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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11 - 네뷸라 스카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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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4, 2017 20:08에 작성됨.

(이전화 링크)

 

네뷸라 스카이 ①

 

 

 처음에는 눈보라가 치는 스튜디오. 조금 걷고 난 뒤에는 눈보라 치는 설원. 이 설원에서 길을 잃기 쉬운 이유는 눈에 의한 화이트아웃 때문만이 아니다. 잠깐 시야가 가려진 사이 변해버리는 공간이 문제였다.

 변하는 배경에 숨어서 눈 인형들이 죠타로에게 접근했다. 사방에 재료가 널린 만큼 그 숫자는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죠타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단지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 좀 더 깊게 눌러썼을 뿐이었다. 이 정도의 상황은 몇 번이나 넘어왔다는 태도였다.

 죠타로는 조용히 자신의 『스탠드』를 불러냈다.

 “『스타 플래티나』.”

 근육질의 몸체와 장발을 가진 고대의 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징 박힌 장갑을 낀 주먹을 쥐고 『스타 플래티나』는 눈을 부라렸다. 죠타로의 명령을 따라 싸우기 시작했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기합을 외치며 날리는 주먹의 러시. 설원이 만든 것들은 그 힘 앞에서 무력했다. 주먹의 풍압은 바람의 방향을 바꿨고 그에 따라 눈이 흩날렸다. 인형들은 형체를 유지 못 하고 부서졌다. 숫자의 폭력을 압도하는 흔들림 없이 강력한 힘. 격렬한 전투가 유흥조차 되지 않는다는 듯 흔들림 없는 표정. 그것은 마치 『마왕』의 재림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이 안에 들어온 모두에게 그랬듯이 순백의 공간은 어느 순간부터 왜곡되어 그 모습을 바꿨다. 스탠드의 힘에 걸려든 사람들의 과거의 순간으로 죠타로를 끌어들였다.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조금만 자존심을 꺾었더라면…….” “가지마! 제발 가지 말아줘! 난 아직 너를……!” “어디 갔었던 거니, 플랜더스. 자, 엄마한테 오렴. 다신 너를 잃어버리지 않을게!” “우으으으으……! 우허허어엉! 그래, 이거였어! 어머니의 음식!” “선생님한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정말, 정말로 좋아했어요.”

 하나하나가 애틋하고 슬픈 기억들이었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추억을 곱씹고 과거를 후회하고 기억을 되새기며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는 사이 자신들 위로 눈이 소복이 쌓이는 것은 알지 못했다.

 “이거야 원. 결국은 산통 깨는 악역신세로군.”

 죠타로는 혀를 찼다. 스타 플래티나가 주먹을 휘둘렀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벽을 부수고 닫힌 문을 뜯어내고 상을 엎었다. 박살난 유리 조각이 개의 목에 박히자 그 정체가 드러났다. 개의 주인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녹아내리는 눈 인형을 안고 절규했다. 배경과 함께 사라지는 연인을 보며 코디네이터는 눈물을 흘렸다. 그 때마다 그들 옆에서 반짝이던 별빛이 하나씩 사그라졌다.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과거로 보내는 빛. 사람들이 따뜻함에 이끌려 무력해지면 눈 인형을 보낸다. 사람들은 과거에 갇힌 채 동사한다. 마치 동화 성냥팔이 소녀 같은 능력.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면 마냥 좋다고 할 수만은 없어. 오래 있으면 위험해. 특히 가장 위험한 것은 스탠드유저 본인이겠지.’

 한시라도 빨리 아나스타샤를 찾아야했다. 속도를 올렸다. 쌓인 눈이 방해돼서 스타 플래티나로 눈을 치우며 나아갔다. 펀치 한 방에 길이 뚫리고 바닥이 드러났다. 밟는 순간 위화감이 들었다. 아스팔트였다.

 검은색이 영역을 넓혔다. 눈은 사라지고 도로가 나타났다. 양쪽으로 가로등이 세워지고 건물들이 자라났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죠타로는 서 있었다. 이를 악, 물었다. 이 날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확인 따위 필요 없었지만 굳이 뒤로 돌았다. 다리 한 가운데 생뚱맞게도 부서진 로드롤러가 박혀있었다.

