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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의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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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7, 2017 23:44에 작성됨.

아이돌, 그것은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과 같은 의미 그대로 우상과도 같은 존재.

그리고 그것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를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346 프로덕션의 P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인재였다.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대기업이건 쉽게 갈만한 완벽한 인재였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택한 미래는 아이돌프로듀서였다.

물론 346 프로덕션 자체가 결코 작은 프로덕션은 아니지만 그를 가까이서 봐왔던 그의 동생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 그에게 P는 이렇게 말했다.

 

P⌈미래를 품고있는 별들을 모아서 그 빛으로 모두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나눠주는것을 가장 가까이서 도울 수 있다는건 멋지잖아?⌋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단둘이서 살아왔던 그로써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지만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가인박명이라고 했던가,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발자취를 쫓듯이 그의 동생은 성을 연상케하는 건물 앞에 있었다.

 

???⌈여기가.... 미시로 프로덕션? 이렇게나 큰 곳이었어?... 아니 대충 듣긴 했었지만....⌋

치히로⌈아! 혹시 닉스씨인가요?⌋

녹색의 정장이 눈에 띄는 작은 체구의 아가씨, 닉스는 그녀를 보며 잠깐동안 혹시 이 이사람이 여기의 아이돌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내 이곳을 첫 방문하는 사람에게 아이돌씩이나 보내면서 길을 알려줄리 없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하면서 웃었다.

 

닉스P⌈아, 네 제가 제대로 찾아온게 맞나보네요.⌋

치히로⌈혹시나 헤메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대표이사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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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로⌈내가 346프로덕션의 대표이사인 미시로라네, 여기에 왔다는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해도 되는거겠지?⌋

닉스P⌈네... 형이 맺지 못한 일의 끝을 제가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미시로⌈나는 딱히 자네의 능력에 기대하고 있지않아, 내가 이런 제안을 한건 단지 자네의 형에 안목에 대한 기대감인걸 기억하도록.⌋

닉스P⌈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기대를 받는다는 말도 안되는 욕심따윈 부리지도 않습니다. 그저 기회를 주신 대표이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미시로⌈흥, 감사따윈 필요하지 않아, 자네가 얼만큼 괜찮은 인재인지 지켜보겠다. 그럼 새로운 CP의 프로듀서로써 수고하도록.⌋

 

차가운 시선이 떨어지자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대표이사실을 나가 밖에서 기다리던 치히로의 안내를 받아 CP룸 앞에 도착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저 자신의 우상을 따라가려 하는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일까, 자신의 형이 쌓아올려 왔던걸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무너뜨리는건 아닐까, 복잡한 생각이 머릿 속을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지만 그런 그의 속을 모르는 방의 문은 열렸다.

 

치히로⌈여러분, 드디어 우리들의 새로운 프로듀서분이 왔어요!⌋

 

방을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를 향하는 수 많은 시선들은 각각 그의 부담을 몇배씩이나 무겁게 했다.

 

닉스P⌈....음..... 안녕하십니까. CP의 새로운 프로듀서를 맡게된 닉스P라고 합니다.⌋

아이돌들⌈....⌋

 

침묵을 깨며 나름 용기를 내며 웃으며 말한 인사는 변하지 않는 싸늘한 시선과 길고긴 침묵에 부서졌다.

 

닉스P⌈하....하하... 뭘까요 이분위기는....⌋ 

 

낯설어서 보내는 눈빛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차가운 시선에 그는 자신이 뭘 잘못한걸까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고민도 잠시 이내 정적을 깨는 목소리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걸 느꼈다. 그것은 분명 중얼거림이었지만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지나가는 말이었다.

 

시부야⌈....분명 다른 프로듀서따윈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게다가 하필이면....⌋

치히로⌈하....하하... 다들 너무 낯설어서 그런걸까요. 인사는 했으니 이제 각자 자리로 돌아가도록 할까요.⌋

 

치히로 역시 뭔가 낯설어한다는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애써 무시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버리고 닉스P역시 애써 자신의 이 혼란스러운 심경이 그저 기분 탓일거라고 애써 무시한채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가 프로듀서가 된지 3일째 되던날.

아이돌들이 자신을 피하는 느낌을 받고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이상할정도로 적대감이 늘어가는게 느껴지는 아이돌들의 시선에 이유를 찾기 위해 말을 걸었다.

 

닉스P⌈저기....시부야씨...괜찮으시다면 대화를 하고싶습니다. 이렇게 대화도 없이 프로듀싱을 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괜찮으신가요?⌋

 

최대한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질문에 날아온건 차가운 말뿐이었다.

 

시부야⌈당신따위 프로듀서로 생각하고 있지도 않으니까 말걸지 말아줘 보는것만으로도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걸 겨우 참고있으니까.⌋

닉스P⌈...예...?⌋

시부야⌈살인자 주제에 무슨 프로듀서야! 꼴도 보기싫으니까 내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

 

차가운 눈 안으로 눈물이 차오르는걸 그저 멍하니 바라보던 닉스P는 CP룸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불안한 예감은 틀린것이 아니라고, 그도 그럴게 방에 있는 모든 아이돌들의 시선은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다가 그것은 모두 증오에 찬 대상을 바라보는 눈빛이었으니까.

 

닉스P⌈으...아....아..으...죄...죄송...죄송합니다!⌋

 

그대로 머릿속이 새하얘진 그는 도망치듯이 방을 뛰쳐나가버리고 거리를 헤메면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너무나도 증오하는 아이돌들을 프로듀싱할 수 있을리 없다. 자신이 있어봤자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두가 불행해질 뿐이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형의 유언, 여느때처럼 같이 술을 마시다가 형의 직업때문에 일어난 말싸움, 그리고 화를 참지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홧김에 달려나간 건널목에서 덮쳐온 트럭을 미처 피하지못하고 치일 위기에서 그를 구하고 대신 죽은건 그의 형이었으니까.

그 일 이후로 그의 장례가 끝나고 몇달을 죄책감에 휩싸여 자살까지 고민하던 그의 목숨을 연명해준건 자신이 죽을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남겨놓은 형의 유서때문이었다.

자신이 혹시 죽고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하던 프로듀서일을 대신 해달라는 부탁, 그는 그것을 어떻게든 이루고 싶었다.

그것이 자신이 자기대신 죽어버린, 자신의 내면에선 자기가 죽인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였으니까.

한참이나 거리를 헤메던 그의 마음속에 무언가 검고 찐득찐득한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그는 생각해냈다.

 

닉스P⌈내가 안된다면 날 죽여버리면 되는거야. 이제 닉스P란 사람은 없어. 내가 태양으로써 그들을 이끌지 못한다면 한없이 어두운 밤이 되어서 그들이 밝게 빛날 수 있도록 하면 되는거 아니야?⌋

 

인간으로써 무언가 비틀어져버린 그는 중얼거리며 거리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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