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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구미호의 꼬리는 몇 개? 1번째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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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7, 2017 21:05에 작성됨.

정주행...야라나이카?

 

"아이돌이니 뭐니 해도, 역시 사람은 가끔 느슨하게 있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백색머리칼과 그에 어울리는 하얀색 피부, 그리고 느긋하게 주름하나없이 팽팽한 얼굴. 여유만만한 미소를 띈 슈코는 휠체어에 앉은 히이라기의 허벅지에 올라타고는 반쯤 누운 자세로 다리를 까딱거리면서 히이라기에게 어리광을 부리고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슬슬 내려와서 제 허벅지를 느슨하게 해주지 않을래요?”

 

“안 돼~”

 

히이라기는 난처한 듯이 손을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뚝- 떨구고 말았다.

 

“아니 다 큰 처녀가...”

 

“왜애애~ 나도 따지고보면 오빠 여동생이잖아? 오빠는 24살, 난 18살. 알겠어? 난 어리광 부릴 권리가 있습니다 땅~땅~땅~”

 

“으음....그래도 이젠 피가 안 통하려고해요."

 

18살의 소녀를 떠받히고있는 휠체어 안의 히이라기는 슬슬 떨려오는 목소리로 슈코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아.....흐음....음.."

 

제법 신사적인 부탁에도 슈코는 미소를 지우지않은채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히이라기의 코를 한 번 핥았다. 아직 닦이지 않은 립글로스의 은밀한 향이 코 끝을 간질이고, 뒤이어 붉은 혀가 진짜로 코를 간질였다.

 

"....뭔가요 이거."

 

"다리 저릴땐 코에 침 바르는거라고...?"

 

슈코의 달짝치근한 숨결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않고, 히이라기의 호흡과 몇 번 뒤섞이고있었다. 다리도 저릿저릿한데 코에 침까지 묻은 히이라기의 표정은 묘하게 어딘가 꼬인 듯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이쯤 장난치면 질리고 물러나지않을까 히이라기는 생각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슈코는 오히려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아갔다.

 

"흐응~? 침이 부족했을까? 자....그럼 이번에는..."

 

흰 이빨이 천천히 틈을 보이더니 달달한 숨결을 천천히, 깊게 내쉬며 히이라기의 코로 향했다.

 

"저, 저기? 슈코?"

 

슈코랑 10년 넘게 지내면서, 그리고 2년정도는 한집식구로도 지내면서, 별 일을 다 겪었지만 이런 일은 또 의외인 것이라 히이라기는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가며 막아도 보지만, 다가오는 소녀의 돌격에는 무력하다. 그리고 등에는 주인이 넘어지지않게 튼튼히 지탱하는 휠체어가 닿는다.

 

"오빠-!"

 

둘만의 세계에 끼여든것은 갑자기 세차게 들이닥치는 거리의 찬 바람과 종소리, 그리고 빵집을 가로질러 히이라기의 미소를 깨우는 밝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하나 더, 날아드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소리도 없이 힘을 가지고 허공을 날아 슈코의 머리를 강타했다.

 

"미치루?!"

 

"아, 미안미안....오빠한테 건내준다는 게 그만..."

 

바게트가 슈코의 머리로부터 떨어져나와 바닥에 떨어지면서, 마치 나무토막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끄으으...."

 

머리를 부여잡던 슈코는 슬쩍 몰래 눈을 올려 미치루를 쳐다보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 미치루의 휘어진 눈에서 불쑥 어두운 보라색이 슈코의 눈을 찔렀다.

 

'.....역시...'

 

"자, 슈코 이제 그만 내려와야죠?"

 

"그러네, 언니. 거긴 내 특등석인걸?"

 

성큼성큼 다가와 빙긋 미소를 올리는 미치루. 어째선지 유난히 송곳니가 돋보이고 보라색 오오라가 뿜어져나오는 미치루를 본 슈코는 솔직히, 쫄았다.

 

"......"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 슈코는 내려가야한다는 마음이 충동적으로 일었지만, 이내 정신을 바로잡았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 여기서 밀어붙여서 틈을 만들어야 다음에라도 다시 올 기회가 생긴다.

 

"자자, 슈코. 정말로 이젠 무겁다고요. 그만..."

 

"...음 그러고보니 진짜로 살쪘을지도.."

 

슈코는 답지않게 미간을 찌뿌리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히이라기를 향해 상체를 쓰윽- 들이밀었다.

 

"가슴이 좀 커진 것 같은데....확인해볼래?"

 

미치루의 큰 눈동자가 더 크게 벌어지며 송곳니는 우왁스럽게 입을 벌렸다. 얼굴에는 핏기가 가시고 손등에서는 뚜드둑하고 비틀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핏줄이 튀어오르기시작했다.

 

오빠의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지라 일단 팔을 움직이지는 않았으나, 미치루의 몸은 자신의 힘을 못이기고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오빠가 잘 처신하리라고 믿으면서 다만 몸을 떨었다.

 

"......."

