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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느긋하게 (27)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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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4, 2017 18:04에 작성됨.

 

---27

765 프로는 드디어 아이돌 업계의 거두로 성장하였다. 전년도 IA 대상을 탄 류구에 페어리, you-I 등 많은 인기를 보유한 유닛을 필두로 아이돌 개인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톱 아이돌 치하야는 you-i 활동은 물론, 개인 활동까지 소화하며 톱 아이돌로 거듭났다. 프로듀서도 늘어나는 스케쥴을 조정하고 다른 아이돌까지 프로듀스해나가면서 아이돌 업계에서 인정받는 프로듀서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돌은 동료라는 생각으로 말도 편하게 하며 더욱 친해졌다.

이제 아이돌 업계는 작년보다 더 치열해졌다. 리츠코의 사촌 동생인 아카츠키 료가 소속된 ‘디어리 스타즈’가 846 프로에서 데뷔하였고, 그 외에도 많은 프로들이 아이돌들을 데뷔시켰다.

무엇보다 무서운 기세로 확장하고 있는 346 프로가 765 프로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미카, 카에데의 뒤를 이어 많은 아이돌들이 346 프로 소속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만약 프로듀서가 이직했다면 맡았을 ‘프로젝트 신데렐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페스티벌에 간 프로듀서는 346 프로가 ‘프로젝트 신데렐라’로 새로 선보인 유닛인 ‘뉴 제네레이션’의 무대를 보았다. 거기엔 언젠간 스카우트하리라 눈 여겨봤던 꽃집 소녀가 있었다.

 

‘아쉽군. 그만큼 346 프로에도 뛰어난 프로듀서가 있다는 건가?’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765 프로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정기 라이브를 열 수 있는 ‘라이브 시어터’를 신설, 기존 12명의 ‘765 올스타즈’의 뒤를 잇는 ‘시어터 올스타즈’를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프로듀서의 명함을 가져갔던 메구미를 포함하여 뛰어난 재능을 갖춘 아이돌들이 들어오면서 765 프로 사무실은 붐비지 않는 날이 없었다. 물론 시어터 올스타즈의 프로듀스까지 맡게 된 프로듀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허름한 765 프로 사무실 문 앞으로 한 여자아이가 섰다. 위로 길게 늘어진 트윈 테일이 곤충 더듬이와 같아 보였다. 여자아이는 탐구욕 가득한 표정으로 문을 향해 코를 킁킁거렸다.

 

“흐흐, 아이돌 짱들이 가득한 냄새가 난다, 나! 연구하려면 직접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하는 법! 오늘부터 아이돌 짱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하겠어!”

 

여자아이는 사무실 문을 힘차게 열며 들어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부터 아이돌 짱이 된 마츠다 아리사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서 와.”

 

프로듀서는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온 아리사를 반겼다. 프로듀서는 시어터 올스타즈의 프로듀스까지 담당하느라 피곤했지만. 표정은 한껏 즐거웠다.

아리사는 프로듀서를 한눈에 알아봤다.

 

“우왓! 당신은 초년에 ‘푸른 가희’와 you-i를 프로듀스하고 이젠 765 프로 전체를 이끄는 이 시대 최고의 프로듀서! 그 이름은 바로…”

 

“프로듀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프로듀서를 불렀다. 목소리와 다르게 그 여자아이는 단아해 보였다. 하지만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프로듀서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 이번 정기 라이브에 제 순서가 빠진 거죠?”

 

“요새 시즈카의 스케쥴도 굉장히 많아졌고, 개인 연습에 학교 공부까지 빠듯하게 하고 있잖아? 거기다 미라이랑 츠바사랑 유닛 데뷔 준비도 해야 하니깐. 조금 쉬어가잔 의미지.”

 

“그럼 우선 솔로 활동이라도 더 하게 해주세요.”

 

“아니, 지금은 유닛 준비가 우선이야. 그에 맞춰서 스케쥴도 조정할 거고.”

 

“하지만 프로듀서도 알잖아요? 제겐 시간이 없다는걸.”

 

“알고 있어. 하지만 무작정 무리한다고 바로 톱 아이돌이 되는 건 아니야. 지금은 차분하게, 느긋하게 가야 할 시기야.”

 

“차분하게요? 혹시 제 실력이 개인 활동하기 부족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렇다면 대체 왜 절 아이돌로 뽑은 거죠?”

 

시즈카의 날카로운 질문에 프로듀서는 잠시 주저하다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시즈카라면 좋은 아이돌이 될 거란 느낌이 왔으니까.”

 

“그럼 왜 유닛을 꼭 해야 한다는 거죠?”

 

“어… 그것도 시즈카가 미라이, 츠바사랑 유닛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거든.”

