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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치하야「나, 행복해. 우린 영원히 행복할꺼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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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4, 2017 18:41에 작성됨.

 

(경고. 글쓴이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브금 추천 : https://bgmstore.net/view/v21eN

 

1.

프로듀서「요즘은 어떻니. 치하야」

 

깜박이는 사무소 전등 불빛이 눈을 간지럽힌다. 프로듀서의 얼굴이 잘 보이질 않는다.

아마, 무표정하지 않을까?

프로듀서의 질문도 마치 범죄자를 취조하는 형사의 심문처럼 무미건조하고 딱딱할 뿐이였다.

하긴, 벌써 1년째 물어보는 질문이니까.

문득, 프로듀서의 눈 아래 짙게 끼인 다크서클과 까칠해 보이는 턱수염이 눈에 띈다.

나 때문에 지친걸까?

그럴만도 하다. 1년 동안이나 똑같은 대답만을 듣는다면,

누구라도 지치겠지.

 

치하야 「예. 하루카랑 잘 지내고 있어요.」

 

깊은 한숨. 체념일까 분노일까.

1년째 같은 대답이니까.

이제는 체념에 가깝게, 프로듀서가 말한다.

 

프로듀서 「하루카는, 하늘로 떠났잖니. 1년 전에.」

 

치하야 「같이 사는걸요?」

 

프로듀서 「휴우..알았다. 오늘 상담은 여기까지 하자.

다음 스케줄은 메일로 보내줄께.

나중에 보자.」

 

프로듀서는 담배를 피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나도 이제 사무소를 나가야겠다.

하루카가 기다린다.

 

한참을 걸어, 집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우리 둘 만의 보금자리.

해가 떨어져 어둠에 잠긴 마당을 지나,

집 문을 열어본다.

환한 거실이 반기고,

거실 쇼파에는 하루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녀가 나를 껴안으며 미소짓는다.

그녀의 모습은 영원히 아름답겠지?

 

하루카 「이제 왔어, 치하야짱?」

 

그녀의 목덜미에서는 베이비 파우더 같은 산뜻한 냄새가 난다.

익숙한 그 냄새에 코를 묻으며, 그녀에게 떼쓰듯 말해본다.

 

치하야 「오늘도 프로듀서가 날 아픈 사람 취급했어.」

 

하루카 「에에 프로듀서씨가?」

 

문득, 그녀의 다리를 내려다본다.

1년 전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다.

아직도, 불편하겠지. 

아마 그녀만큼이나 영원히 남을 것이다.

 

치하야 「그냥 이제 공개하면 안될까 하루카? 

너, 살아있다고.

765 아이들도 기다리고, 프로듀서랑 코토리씨도..」

 

하루카 「우웅..나 그냥 이대로 치하야랑 딸 둘 정도만 두고 오붓하게 살면 안될까나..막 이래 헤헷.

필요하면, 부타다 같은 애완동물 하나 정도만 더 두고.

이제는 나, 여기서만 있고 싶어.

솔직히, 지쳤으니까.」

 

다리를 다치고 나서부터, 하루카는 의기소침해졌다.

내가 알던 하루카가 아니라, 마치 실이 꾾긴 인형처럼, 아니면 죽은 사람처럼 시들어버렸다.

이제는,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꺼려한다.

내가 잡고 가야만, 그때서야 마지못해 밖으로 나간다.

 

치하야 「알았어..배고프지?」

 

스토브를 키고, 면과 소스를 준비해본다.

요리책을 펼치고는, 요리를 준비해본다.

스파게티를 만들어본다.

요리라니.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접시에 예쁘게 담아, 하루카에게 건네고

내 쪽에도 둔다. 

하루카는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포크를 집어, 스파게티 면을 돌돌 말아 작고 빨간 그녀의 입술에 집어넣는다.

 

하루카 「치하야짱, 맛있어.」

 

그녀의 입에서, 몇 가닥이 흘러나온다.

