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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사랑의 아픔은 사랑으로 낫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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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7, 2017 13:30에 작성됨.

1.미키

미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울고 있어.

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거야.

방금 전에 허니에게 고백했는데, 차여버린거야. 진심으로. 

허니는 있지, 코토리씨를 좋아했었데.

내가 아니라.

 

있지? 미키, 사실 알고 있었어.

허니의 미소랑 눈빛은, 이미 내가 아니라 코토리씨에게 가 있었던 걸?

하지만, 미키가 열심히 사랑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줄 알고 열심히 사랑했는데..

그래도, 미키 혼자만의 일방 통행은 소용 없는건가 봐.

결국 허니는 코토리씨의 허니가 되어버렸어.

허니는 미키에게 미안하고 당장은 가슴 아프겠지만, 프로답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서 쇼파에 엎드려서 계속해서 울고 있어.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인데,

더 이상은 사랑하면 안되는 사랑이래.

그치만, 안되는 걸 알면서도 허니를 사랑하는건 변할 수 없는거잖아?

그래서 우는거야.

 

떠나가는 사랑 앞에선, 할 수 있는게 우는 것 밖에는 없으니까.

그래도 미키는 프로니까 그러면 안되겠지?

허니가 미키보고 프로답게 하랬으니까 나도 프로답게 행동해야겠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이 아파도, 프로답게 웃으면서 감추어야겠지?

이렇게나, 괴로운데도.

 

-또각 또각 또각

 

계단으로 누가 올라오고 있어.

누굴까? 하루카? 히비키? 아즈사?

 

또각, 또각, 또각ㅡ 아 마빡이였네.

문이 열리기 전에 눈물을 미리 닦고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듯이 환하게 웃으면서 맞이하는거야.

 

미키 「마빡아 이제 온거야?」

 

이오리 「키이잇!!! 또 마빡이래! 마빡이라 부르지 말랬지? 미 나 세 이 오 리 님이라고 또박 또박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말하라고!」

 

미키 「하핫! 오늘도 마빡이는 빛나는거야!」

 

이오리 「...」

 

이오리 「너 울었지?」

 

ㅡ흠칫. 마빡이는 미키가 운 걸 어떻게 알았을까?

눈물 때문에 화장이 번졌을까? 아니 그건 아니야.

미키는 그런거 하나하나 다 신경쓰는걸?

그러면 눈물 방울이 쇼파에 떨어진 걸 보았을까?

아냐. 미키는 미리 다 닦아 놨는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튼, 왠지 마빡이에겐 들키기 싫은거야.

 

이오리 「너 울었지?」

 

미키 「아, 아닌데?」

 

이오리 「울었잖아」

 

미키 「아닌거야!」

 

이오리 「..울었으면서」

 

미키 「아닌거ㅡ..」(울컥)

 

진짜..또 울기 싫었는데,

프로니까 아무한테도 들키기 싫었는데 하필 마빡이에게 들켜버린거야.

 

잠갔던 눈물 밸브가 터져버렸나봐.

참았던 눈물이 또 다시 흘러내리고,

마빡이 앞에서 프로답지 못하게 울어버리는거야.

화장이 흘러내려도 그냥 마구 펑펑 우는거야.

 

그러니까, 웃기게도 속이 좀 풀리는거 있지? 

지금 내 얼굴, 번져버린 화장이랑 눈물이랑 콧물로 범벅 되어 있겠지?

참 못났다. 미키 아직 프로 되려면 멀었나 봐.

 

미키 「훌쩍..마빡이 야속하다. 이럴 땐 좀 안아주는거야.」

 

이오리 「..차였구나. 그 바보 프로듀서에게 차였다고 울어?」

 

미키 「미키, 한심하지? 

허니는 미키 같은거 처음부터 바라보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허니 허니 그랬던거야.

이제부터는 허니라고도 부르면 안되겠네..」

 

이오리 「뭐 좀 한심하네.」

 

미키 「헤헷. 마빡이 너무한거야.

이럴 땐 위로 해줄 줄 알았는데.」

 

이오리 「아닌 건 아닌거니까.」

 

이오리 「그래도..」

 

마빡이가, 주저 주저하다가 무언가 내미는거야.

