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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석받이P ㅡ 사사키 치에 『어른의 어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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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9, 2017 03:18에 작성됨.

"앗, 프로듀서님."

 

 해가 밝기 빛나는 오전 이른 시간. 도수 없는 안경과 폼이 넓은 모자를 쓴 소녀 아이돌 사사키 치에는 자신의 집 현관을 나왔다가 잘 아는 사람과 마주쳤다. 그는 그녀가 소속해 있는 사무소에서 그녀를 프로듀스 해주는 프로듀서, 그가 이런 이른 시간부터 그녀의 집 앞에 와있는 이유는 그녀가 잘 차려입은 것과 관계가 있었다.

 

"많이 기다리셨나요?"

 

"아니, 지금 막 도착했어."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런 이른 시간에..."

 

"아니야, 치에가 노력을 했으니까 상을 주겠다고 한 건 나인걸. 거기다 치에는 그럴 나이니까."

 

"아..."

 

'...'

 

 프로듀서의 말에 치에는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한 프로듀서는 치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치에도 그를 마주보며 어색하지만 웃음을 짓는다.

 

"에헤헤..."

 

"그러면 가볼까? 오늘은 치에한테 상을 주는 거니까 5시까지는 치에의 마음대로 해도 돼. 전부 어울려줄게."

 

"정말인가요!?"

 

"응, 물론이야."

 

 프로듀서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를 올려다본 치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을 해준 프로듀서를 보고 조금 전과 다르게 표정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우선 차에 탈까?"

 

"네!"

 

덜컥-

 

"어?"

 

"네? 왜 그러시나요?"

 

"어, 아니...뒷좌석에 타지 않는 거니?"

 

"네, 오늘은 치에랑 프로듀서님 둘 뿐이니까...프로듀서님 옆자리에 앉아서 가고 싶어요. 안되나요...?"

 

 불쌍한 강아지처럼 애원하듯 자신을 올려다보는 꼬마 소녀를 보며 프로듀서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타기 쉽도록 조수석의 문을 잡아주었다.

 

"괜찮아, 오늘은 치에가 하고 싶은대로니까. 그래도 위험하니까 안전벨트 매는 건 잊지 마렴?"

 

"네! 에헤헷."

 

'좋아...'

 

 운전석의 옆자리인 조수석에 앉은 치에는 프로듀서가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는 동안 차 안을 둘러보았다. 언제나 그의 차를 탈때면 뒷자석에 탔을 뿐이라 조수석에서 보는 시야는 새삼 새로웠고, 이것저것 확인하던 그녀는 각오를 다지듯 두 손을 쥐었다.

 

'오늘의 치에는 프로듀서님, 당신이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겠어요!'

 

 그녀가 오늘을 위해 준비한 진짜 계획. 그것은 그녀 자신의 담당 프로듀서가 자신을 보는 시선을 다르게 바꾸는 것이다. 아직 11세 밖에 되지 않은 초등학생이지만 그녀는 또래의 친구들보다 더 조숙했고, 스스로도 보다 어른스러워지길 바랐다. 처음에는 그저 어린아이는 이것저것 받는 제약이 너무 많고, 알고 싶은 것들도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알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저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돌로 스카웃 되고 사무소에 들어가 진짜 어른인 아이돌들이나, 자신처럼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다른 소녀들을 보면서 그녀는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책임감이 강하며 자신이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베여있으며,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해야한다. 그것이 사회가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어른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았지만, 실제 어른은 그런 사회의 이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상적인 어른에 가까운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다른 분들은 프로듀서님을 엄마같다고 얘기들 하시지만...치에는 알아요. 그런 말을 듣는 건 프로듀서님이 정말로 어른다운 어른이기 때문이라는 걸! 그러니까 치에는 프로듀서님한테...어른으로 인정 받고 싶어요. 어른으로 대우 받고 싶어요.'

 

 나이가 된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건 학교에서 사회로 나간다는 것과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 정도가 다를 뿐, 아이와의 차이는 그다지 없다. 어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가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직 어리지만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실제로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돌들과도 잘 지내며 모두를 중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덕분에 프로듀서에게 인정도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가 아직 자신을 아이로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오늘을 위해 노력했어요. 프로듀서님은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꼭 상을 주려고 하시니까...오늘은 프로듀서님이 치에를 다시보는 날이에요!'

 

 그녀는 사선으로 맨 작은 손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지난 시간 동안 열심히 메모해온 어른으로 보이기 위한 작전들을 다시금 복습했다.

 

"치에, 운전 중에 그런 거 보면 멀미해."

 

"네? 앗, 네에...!"

 

'맞아, 지금은 프로듀서님이랑 함께였지...'

 

 집중을 하다보니 바로 옆에 목표물이 있다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던 치에는 그의 말에 대답하며 급하게 수첩을 다시 집어 넣었다. 결국 놀이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수첩을 다시 꺼내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들은 몇 번이고 읽어서 이미 머릿속에 외워둔 상태니까.