 

치하야 「칠칠맞네, 하루카」

 

하루카 「우응..하지만, 배고파서 힘이 안 났는걸?

'나 치하야 없이는 밥도 못하니까.」

 

그녀의 턱 아래 늘어진 스파게티면을 혀로 타고 올라간다.

그녀의 붉은 입술에, 내 입술을 포겐다.

산뜻한 베이비 파우더의 냄새가 코 끝에 아린다.

가벼운 그녀를 안고, 침실로 향한다.

 

그래 하루카.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자.

이대로, 영원히.

 

2.

히비키 「 치하야가 이상하다죠!」

 

히비키 「아직도..하루카가 살아있다고 막 그러구..(울먹)

설마 아이들도 그것 때문에 치하야를 외면하려는 걸까?」

 

히비키의 울먹임에 프로듀서는 쓴 웃음을 지었다.

히비키는 눈치가 없는 걸까, 착하고 순수한걸까.

아마 양쪽 다 겠지.

그런 점 때문에 아이들은 히비키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언제나 히비키는 가장 먼저 다치게 된다.

 

사실은, 대부분 치하야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포기해버렸다.

지쳐버렸으니까.

그녀는 시한폭탄 같다.

방송 녹화중이든, 팬사인회 중이든 하루카에 관련된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폭발해버리는 시한폭탄.

 

문득, 그 때의 치하야가 생각난다.

하루카가, 교통 사고로 절명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그 날의 혼이 나가버린 치하야와,

하루카의 장례식날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던 치하야를.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치하야는 더이상 우리가 알던 치하야가 아니였다.

그저, 차가운 현실 앞에서 발악하고 떼쓰는 가련하고 미성숙된 아이일 뿐이였다.

하루카를 땅에 묻던 그 때가 생각난다.

 

치하야 「아냐아냐아냐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다고!! 꼭 꺼내줄께 하루카. 꼭 꺼내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놔 놔!! 우아아악!!」

 

하루카의 장례식 이후 그녀가 돌아오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그녀가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예, 사라졌었으니까.

 

어느날 홀연히 돌아온 그녀는 예전처럼 다시 아이돌 활동에 전념하였지만,

우리가 알던 그녀는 더이상 없었다.

 

돌아온 날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말하고 생각하는 건 오직 하루카 뿐이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녀를 이해해보려 했다.

하루카와 치하야가, 세간의 시선과 눈총까지도 감수하며

서로, 우정 이상의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건 765의 누구라도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결국엔 지쳐버렸다.

그것이 죄책감 혹은 슬픔 때문이든, 아이들은 더이상 하루카에 대해서 떠올리기 싫어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하루카만을 떠올리는 치하야의 모습은, 더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이제는 나까지 포함해서 거의 대부분 떨어져나가버렸고,

히비키나, 야요이 정도만이 그녀를 잡고 있을 뿐이다.

미키나 마코토 같은 경우에는, 

아예 사이 자체가 틀어져버렸다.

같은 사람으로 취급조차 하길 꺼려한다.

 

확실한 건, 예전과 같은 765는, 이제 없다.

 

히비키 「프로듀서?」

 

히비키의 맑은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프로듀서 「그냥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히비키 「뭐?」

 

히비키가 당황했는지 눈을 씰룩인다.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해본다.

 

프로듀서 「이제 지쳐버렸어.

치하야에 대해서는, 아이들도, 나도..

차라리 이게 나은 것 아닐까?

가장 친했던 하루카가 그런 일을 당해버렸는데 이정도라면 그래도..

그리고 치하야, 하루카에 대한 것만 제외하면 아이돌 활동도 그렇고 멀쩡해 보이잖아?

비록 아이들은 아직은 피해다니지만..

이렇게, 마음 속으로는 히비키 같은 아이들도 분명히 있을테니까.」

 

히비키 「정상이 아니잖아!」(울컥)

 

히비키 「항상 하루카만 이야기하고,

하루카만 말하는게 정상이라고?

치하야는 아직도 하루카에게서 못 벗어났다고..