손수건이네. 우사짱이랑 같이 마빡이가 항상 소중하게 여기는 손수건.

 

이오리 「울고 싶으면, 펑펑 울어도 돼.

우는게 못난 건 아니니까.

프로답지 못해도, 풀릴 때까지 다 울어버리고는 다시 쿨하고 멋진 프로다운 미키로 돌아오면 되잖아?

풀릴 때까지 울어.

위로는 못 해줘도, 다 울고 풀릴 때까지 옆에서 계속 같이 있어줄 테니까.」

 

마빡이 이마만큼이나 반듯하고 부드러운 손수건을 건네 받으면서,

마빡이를 살펴보는거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마빡이의 빨간 눈이 이쁜거야.

새빨갛고 반짝바낙 빛나서 마치 루비같은거야.

이마도 반짝반짝, 오똑하고 이쁜 콧날도 반짝반짝

원래 마빡이가 이렇게 반짝반짝거렸나?

 

ㅡ크응! 팽!!

 

미키 「하핫! 고마운거야. 이제 코가 풀린거야.」

 

이오리 「으앗! 야 미키, 그걸로 코를 풀면 어쩌자ㅡ!」

 

미키 「잠깐만! 덜 풀렸어..」ㅡ패애앵!!!

 

이오리 「눈물 닦으라고 줬더니, 키이잇!!」

 

미키 「헤헷. 미안한거야 마빡이.

하지만 이제는 울고 싶지 않은걸? 

미키는 괜찮은거야.

이오리가 계속 있어줄 꺼잖아?」

 

이오리 「..아 뭐래! 다 울었으면 빨리 다음 스케줄이나 가버려!

너 또 지각할꺼야?」

 

미키 「헤헷. 알겠는거야 마빡이.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는거야!」

 

이오리 「..뭐라는거야?」

 

 

2. 이오리.

사무소에서 나와, 한 손에는 찐득찐득한 손수건을 들고 혼자 걸어본다.

미키 그 녀석, 이제 좀 풀어졌을까?

풀어졌겠지?

하지만 아까 보니까 정말 펑펑 울던..

 

아! 내가 그딴 녀석 왜 걱정하는거야?

손수건에는 아직도 찐득찐득한..미키의 그 것이 묻어 있다.

아 진짜! 드럽잖아!

 

하지만 그래도 뭐..풀렸으면 된건가?

푼게 하필 콧물이라 문제지만. 으으..

 

그때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그림자ㅡ

 

??? 「마빡아!」

 

이오리 「응기익!!」(화들짝)

 

..미키였네.

내 뒤엔 언제 왔는지 모르겠지만, 미키가 해맑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오리 「야! 미키 왜 갑자기 나오고 그러는거야! 심장 터질뻔 했잖ㅡ」

 

미키 「하지만, 이제부터 미키는 마빡이랑 같이 다니기로 했는걸?」

 

이오리 「어..뭐..?」

 

미키 「마빡이도 계속 같이 있어줄 거라고 그랬잖아?

그래서 나도 마빡이랑 사랑하면서 평생 행복하게 살꺼야!」

 

황당하고 화가 나서 미키한테 뭐라고 할까 그러다가도,

어린아이처럼 정말로 해맑게 웃는 미키의 표정을 보니 왠지 허탈해져서 그럴 생각이 사라진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미키를 보니까

문득, 그녀의 두 눈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어 그나저나..마지막에 뭐라고?

잘못 들은거겠지?

 

이오리 「어..마지막에 다시 한번 말해줄래 미키?」

 

미키 「미키 있지, 마빡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

내 사랑을 받아줘 마빡아!」

 

이오리 「..응 그렇구나..」

 

이오리 「응기익??!!」

 

이오리 「너 지 방금 전에 뭐라고, 나 잠깐 사랑? 아니. 근데..」

 

너무 당황해서 나 답지 않게 말이 마구 속사포로 쏟아지고,

오히려 차분한 미키 앞에서 시선이랑 손은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천하의 이오리, 이런 데에서 무너지지 않지.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말해본다.

