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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단편. 한 겨울의 장미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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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3, 2017 16:47에 작성됨.

단정하게 자른 앞머리. 오른쪽 눈을 가린 안대가 특징적인 한 소녀가 쇼파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키타미 유즈. 수백년 뒤에 미시로 왕국을 대표하는 기사단, 뉴제네레이션의 초대 멤버 중 하나인 인물이었다. 물론 이 시절에는 미시로는 아직 공화국에 속해있는 조그마한 영지 중 하나에 불과한 시기지만.


유즈 "아, 심심하다. 마담.. 뭔가 심심한데 재밌는거 없을까나?"


유즈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서 앉아 있는 이곳 장미정원의 오너인 타카하시 레이코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하였다. 


레이코 "이 날씨에서는 밖에 나가는 것도 무리니 말이지."


유즈 "밖이라... 나가볼까나?? 아니, 역시 됬어. 귀찮고 춥고. 아아, 심심해."


그 해의 2월은 예년에 비해 이상하리 만치 추웠다. 특히 며칠 전부터 미시로영지에 불어닥친 눈보라러 인해 거리에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당연히 장미정원을 찾는 손님도 없었기에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즈였다. 뭐, 평상시에도 심심하다고 칭얼거리기는 하지만.


유즈 "아, 맞다. 마담!! 심심하니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봐. 재밌을 것 같아."


레이코 "그게 가능할리 없다는 걸 네가 모를리 없을텐데."


유즈 "하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레이코의 말에 유즈는 얼버무리는듯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레이코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조그마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유즈 "쳇, 재미없게..."


사실 이렇게 말하는 유즈도 자신의 부탁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줄은 잘 알고 있었다. 레이코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본체는 드래곤. 수천년 전에 오토노키자카 제국의 드래곤 사냥으로 인해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종족이었다. 지금의 레이코는 여러가지 복잡한 봉인을 통해서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말이다. 다만, 유즈만은 그녀가 어린 시절에 만난 적이 있었기에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일 뿐.


유즈 "그나저나 진짜 날씨 최악이네. 에릿치 고향에 갔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레이코 "에릿치.. 아아, 제국 군부 총수인 아야세 에리인가. 그러고보니 너 예전에 그녀의 밑에서 일했었지. 그것 덕분에 제국과도 어느 정도 연줄을 만들 수 있었으니 나로써는 좋았다만."


유즈 "응. 뭐, 밑에서 일했다고 해도 드래곤 사냥 시기때 뿐이라 잠깐 만이지만. 아, 미안. 너도 드래곤이었지? 너한테 좋은 이야기는 아닐텐데 말야."


레이코 "괜찮다. 어차피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니까. 나랑은 별 상관이 없는 일이지. 그리고 보통 500년을 잠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만..."


유즈 "하하하하하,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로 잠깐의 시간인걸. 그나저나 대단하지 않아??"


레이코 "뭐가 말이지."


유즈 "이 세계 말이야. 나 스스로 이런 말 하기엔 그렇지만 나는 지금 껏 셀 수 없는 수많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것을 맛보고, 수많은 것을 해보며, 수많은 것을 보았지만, 아직도 이 세계는 내가 모르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잔뜩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레이코 "해보고 싶다고 자신의 몸을 파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인간은 너 밖에 없을거다."


유즈 "뭐든지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해도 이 경험은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레이코 "이런 일은 딱히 경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본다만. 실제로 여기서 일하고 있는 아이들도 대부분 이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애들이 다수니까 말이지."


유즈 "그렇긴 해. 아무런 지식도 기술도 업는 애들을 모았으니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다시 사회에 나가서도 살 수 있도록 이것저것 지원해주고, 가르쳐주다니 대단하단 말이야, 넌."


레이코 "그건 자화자찬도 된다만. 그 애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준건 너도 마찬가지니까 말이지."


유즈 "그렇긴 하지만, 나는 너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내가 그 애들에게 이것 저것 가르쳐준 것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위해서니까 말이야. 정말이지, 가르치려고 하면 언제나 내가 아는 것을 전부 전달해주지 못 한단 말이야. 나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한달까나~"


레이코 "의도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도 중요하지. 네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너는 그 애들이 살아가는 데 꽤나 많은 도움을 준 거니까 말이지."

유즈 "그런거려나~. 아, 목 마르네. 유렌차 한잔 마셔야지. 뭐,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아무것도 없다만."


레이코 "이 곳 주인은 나다만. 간단하게 위스키 1잔 부탁하지."


유즈 "위스키 말이지. 오케이."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며 여직원이 들어왔다.


여직원 "저기, 마담. 키타미씨."


유즈 "어라?? 무슨 일이야, 손님?? 이런 날씨에 손님이라니 얼마나 변태인거냐."


여직원 "아뇨, 그게 아니라.. 손님이 왔긴 하지만..."


레이코 "천천히 말해봐."


여직원 "아, 그게.. 어느 남성 분이 임신중인 아내가 위독하다고 의사를..."


