오리를 내려놓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문을 열고 달리기 시작했다.

 

-덜컥-

 

이오리의 트레이닝을 검수가 너무 늦게 끝나버렸다. 미키에게 전화해서 이제 출발하겠다고 말해줘야겠다. 

 

-딸깍-

 

[P] 응?

 

트레이닝 룸을 나가 문을 닫자, 무슨 버튼음과 함께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기분이 들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P] 드디어 대망의 라이브네, 이오리.

 

[이오리] 그렇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그녀가 기획한 라이브가 곧 시작한다. 열심히 연습한 노력의 성과가 드디어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

 

[P] 이오리, 혹시 긴장되거나 그러진 않지?

 

[이오리] 그럼. 이 슈퍼 아이돌 미나세 이오리를 우습게 보지 말라구. 반드시 모든 관객들을 사로잡고 말 거야.

 

[P] 하하, 좋은 마음가짐이네. 기대하고 있을게. 이오리의 최고로 귀여운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와!

 

그녀라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력은 신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오리] 말 안 해줘도 다 알고 있다니까, 정말.

 

[스탭] 미나세 이오리씨ㅡ! 슬슬 준비해주세요!

 

[P] 다녀와, 이오리.

 

[이오리] 갔다올게. 프로듀서. 

 

스탭의 준비신호에 맞춰 무대 위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이오리. 오늘은 이오리의 몸짓이 평소보다 더욱 자신감 있어 발랄하고 귀여워 보였다.

 

[스탭] 3, 2, 1, 스타트!

 

[이오리] 짜잔~! 초특급 슈퍼 아이돌 미나세 이오리, 등장이예요~!

 

이오리가 스타트 신호에 맞춰 무대 위로 뛰쳐나가자, 그녀가 라이브 시작 개시를 알리는 멘트를 말했고, 이윽고 곡이 시작되었다.

 

 

[P] 오오, 좋아. 좋은 시작인걸!

 

첫번째 곡 댄스의 도입부를 깜찍하고 귀엽게 잘 처리해주었다. 노래도 부드럽고 매력적이게 잘 불러주고 있다. 

 

이오리의 무대가 잘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관객석에는 분홍색 바다가 물결을 치고 있었으며, 첫째곡이 끝나고, 둘째곡이 시작되고 끝남에 따라 모양을 예쁘게 변형하고 있었다.

 

 

[P] 여기서부터가 문제구나.

 

세번째부터 두 곡은 미키의 노래를 이오리가 커버하여 무대 위에서 춤추며 부르는 곡이다. 미키는 특유의 학습력으로 잘 해줬지만, 이오리가 잘 해 줄까?

 

[P] ......아직도 조금 뻣뻣하네.

 

아니, 뭐라 해야할까......상체 움직임은 꽤 부드럽게 흘러가는데, 하체의 움직임이 조금 뻣뻣한 느낌이다.

 

[P]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점은 되나....

 

[미키] 프로듀서!

 

어디선가 미키의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진짜 미키가 내 뒤에 서 있었다.

 

[P] 미, 미키?! 여기엔 어떻게 온 거야?

 

[미키] 어떻게 왔냐긴. 마빡이가 미키의 곡을 불러준데서 재밌을 것 같아서 와 본 거야.

 

[미키] 그런데 마빡이, 움직임이 이상하네.

 

[P] 아, 아무래도 어려운 안무라 좀 뻣뻣하기는...

 

[미키] 아니, 진짜로 이상한 거야.

 

[P] 응?

 

미키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려 이오리 쪽을 향해 보자, 확실히 그녀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뻣뻣함이 더 심해졌고, 스텝 순서를 잘못 밟기도 하였다.

 

[P] 정말이네. 갑자기 왜......

 

[미키] 아까 마빡이가 미키네 쪽을 잠깐 보더니 저러는 거야.

 

[P] 이오리가?

 

[미키] 응. 우릴 보더니 잠깐 흠칫했어. 그러더니 저렇게 되어버린거야.

 

[P] ......

 

큰일이다. 벌써 체력이 다 빠져버린 걸까. 여기서 체력이 다 빠져버리면 안 된다. 이 곡을 포함해 앞으로 3곡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나머지 곡의 진행도 힘들어 질 것이다.

 

[이오리] 꺄아?!

 

[P] ...이오리?!

 

그러던 도중, 정말 큰일이 터져버렸다. 이오리가 댄스 도중 넘어져버렸다. 댄스가 멈추었지만, 곡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정적이 흘렀다. 관객도, 이오리도, 스탭과 나도. 관객석의 분홍색 바다에서 물결은 치지 않았으며, 반주곡만 무대에 울린채 곡 하나가 끝나버렸다.

 

[이오리] ...죄, 죄송해요~ 실수해버려서....