 

이오리 「너 이러는거, 일단 정상 아닌거 알지?

여자가 여자를 사랑한다는거, 그거 정말 이상하고 사회적으로도 안 맞는거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니가 날 사랑한다는건,

그냥 바보 프로듀서에게 차여서 낙담하던 차에 내가 잠깐 위로해줘서 오해하는 것일 뿐야.

그러니까 포기해.

난 그런 한순간의 놀이에 어울려줄 생각 없으니까.」

 

한자 한자 또박또박, 냉정하게 말해본다.

이정도면 알아들었겠지?

그런데, 이제 그냥 무시하고 가면 되는데,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마치 숙제 검사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미키의 반응을 살펴본다.

설마 나 때문에 또 마음의 상처를 입고 그런건..

 

미키 「알아.」

 

너무나도 시원스럽게 나오는 미키의 한마디.

걱정했던게 오히려 맥이 빠져버린다.

참..얜 사람 허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이오리 「알아들었으면 이제 각자 갈 길 가는거야. 알았어?」

 

미키 「응! 인거야.」

 

이오리 「....」

 

미키 「...」(졸래졸래)

 

이오리 「야! 왜 자꾸 따라오는건데!」

 

미키 「그치만..」

 

미키 「내 갈 길은 이오리 옆인걸?」

 

이오리 「아니, 알아들었다면서?」

 

미키 「응!」

 

이오리「그거 다 니 착각이라니까? 그런데 왜?」

 

미키「미키, 마빡이가 좋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키는 마빡이가 좋은거야!

마빡이 눈이 이쁜거야. 마음씨가 착하고 다정한거야.

겉으로는 쌘 척 하면서 속으로는 여리고 미키 걱정해주는 마빡이가 사랑스러운거야!

그래서 마빡이랑 쭉 같이 있고 싶은거야!」

 

미키 「미키는 이오리가 좋은 거야.

허니를 좋아했던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미키 「그래서, 미키는 이제부터 마빡이 옆에 붙어 다닐 꺼야!

..마빡이는 설마 싫은거야?」

 

이오리 「나는 당연히!..」

 

미키 「설마 싫은거야?(울먹)

미키가 정말 싫어서 다시는 꼴도 보기 싫은거야?

내가 영영 없어져버렸음 좋겠는거야?」

 

이오리 「야! 그건 당연히 아니지!

..그런건 아니고」

 

미키 「그럼 좋은거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인거야.」

 

이오리 「야 멋대로 정하고 ..」

 

미키 「그러면 미키 싫은데 그냥 억지로 하는거야? 

정말 그런거야?

허니한테도 그래서 나 정말 미안하고 가슴 아팠는데,

이오리한테도 그러는 거면 미키 또 마음이 마구 아파서..(울먹)」

 

울먹이는 미키를 보니 문득, 어쩌면 상처가 다 나은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다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이런 식으로 함께해주면

정말로 다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오리 「아니, 그런건 아닌데..진짜..」

 

이오리「..아 몰라! 니 맘대로 해!

대신 프로 답게, 조금이라도 귀찮게 하면 알아서 해!」

 

미키 「알겠는거야! 헤헷. 역시 마빡이가 최고인거야.

첫날 기념으로, 빛나는 이마에 마구 키스해주는거야」

 

이오리「키이잇! 그건 사양이니까!

니가 정신 차릴 때까지만 같이 놀아주는 것일 뿐이라고!

착각하지마!」

 

미키 「마빡이가 좋은거야!

사랑의 아픔은 사랑으로 낫는거야!」

 

 

 

히든 엔딩.

방송이 끝난 후 대기실, 이오리는 여유를 느끼며 100% 오렌지 과즙 캔을 따서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그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뒤에서ㅡ

 

이오리 「에? 아직도 거기 있었어?」

 

미키 「마빡이! 다 마셨지? 음료수 캔은 나 주는거야.」

 

이오리 「..뭐, 고맙긴 하지만..(그런데 음료수 마시는 건 어떻게 안거야?)」

 

그날 이후로, 미키는 이오리 곁을 수시로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신경 쓰였지만, 크게 스케줄을 방해한다던가 하는 일은 의외로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이오리도 어느 정도 적응한 눈치이다.

