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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еребряная звезда』 - Welcome to Liberty cit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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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6, 2017 20:11에 작성됨.

리버티 시티는 생각보다 차가운 곳이었구나,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선다.

몸에 아무것도 껴입지 못한 것인지 살갗에 차가운 바람이 여과 없이 닿는다.

추워 죽겠어.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총을 몸에 바싹 대고는 입을 것을 찾는 듯이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소녀가 옮기는 발걸음 앞에는 온통 차가운 회색빛의 통로만이 있을 뿐, 그녀에게 줄만한 적절한 아이템은 드랍되어있지 않다.

소녀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어디선가에서 구원자의 강림같은 따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냐 짱?"

 

"...미나미-"

 

이 공간에서, 아니, 어쩌면 이 리버티 시티에서 가장 따뜻할지도 모를, 아름답고 청초한 목소리.

은발의 소녀가 얼굴에 굳은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미나미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보자 그곳에는 새 옷과 속옷, 그리고 약간의 짐이 들어 있는 군용 배낭이 들려 있었다.

아냐가 미나미의 손에 들려 있는 장비들과 옷가지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미나미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아냐에게 장비를 내밀고는 말한다.

 

"이게 아냐 짱의 옷이고, 이건 일 갈 때 쓸 배낭이야. 별다른 특별한 건 들어있지 않지만, 조금 신경 써서 넣어봤어."

 

"신경 써서-?"

 

"아- 그러니까,  береги себя-이랄까...."

 

"Ах, спасибо, 미나미-"

 

소녀가 구사하는 언어가 절대 익숙할 리 없는 미나미가 품 속에서 재빠르게 작은 사전같아 보이는 것을 꺼내고는 재빠르게 적절한 어휘를 찾아 말한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음에도, 소녀는 미나미의 말에 미나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싱긋 웃는다.

 

『왜 그래야만 할까, 소녀는 굳이 그녀에게 자신이 일본어를 포함한 몇 개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것을 숨긴다.』

『왜 그러는 걸까, 소녀는 미나미 앞에서는 그저 러시아어와 어눌한 일본어를 사용하며 그녀와 대화한다.』

 

미나미는 소녀의 말에 잠시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짓고는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소녀가 옷을 입을 것을 도와준다.

마치 돌아오지 못할 곳에 가는 딸을 배웅하는 어머니처럼, 아무 말도 없는 미나미.

소녀는, 아나스타샤란 이름이 있는 소녀는, 그런 미나미를 잠시 쳐다보다가 입을 굳게 다물고 상의를 천천히 입는다.

백옥같은 피부와, 그런 피부에 듬성듬성 자국으로 남아있는 피멍들과, 커다랗고 모양 좋은 여성의 은밀한 부위가 천천히 옷에 가려 사라져간다.

아냐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천천히 하의와 속옷을 입혀주던 미나미가 상의를 입어버린 아나스타샤의 모습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한다.

 

"아냐 짱, 속옷도 안 입었는데 상의를 입어버리면 어떡해."

 

"속옷-?"

 

아냐는 미나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순진무구하게 빛나는 에메랄드빛 눈동자로 미나미를 쳐다본다.

미나미가 난감하다는 듯이 살짝 헛웃음을 짓고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말보다는 행동이 빠르다고 느꼈는지 수수한 흰색의 속옷을 아냐에게 보여준다.

미나미가 내민 속옷에 아냐가 잠시 그것을 쳐다보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상의를 다시 훌렁 벗어버리고는 느릿느릿한 손길로 속옷을 집어들어 자신의 풍요롭고 하얀 꿈에 맞춰 입어본다. 

하얀 속옷이 조금 자신의 크기에 맞지 않는지 한참을 끙끙대며 등의 버클을 채우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잘 걸리지 않는다.

아냐가 끙끙거리는 것을 본 미나미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 버클을 채워준다.

자신이 한참을 고생하던 것과는 다르게 꽤나 간단하게 버클을 채우자 아냐가 신기하다는 듯이 미나미를 쳐다보자 그녀가 이런 종류는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한결 편해진다는 듯이 생긋 미소를 짓는다.

미나미의 미소를 쳐다본 아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껴안고 마치 작은 러시안 블루처럼 작게 갸르릉댄다.

아냐의 껴안음에 미나미가 싫지 않다는 듯이 그녀의 은빛 머리칼을 쓰다듬어주고는 이제 갈 시간이라는 듯이 천천히, 그리고 아냐가 느끼기에는 꽤나 매정하게 그녀에게서 손을 뗀다.

미나미의 움직임에 아냐가 불만이라는 듯이 볼을 부풀리고는 그녀를 잠시 노려보듯이 쳐다보고는 흥, 하고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가방을 챙긴다.

누가 봐도 명백히 화나 보이는 아냐의 표정과 움직임에 미나미가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난감한 표정을 얼굴에 띄우고는 슬픈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다 길게 한숨을 내쉰다.

아냐는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는 듯이 배낭을 등에 메고, 6kg이나 되는 거대한 SV-98을 팔로 끼우듯이 들고는 마지막이라는 듯이 등을 돌려 미나미를 쳐다본다.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는지, 잠시 말을 고르던 미나미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잘 다녀와, 아냐 짱."

 

"да- 미나미-"

 

다행히도 미나미가 고른 선택지는 알맞은 선택지였다는 듯이, 미나미의 말에 아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침이라도 된 듯이 눈부시게 밝은 밖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아름다운 빛 너머로 아냐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서 아냐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미나미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있어야만 하는 자리로 되돌아간다. 

미나미의 아름다운 얼굴에 약간의 그늘이 진 것 같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얼굴에 트집잡는 사람은 없다.

 

밝은 빛을 따라 밖으로 나온 아냐가 새하얀 눈의 반사광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뜬다.

아니, 이것은 눈인가. 아니다, 그저 하늘을 찔러 뚫어버릴 듯이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에 반사된 반사광일 뿐.

아냐가 발을 디딘 곳은 높다란 철골 타워의, 두 평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저격수에게는 최적의 시야 확보 장소.

같이 설원을 헤쳐 온 검은색 폴리머의 Sv-98을 어루만지며, 잠시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아냐가 총을 배치하고, 스코프에 눈을 대고,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고양잇과의 동물처럼 주변을 천천히 살펴본다.

잠시 이리저리 총을 움직이던 아냐가 드디어 발견했다는 듯이 스코프의 배율을 조정해 조금 더 선명한 상대-혹은 어둠의 사자-의 모습을 본다.

가지고 있는 총은 CheyTac M200, 특별한 개조의 흔적은...없음.

 

"неплохо."

 

조사를 마신 아냐가 짧게 한 마디만을 중얼거리고는 거리를 가늠한 후 자신의 총의 사정거리로 들어가기 위해 CheyTac의 시야에 들어와있지 않은 사다리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주루룩-하는 소리가 나며 아냐의 작은 몸뚱아리가 구조물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제 땅에만 착지하면 아슬아슬하게 사정거리 내에 진입할 터였다.

그 순간, 바람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총알이 얇은 무언가를 꿰뚫는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바람소리와 함께 아냐는 마치 날개 없는 백조가 추락하듯이 천천히 철골 구조물의 사다리에서 미끄러져 내려간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만이 아냐의 눈에 비친다. 아냐의 입가에는, 뜻 모를 미소만이 가만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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