 

 10년 전의 일본 도쿄. 네 명의 남자가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는 갑자기 승객 몇 명과 기장이 사망하면서 추락하였으나 다행히 홍콩 앞바다에 떨어져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네 명의 남자는 홍콩에서 배를 구해 다시 여행을 떠났다. 출항할 때 일행은 다섯으로 늘었다.

 그들은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중국, 싱가포르, 인도, 파키스탄. 비행기로 시작하였으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낙타로 사막을 횡단하거나 심지어 잠수함까지 탔다. 그렇게 도착한 이집트에서 또 일행이 늘었다.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저 평범한 세계 일주였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실제로 죽은 일행도 있었다. 슬픔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그들은 적과 싸워야했다. 목적을 이루었을 때 남은 일행은 두 명. 죽은 줄 알았던 한 명이 간신히 되살아났지만 그렇다 해도 절반의 동료를 잃고 말았다.

 이곳은 그 장소였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었지만 피가, 운명이 이끄는 대로 찾아와 ‘DIO’라는 남자를 쓰러뜨린 그 때의 그곳. 이집트의 카이로.

 50일 간의 긴 여행의 끝에 서서 그 시절의 죠타로는 동료들을 떠올렸다. 이미 죽은 동료들 중의 대부분을 죠타로는 아직 확인조차 못했다. 그럼에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다 해도 혼자 싸워나가야만 했다.

 스피드왜건 재단의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죠타로는 이미 결의를 끝낸 뒤였다.

 “이제 와서 이런 걸 보여줘 봤자 소용없어.”

 이렇게 말하지만 죠타로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 찰나를 파고들어 또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그랬다가는 죽은 동료들에게도 살아있는 동료들에게도 면목이 없다.

 빠르게 다리를 빠져나갔다. 얼른 설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는 출구를 찾아 걷고 있는데 눈이 내렸다. 눈은 삽시간에 세상을 잠식했다. 바람이 불더니 다시 눈보라가 쳤다. 도시는 사라지고 설원이 돌아왔다.

 ‘포기한 건가.’

 눈은 최고로 거세졌다. 입김이 입가에서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였다. 인형들도 계속 공격해왔지만 아까보다는 드문드문 나타났다. 이상했다. 왜 갑자기 공세를 늦추는 거지?

 의문을 품으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갔다. 스타 플래티나로 눈을 파헤치며. 얼마나 걸었을까. 시간을 확인하려다 얼어붙은 손가락을 보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너무 늦고 말았다. 이미 함정에 걸려버린 것이다. 이 자식, 이게 목적이었나!

 ‘이대로 동사시키려는 거야. 길을 찾지 못 하게 만들어놓고 서서히 체력을 빼앗으려는 작전이었어.’

 눈 인형들이 나타났다. 죠타로는 스타 플래티나를 꺼내 맞섰다. 힘 앞에서 인형들은 손쉽게 부서졌다. 인형들이 스타 플래티나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죠타로는 달랐다. 스타 플래티나의 주먹을 피해 인형 하나가 죠타로의 등을 쳤다.

 “크윽! 스타 플래티나!”

 그 인형은 바로 부서졌으나 지금의 한 방은 적 스탠드의 노림수가 맞아들었음을 알려줬다. 추위 때문에 죠타로의 반응이 늦어졌다. 스타 플래티나는 강하지만 그것을 조종하는 건 죠타로. 스탠드유저를 공략하면 자연히 스탠드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사막에서 추위가 아닌 더위로 공격당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스탠드유저를 찾아내지 못 했다면 그대로 끝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아나스타샤의 위치를 전혀 알 수 없는 이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이 정도의 추위라면 스탠드유저 본인도 멀쩡하지 않아. 아나스타샤 본인이 이런 짓을 했을 리는 없어. 미약하게 남아있는 본능이 스탠드에게 이런 공격을 시킨 거라면 현재 아나스타샤의 상태는……!’

 그러는 사이 또 인형 하나가 죠타로의 뒤를 잡았다. 피할 시간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또 공격을 허락할 것이다.