 

"그럼 뭐부터 탈까?"

 

"우, 우선은 유령의 집부터 가죠!"

 

"어? 유령의 집이라니, 괜찮겠어?"

 

"네!"

 

'유령의 집 같은 무서운 곳에 가면 남녀는 무서운 상황에서 떨다가 서로 접촉하면 그게 상대방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바뀐다고 했어요. 잘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그건 즉 프로듀서님이 치에랑 함께 무서운 상황에 처하면 치에를 여자로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인 거겠죠!'

 

 의외로 어설픈 구석이 있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그 마음 만큼은 정말로 진심이었고 그겨는 결국 걱정하는 프로듀서와 함께 유령의 집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다. 다행이 변장을 했고 프로듀서도 정장이 아닌 사복 차림이었기에 알아보거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서오세요, 어린이 한 명 어른 한 명 맞으시죠? 자녀분의 신장이 아슬아슬하네요..."

 

"네?"

 

"에?"

 

"아, 하지만 입장하실 순 있습니다.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하하."

 

 아르바이트인지 직원인지 모를 인상 좋은 남성은 웃으면서 입장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주었고, 갑작스럽게 자녀라는 말을 들은 프로듀서는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치에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녀라니...프로듀서님이랑 난 주위에서 자녀로 보이는 걸까...?'

 

"저, 프로듀서님..."

 

"어, 으응?"

 

"치에랑 프로듀서님은 다른 사..."

 

 

구와아아아악-!!

 

 

"꺄악!?"

 

"앗...!"

 

 치에가 뭔가 말하려던 그 순간, 돌연 무서운 분장을 한 괴물이 튀어나오자 그것을 본 치에는 비명을 지르며 프로듀서에게 안겨들었고, 갑자기 그녀가 안겨드는 바람에 당황한 프로듀서는 괴물 분장을 한 알바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들리지 않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어린아이가 너무 놀라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되어버리기에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 프로듀서는 상대를 배려해서 그가 돌아가도록 만들고는 품에 안긴 치에를 위해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를 안심 시켜주었다.

 

"괜찮아, 괴물은 없어."

 

"우흑...흑..."

 

"많이 무서웠니? 괜찮아."

 

"프로듀서님...힉..."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고 달래주는 프로듀서에게 어리광을 부리듯 더욱 안겨든 치에는 놀란 것보다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본래의 목적은 프로듀서가 놀라고 자신이 그의 곁에 붙어서 무섭지 않게 해주는 것이었는데, 하필이면 그에게 말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버려 그대로 안겨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억울했고 동시에 프로듀서에게 감사했다. 자신이 억지를 부려 들어오자고 한 유령의 집인데다 자신도 놀랐을 터인데,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자신을 안심시켜주려는 그의 행동에 감동한 것이다.

 

'하지만...치에는 프로듀서님한테 어른으로 보이고 싶은데...'

 

 주변에서도 그에게서도 아직 아이로 보여버리면 오늘 이렇게 온 것도, 이 날을 위해 노력해온 것도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나오려는 눈믈을 억지로 참으며 프로듀서에게서 떨어졌다.

 

"괜찮아요...치에, 울지 않을게요...!"

 

"아, 으응. 대단하네, 우리 치에."

 

'이미 운 것 같지만...'

 

 뺨을 타고 흐른 눈물자국이 조명에 비쳐져 보이고 있었음에도 프로듀서는 그녀가 울지 않겠다고 말했기에 일부러 그 점을 눈감아주었고, 그 이후로 그녀를 데리고 결국 유령의 집을 끝까지 돌았다.

 

"후아...역시 여긴 이르지?"

 

"아, 아니요...! 치에, 전혀 괜찮았던걸요...?"

 

'도중에 기절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다리도 팔도 떨고있는 그녀가 힘겹게 용기를 쥐어짜서 오기를 부리는 것에 조금은 감탄스럽기까지 한 프로듀서는 그녀가 창피하지 않도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치에를 너무 어리게만 봤던 것 같네."

 

"엣..."

 

"그러면 슬슬 다른 놀이기구로 가볼까?"

 

"아...네!"

 

'어리게만 봤다는 말씀은...치에를 조금은 어른스럽게 보게 되었다는 말이시죠!?'

 

 가슴 속에서부터 벅차오르는 작은 기쁨에 그녀는 또다시 울컥할 것만 같았지만 그것을 참아냈다. 아직은 이르다. 아직 그에게 어른답다고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 지금의 평가는 아이로만 보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이니까, 아직 갈 길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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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받은 사사키 치에는 아무래도 두 편으로 나눠야할 것 같습니다.

치에의 캐릭터성을 잘 표현하고 싶은데 마음만큼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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