 

히이라기는 눈치를 챘는지 안 챘는지 태연하게 슈코의 몸에 붙은 살덩어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말캉-

 

히이라기의 손은 정말 확인이라도 해보려고 슈코의 상의 속으로 들어갔다. 뱀처럼 빠르고 거침없이 상의 속으로 빨려들어간 손은 슈코의 살집에 닿아, 이윽고 뱀이 먹이를 삼키듯 한 가득 크게 꽉 잡았다.

 

"아읏...아.."

 

"흠....그러게요."

 

몇 번 손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던 히이라기는 손을 상의에서 빼놓고, 말을 이었다.

 

"확실히 뱃살이 많이 말랑말랑하네요."

 

"아아....김새게...증말.."

 

"살 빼세요, 살."

 

히이라기는 조금씩 흔들거리는 살을 통통 쳐내고는 다시 옷깃을 잡아당겨 매무새를 고쳐주었다. 슈코는 거기서 밀려나지않고 오히려 양팔로 히이라기의 목을 휘감아당겼다. 한 휠체어 위에서 앉아있는 둘의 모양새는 공주님안기와 비슷하게 변했다.

 

"후우....저기 톱아이돌이 그렇게 유혹하는데 이러기야?"

 

히이라기는 그런 핑크빛 전개를 싹둑 잘라버리려는듯 전혀 개의치않고 오히려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툭 내던지듯이 말했다.

 

"같이 개울가에서 옷 벗고 논적도 있는데요. 뭐"

 

"엣? 그럼 나 10년 전부터 노려지고 있던 거야? 꺄~"

 

슈코는 몸을 배배꼬는 동시에 히이라기의 몸에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부비적거렸다. 그러나 히이라기는 쿡쿡- 웃음소리를 던질 뿐이었다. 평소보다 장난기와 즐거움이 가득 섞인 소리였지만 여전히 속은 알 수 없는 가면같은 미소였다.

 

"그누누누...."

 

슈코가 무리한 대쉬까지 넣어보며 애써 무시해보려고했던 미치루의 보라색 질투가 서서히 바게트를 부식(?)시키며 서서히 다가왔다.

 

"저기...."

 

빨랐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 아이돌로서 가진 것도 아니고 가져서도 안 되는 것. 명인의 딸로서 타고난 힘이 질투를 만나 괴물같은 무언가로 폭발한 결과였다. 슈코는 눈치도 못 채고 다만 놀랐다. 지금 일어난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치루가 저지를 일에 대해서도 슈코는 긴장했다. 하지만 제지할 수도 없다. 마침내 미치루가 휠체어 옆에서 쪼그려 앉고 고개를 살짝 올려서 히이라기를 올려다보았다. 눈썹은 살짝 내리고 입꼬리도 내리며 입술을 모으며 아주 살짝 삐죽- 내민다. 양 손은 팔걸이에 가지런히 모아올려놓고 가볍게 말아쥔다.

 

"오빠.....나 배고팡.."

 

그리고 슈코는 버려졌다.

 

"엣..."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적응하지못하고 얼이 빠져있던 슈코는 빵집의 대리석 바닥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히이라기는 주방으로 들어간 직후 였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시끄러워요. 도둑고양이.”

 

찌릿하고 슈코를 푹 찌리는 미치루의 시선에 슈코도 맞받아치려는 듯, 슈코도 고개를 치솟아올린 순간이었다.

 

“와플 드세요~”

 

“빨라!”

 

스고이 히이라기상의 시스콤은 세계제일을 넘어 인과율이라도 초월했는지 순식간에 주방에서 뜨끈한 와플을 두접시 내놓았다. 그러나 웬일로 슈코는 그 즉시 일어나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라? 안 먹나요?”

 

“.....아, 뭐....가볼 타이밍이랄까..”

 

“통금은 아직 멀었잖아요?”

 

“아....그게...”

 

슈코가 눈을 굴리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뭔가 핑계를 찾는 동안, 히이라기의 표정은 점점 아래로 구부러졌다. 쓸쓸하게 홀로 버려진 가련한 주인공의 모습, 어째 점점 주위의 공기가 싸늘해진다....

 

솔직히 아까부터 슈코의 시선도 노란색과 빨간색의 화려한 대비가 놓인 와플을 향해 몇 번씩 떨어지고 있던 지라, 이미 그런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

 

‘괜찮아...여기까지는...그래도..’

 

슈코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가도 어느새 이끌려가는 자신이 밉고, 그걸 유도하는 히이라기가 밉다가도 그가 또 미워하기에는 또 착한 사람이라 결국에는 정신을 차리지못한다. 

 

 

아래쪽에 노오란색 밝은 와플이 살짝 보이고 그 위로는 크림이 치즈케이크와 딸기에 눌려 조금 빠져나와 흐르고있었다. 그런 모습에 다시 기대감이 몽글몽글 차오른다.