 “『스타 플래티나 더 월드』!”

 멈췄다. 죠타로와 스타 플래티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멈췄다. 인형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떨어지던 눈발과 흘러나오던 하얀 입김까지도.

 물체는 높은 온도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 열이 가해지면 물체를 이루는 분자는 점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일정 온도에서는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성질을 바꾼다. 반대로 온도가 낮아져 얼어붙은 물체는 움직임을 멈춘다. 절대영도의 세계라면 생명과 함께 생각마저 멈출 것이다.

 죠타로가 만들어낸 『세계』는 그 절대영도마저도 넘어선 자신만의 영역. 물체와 생명만이 아니라 우주의 절대적인 법칙인 『시간』을 멈추는 힘. 사투를 넘어서 도달한 이 능력 앞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죠타로와 스타 플래티나뿐이었다.

 멈출 수 있는 시간은 찰나, 1~2초 정도. 시간이 멈췄는데 1~2초라는 것은 이상하지만 인간의 인식으로 그 정도의 시간을 멈출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죠타로는 공격을 피했다. 스타 플래티나로 인형을 부쉈다.

 파괴된 인형은 스스로에게 무슨 일어났는지도 알지 못했다. 부서진 조각도 공중에 떠 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그리고 시간은 움직인다.”

 마침내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세계는 움직임을 되찾았다. 부서진 조각이 날아가고 인형들은 갑자기 사라진 죠타로를 쫓지 못했다. 그리고 스타 플래티나에 의해 처참히 부서졌다.

 당장의 싸움은 승리했다. 하지만 인형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찰나의 『시간정지』에 의지하며 싸워봤자 언젠가 자멸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죠타로는 멈추지 않았다. 스타 플래티나와 함께 놈들에게 다가갔다.

 “오라!”

 주먹을 날리는 순간, 갑자기 주변이 밝아졌다. 빛이 주위를 감쌌다. 빛은 열을 가지고 있었다. 화염이었다. 화염이 주위로 퍼져 인형들을 공격했다. 눈으로 이루어진 인형들은 무력하게 녹아내려 액체로 돌아갔다.

 “뭐지?”

 죠타로는 경계했다. 화염 속에 인간의 그림자가 여럿 있었다. 그것들은 천천히 죠타로에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 한 그림자가 손가락 끝을 까딱거리며 다가왔다.

 “칫, 칫.”

 “……!”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죠타로는 이 남자를 알고 있다. 우리는 이 남자를 알고 있다. 아니! 이 눈빛과 이 얼굴을 알고 있다!

 “너는…….”

 입술이 떨려왔다. 눈빛도 떨려왔다. 하지만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눈에 초점만은 맞아갔다. 뚜렷하고 굵은 눈썹, 야무진 턱선과 거뭇한 피부. 손목의 팔찌와 목에 건 치렁거리는 목걸이 등 아랍풍의 복장은 그의 직업이 점성사임을 나타내는 듯 했다. 죠타로는 드디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무함마드 압둘!”

 “YES! I AM!”

 이집트를 향해 떠났던 여행. 그 여행에서 죽은 동료가 지금 죠타로의 앞에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염이 걷히고 그 뒤에 있던 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세 명의 남자들과 개 한 마리. 죠셉 죠스타, 카쿄인 노리아키, 장 피에르 폴나레프, 그리고 이기. 모두가 1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가진 죠타로의 동료들이었다.

 “오랜만이군. 죠타로.”

 압둘이 죠타로를 보며 씩, 웃었다. 죠타로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압둘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가하게 인사나 나눌 때가 아니야, 압둘! 또 놈들이 오고 있다!”

 중절모를 쓴 노인 죠셉 죠스타가 외쳤다. 사방에서 수많은 눈 인형들이 달려들었다. 조금 전까지보다 더 격렬한 공격태세였다.

 압둘은 눈을 찌푸렸다. 그가 손을 들자 불꽃이 일었다. 불꽃은 허공으로 퍼지더니 그 속에서 스탠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지션즈 레드!”

