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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최종 정리 1화 〈안주는 안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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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4, 2017 00:12에 작성됨.

프롤로그

「그런가요..」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게...」

「그래야겠네요...」

「......지금부터 시작하면 몇개월 더 늘릴수도 있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방을 나왔다. 건물을 나왔을때 비춰지는 햇살은 눈이 부셨다. 영원히 빛나는 별은 없다. 언젠간 영원의 끝을 우리는 마주보게 된다. 나는 아이돌이란 별의 종말을 봐왔다. 가장 빛날때 마지막을 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거나 인기가 시들시들 해져 조용히 사라지거나......그래서인지 마지막이란 단어로 부터 오는 애잔한 감정에 무덤덤 할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하지만 막상 종말에 대해서 들으니 마음 한켠에 공허함이 밀려들어왔다. 괜찮은척 했지만 머리가 무거웠다. 마음은 요동쳤다.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나의 첫번째 아이돌 그리고 나의 첫번째 사랑 그리고 나의 마지막 사랑이 될 사람,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 그 앞에서 표현 할 수 없었던 서로의 마음.... 미적미적 서로 미뤄왔었던 마음을 이렇게 삶의 끝자락에서 전한다....피자 마자 지는 꽃이 어딨겠냐마는 전하자 마자 접어야 하는 마음은 이렇게 존재한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나를, 그리고 나의 마음속에서 그녀를 정리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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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최종정리 1화

〈안주는 안주나요?〉

 

「말도 안돼...」

카에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P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말했다.

「뭐가 말이 안됩니까..」

「어떻게 저한테 그러실수 있어요?」

「그렇게 까지 분노 하실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아니 당연한일이죠」

「어떻게...어떻게....」

카에데는 별거 아닌일에 호들갑을 떤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P를 향해 말했다.

「어떻게 P씨는 생선회를 먹으면서 술을 안마실수 있는겁니까!」

「내일도 촬영 있잖아요 카에데씨!」

「그건 별개에요」

「프로정신을 가져주세요!」

「제 직업은 프로 주정러에요」

「아니요 당신은 아이돌 타가카키 카에데에요」

「그런 사람 오늘 촬영장에 두고 왔는데요」

「지금 제 앞에 있는 사람은 그럼 누굽니까」

「술을 너무 좋아하는 타가카키양이랍니다.」

「어디 만화 제목같은 발언은 삼가해주세요」

「그러니까 술 한잔만 마시면 안될까요?」

「한잔이 한병이 되잖아요 불허 합니다.」

「하...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이런 금수 만도 못한..」

「평범한 사람을 인면수심으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좋은 안주를 두고...술을 마시지 못하다니..」

「안주가 아니고 반찬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니 애초에 반찬이잖아요 저희는 저녁을 먹으러 온거니까요」

「모든 반찬은 모든 안주이다.」

「명언인척 하지마세요 그냥 주당이 하는 말이니까요」

「제발요...한잔이면 되요 딱 한잔만 마시게 해줘요」

「밥먹다 도게자 하지 말아주실래요 종업원들이 이상하게 보잖아요 아이돌로서 이미지 관리좀 하세요」

「지금 당장 술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돌 카에데는 죽습니다. 이미지적으로 죽을거에요」

「자신을 인질로 삼고 협박하지마세요」

「으아아앙」

「투정부리지마세요 어린아이도 아니고 아니 거기 드러눕지마세요 밥먹는데서」

카에데는 P에게 한껏 투정을 부렸다. 뭐 투정을 부리는것은 어린아이가 하는일이라 생각 할 수 있지만 그 투정의 내용은 19세 이상만 할 수 있는것이었다. P는 드러누워버린 카에데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카에데의 입은 댓발로 튀어나와서는 삐져있었다...."참 얼라도 아니고.." P는 고향에서만 쓰던 사투리가 튀어나오려고 했다.

「좋아요...딱 한잔만이에요」

「오예!」

카에데는 단숨에 자리에 일어나서 메뉴판을 들었다. 술을 뭐 시킬지 고르고 있었다. P는 카에데가 술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촬영장에서는 그렇게나 쿨한느낌으로 성숙한 어른의 매력을 뿜어내며 사람들을 매혹시킨 아이돌 카에데가 이렇게 생떼를 부리고는 술 한잔에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게된다면 누구라도 웃음이 터질것이다.