 

“프로듀서 씨, 여전하셔.”

 

시즈카와 프로듀서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 속에 소파에 앉아 있던 하루카가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한 아이돌, 요코야마 나오에게 속삭였다. 나오는 하루카가 만들어온 과자를 한창 집어 먹던 중이었다. 나오를 비롯하여 같이 앉아 있는 시어터 올스타즈 소속 키타자와 시호, 야부키 카나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듀서의 자신만만한 대답은 도리어 시즈카의 화를 돋우고 말았다.

 

“느낌? 어른이면서 그런 대답은 무책임하지 않아요? 여전히 애 취급이나 하고! 더는 몰라요.”

 

“시즈카! 어디 가는 거야?”

 

뒤따라 나온 카스가 미라이의 만류에도 시즈카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나오였다.

 

“저 가시나는 증말 와 또 저러는데? 프로듀서 씨, 나 뛰어요!”

 

나오가 시즈카를 따라 나가자, 가만히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호가 프로듀서를 째려봤다.

 

“느낌이라니, 그런 터무니 없는 대답을 하다뇨? 그러고도 어째서 당신이 프로듀서인 거죠?”

 

“시호! 말이 심하잖아.”

 

“시호, 하루카 선배 말대로야. 지금 말은 심했어...”

 

단호한 하루카와 옆에 앉아있던 카나가 겁먹은 표정으로 시호를 나무랐다. 하루카가 더 뭐라 하려던 참에, 프로듀서는 순순히 인정했다.

 

“괜찮아. 시호 말이 맞는걸. 난 아직 많이 부족한 모양이야.”

 

시호의 지적을 받아들인 프로듀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뒷목을 주물렀다. 그런 프로듀서에게 리츠코가 다가왔다.

 

“프로듀서 씨, 또 느낌 얘기하셨죠?”

 

“뭐, 셋의 화음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와서 유닛으로 추진했는데, 시즈카는 그것도 활동에 지장이 간다고 생각하나 봐.”

하루는 프로듀서가 시즈카, 미라이, 츠바사가 함께 노래 연습하는 걸 지도한 적이 있었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이 빚어낸 화음을 들으며 과거 프로듀스했던 한 유닛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셋으로 유닛을 구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보면 누구랑 참 비슷한 것 같지 않아요?”

 

“그러게. 성격도 그렇고 다급하고 절박한 것도 비슷해. 노래도 푸른색인 것도 마찬가지고. 그때 같이 동료로 인정받으려면 이번에도 꽤 고생해야겠어.”

 

“그러고 보니 우리의 ‘푸른 가희’는 미국에서 녹음 마치고 돌아오지 않았나요?”

 

“어제 늦게 귀국했다고 노래 연습 좀 하다 온다고 했어.”

 

“여전히 노래에 대한 열정이 뜨겁군요.”

“그게 치하야에겐 행복이니까.”

 

잠시 예전을 회상하는 프로듀서는 웃었다.

나오를 어떻게 따돌리고 계속 달린 시즈카가 도착한 곳은 사무실 근처 하천가였다.

 

‘프로듀서도 너무해. 야속해. 내 처지를 알면서도.’

 

늘 아이돌을 동경해왔던 시즈카는 시어터 올스타즈를 육성하기로 한 765 프로에 오디션을 보았다. 마침 오디션을 본 것이 바로 프로듀서였다. 프로듀서는 면접에서 시즈카가 내건 조건을 보고 당황했다.

 

“흠? 고등학교 입학시험 전까지만 아이돌을 하겠다고?”

 

“제겐 그때까지 밖에 시간이 없어요.”

 

진지한 표정으로 다급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얘기하는 시즈카를 보며 프로듀서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참, 이 아이도 뭔가 다급해 보여. 또다시 고생길이 펼쳐질 게 훤하구먼.’

 

그래도 시즈카의 노래는 조금만 다듬으면 분명 톱 아이돌이 될 실력이었다. 무엇보다 열심히 노력하겠단 비장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합격을 생각했지만, 프로듀서는 아이돌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시즈카 양은 노래하는 게 정말로 행복한가요?”

 

“물론이죠!”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시즈카의 대답과 함께 프로듀서는 시즈카를 시어터 올스타즈에 합격시켰다.

잠시 과거를 떠올린 시즈카는 무작정 하천을 따라 걸으며 싱그러운 바람을 만끽하며 걸었다.

 

‘그래도 사과는 해야 할 텐데. 아니야,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 건데? 아니, 그 전에 우동이라도 먹고 들어갈까?’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던 시즈카의 귀에 노래가 들렸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는?’

 

시즈카는 저 멀리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여자를 볼 수 있었다.

 

「 곱씹은 어제는 내가 나로 있기 위한 증거. 눈물을 잊은 척했어.