 새의 머리와 붉은 털을 가진 인간형 스탠드. 매지션즈 레드는 자유자재로 불을 다루기 시작했다. 화염이 앙크 모양으로 변하더니 눈 인형들을 불살랐다.

 크로스 파이어 허리케인. 이것을 다시 보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여기 있는 이들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방금 전의 공격으로 죠타로는 확신했다.

 “압둘. 너, 손이 …….”

 화염이 닿은 압둘의 손에서 물이 흘렀다. 압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죠타로. 여기 있는 우리는 진짜가 아니야. 이 스탠드 능력이 만들어낸 눈으로 만들어진 인형. 방금 태워버린 녀석들과 다를 게 없지.”

 이제야 알았다. 인간을 과거로 보내는 능력이 아니었다. 과거를 바탕으로 환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동료들을 다시 만났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었다. 죠타로는 모자를 눌러썼다. 기둥처럼 위로 솟구친 머리를 한 폴나레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잉? 죠타로, 너 설마 실망한 거냐? 그렇게나 우리가 보고 싶었어?”

 죠타로를 놀리는 그의 옆에서 이기가 개 주제에 깔보는 웃음을 지었다. 교복을 입은 남자 카쿄인은 슬며시 웃었다.

 “그거야 당연하겠지. 나도 압둘 씨와 이기가 죽었다는 걸 알고는 너무나도 슬펐으니까.”

 “이기까지 죽었다고? 그럼 카쿄인. 너랑 죠스타 씨, 폴나레프는 어떻게 됐지?”

 “DIO의 스탠드의 비밀을 밝혔지만 저도 죽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는 모르겠지만. 죠타로가 이렇게 어른이 되었다는 건 결국 DIO를 쓰러뜨렸다는 뜻이겠죠.”

 “살아남은 건 나랑 죠타로, 폴나레프 뿐이야. 싸움이 끝나고 바로 공항에서 헤어졌지. 전부 다 카쿄인 덕이었어.”

 정답게 대화하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가짜로 보이지 않았다. 나의 기억 속 동료들이 진짜 동료들일까? 그런 의문조차 사라지게 할 만큼 그들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거야 원. 죠타로는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너희들은 나를 공격하지 않는 거지?”

 죠타로가 묻자 압둘이 답했다.

 “아무래도 이 스탠드는 인간이 가지는 기억을 100% 투영하여 환상과 분신을 만드는 것 같아. 부정적이고 약한 마음을 가지면 스탠드에게 지배당하지만,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이런 경우가 생기는 거지. 너무 리얼한 나머지 스스로 약점을 만들어 버린 거야.”

 “그렇다면 기쁜걸. 그 만큼 죠타로가 우리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잊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정말로 기억하고 있었어. 쪼잔한 손자.”

 폴나레프가 죠타로의 어깨를 쳤다. 믿음. 그렇다. 여기 있는 동료들은 비록 진짜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자신의 믿음만은 진짜다. 그렇다면 자신도 이들을 믿을 수 있다.

 “감동적인 재회는 여기까지. 빨리 스탠드를 해제하자고.”

 죠셉의 손에서 보라색의 가시 덩굴이 뻗어나왔다. 허밋 퍼플. 그의 스탠드가 눈밭을 흩자 전류 같은 것이 파직 거렸다. 눈 위에 설원의 지도가 『염사』되었다. 지도 위에 표시된 큰 동그라미를 가리키며 죠셉이 외쳤다.

 “여기다! 스탠드유저는 바로 여기에 있어! 그 외에도 누가 어디 있는지 손에 잡히듯 알 수 있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군.”

 “세계 일주도 한 멤버인데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어떠냐? 죠타로. 그렇게나 찾던 할아버지가 오니까 일이 쉽게 풀리지?”

 “촐싹대지 말고 준비나 해, 영감. 눈 인형이라고 방심하다 감기나 걸리지 말라고. 허풍도 떨지 말고.”

 “내가 무슨 허풍을 떨었다는 거야!”

 “‘나는 평생 아내만을 사랑했다’던가 하는 거.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야지. 지금의 수지 할멈에게 그딴 얘기했다가는 DIO와 싸울 때보다 더한 꼴을 당할 거야.”