 

슈거파우더가 살짝 내린 겨울의 가루눈처럼 앉아서 치즈케이크에는 시원한 감각을 주고 딸기에게는 마치 붉은 드레스에 얹어진 하얀색 레이스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칼을 들이밀자 와플은 크림과 구분되지않는다. 크림에 빠져버리듯이 칼은 아무런 감각도 전하지못하고 빨려들어가 어느새 접시와 살짝 부딪힌다. 언제 잘렸는지도 모르게 와플은 잘렸다.

 

새콤한 딸기향이 먼저 혀보다 코를 자극하고, 입 안에 들어간다. 새콤하게 톡 톡 튀며 입 안에 시원하게 흘러나오는 딸기즙에 개운한 감각이 먼저 느껴진다. 단단한 뽀득뽀득 씨 터지는 소리를 남기는 딸기는 비교적 빨리 씹힌다. 그러는 사이에 와플은 딸기와 크림 속에서 숨어서 묵묵히 제 할일을 해나간다. 부드럽고 폭신폭신하지만 그 탄력은 기묘하게 또 유지되고있다. 탱탱한 스펀지를 연상케하는 식감은 씹으면 씹을 수록 중후한 버터향을 입 안에 더한다. 상쾌하고 발랄한 딸기로 시작했던 맛이 와플의 중후한 버터맛으로 배부르게 마무리되어간다.

 

치즈케이크는 어떨까. 크림이 녹지않았다. 서늘한 치즈케이크들이 크림을 붙잡아 둔 것이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서늘한 공기가 입 안의 뜨뜻한 공기와 만나 격렬한 감각의 변환을 준다. 치즈케이크는 뻑뻑하지만 서서히 녹아내리면서 부드럽게 잘리어간다.

 

차가운 온도는 혀를 살짝 마비시켜서 시큼한 맛을 줄여버리고 크림과 와플의 버터향에 엉켜서 시큼함이 아주 살짝 섞여서, 세가지 재료가 균형을 이루게 되는 독특한 단 맛을 자아낸다. 오히려 자칫하면 느끼할지도 모를 크림과 와플의 버터향을 치즈케이크의 시큼함이 절묘하게 절제해주고있다. 살얼음이 속에 사박사박 섞인 치즈케이크는 점점 풀어지면서 팥앙금같은 식감으로 변모해 와플속에 촉촉히 젖어든다.

 

치즈케이크가 물러나고 입 안에 아직도 묵직하게 남은 와플. 와플의 온기가 서서히 혀의 감각을 되살리자, 버터의 중후한 맛은 다시 되살아나서 입안을 시나브로 압도한다. 차가움에서 따뜻함으로 역전하면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맛의 향연. 그리고 끝에서는 녹아서 사라진 케이크와 달리 와플은 그 무게감을 쭉 유지한다. 목구멍에서까지 느껴지는 배부른 감각은 한 조각을 먹어도 만족스럽기 그지없는 미소를 자아낸다.

 

“......음..”

 

그리고 분하다. 그 사람은, 사람의 머리를 절로 수그러트리게 한다.어떤 감정이어도 결국 행복으로 뒤바꾸어버린다. ‘맛있다’라는 개념을 넘어서 화술, 매너 등 사람을 대하는 히이라기의 모슨 기술이 그렇게 사람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가 내놓는 이 음식이 그 기술의 절정. 이런 걸 대접받기까지하면 사람은 저절로 히이라기 앞에서 수그러들고 만다.

 

‘착하다. 좋다. 하지만.......사랑할 수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슈코는 마음을 악하게 먹었다. 이 호의를 거절하고 튕겨내기로. 최소한 수그러지지않고 그 앞에 당당히 서기로. 접시를 깔끔하게 비우고서 티슈로 한번 크림을 닦아낸 슈코는 지갑을 꺼내었다.

 

“결제해줘.”

 

“......3천엔입니다.”

 

마지막으로 닫히는 문과 히이라기의 배웅을 뒤로 한 슈코는 서서히 노을로 갈아입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며, 길게 늘어진 햇빛만큼이나 긴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후......어리광으로는 무리려나...”

 

힐낏-한 번 돌아보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히이라기는 동생을 껴안고 더할나위 없이 행복해보였다. 아마도 저것은 진짜겠지. 자신에게도 제대로 한 번 보여주지않는 진짜.

 

‘어릴적에는 같이 개울가에서 옷 벗고 논 적도 있는데요 뭘’

 

“....”

 

슈코는 손가락으로 옷깃을 걸어 살짝 당겼다. 옷으로 가려졌던 나체가 아주 조금 보일듯말듯, 밖으로 드러나려다가 퉁- 소리를 내며 손가락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가버렸다.

 

“요즘엔 그러질 못하네.”

 

천천히 묘하게 회상하는 듯한 쓸쓸한 목소리였다. 기운이 없고, 이젠 그러고싶어도 그러지못하는 무력감에 축 져진....

 

===

 

오래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와플입니다. 메론빵을 원래 기획했으나 글이 터져서 ㅎㅎ 다시 썼습니다.

슈코야, 그러면 큰일나 임마.....

계획대로 되면 아마 총출동하는 장편 에피소드가 될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히이라기가 주방에서 서는 모습도 표현하고싶습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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