유즈 "여긴 창관인데, 의사를 왜 찾는건지."


유즈 "으응. 창관에서 의사를 찾는 별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남성 "저, 저기. 여기에 유능한 의원이 계신다고 해서 왔습니다. 부디 아내를 살려주십시오."


유즈 "유능?? 그런 사람 있었어??"


레이코 "정말로 모르는 거냐. 네 얘기일텐데? 너는 몇 번 이곳에 놀러 온 손님들의 고질병을 치료해 준 적이 있었으니까 말야."


유즈 "아아, 그러고보니 그랬던 적이 몇번 있긴 하지. 이 날씨에 여기까지 온 수고를 봐서라도 아내 분 상태 정도는 봐줄게. 이름이 뭐야?"


하웰 "가,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토토키, 토토키 하웰이라고 합니다."


하웰의 이름을 들은 유즈는 장난기스러운 표정이 사라졌다. 하웰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녀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의 성. 토토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성은....


유즈 "그러고보니 지금 2월. 그렇다는 건... 잠깐 기다려, 준비를 하고 올게."


레이코 "흠, 괜찮다면 나도 따라가도록 하지."


유즈 "난 괜찮지만, 가게는??"


레이코 "어차피 오늘은 손님도 없을테니까 말이지. 그리고 밑의 애들만으로도 왠만한 사태는 문제없을테니까."


유즈 "그것도 그런가. 일단 의료도구를 챙겨야 하니까, 마담. 내 옷 어디있지??"


레이코 "옷이면 걸어다니는 창고를 말하는 건가?? 그거라면 네 방 왼쪽에 있는 서랍장 둘째칸에 들어가 있어."


유즈 "땡큐."


유즈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가 레이코가 말한 서랍장에서 로브를 하나 꺼냈다. 걸어다니는 창고라는 이름대로 이 옷은 수많은 물품을 넣어서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옷이었다. 로브를 걸쳐 입은 유즈는 레이코와 하웰과 함께 하웰의 집으로 갔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가정집. 하웰의 아내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유즈는 마스크와 하얀 장갑을 착용하고 아내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유즈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열이 조금 있고... 저기, 아내 상태가 어땠는지 상세히 말해줄 수 있어."


하웰 "그게, 갑자기 열이 나더니 입에서 피를 토하고. 아, 가슴 안쪽이 아프다고.."


유즈는 하웰의 말을 듣고 품에서 고글 하나를 꺼내 착용하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의 속이 그의 눈에 보였고, 유즈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유즈 '할 수 있으려나. 아니, 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긴 해. 해야만 하는거지.'


실패한다면 뱃속의 아이는 죽는다. 태어나지도 못 한채. 이 이후의 역사에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껏 없었던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로브 안에서 메스, 바늘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약도구를 꺼내들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죽은자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유즈 "레이코!! 침대 주위에 보호막 좀 부탁할게."


유즈의 외침에 레이코는 즉각 침대 주위를 둘러싼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을까. 보호막 밖에서 안절부절 못 하는 남편의 눈에 보호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는 아내의 모습과 간난아기를 들고 있는 유즈의 모습이 보였다.


남성 "저기, 수술은....."


유즈 "보다시피 성공했어."


유즈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안고 있던 아기를 아기의 아빠에게 안겨주었다. 그리고 아기를 건네주자마자 피로가 상당히 몰렸는지, 유즈의 몸이 휘청거렸고, 그걸 레이코가 옆에서 붙잡아주었다.


레이코 "수고했어. 오늘은 푹 쉬어. 넌 훌륭한 일을 해낸거야."


유즈 "흥. 훌륭한 일은... 나한테 필요한 일이니까 했을 뿐인걸."


레이코 "말했을텐데, 원인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도 중요하다고. 너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너는 오늘 생명을.. 두 명의 생명을 구한거야. 그건 무엇보다도 훌륭한 일이라고. 가슴을 펴고 자랑할만한 일이야."


유즈 "가슴을 펴고 자랑이라... 뭐, 됬어. 그보다 피곤하니까 한 숨 잘게."


BC 49 년 2월의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날, 공화국 령 미시로 영지에서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다. 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울음을 터뜨리는 이 귀여운 아기가 바로..


레이코 "아기의 이름은 뭐로 정하실 생각인가요?"


남성 "이미 아내와 예전에 정해놓았습니다. 아이리.. 토토키 아이리로요."


훗날, 공화국을, 수많은 엘프들을 학살해 미시로 왕국을 세우는 데 핵심이 되었던 초대 신데렐라 걸, 토토키 아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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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랜만에 쓰는 신데판입니다. 유즈가 장미정원에 있을 시기에 있던 자그마한 일상을 적은겁니다 역사적으로 중대한 일이 한 있긴하지만 넘어가죠.


그나저나 원래 쓰던 2작품.. 안 쓴지 1달이 넘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처음부터 다시 쓰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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