「좋아...정했어 역시 회에는 소주지 여기요~」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술을 시키는 그녀의 모습은 어떠한 남자가 와도 반할것이라고 P는 생각했다. 자신의 앞에 놓여진 술잔과 가득 따라져 있는 술을 보기전까지 말이다.

「이게 뭐죠?」

「술이죠」

「아뇨 그걸 물어본게 아닌데요」

「AQUEOUS SOLUTION OF C2H5OH인데요」

「아뇨 화학적 명칭을 물어본것도 아닌데요」

「17.5도인데요」

「딱히 도수를 물어본것도 아니거든요」

「한 잔정도는 괜찮잖아요」

「네 그래서 카에데씨 한잔 마셔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왜..」

「혼자마셔도 술은 맛있지만 술은 둘이서 마셔야 맛있다구요」

「왜죠..?」

「혼자마시면 술이지만 둘이서 마시면 술술이기 때문에 술술 넘어가죠」

「하아..」

「자자 웃어요 웃어 인생이 그런거죠 뭐」

P는 마지못해 잔을 쥐었다. 카에데는 자신의 술잔을 가볍게 부딪쳤다. '쨍'하는 청아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오 역시 P씨 건배할때 이쁜소리가 나게 할 줄 아시는군요」

「그저 카에데씨가 멋대로 건배했을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뭐 사소한건 신경쓰지말고 한잔 마십시다.」

카에데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술 한잔을 마시고는 짜릿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P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술잔을 기울여 마셨다. 알싸한 향이 입천창에서 코를 타고 올라왔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었다. 숨을 내뿜었다. 알코올의 향이 느껴졌다. "마셔도 되는건가..."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뭐 어때" 하는 초연한 마음이 이내 들었다. P가 술을 마시는걸 보고는 카에데는 다시 빈술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한잔만이라고 말했는데요 카에데씨」

「뭐 그렇게 속쫍게 굴어요 내일 촬영만 잘하면 되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만..」

「자자.. P씨도 고생많으셨습니다.」

P는 신이 나서 술을 따르는 그녀의 모습을 봤다. 매번 지방 촬영 로케를 갈때마다 번번히 이런 시츄에이션이 반복된다는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이렇게 신나하는 모습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술을 허락하곤 했다. 다음 날 아침 숙취에 머리를 부여잡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나와서 촬영장으로 보내는 힘듬을 감수하고도 말이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카에데씨와 저녁식사자리를 하게 되면 꼭 술자리가 되더군요」

「모르시면 한잔 하셔야죠~」

「그런게...어딨습니까..」

P는 카에데와 이러니 저러니 꽤나 술잔을 기울였다. 평소에는 이만하면 그만 커트하여 내일 촬영을 생각하면서 술자리를 끊었겠지만 오늘 P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카에데보다 P가 먼저 취해버려서 숙소로 돌아올때는 P가 카에데의 부축을 받으면서 왔다. P는 숙소에 혼자 누워서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을 보았다. 기울어진 그림자가 길었다. 그렇게 밤의 정취에 취해 술의 취기가 가실때 쯔음 혼자 창가의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머리가 복잡했다.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에 혼잣말이 묻어나왔다.

「언젠가는 말해야 할텐데....」

「어떤걸 말이죠?」

문득 내뱉어버린 한숨어린 혼잣말에 누군가가 대답했다. 어둠속에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보았다. 카에데가 문에 기대어 술병을 들고 서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나요?」

「P씨가 달을 바라보며 고뇌 하고 있을때 부터?」

「꽤나 볼만했겠군요 한심한 모습」

「한폭의 그림이었죠」

「그 그림이 추상화가 아니길 바랄께요」

「초현실주의적 화풍이니까 괜찮아요」

「그거 참 르네 마그리트스럽군요..」

「뭐 어찌 되었든 고민이 있으면 마셔야죠~」

「왜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건지 이해 할 수 없군요」

「이해 할 수 없으면 외우셔야죠 자자 한잔받으시고」

카에데는 불도 키지 않은채 P가 앉아 있는 창가 테이블로 왔다. 가져운 술잔에 조심스레 술을 따랐다. 