불쑥 불쑥 나타난다던가, 갑자기 등장해서 사소하지만 이해 못할 요구를 하는 건 이오리로썬 이해하지 못할 일이였지만.

 

765프로 아이들은 갑자기 붙어 다니는 둘 사이를 조금 이상하게 보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는 약간 불편하게 보는 눈치이다.

프로듀서는 대충 무슨 일인지 감을 잡은 듯 했지만,

구태여 말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눈치이다.

어찌되었건, 미키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일지도.

 

하지만..

 

호시이 나오 「미키, 이제 온거니?」

 

미키 「응! 인거야. 언니도 반가운거야.」

 

호시이 나오 「그나저나 미키, 너 방이 너무 지저분하더라.

그 사진들이 너무 많ㅡ」

 

신발을 벗던 미키가 그대로 멈춰버린다.

싸늘한 기류가 흐르며, 호시이 나오는 마치 벌래가 피부 위를 기어다니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대로 멈춰선 채로, 미키가 무표정하고 싸늘한 시선을 언니에게로 돌렸다.

미키의 초록색 눈이 소름끼칠 정도로 무감정하게 언니를 주시한다.

마치 대답 여하에 따라, 언제라도 변하겠다는 듯이.

 

미키 「그래서, 혹시 건드린거야?

하나라도?」

 

호시이 나오「아, 아니..765 프로 친구 사진이길래 그냥 납뒀지만 나 나중에 엄마 아빠가 보면 뭐라고 하실 것 같아서..」

 

미키 「그럼 된거야! 미키 먼저 올라갈께!」

 

호시이 나오 「..휴우」

 

해맑은 표정으로 이오리의 '리조라'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미키는 천천히 2층의 자기 방을 향해 올라간다.

잠갔던 방문이 열리고, 문 틈으로 빛이 새어나오며

방 안 벽에 가득히 붙어있는 사진들을 비춘다.

 

그것들은 모두 이오리의 사진들이다.

작은 스티커 사진부터, 큰 대형 브로마이드까지.

단체 사진도 있지만, 이오리를 제외한 나머지 얼굴 부분들은 모두 정교하게 잘려져 이오리만이 남아 있다.

사진이 붙어 있지 않은 곳에는, 이오리의 이름이 가득히 도배되어 있다.

'이오리 사랑해'라고. 붉은 색 세련된 글씨로.

방 한켠에는 유리 진열대가 있다.

그 안에는 온갖 쓰레기가 가득하다. 포스트잇이 붙여진 채로.

미키는 가방 속에서 소중한 보물 다루듯 무엇인가를 꺼내든다.

이오리에게서 받은 음료수 캔 쓰레기이다.

 

미키「20XX년 X월 XX일..마빡이가 방송국 대기실에서 마신 음료수 캔..아핫! 이오리의 침 냄새가 아직까지도 희미하게 느껴지는거야!

평생 보관해야지.」

 

진열대에는, 모두 그런 쓰레기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하나같이, 모두 이오리가 버린 것들이다.

 

진열대를 이중으로 잠그고는,

미키는 푹신한 침대 위에 엎드려 이오리의 사진이 크게 붙여진 다이어리를 꺼낸다.

거기에는 스케줄이 빼곡히 적혀 있다.

미키 자신의 스케줄이 아니라, 이오리의 스케줄이.

 

미키 「오늘 스케줄이 변경되었으니까, 내일은 이 시간대에 여기서 보면 마빡이를 만날 수 있는거야.

그리고 이 시간대에는 여기에..여기에서부터 여기까지 따라가고..

아! 그리고 오늘 히비키가 엉켜붙었으니까, 내일 따끔하게 경고해주는거야. 그리고 또..」

 

미키「마빡이가 말한거야.

프로답게만 하면 마음껏 사랑해도 되는 거야.

그러니까 프로답게 스케줄 관리는 철저히 하는거야.

대신에 이오리도 철저히 사랑하는거야. 하핫!

평생 사랑해야지. 죽을 때까지.

 

미키 「진짜로 사랑하는거야. 이오리.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ps. 행복한 문학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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