 “뭣? 지금의 내가 뭔 짓을 한 거냐?”

 “지금이 아니라 이미 예전에 일을 저질렀지. 빨리 스탠드능력을 풀고 돌아가는 게 당신한테 좋아.”

 씩씩대는 죠셉을 뒤로하고 죠타로는 목적지로 움직이려다 멈췄다. 지긋지긋한 눈 인형들이 또 만들어져 있었다. 폴나레프와 카쿄인이 앞장서며 스탠드를 꺼냈다.

 “실버 채리엇!”

 폴나레프가 외치자 레이피어를 든 중세의 기사가 갑옷을 벗어던졌다. 무거운 갑옷을 벗은 실버 채리엇의 스피드는 잔상으로 7개의 분신을 만들 정도였다. 분신들은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인형을 썰어버렸다.

 뒤에서는 카쿄인의 스탠드인 하이어로팬트 그린이 자세를 취했다. 녹색 몸체에 반짝이는 줄기를 가진 스탠드가 손을 모으자 두 손 안에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그것은 파괴 에너지의 비전. 에너지는 단단하게 경화되어 녹색의 탄환을 발사했다.

 “에메랄드 스플래시!”

 마치 산탄총처럼 연사되는 탄환이 인형들을 파괴했다. 두 사람의 스탠드 앞에서 인형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그 와중에 이기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인형들이 달려들자 귀찮다는 듯 일어섰다. 이기는 개임에도 불구하고 스탠드유저. 그 이름은 더 풀.

 변형자재의 모래가 솟아나더니 스탠드의 형태를 이루었다. 아즈텍 추장을 연상시키는 마스크와 전체적으로 개를 닮은 상반신, 뒷다리 대신에 달려있는 바퀴. 더 풀은 앞발을 휘둘러 인형들을 부쉈다. 반격을 맞아도 몸이 모래로 흩어지더니 금방 복구되었다. 이기는 가소롭다는 듯이 인형들을 비웃었다.

 여긴 맡기고 먼저 가! 폴나레프의 말에 죠타로는 바로 움직였다. 죠셉과 압둘이 뒤를 따랐다.

 “가자!”

 

 *

 

 추웠다. 너무나도 추웠다. 손끝은 부르텄고 자꾸 머리 위에 눈이 쌓였다. 눈을 털어내고 머리를 정리했다. 눈에 젖으면 스타일이 죽어버린다. 꽁꽁 얼은 손을 억지로 움직여가며 머리를 정리했다. 머리만은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인형들에게 너무 많이 공격당했다. 처음에는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로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내려갔다. 몸도 정신도 얼어붙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반응이 느려졌다. 공격을 허락한 뒤로 불리해져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흘러나온 피는 금방 얼어붙어서 출혈은 멈췄다.

 죠스케가 계속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머리 덕이었다. 하마터면 인형에게 머리를 맞을 뻔했다. 그 때의 분노가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체온이 올라간 덕에 정신을 유지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슬슬 한계였다.

 빨리 니나를 찾아야 한다. 이 추위 속에서 어린아이의 체력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 한다. 누군가의 과거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른 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스탠드 능력도 멈춰야한다. 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럼에도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머리였다. 자신의 영웅, 자신의 우상의 머리였다. 이 머리를 유지하지 못 한다는 것은 히가시카타 죠스케가 사라진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그 눈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저건 뭐지?”

 화이트아웃이 가라앉고 멀리에 물체가 보였다. 자동차였다. 눈에 바퀴가 묻혀서 움직이지 못하는 자동차가 있었다.

 “또 어느 과거로 흘러들어온 건가……. 아니, 잠깐. 저건?”

 자동차를 향해 다가가던 죠스케는 운전석을 봤다.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운전자를 확인했다. 어머니였다. 지금보다는 조금 젊지만 확실히 그의 어머니인 ‘히가시카타 토모코’가 분명했다. 숨이 떨렸다. 어째서 어머니가 여기에?

