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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еребряная звезда』 - Welcome to Liberty cit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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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9, 2017 14:53에 작성됨.

새하얀 은발의 소녀가 마치 날개없는 천사가 추락한 것처럼 땅으로 쓰러지자 소녀의 상대였던 스나이퍼는 재장전을 한 후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다른 쪽에 있을지도 모를 또다른 스나이퍼를 찾아 스코프의 배율을 높여 주변을 탐색한다.

그 어디에도 스나이퍼인 것 같은, 스코프에 반사된 반사광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높다란 하늘과 금방이라도 지구로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작열하는 태양광만이 그의 눈을 어지럽힐 뿐.

 

『이상하다, 그럴리가 없는데.』

『마치 천사같이, 혹은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탓에 이카로스처럼 쓰러진 저 소녀만이 나의 상대였던건가.』

 

단 한 발의 싸움으로 수명이 왔다갔다하는 스나이퍼로서 20년이나 생존해온, 그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고 부를 만한 중년의 샤이텍 스나이퍼는 그 믿기지 않는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철골 구조물의 윗부분을 자세히 살펴본다.

철골 구조물의 윗부분과 사다리 윗부분에는, 그 누구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뭔가가 이상하다.

중년의 스나이퍼는 설마 그럴리가 없지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출구를 자세히 살펴본다. 정말로 아무것도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뭔가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로 이상한걸, 그럴 리가 없어.』

『저 쪽에서도 내가 그 쪽을 노리고 있음을 알고 있을 텐데-』

 

그는 정말로 알 수 없다는 듯이 스코프의 배율을 최고도로 올려 출구 쪽만을 쳐다본다.

나올 곳은 저기 뿐이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총알이 바람을 뚫고 지나가는 초음속의 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린다.

남자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살짝 움직여 보지만 이미 늦어, 총알은 그의 조준경을 관통해 그의 이마에 꽂힌다.

도대체 어떻게, 그는 그런 표정을 지으며 시간이 멈춘 듯한 움직임으로 뒤로 넘어간다.

현실에서 명계로 넘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 그의 뇌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남자의 뇌에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은 자신의 죽음.

 

『나는 어떻게 죽는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미지막 힘이 남아 있을 때 자신을 저격한 녀석의 모습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그가 점점 감겨져 가는 눈을 억지로 몇 초간 뜨고는 스코프를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할 스코프의 구석에서, 은발의 소녀가 천천히 일어나 자신의 총에 달린 구식 스코프로 자신이 쏜 방향을 살펴본다.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불가항력적으로 감기는 눈을 애써 막지 않는다.

죽기 바로 직전에, 그의 입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알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온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분명히, minun aurinkoni라고 들리는 것 같았다.

 

 

아냐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 한 발을 쏠 수 있는 약간의 시간과 총을 쏘기에 방해물이 되지 않을 정도의 평평한 플레이트.

총을 쏘고 잠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던 소녀가 대응사격이 없자 스코프로 자신이 저격한 쪽과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다.

아냐의 스코프에는 그 어떤 스나이퍼의 낌새도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미션 성공.

아냐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가방에 들어 있던, 자신의 몸뚱아리는 충분히 커버 가능했었던 충격 커버 쿠션을 꺼내고 길게 한숨을 내쉰다.

 

"위험했어, 조금만 더 높았더라도...."

 

아냐가 정말로 천운이었다는 듯이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자신의 sv-98을 재장전한다.

쪽지에 적힌 대로라면 상대는 베테랑 스나이퍼에다가 샤이텍을 사용하고 있었을 테지만, 그 어디에도 두 명 이상을 저격하라는 임무는 적혀있지 않았다.

즉, 한 사람만 저격하고 철수하는 임무. 듣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그 정도 스펙이라면 일반적인 스나이퍼 다섯 명과 맞먹는다.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현실로 한 발 겨우 들여놓은 아냐가 진땀 뺐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한 번 둘러본다.

저격할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이 플레이트로 떨어져 뭉개진 사람의 시신이 세 구 정도 보인다.

높은 쪽에서 떨어져서 그런지, 살점 몇 조각이나 인간의 파편이라고 할 수 있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몇 개가 남아있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꽤나 그로테스크하다.

저런 꼴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아냐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두 팔로 사다리를 올라가려 해본다.

왼팔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떨어질 때 잘못 떨어졌나, 아냐는 왼팔에 약간 힘을 줘 얼마나 팔이 정상 상태인지 살펴본다.

통증이 꽤나 심각하다. 아무래도 떨어질 때 왼팔로 떨어진 탓으로, 최소한 미세 골절인 모양이다.

아냐는 일이 귀찮게 됐다는 듯이 길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총을 분해해 가방에 넣고 오른팔로 사다리를 오른다.

꽤나 많은 시간을 사다리를 오르는 데 허비한 후, 아냐는 다행히도 자신이 나갔던 문으로 되돌아와 생환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아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사선을 넘어온 사람처럼 그 회색빛 통로로 돌아오자 전전긍긍하면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미나미가 다가와 껴안는다.

왼쪽 몸 부근이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다. 왼팔만 나간게 아닌건가?

아냐는 얼굴을 찌푸리지 않도록 노력하며 신음이 조금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연다.

 

"미나미- боль-"

 

"아, 많이 아파? 어디 다쳤어?"

 

"아파-?"

 

"아, 그러니까... Где ты пострадал?"

 

"아- Левая рука-"

 

"어, 그러니까...."

 

아냐의 말에 미나미가 잠시 수첩을 뒤져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냐는 거짓말쟁이인 자신을 위해 수첩까지 뒤져가며 해석해주는 미나미를 잠시 쳐다보고는 격통이 온 몸으로 퍼져가는 그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왼팔이구나, 알았어. 일단 의사 선생님을 봐야겠네. 가방은 이리 줘."

 

"Спасибо, 미나미-"

 

"별 말씀을요."

 

아냐의 말에 미나미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내민 총과 기어(Gear)를 챙기고는 의무실로 데려간다. 

마치 잘 훈련된 조수의 움직임같다. 어디선가에서 또 이런 일을 했던 적이 있었던 걸까.

아냐는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 떠오른 불안한 생각을 떨쳐내려고 노력하며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이 리버티 시티에서 자유롭게 나다니는 요정이었으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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