 

이오리가 관객석을 향해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관객석에서는 '괜찮아!' , '힘내라!' 등의 격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그에 응하듯 이오리가 다음 곡의 시작을 알리고, 춤추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P] ...휴우.......

 

[미키] 마빡이......

 

그래도 이오리가 어떻게든 진행을 이어나갔다. 그나마 다행인건가.

 

[미키] ...마빡이, 저 댄스도 이상해진거야. 노래도 조금 떨리는 것 같고...

 

4번째 곡이 시작되자, 이오리의 노래도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댄스는 이제 뻣뻣하기보다는 힘이 없었다. 5번째곡에서는 하마터면 또 넘어질뻔 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순서가 끝나고, 이오리가 무대에서 커튼 뒤로 오기 시작했다.

 

 

[P] ......수고했어, 이오리.

 

[미키] ......마빡아.

 

[P] 괜찮아?

 

[이오리] 시끄러.

 

[P] ......

 

내가 이오리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오직 차가운 대답만이 돌아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미키] 저기 프로듀서, 아직도 마빡이 안 오는 거야?

 

[P] 응.

 

[미키] ......

 

그 라이브가 끝나고 그 다음날부터 이오리가 프로덕션에 오지 않기 시작했다. 오지 않는 이오리가 걱정되어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이오리는 받지 않았다. 

 

[P] 이오리,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미키] 있잖아 프로듀서.

 

[P] 응?

 

[미키] 미키, 내일은 프로듀서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니까, 마빡이를 찾아보는 거야.

 

[P] 그래도 괜찮겠어?

 

[미키] 미키는 이제 혼자도 잘 할 수 있으니까. 마빡이는 프로듀서가 필요하잖아?

 

[P] ......고마워, 미키.

 

[미키] 아하핫, 이런 걸로 고마워할 필요 없는 거야.

 

[미키] 아, 그리고 마빡이를 찾으면 있잖아. 이거.

 

 

......종이?

 

 

[P] 알았어, 미키.

 

[미키] 응. 부탁하는 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P] ......이렇게 된 관계로, 잠시 자리를 비우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사장] 아, 그래. 프로듀서군. 자네라면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야. 갔다오게. 사무는 오토나시군에게 맡겨 놓을테니. 

 

[P]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P] 하아, 하아......

 

오늘은 아침 일찍 나와 이오리를 찾으러 사무소를 뛰어나섰다. 보이는 거리는 전부 달려보았고, 상점 안에 직접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도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몇 시간이나 뛰어다닌 대가인지, 다리가 정말로 아파왔다.

 

[P] 후아......여보세요? 아, 혹시 이오리 집에 아직 안 돌아왔나요?

 

거치게 된 숨을 잠시 고르고, 이오리네 집의 집사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아직도 이오리는 외출 중이라는 듯 하였다. 4시간 전에도 전화했는데 아직도 외출 중이라니. 

 

[P] 네. 이오리가 집에 돌아온다면 전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오리가 집으로 돌아오면 전화가 오겠지만, 되도록 이오리를 빨리 찾아야 한다. 최대한 빨리 만나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

 

 

 

 

[P] ......이오리?!

 

30분 가량이 더 지난 후, 내 소원을 하늘이 들어준 것인지, 내가 있는 도로 건너편 빌딩의 표면에 달려 미키의 광고가 나오고 있는 모니터의 바로 아래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이오리의 모습이 보였다.

 

[P] 어이, 이오리!

 

내가 부르는 소리가 다행히도 들린 걸까. 이오리는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주변을 급히 둘러보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P] 잠깐, 기다......

 

이오리를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데, 앞에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그녀를 쫓아가는 걸 방해하고 있었다.

 

[P] ......될 대로 되라!

 

빨간불 따위, 이오리와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 

 

[P] 이오리이이!!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런 것에 겁먹을 여유는 남기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이오리만을 생각....

 

[P] 누오아악!

 

하마터면 치일 뻔 했다! 마, 만약 방금 사고나서 다쳤으면 엄청 꼴불....아, 아니. 그런 건 생각말고, 이오리는?

 

[P] 저기다. 이오리, 기다려~!!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해 이오리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계속 달리다보면 분명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P] 이오리이이이!!

 

이오리를 쫓아 달리기 시작한지 5분쯤 지났을까, 이오리가 먼저 지쳐버린지 멈춰버렸다. 지금이 기회다!

 

[P] 하아....하아.....이, 이오리......!

 

[이오리] ...이거 놓으라구! 이 변태, 대 변태!!

 

겨우 그녀를 따라잡아 팔을 붙잡자, 이오리가 나를 돌아보며 어떻게든 떼어놓으려고 잡힌 팔을 휙휙 움직였다.

