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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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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9, 2017 19:34에 작성됨.

나는 치사한 사람이다. 더할 나위 없이 비겁하고, 글러먹었으면서 자기합리화조차 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바보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의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그런 자신을 긍정하면서 바꾸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탓이겠지. 결국 나는 아이돌이 되기 전이든 후든 바뀐 건 하나도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 나는 아이돌을 하면서, 그리고 비주얼로 팔리게 되면서 연기 실력만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그야말로 다행인 일이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무척이나 치사하고 비겁하고 글러먹은 사람이었고, 그런 나는 꾸준히 오르는 연기 실력을 일이 아닌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미키 쨩 앞에서는 나는 언제나 어이없는 연극을 붙잡고서 놓지 못하는 연기자였다.

 

“어째서 미키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마코토 군에게 달라붙는 거야?”

 

언젠가 그런 미키 쨩이 내게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내가 마코토 쨩에게 차를 대접하면서 가볍게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이 만들어진 날이었다. 미키 쨩은 그 옆에서 불만스럽게 나와 마코토 쨩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쿠션을 강하게 껴안고 있었다. 그야 당연했다. 미키 쨩과 마코토 쨩은 사귀고 있었으니까. 그런 걸 생각하며 나는 그 질문에 당연한 것처럼 고개를 돌려 미키 쨩 쪽으로 향했다.

 

그런 미키 쨩은 참 귀여웠다. 언제나 날카롭게 약한 부분을 찔러 들어오는 주제에 정작 내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말이다. 정말로 모르는 걸까, 나를 떠보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었지만, 미키 쨩은 딱히 무언가를 숨기는 나 같은 부류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니까 아마 정말로 궁금하니까 확 말해버린 거겠지. 그렇지만 미키 쨩에게는 결코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그때도 거짓말을 입에 담았다.

 

“그야 친구이고, 마코토 쨩에게는 항상 기대고 싶어지는 걸. 나는 글러먹었으니까”

 

그렇게 살짝 당황한 감정을 넣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면, 미키 쨩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머금으면서도 납득하고 돌아선다. 그러면 나는 살짝 안도한 것처럼, 그렇지만 미키 쨩을 걱정하는 것처럼 떨떠름하게 숨을 내쉰다. 그러면 마코토 쨩은 어색하게 웃으며 나랑 미키 쨩의 이름을 부르고, 그게 그때만의 웃기지도 않은 연극의 끝이었다.

 

그리고 지금, 미키 쨩은 내 앞에 서있었다. 언젠가의 불만 가득한 표정이 아닌 어딘가 화를 내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매우 억울해 하는 듯한, 무척이나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박력 가득한 분위기를 낸다니, 역시 미키 쨩은 대단하다고 내심 감탄했지만, 그건 밖으로 결코 표출하지 않았다.

 

“유키호는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미키 쨩이 숨을 들이 마시고서 한 번에 숨과 말을 동시에 토해낸다. 그 에메랄드 같이 반짝이는 눈동자가 지금은 나만을 비추고 있었다. 일을 하고 온 듯 립으로 반짝이는 입술은 앞니에 깨물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지금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나는 잠시 표정 연기를 하는 것을 내려두고 무심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왜 웃는 거야? 미키 쨩이 그렇게 묻는다. 당연한 질문을 하는구나, 미키 쨩. 그런 것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검지를 입술 위에 올리면서 입술을 끌어 올려 미키 쨩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입술을 열어 미키 쨩의 질문에 답하지는 않았다. 지금 말한다면 뭔가 재미없잖아? 나는 올렸던 검지를 내리며 미키 쨩 쪽으로 걸어갔다.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지만 이상하게도 반대로 정신은 맑아지고 있었다.

 

걸어가면서 미키 쨩이 내게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다시 생각한다. 뭐, 굳이 다시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바로 떠올릴 수는 있지만, 만족감을 크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는 해도 꾸준히 마코토 쨩의 곁에 달라붙은 것이 미키 쨩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고 말았고, 그게 지금 폭발한 거지만 말이다. 미키 쨩 왈 “어째서 미키의 연인인 마코토 군에게 달라붙는 거야?” 라는 거다.

 

미키 쨩이 매우 크게 보이는 거리까지 왔을 때 나는 오른팔을 올려 미키 쨩을 한 번 안았다. 물론 올리고 나서 바로 다시 걸어가며 오른팔을 내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미키 쨩의 옆모습이 보일 때 나는 미키 쨩의 귓가를 잠시 빌린다. 미키 쨩이 물었던 질문의 답을 하기 위해서다. 나는 미키 쨩의 귓가에 내 안에 있는 가장 치사하고 글러먹은 나를 꺼내 속삭였다.

 

“미키 쨩이 질투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래”

 

눈을 감고 콧노래를 부르듯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미키 쨩의 등 뒤로 이동한다. 다 감기지 않은 눈 틈 사이에 보이는 아름다운 금발이 내가 이동하면서 생긴 바람으로 인해 미묘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내 마음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그 금발에 손을 뻗어 만지다가 조금 깊숙하게 손가락을 넣어 미키 쨩의 등을 훑어 내린다. 그와 동시에 나는 눈을 떴다.

 

“의미를 모르겠다는 거야”

 

역시. 그야말로 대본대로 잘 연기하고 있구나, 미키 쨩.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키득키득 웃고 있으니 미키 쨩은 더욱 불편하고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 미키 쨩 입장에선 내가 이상하게 보이겠지. 나도 나를 이상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럼.