 뒷좌석을 보고 죠스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죠스케가 공포를 느꼈을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다. 뒷좌석에 누군가 누워있었다.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었다. 어렸을 때의 ‘히가시카타 죠스케’였다.

 4살 때, 원인불명의 고열로 인해 50일 동안 생사를 넘나든 적이 있었다. 병원으로 가려했지만 눈 때문에 차가 움직이지 못 했다. 이름 모를 불량소년이 도와줬기에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그 소년은 특이한 리젠트에 가쿠란을 입었고 싸움이라도 했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어머니는 그 소년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 했다.

 “나였던 거야? 12년 전에 나를 구했던 건…… 나였던 거냐고!”

 절규했다. 어째서 절규하는지는 모른다. 이유는 없었다. 단지 그래야만 하기에, 그런 기분이 들기에 절규했다. 소리 높여 울부짖었다. 늑대가 본능적으로 울부짖듯이 죠스케 또한 본능을 따랐다.

 몸이 비틀거렸다. 간신히 유지하던 중심이 틀어졌다. 눈에 얼굴을 처박고 죠스케는 계속 울부짖었다. 한참을 그대로 있다 머리를 쳐들었다. 손이 이상했다. 손가락 끝이 사라지고 있었다.

 “뭐냐고, 이 상황은. 어째서 내 몸이 희미해지는 건데? 구하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저기 있는 나를 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과거가 바뀌는 거야? 지금의 내가 사라지는 거냐고! 그렇다면 나를 구했던 그 사람은!”

 이를 물었다. 간신히 눈물이 터지는 것을 참았다. 구해야 하나? 답이 너무나도 간단한 의문에 죠스케는 답하지 못했다. 이대로 두면 내가 사라진다. 당연히 구해야 할 텐데, 그래야 하는데.

 이미 죠스케는 의지를 잃고 말았다. 그의 머리 위로 눈이 쌓여만 갔다.

 “……마! ……빠!”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누군지 알 듯 말 듯 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확인했다. 토끼 귀가 바람에 휘날렸다. 토끼 인형 옷을 입은 아이, 이치하라 니나가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이의 앞에는 정장을 입은 남녀가 뒤도 보지 않고 걸어갔다.

 니나는 남녀를 쫓았다. 울면서, 눈보라도 뚫을 만큼 서럽게 울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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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내용을 구상할 때부터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걸 써도 되는 건가...... 이건 죠죠마스가 아니라 그냥 죠죠 팬픽 아닌가......

머리로는 이러면서도 막상 쓰기 시작하니 손이 엄청난 작업 속도를 내었다는 점에서 저는 어쩔 수 없는 죠죠러였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근데 그렇잖아요!

드디어 오라오라를 날렸다고요! 스타 플래티나 더 월드까지 나왔어요! 스타더스트 크루세이더즈 전원 집합이라고요!

사실 팬픽이란 건 결국 자기 만족하려고 쓰는...... 읍읍!

흠, 물론 단순히 팬서비스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것이기도 하므로 그냥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죠스케 이야기는...... 4부 팬들의 궁극의 떡밥이죠.

결국 맥거핀으로 남은 어린 죠스케를 구해준 불량배. 죠죠 4부 외전 소설인 'THE BOOK'에서도 이에 대해 살짝 다룹니다.

과거로 보내는 눈보라를 헤매는 죠스케라면 당연히 이거다! 하고 생각난 것이기도 하죠.

결국은 환상이지만.

 

네. 드디어 밝혀진 네뷸라 스카이의 능력은 환상입니다. 죠타로의 입으로도 말했지만 능력 모티브는 동화 '성냥팔이 소녀.'

옛날 동화들은 어린아이들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많이 쓰여서 이렇게 잔혹하고도 씁쓸한 이야기가 많다고 합니다.

네뷸라 스카이가 보여주는 환상도 그렇죠. 덕분에 죠죠 사이드와 아이돌 사이드 양쪽의 내용을 쓰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야기는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안절부절 했어요. 이번 화는 잡설도 풀 게 별로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네요.

읽어주시는 분들도 많이 궁금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 그런 거 맞죠?

 

네, 어쨌든 금요일이 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화에서는 할 얘기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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