 

[P] ...이오리!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이오리가 잠시 얌전해지더니, 나를 올려보며 말 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이오리] 왜 굳이 찾아온거야? 이 멍청이가!

 

[P] 우리 프로덕션에는 이오리가 필요한 걸.

 

[이오리] 미키만으로 충분하잖아? 어차피 올라가는 건 매일 미키고, 나는 계속 뒤꽁무니만 따라다니잖아? 어차피 미키에게 난 몸매도, 댄스도, 노래도 뭣도 다 밀리는 걸!

 

[P] ...왜 그렇게 생각하는건데?

 

[이오리] ......그야, 그 때 라이브에서...

 

[P] 아니야.

 

[이오리] 아니긴 뭐가 아니야! 사실이잖아? 실제로 그때부터 기획사도 전부 미키에게만 관심이 쏠려있고, 심지어 당신마저도 미키만 봐주는 것 같고......미키처럼 해보려고 해도, 결국......

 

[P] 이오리.

 

그녀의 두 손을 꼭 잡고, 다리를 굽혀 그녀와 눈높이를 맞춘 다음, 이오리에게 말하였다.

 

[P] 넌 미키를 따라하지 않아도 이미 대단한 아이돌이야.

 

[이오리] ......

 

[P] 자, 봐.

 

미키에게 받아 옷의 안쪽 주머니에 접어서 보관해둔 종이를 꺼내 펼쳐주었다. 종이는 유명 연예계 잡지의 한 페이지를 찢어놓은 것이었으며, 내용은 이오리가 사무소에 오지 않게 된 계기가 된 라이브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 라이브를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공연의 중반부터 댄스 동작은 이상했으며, 노래는 흐트러져 보기도, 듣기도 안 좋았다고.

 

[이오리] ......그래. 이런 거를 보여주려고 온 거구나. 역시, 난......

 

[P] 그 부분이 아니야.

 

[이오리] 아니라니...?

 

침울해하고 있는 이오리가 들고있는 잡지 페이지의 한쪽 내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곳엔 유일하게 긍정적인 평가가 한 줄 적혀 있었다. 

 

'허나, 처음 시작할 때의 두 곡만큼은...'

 

[P] '어느 누구를 데려와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이오리] 아......

 

[P] 이 두 곡, 네가 열심히 연습하고, 결국 너만의 것으로 만들었지? 

 

[P] 남의 것을 흉내내지 않고, 너만의 것을 만드는 거야.

 

[P] 이오리는 자랑스러운 우리 765 프로덕션의 슈퍼 아이돌이잖아? 그것 쯤은 이오리라면 손쉽게 할 수 있지?

 

[이오리] 프로듀서......

 

[P] ......다시, 해 주겠어?

 

[이오리] ......으으. 정말, 하면 될 거 아니야, 하면! 하면 되는 거지?! 이 변태 바보 프로듀서......!

 

그녀가 팔 소매로 흘러나올뻔한 눈물을 닦고, 인상을 쓰며 화 내 듯이 외쳤다.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지만, 안심이 되었다.

 

[P] 다시 한 번 잘 부탁할게, 이오리.

 

[이오리] ......응...

 

 

...그리고 이오리와 내가 공원에서 이런 대화를 주고받아, 그 곳에 있던 인파들의 시선이 전부 이오리와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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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이오리, 컨디션은 어때?

 

[이오리] 최고야. 오늘은 잘 될 것 같네.

 

[미키] 아핫. 마빡이, 오늘 정말 좋은 얼굴 하고 있는 거야!

 

[이오리] 당연히 좋은 얼굴 해야지. 아이돌이잖아? ...랄까, 마빡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미키] 마빡이니까 마빡이라 부르는 거야~

 

[이오리] 너, 너 말야~!

 

[P] 하하......사이좋네, 다들.

 

이오리를 다시 설득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오리의 라이브. 그날로부터 1달가량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오리의 실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오늘은 그것을 증명할 라이브. 미키의 커버곡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만의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스탭] 미나세 이오리씨, 스탠바이 해주세요!

 

[이오리] 네~♪

 

스탭들이 이오리의 발랄한 대답을 듣고는 쓰리, 투, 원 하면서 카운트 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P] 이때까지 연습하면서 네가 만들어 온 것들, 전부 보여주고 와!

 

[이오리] 응!

 

[스탭] ...스타트!

 

이오리가 커튼 뒤에서 무대를 향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쳐나갔다.

 

 

 

[이오리] 안녕하세요~! 깜찍하고 귀여운 모두의 아이돌, 미나세 이오리랍니다~♪

 

이오리의 인트로 멘트가 끝나고 곡이 시작되어 그녀만의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라이브 회장에 그녀만의 분홍색 물결이 일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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