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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석받이P ㅡ 뽀요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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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6, 2017 15:00에 작성됨.

덜컥-

 

"리낫~츠~"

 

 사무소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소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머리에는 비스듬하게 눌러 쓴 헬멧에 목엔 고글이 걸려 있고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하다.

 염색으로 만들어낸 듯한 금발의 머리카락과 왼쪽만 짧게 민 투블럭의 헤어 스타일, 벨트와 함께 잔뜩 걸친 스트랩이 인상적인 그녀는 요즘 제법 이름을 날리는 아이돌, 후지모토 리나다.

 

"어라, 리나? 어서와...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 거기다 안색도 안 좋고..."

 

"아니, 이야~어제 진심 알바하는 곳에서 빡세게 일을 시키는 거 있지? 그래서 좀 무리해서 일했더니 몸이 완전 한계여서 병원 갔다가 집가서 잤는데 새벽에 깨버린 거야! 잠도 안오고 해서 적당히 출발하면 도착할 거 같아서 걍 바로 왔다구..."

 

"힘들면 말하지 그랬어. 일이라면 다른 애들한테 부탁해서 대신할 수도 있는데."

 

"그치만 그건 프로듀서가 날 위해서 구해온 거잖아? 그런 걸 딴 애들한테 양보하라니, 웃긴 일이라구☆"

 

 방긋 웃으며 자신은 괜찮다고 어필하는 리나를 보며 프로듀서는 걱정스러운 기분을 떨쳐내지 못했고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챈 리나는 일부러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려 들었다.

 

"맞다, 오늘 오다가 요기 역 앞에 새로 생긴 디저트 카페가 이벤트 하던데! 밖에서 보니까 디자인 초 화려해서 나중에 한 번 가볼까 생각했는데~"

 

"리나가 가고 싶다면 적당한 스케줄로 조정해둘게. 정말로 힘들면 이후에 들어오는 일들도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어."

 

"에, 아니 하지만..."

 

 자신의 얼굴이 그렇게나 피곤해 보인 것일까. 프로듀서가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배려해주는 게 보여서 역으로 부담을 느낀 리나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올곧게 자신을 보는 눈빛에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리나는 혼자 살고 있다고 했지만 얼마 전에 우리도 여자 기숙사를 지었으니까, 리나만 좋다면 언제든지 입주할 수 있어. 혼자가 좋다면 다른 애들에게 말해서 어떻게든..."

 

"그, 그러지 않아도 돼!"

 

"에."

 

'앗...'

 

 실수였다. 아주 사소한 실수. 자신에 대한 지나친 호의에 그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던 것이 그만 강하게 나가버렸다. 여기서 끝난다면 단순한 실수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멋대로 입이 움직여버렸다.

 

"뭐야, 일일이 나한테 신경 쓰고! 난 괜찮다니까? 매번 어린애 신경 쓰듯이 하는데 그거 초 짜증난다구! 뭐야, 프로듀서가 내 부모라도 돼?"

 

"리나, 난 별로 널 어린애로..."

 

'아니야, 나도 그러려는 게...'

 

"그럼 뭔데, 기숙사에 들어와라. 화장은 진하지 않게. 바이크는 위험해. 밤 늦게 돌아다니지 마. 아르바이트는 조심스러운 걸로 골라. 뭐야, 왜 그러는 건데?"

 

 가슴 속 어딘가에 있던 울분이 터진 것처럼 리나는 터져버린 화산 같이 프로듀서를 향해 공격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마치 입만 다른 생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머리로는 그만하라 외치고 있는데도 입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는 프로듀서는 그간 자신이 했던 말들이 그녀에겐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득 미안함이 들었다

 

'나에게는 당연한 말들이 리나에게는 참견으로 보여졌던 거구나...'

 

 사람은 제각각 다른 개성을 갖고 살아가며 각자기 살아온 삶에 따라 세상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본다. 그러니 남자와 여자가 보는 세상은 다르고 그녀와 자신이 보는 세상도 역시 다르다.

 당연한 결과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호의가 결국 오지랍이 되는 것은.

 

"다른 애들이 만날 하나같이 엄마 같다, 엄마 같다 하니까 정말 내 엄마라도 된 거 같아? 웃겨, 웃기다고!"

 

"..."

 

"아 몰라, 짜증나!"

 

 프로듀서가 자신의 분노와 폭언에 별다른 대답도 없이 그저 받아주기만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울컥한 리나는 소리를 지르며 조금 전에 막 열고 들어온 문을 열어 밖으로 나와버렸다.

 밖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출근 시간대의 차들과 사람들이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할 정도였지만, 그녀는 아랑곳 않고 헬멧을 쓰고사 바이크에 올라탔다.

 그러나 바이크에 막 시동을 걸려던 그때, 그녀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났다.

 

"어, 후지모토 리나!"

 

"어?"

 

"아, 저...팬이에요! 아침에 갑자기 만나다니, 우와...!"

 

"내 팬?"

 

 이른 아침의 출근 시간은 보통 학생보다 사회인의 비중이 크다. 거기다 지금 그녀를 알아본 사람도 노트북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메고 출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여성은 좋아하는 아이돌을 눈 앞에서 보게 됐다는 것이 즐거운 듯 몸둘바를 몰라했다.

 

"저, 그게...리나 씨가 처음 라이브 무대에 섰을 때부터 팬이었어요. 무대 위에서 즐겁게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그래서 SNS도 팔로우 하고, 리나 씨처럼 스트랩 수집하는 취미도 생겼어요!"