손때 묻어난 구절, 질리게 들은 사랑한다는 말.

똑같은 꿈은 필요 없어.

한숨으로 흐려진 이 가슴은 무얼 비추는 걸까?

무한 루프에 갇힌 나날, 오늘이야말로 빠져나올 거야.

 

Just be myself! 믿고 싶어.

어리숙한 용기를, 진정한 나 자신을.

온 힘 다해 미완성인 내일로

되고 싶었던 내가 될 거야. 」

 

여자의 노래를 듣는 시즈카의 울적한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래하는 여자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웃음까지 담아낸 노래로 슬픔과 함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노래하는 공주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시즈카는 한참이나 바라봤다. 시즈카는 그 여자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동경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던 ‘푸른 가희’였다.

노래를 마친 치하야는 박수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시즈카가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치하야와 눈이 마주친 시즈카는 당황했다.

 

“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당신은?”

 

“안녕하세요! 765 프로의 모가미 시즈카라고 합니다. 옛날부터 ‘푸른 가희’ 키사라기 치하야 선배님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모가미 양? ’시어터 올스타즈’ 멤버 맞죠?”

 

“예, 맞아요! 선배님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치하야는 미국의 한 레이블의 제안으로 녹음을 위해 미국에 다녀온 직후였다. 타카기 사장은 프로듀서까지 불러 이참에 치하야와 함께 미국으로 가서 헐리우드 연수까지 받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단박에 거절했다. 그 이유를 묻는 타카기 시장에게 프로듀서는 당당히 말했다.

 

“여기서 계속 프로듀스하는 게 좋겠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 말에 타카기 사장은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짓더니 껄껄껄 웃었다. 프로듀서와 함께 가고 팠던 치하야는 내심 아쉬웠지만, 프로듀서의 느낌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어쨌건 시어터 시스터즈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출국 전 바쁜 일정과 미국에 한동안 있다 보니 시즈카와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왜 사무실이 아닌 여기에?”

 

“저, 그게…”

 

치햐아는 말하길 주저하는 시즈카를 근처 벤치로 데려갔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을 뽑아 시즈카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캔을 따긴 했지만 시즈카는 입에 대지 않았다.

 

“모가미 양,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봐요.”

 

“시즈카라고 부르셔도 돼요. 그 안경 쓴 프로듀서... 치하야 선배님을 프로듀스하셨죠?”

 

“그랬죠.”

 

“그럼 분명 능력 있는 분은 맞네요. 하지만 그 사람도 너무해요. 제 스케쥴이 많다고, 유닛 데뷔를 준비해야 한다고 이번 정기 라이브를 빠지라니... 제가 나가겠다고 해도 안 된다는 의견만 고수하고 있어요. 아직도 애 취급이나 하고... 진짜!”

 

“시즈카 양은 노래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

 

“그럼요! 노래할 때마다 정말 행복해요. 하지만 전 한시라도 빨리 톱 아이돌이 돼야 해요.”

 

캔을 잡은 시즈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아이돌을 하는 걸 싫어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도 반대하시는걸요. 결국, 고등학교 입학시험 전까지만이라는 조건으로 아이돌이 될 수 있었어요. 제겐 아이돌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시즈카는 그 누구보다 다급해 보였다. 그런 시즈카를 보면서 치하야는 과거를 떠올렸다.

 

“그러면 노래 한 번 불러볼래요?”

 

“네? 제가 어떻게 선배님 앞에서 노래를...”

 

“괜찮아요. 불러봐요.”

 

사양하던 시즈카는 치하야의 부드러운 말투에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럼 불러보겠습니다.”

 

천천히 일어난 시즈카의 떨리면서도 맑은 목소리가 하천가를 채웠다.

 

「 갇혀 있는 모래가 떨어져 내리는 음색 말이야, 들리지?

경계 지어진 미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기만 하는 건 싫어

별의 개수만큼 있을 터인데 이 손바닥 위에는 셀 수 있는 정도뿐

단 한 줌이라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을 반짝이게 바꾸면서 이뤄가고 싶어.

단 하나뿐인 바꿀 수 없는 꿈이 그대에게도 보인 거라면...

손을 뻗어줘, 유리 바깥으로. 」

 

시즈카의 싱글 데뷔곡인 ‘Precious Grain’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은 상쾌한 바람이 부는 하천가, 마시지 않은 음료수, 옆에 앉아 있는 치하야 등 모든 것을 잊었다. 오직 노래와 마주하면서 시즈카는 행복해졌다. 하지만 늘 마음속에 서려 있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떠올랐다.

 

‘노래에만 집중하자. 치하야 선배님 앞이야.’