 

“똑똑한 미키 쨩이라면 바로 깨달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가아...”

 

살짝 놀리듯이 입을 여니, 미키 쨩의 귀여운 눈동자가 더욱 가늘어진다. 뭔가 등줄기를 타고 뇌를 헤집는 느낌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쌀 뻔 했지만 그 충동을 꾹 눌러 참는다.

 

“내가 미키 쨩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야”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렇게 선언한다. 그런 내 말이 꽤나 예상 외였는지 미키 쨩의 표정이 크게 변화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말하는 듯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키 쨩은 그 이후에 이렇게 말하겠지. 미키는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구?

 

“미키는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구?”

 

봐, 완전히 똑같잖아?

 

“그런 건 상관없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환경은 크게 중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유키호가 그렇다고 해도, 미키는 유키호가 미키에게 거는 기대에는 부응할 수 없어. 게다가 미키를 사랑한다면서 왜 마코토 군에게 집적거리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거야”

 

아, 역시 미키 쨩은 오해를 하고 있구나. 이건 정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미키 쨩, 나는 말이지 원래 무언가에 기대를 하는 성격은 아니야”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미키 쨩에게도 딱히 어떤 기대를 걸고서 이러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미키 쨩의 사랑을 바라지도 않아”

 

대답을 중간에 끊고서 미키 쨩의 허리를 감쌌다. 경직된 미키 쨩의 허리를 통해 무언가의 감정과 감촉이 팔을 통해 온몸으로 돌아다니는 감각에 황홀해하며 그대로 미키 쨩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나를 떼어놓으려는 미키 쨩의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결코 놓치지 않을 거야, 미키 쨩.

 

살짝 만족해하며 나는 끊었던 답을 다시 이었다.

 

“애초에 나는 아이돌을 목적으로 해서 아이돌이 된 게 아니야. 그러니까 다른 곳에서 비슷한 상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그리고 왜 마코토 쨩에게 달라붙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이걸로 대신할게. ‘어린애가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 이라고”

 

미키 쨩을 괴롭히기에는 마코토 쨩을 건드리는 게 효과적이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키 쨩의 허리를 껴안은 채 손가락으로 미키 쨩의 배에 무언가를 그린다. 배를 감춘 옷자락의 꺼끌꺼끌한 감촉이 손끝에서부터 전해져온다. 불쾌해 하면서도 나를 떼어놓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미키 쨩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미키로서는 유키호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거야. 미키를 사랑한다면서 미키의 사랑을 기대하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미키의 성질을 계속 건드리면서 연극을 하고 있고. 지금은 이렇게 미키를 붙잡고서는 괴롭히고 있어. 이런 거에 의미가 있어?”

“있어”

 

미키 쨩의 배 위에서 놀던 손가락이 멈추면서 움찔움찔 떨린다. 긴장한 것도 의표를 찔린 것도 아니었지만, 말을 하기에는 움직이는 손가락이 방해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단순히 미키 쨩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거든. 음, 정확하게 말해서 이런 식으로 밖에 미키 쨩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하면서 눈을 돌리고 싶어 하면서도 미키 쨩을 계속 사랑하고자 하는 나를 사랑하고 싶을 뿐이야”

“...”

 

드디어 미키 쨩이 그 작고 과일 같은 입술을 앙 다문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 몇 초 정도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계속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미키 쨩이 포기한 듯 무언가를 내뱉듯이 말을 했다. 유키호는 제정신이 아닌 거야.

 

“확실히 나는 제정신은 결코 아니야. 미키 쨩 입장에서 보면 765 프로에 온 직후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그야말로 ‘미친’ 사람이려나. 그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면서 입술과 입 안이 조금 매마르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한 번 입을 다물고 침을 구강 내에 돌게 한 나는 그대로 목구멍 너머로 침을 삼키며 미키 쨩의 배 위에서 정지하고 있던 손을 그대로 내렸다.

 

“그렇지만 나는 전혀 바뀌지 않았어. 한심하지만 아이돌이 되어서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 아무것도. 그 무엇도 나는 바꾸지 못했다.

 

“늘어난 건 연기 실력뿐이야”

 

치사하고 글러먹었고 비겁한 나는 연기라는 가면을 손에 넣었다. 당연하게 그 가면으로 나를 숨겼다.

 

“그러니까 미키 쨩은 언제나의 위치에서 반짝반짝 빛나줘. 저 하늘 높이 존재하는 별처럼”

 

나는 그 별을 언제까지고 바라보면서 손을 뻗을 테니까. 어리석은 나를 꿈꾸는 소녀로 포장해서 만족할 테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미키 쨩의 귓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서 미키 쨩을 해방한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미키 쨩이 몸을 움직여 나에게서 거리를 벌리며 물러서지만 그것조차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걸. 나는 다시 한 번 키득키득 웃으면서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뭐냐는 미키 쨩의 낮은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작게 들리는 것을 들으며 나는 사무실 계단을 천천히, 느긋하게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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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순수 765% 레알 상또x이 유키호랑 유키미키(수라장 트리오 디폴트)를 보고 싶었을 뿐.

유키미키는 마냥 해피해피한 것도 좋고, 뭐야, 이 금발모충! 뭐래는 거야, 후히호 주제에! 하면서 머리 끄덩이 잡고 싸우다가 정 드는 혐관도 좋고, 시리어스한 것도 좋네요.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아... 플래티넘 가샤 티켓에서 SR 유키호 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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