 

"앗..."

 

 조금 전 폭발해서 소리를 지르고 나왔던 자신이 바보같아질 만큼 눈앞에서 행복하게 떠들고 있는 여성을 보며 리나는 문득 자신을 보는 여성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즐거워보여...'

 

"그런데 오늘은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요. 화장도 평소보다 옅어지고..."

 

"아, 그건 어제부터 피곤해서...그래서 화장이 잘 안 먹은 거야. 평소엔 더 화려하게 꾸미니까..."

 

"그런가요?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최근 화장은 분명히 옅어졌다고 생각해요."

 

"어?"

 

"아, 물론 안어울린다는 말은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이 더 자연스럽고 귀엽다고 할까...전 좋아해요!"

 

"어, 그게...고마워..."

 

"에헤헤...어,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만나서 즐거웠어요! 다음 라이브 콘서트도 꼭 갈게요! 기대하고 있어요, 그럼!"

 

 폭풍처럼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떠나버리는 여성을 보며 리나는 멍하니 서있었고, 뒤늦게 여성이 자신에게 말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예전이랑 비해서 많이 바뀌었나?'

 

 휴대폰을 꺼내 액정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녀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쳐다봤다. 오랫동안 거울을 통해 꾸준히 봐왔기 때문일까 그녀는 스스로그 그다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휴대폰에서 셀카를 모아놓은 폴더를 열어 내용들을 보았다. 거기엔 혼자서 찍은 것만 아니라 다른 동료 아이돌이나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들과 찍은 사진도 있었다.

 물론 프로듀서와 찍은 사진도.

 

'즐거워보여...'

 

 셀카들은 두 가지로 분류되어있다. 아이돌이 되기 전의 자신과 됭 후의 자신으로. 아이돌이 되기 전의 그녀는 화려한 치장과 생활을 목표로했다.

 어째서인가 이유를 묻는다면 반항심 때문이었다. 자신을 평범하고 개성없는 여자아이 1로 만들려는 부모의 가르침이 싫증나서 집을 나왔고, 홀로 살아가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

 일부러 어깨나 배, 다리와 허벅지릉 노출하는 복장을 하며 화장법 등 자신을 꾸미는 법들을 익혀나갔고 바이크 면허를 따는 도전도 서슴없이 했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누구의 참견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야말로 삶이라고.

 

'이때였구나, 처음 사무소에 왔던게...'

 

 그러다 프로듀서를 만났다. 바보같을 정도로 정직하고 사람을 품으며 보듬어주고 늘 자상하면서도 필요할 땐 엄격하게 화를 낼줄도 아는 사람. 다른 아이돌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

 화를 내고 뛰쳐나온 집을 그리워하게 만들어버리는 사람.

 

'프로듀서랑 있을 때는 늘 즐거웠어. 하지만 한 편으로는 계속...'

 

 집을 생각했었다. 집에서 자신을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 부모. 여전히 연락하며 부모님의 근황을 전해주는 친구들도 모두 생각나게 만든다.

 아이돌은 즐겁다. 다른 아이돌이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의 즐거움이 결국 타인의 희생으로 생겨난 걸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들었었다.

 

'그렇구나, 난 그래서 화를 낸 거였어...'

 

 사람은 친한 사람일 수록 실수를 하고 필요한 말을 전하지 못한다. 둘도 없는 친구이기에 큰 실수를 저질러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리기도 하도, 가족에게는 사랑한다나 고맙다는 그 쉬운 말마저 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들이 프로듀서를 보며 엄마 같다고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너무 가까워서...그 사람의 친절이 너무 당연하다고 느껴버려서...그래서 그랬던 거야...'

 

 스스로의 잘못을 깨달은 리나는 몸을 돌려 다시 사무소로 달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도중에 부딪혀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툭-!

 

"어?"

 

"리나?"

 

"프, 프로듀..."

 

와락-!

 

"뽀욧!?"

 

"돌아와줬구나...미안해, 내가 미안해. 리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경솔했어."

 

"...으응, 아니야. 그게...나도 미, 으음..."

 

"...?"

 

"그게, 그러니까...나도 말이야..."

 

'창피해! 이럴 땐 뭐라고 해야하지? 엄마랑 싸우고나서 화해하는 거 같아! 어색해서 죽어버릴 거 같은데요!'

 

 화가 났을 때는 신나서 멋대로 떠들던 입이 이제는 한 겨울에 얼어붙은 강처럼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다니!

 

"나...그...아깐, 그게...뽀요요..."

 

스윽-

 

"힛..."

 

"괜찮아, 하기 어려운 말은 당장에 전하지 않아도."

 

 프로듀서는 노력하는 리나를 재촉하거나 기다려주는 대신 그녀가 한 발 물러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니까, 금방 두 걸음 앞으로 나올 서 있을 거라 믿으니까.

 

"..."

 

"..."

 

"...저기, 프로듀서."

 

"응?"

 

"...엄마 같아."

 

"윽..."

 

"아하핫, 의외여서 당황하는 프로듀서 얼굴 귀여워~ 뽀요뽀요~"

 

'고마워, 프로듀서.'

 

 일부러 짓궂게 웃으며 프로듀서의 뺨을 그녀는 만지작거린다. 부끄러운 마음을 어떻게든 감추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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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추천 받은 후지모토 리나를 클리어했습니다.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리나의 캐릭터를 잘 표현했는지도 모르겠고...요즘 여자 말투는 어려웠습니다. 뽀요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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