 

노래가 끝나자 긴장감이 엄습했다. 존경해마지 않는 선배 앞에서 노래한다는 사실이 시즈카를 긴장하게 했다. 치하야는 그런 시즈카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웃어주었다.

 

“잘 부르네요. 목소리도 아름답고 창법도 손색이 없어요. 역시 프로듀서의 안목은 탁월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시즈카 양이 잘 부른 건데요.”

 

존경하는 선배의 칭찬 한마디에 시즈카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급히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치하야 선배님이 내 노래를 칭찬해줬어.”

 

“시즈카 양이 생각하는 아이돌은 뭔가요?”

 

“예?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 그게 아이돌이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 선배님과 같이 아름답게 노래하거나, 춤이나 애교...겠죠?”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하나가 빠져 있어요.”

 

“그게 무엇인가요?”

 

“아이돌 스스로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 그게 우선이에요.”

 

“행복이요?”

 

뜻밖의 대답을 들은 시즈카에게 치하야는 다시 물었다.

 

“시즈카 양은 아이돌이 되어서 행복한가요?”

 

“예.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꿈이었거든요. 저번 선배님의 발렌타인 데이 라이브 무대를 보면서도 결심을 다졌어요.”

 

“그랬군요. 하지만 지금 시즈카 양은 다급해 보여요. 아까 부른 노래에도 그게 느껴졌어요. 아마도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이겠죠?”

 

“어떻게 그걸?”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시즈카는 당황했다.

 

“저도 한때 그랬어요. 불행한 제겐 오직 노래뿐이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이혼했을 때는 제가 아이돌이 되어서, 노래해서 그런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래도 버리고 싶었고, 아이돌도 하기 싫었어요. 그렇지만 그런 절 다시 잡아준 것들이 있었죠.”

 

치하야는 이제는 멀어진 과거를 떠올렸다. 노래에 모든 걸 걸었다가 노래를 포기했던 나날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치하야는 다시 행복을 다시 손에 쥘 수 있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그게 무엇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고 노래를 하는 것, 그리고 제 노래를 들어주는 팬들이었어요. 그리고 먼저 하늘로 간 유우도 제 노래 때문에 행복했고, 헤어진 부모님도 제 노래를 좋아한다는 걸 늦게서야 깨달았어요. 하지만 불행에 쫓겨 이 모든 걸 보지 못하고 살아왔죠.”

 

얘기를 들으며 시즈카는 시어터 올스타즈의 동료들과 팬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버지 생각에 다시 침울해졌다.

 

“그걸 다시 알 수 있게 프로듀서가 옆에서 도와줬죠.”

 

“그 사람이요?”

 

치하야는 프로듀서가 자신을 슬픔에서 꺼내려고 노력하던 그 날 밤을 떠올렸다. 그 누구도 자기 곁에 없다고 생각했던 그 날, 손을 내민 사람이었다. 그리고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게 치하야는 다시 노래할 수 있었다.

 

“시즈카 양이 보기엔 아직 그 사람이 아직 못 미더울 거에요. 느낌이 왔다는 거로 결정하는 사람이니깐요.”

 

“그것도 그렇긴 해요.”

 

“저를 프로듀스할 때도 그랬죠.”

 

시즈카는 자신의 마음에 불씨를 피운 프로듀서의 말을 떠올렸다. 치하야도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프로듀서의 말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그런 프로듀서를 떠올리며 같이 웃었다.

 

“하지만 프로듀서를 끝까지 믿어봐요.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 노래 못하는 슬픔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깐요. 프로듀서라면 아마도 시즈카 양에게 노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 신경 쓰고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시즈카는 프로듀서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캔을 만지작거렸다.

 

“마음이 많이 조급할 거에요. 하지만 아이돌은 자신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그러려면 자기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해요.”

 

치하야는 시즈카의 손을 잡아주었다.

 

“지금 시즈카 양을 보면 옛날의 절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니 옛날의 저처럼 다급하게, 절박하게 노래 부르지 마요. 그리고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마요. 그러면서 아버지와도 다시 얘기해봐요. 시즈카 양이 행복하다면, 분명 응원해주실 거예요.”

 

존경하는 선배의 충고를 시즈카는 마음에 새겼다. 여전히 못 미덥지만 그래도 프로듀서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반드시 아버지와 다시 얘기해보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그러자 요동치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알겠어요. 정말 감사해요. 저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물론 프로듀서도 믿어보고요...”

 

시즈카는 발렌타인 데이 라이브 때처럼 동경에 찬 눈빛으로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그런 시즈카를 향해 치하야는 웃었다.

 

“항상 기억해요. 차분하게, 느긋하게.”

 

시즈카를 향한 치하야의 미소는 바람이 상쾌히 부는 아침 하늘보다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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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을 마지막으로 '차분하게 느긋하게'의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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