'조르륵'

술따르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달 한조각이 술잔에 얹히었다. P는 아무말 없이 잔을 들었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카에데도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P는 눈을 돌려 카에데를 쳐다보앗다. 두사람은 창가에 앉아 오로지 달빛에 비추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에데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 달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따라 술을 거절 하지 않으시네요」

「그러게요 오늘 술이 맛있네요」

「호오? P씨 입에서 그런 말을 듣다니」

「뭐 저도 그런날이 있지 않겠습니까」

「P씨」

작은 부름과 함께 카에데는 올곧은 눈으로 P를 바라봤다. P는 그런 카에데를 보았다. 주변 분위기 때문인지 카에데에게서 알수 없는 신비함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오롯이 P,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쪽의 색이 다른 눈동자...

「카에데씨...렌즈 빼셨군요」

「네...그냥 제 눈으로 P씨를 보고 싶은 날이니까요」

「그런가요...그런날도 있는거겠죠..」

「P씨..」

카에데는 다시 P를 불렀다. 

「네..」

「무슨 생각하세요..?」

「...글쎄요...」

「고민 있으신거 같은데 저에게 다 말해보세요」

「그럼 고민이 증폭될거 같군요」

「힝 너무해」

카에데는 우는척했다. 

「우는척 하면서 슬쩍 제 잔을 채우시는군요」

「마셔야죠 마셔서 취해야 뭐라도 술술 불지 않겠습니까 후훗 술을 마시면 술술 불죠 후후」

「아재 개그 그만 두세요」

「말장난은 제 삶의 목적 3개중 하나에요」

「나머지 중 하나는 술이겠고」

「헐 어떻게 아시는거지」

「누가봐도.. 아는거죠」

「다른 하나는 아이돌인가요?」

「글쎄요」

카에데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면서 술잔을 바라보았다. 

「아닌가요」

「아이돌이라 뭐 그것도 나름 재밌지만 말이죠..」

카에데는 홀로 술잔을 비웠다. P도 따라서 술잔을 비었다 두사람은 술잔을 비우기가 무섭게 채웠다. 그리고 또다시 한잔....다시 가득 채웠다. 가라앉았던 취기가 다시 올라왔다. 카에데도 취한듯 얼굴이 붉어졌다. 카에데의 발음이 점점 꼬여가기 시작했다. 

「P씨는...있잖아요...너무 물러요」

「뭐가 무르단 말입니까」

「다른 아이돌들이 투정부리는거 다 받아주고....」

「음...? 그거 본인한테도 해당되는 내용 아닙니까..?」

P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카에데는 미간을 찌푸렸다. P의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서는 가까이 붙어 앉았다. 그리고 P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제 투정만 받아주시라구요...치이..」

「뭐...그럴수야...있을까요」

「으아앙 다른 애들이랑 노닥거리지 마세요」

「....어린아이처럼 왜 그래요..」

P의 옆에서 카에데는 어린애처럼 발버둥쳤다....P는 그런 카에데의 머릿결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러자 카에데는 조금 부끄러운지 조용해 졌다. 두사람은 그렇게 잠시동안 있었다. 짧은 침묵 끝에....P가 입을 열었다.

「카에데씨..」

「네에...」

「당신은 담당 프로듀서가 제가 아니어도....잘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죠..」

카에데는 P의 말에 차분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P는 떼어지지 않는 입을 열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전 프로듀서를 그만 둬야 할지도 모릅니다..」

「......안돼요...」

「......」

「인정 할 수 없어요..」

카에데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P를 바라봤다. P는 카에데의 눈을 맞주칠수 없었다... 카에데는 다시 P를 몰아 붙히며 물었다.

「왜죠.. 어째서죠..?」

「........」

「힘이 드시나요? 업무량을 줄이면 되잖아요.....왜 프로듀서를 그만둔다는거죠..」

「.....이제 하나씩 정리 하려합니다....」

「.........무엇을..」

「제 삶을...」

P는 슬픈눈으로 카에데를 바라보았다. 카에데는 P의 품에 안겼다. 

「안돼요...안돼요...가지마요.....저는..저는 당신 없으면 안돼요...」

가슴팍에 눈물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저는...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요...하지만 당신이 제 곁에 있어줬으면 해요...」

「저도...당신의 곁에 있었으면 합니다..」

카에데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P를 올려다 보았다. P는 그런 카에데의 눈을 비애롭게 바라봤다. 이제는 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양쪽 색이 다른 눈동자...두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졌다. 입술이 맞닿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람이 눈치 좋게 불어 구름이 달을 가렸다. 술잔에 똑...똑..한 두방울이 떨어져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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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은 아무래도 좋은 창작욕구가 불타오르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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