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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히 빛나는 내일을 위한. 첫 번 째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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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5, 2017 16:14에 작성됨.

그 해 고3, 레코드점 앞에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용돈이 늘 부족해서 고전을 사서 읽는게 문화 생활의 전부였던 내가 콘서트 포스터에 시선을 빼앗긴 건 처음이었다. 이순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잠기어 본다. 저절로 나오는 음악이 귓가에 살랑이는 바람처럼 은은하게 연주해 주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불었다. 낙옆이 무심한 듯 어깨를 치고 도망간다. 멀리 갈 줄 만 알았던 낙옆이 다다른 길 끝에 어느 가수의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알 수 없는 표정을 가진 포스터의 아우라에 굴복할 수 밖에 없어서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틋 의자에 앉고 책상에 가방을 매단다. 동시에 흑판에 시선을 고장시킨다. 공부는 나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애써서 허튼 생각을 이리저리 입안에서 굴려보았다. 이윽고 교사는 나를 호명한다. 이번에도 전교 일등을 해 주었다고 외친다. 반 아이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 준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난 조금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다. 나의 시선은 오직 가방에만 묶여져 있을 뿐이었다.

 

하루가 길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걸음을 재촉했다. 콘서트장에 늦지 않기 위해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연이 준비되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우당탕탕". 

"앗 미안, 꼬마야 괜찮니?"

"아고아고 또 넘어져 버렸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넘어져서요.."

꼬마는 씩씩한듯 일어나며 안심을 시켜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나는 더 이야기 할 수 만은 없었다. 먼지묻은 옷이 눈에 들어와서 미안함이 더더욱 컸다. 

 

현장에서 요란한 기계음이 야외로 퍼져와서 폭죽처럼 터졌다. 아무래도 음향에 문제가 있는듯 보인다. 스태프들은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한 쪽에서는 스타들이 서로 격려하며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조명은 아무런 규칙이 없는 새들 무리처럼 흩어졌가 모였다를 반복한다. 이 광경을 무심한듯 바라보는 관객들이 있는가 한편 열심히 구호를 외치는 팬들이 있다.

 

이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던 것들이 오후 6:00pm 알람을 듣자 마자 일순간 조용해 졌다. 5초 6초 7초가 지났을까? 무대 중앙에서 거대한 폭탄이 터졌다. 난 정신을 잃었고 4시간 동안 유체이탈 비슷한 것을 체험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주변이 온통 그린라이트로 수를 놓고 있었다. 이것은 나의 첫 번 째 콘서트의 경험이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나는 곧장 취업을 했다. 전문 학교를 다니면서 회사에 나가는 조건이었다. 아저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가족들을 설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지난 콘서트도 아저씨와 함께 했는데 그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인간이 제일 빛나는 순간이 있는데, 너는 그게 언제라고 생각하니?"

"에~ 글쎄요, 아무래도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학교에 진학을 하고 좋은 일자리를 가지는게 아닐까요?"

"음. 그것도 맞지.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하도록 강요된 것들이야. 인간이라면 자신을 빛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야만 해. 그런 노력없이 절대 빛날 수도 없다고. 오늘 우리가 본 콘서트의 스타는 가장 빛나는 순간을 서 있었어. 단지 스타들만 빛이 났을까? 아마 관계자 모두도 빛나는 순간에 함께였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멋집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런데 독립하려면 당장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걸요. 1~2년 일한 뒤 독립을 하게 되면 꼭 빛나는 사람이 되는 일을 찾을겁니다..."

"그럼 한가지만 약속해 주겠는지? 지금 마음이 변치 않겠다고 말야.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되는지 지켜보고 싶은 바람이 있고 말야. 그리고 그 때엔 내게 꼭 찾아와 주길."

 

한 동안 바쁜 시간이 계속 되었다. 나는 회사의 중요한 부서에 배치되었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나의 시간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안정적인 봉급과 차곡차곡 쌓이는 통장 액수를 보면서도 전혀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 때문인가?"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이른 봄이긴 하나 벚꽃이 구름처럼 껴있다. 이따금 부는 바람에 눈이 질끔 감겨졌다. 갑자기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눈을 비비고 다시 앞을 응시했다. 아까 바람에 상점 유리와 부딪혀 안경을 떨어뜨린 탓이었다. 안경을 쓰고 보니 어느 아이돌의 포스터가 무심히 붙어있는 것이었다.

'에게.. 누가 포스터를 이렇게 붙인거야?'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게다가 저 난해한 의상은 대체 뭐지?'

지나치려 하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몇 글자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예전에 아저씨가 즐겨 쓰던 이메일 주소였다.

"765pro@..." 

'오랜만에 안부 메일을 보내야겠다.'

 

메일로 전해 들은 주소대로 가려면, 전철에서 내린 뒤 한 참을 걸어야 한다. 도중에 육교가 있는데 여길 통과하면 좁은 길이 나오고 금방이다. 4층 건물인데 엘레베이터가 망가져 있었다. 창문에 붙어있는 이상한 스티커가 눈에 거슬린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비해 너무나 열악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무실문을 열었다. 

"어머, 어서 오세요~"

"아, 네, 약속하고 왔습니다. 아저씨를 좀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아~  그랬군요. 사장님을 뵈러 오셨군요. 조금만 기다리시겠어요?"

"아, 네, 죄송합니다. 사장님이셨군요!"

그냥 매사에 관심이 많고 좋은 아저씨인 줄 알았던 분이 사장님이라니. 

"오, 자네. 찾아오느라 고생했어. 벌써 2년만이지?"

"네, 건강히 지내셨죠?"

"워낙 성실한 사람이니 잘 지냈겠지? 자 어땠는지 나에게 말 해 줄 수 있겠어?"

"아, 네, 아, 뭐 아주 바쁘게 지냈습니다. 해외 연수도 갔다오고 일도 많이 배웠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있는 허전한 구석은 밝힐 수 없어서 아쉬웠고요,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지난 번 처럼 콘서트를 함께 간다면 그 열쇠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흠.. 그렇군..  그럼 보름 후에 시간 어떤지? 우리 프로덕션 아이돌의 콘서트가 준비되어 있는데. 물론 아직 유명 아이돌은 아니라서 좌석 정도는 넉넉할거야."

"아,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니 사장님."

"아 그리고 혹시 그 때 캠코더 좀 맡아 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아직 초창기라 사람이 부족한데..."

"네, 괜찮습니다. 제가 캠코더를 맡을게요!"

"고마워, 그럼 그 때 보자고. 참, 만약 관심이 있다면 이력서 한 장 가지고 가고. 아~ 그렇다고 부담가지지 말고. 내 말은 자네 회사가 좋은데 직장을 옮기란 말이 아니었어... 아하하"

"아니오, 괜찮습니다. 한 장 챙겨 갈게요.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사장님!"

 

문을 닫고 나오는데 밖은 온통 붉은색으로 채색되어있었다. 아까 사무실에 있었을 때, 학생 하나가 청소를 하고는 있는 것을 보고는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누군데 청소를 하고 있었을까? 청소 아주머니가 편찮으셔서 여식이 대신 온 것이었을가??'

이따금 또래로 보이는 애들이 물총을 쏘며 노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아저씨 친척들이겠구나 생각했다.

 

노을이 타다 못해 빛을 잔뜩 발하고 있다. 그걸 반사해 내고 있는 건물로 몇 명의 소녀들이 즐거운 듯 재잘 거리며 들어가고 있었다. 그 들 대부분이 상점에 붙어 있던 포스터의 주인공들 이었다는 것을 전혀 알 지 못 한체 나는 뒤돌아서 걸어 나갔다.

 

201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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