이대로 두면, 아마 영원히 못 벗어날지도 몰라.」(울먹)

 

프로듀서 「...」 (외면)

 

히비키 「됬어! 나 혼자라도 치하야를 만나볼꺼야!」

 

3.

한 침대 위에서, 곁에 누운 하루카를 마주보며 눈을 뜬다.

하루카는 아직 꿈나라 여행중인 모양이다.

흔들어도 일어나질 않는다.

정말, 깊은 잠에 빠진 모양이다.

먼저 조용히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본다.

 

하루카 「우웅..나 얼마나 오래 잔거야?」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하루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치하야 「하루종일. 잠만보가 된 줄 알았을 정도였어.」

 

하루카 「에에? 너무해 치하야짱..」

 

치하야 「후훗.」입꼬리에 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행복해.

 

치하야 「우리, 마당에 나가서 사진이나 찍을까 하루카?」

 

하루카 「응!」

「」

하루카를 부축해서 마당 한 켠의 벤치에 부드럽게 앉혀본다.

아직은 몸이 불편한 하루카의 두손을 다정하게 껴안아 무릎에 곱게 올려주고는,

준비된 사진을 찍는다.

 

치하야 「 하나, 둘, 셋! 」 ㅡ찰칵

 

하루카가,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댄다.

날씨가 많이 풀렸는지, 잠이 들었나보다.

 

행복해. 영원히 행복하자. 하루카.

 

3.

치하야의 집은 도쿄의 외딴 지역에 있는 이층짜리 단독주택이였다.

잘 꾸며진 마당 위로 봄을 맞이한 나비들이 춤추고 있었다.

 

치하야 「 어서와 히비키. 」

 

히비키 「헤헤. 반갑다죠! 집에 직접 찾아온 건 오래간만이지?」

 

치하야 「후훗. 그렇네. 하루카랑 같이 왔던게 엊그제 같은데..그 때가 그립다.」

 

히비키 「....」

 

치하야 「그렇게 안 봐도 돼. 괜찮아. 하루카도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까..」

 

치하야의 집 안으로 들어가본다.

옅은 베이비 파우더 분 비슷한 냄새가 코 끝을 간질인다.

거실 탁자에 앉아, 치하야가 따라주는 홍차를 홀짝인다.

이상하리만치, 맛이 씁쓸하다.

 

히비키 「저기..요즘은 어때?」

 

치하야 「괜찮아. 하루카도 잘 지내니까..」

 

치하야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이런 치하야한테 넌 제정신이 아니라고,

내가 그런 소리를 해도 될까?

어떻게 해야 그녀가 상처입지 않을까?

그런 고민 속에서 이런 저런 영양가 없는 말들이 이어진다.

때때로 765 아이들의 근황을 말해줄 때면,

치하야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미소가 살짝 떠올랐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였다.

 

거실로 비추는 햇빛이 따스하다.

따스함에 몸이 살짝 축 늘어나는 것 같다.

 

치하야 「 우리 둘, 신경써줘서 고마워 히비키. 아참, 그거 아니?

나랑 하루카는 딸 둘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히비키는 작고 귀엽고 착해서,

나랑 하루카랑 히비키 같은 딸이 맞이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거든.

물론 지금도 그렇다고? 후훗」

 

히비키 「으..응」

 

치하야 「아 참. 나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께.

이제 휴가를 써야될 일이 생겼거든.

조금 길게 써야 될 것 같아.

준비해야 될 일이 생겼거든 」

 

치하야가, 오래간만에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혹시나 하고 설레여서,

잠시나마 기대해본다.

이제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다시 물어본다.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히비키 「헤헤, 엄청 기쁜가보네 치하야.

무슨 일인데 준비까지 하려구? 방송일?」

 

치하야 「응. 기뻐. 하루카가 원하는 일이거든.

방송은 아니지만, 방송 일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야.

하루카를 위한 일이니까. 」

 

기대는, 산산히 부셔진다.

 

치하야 「아, 프로듀서랑 스케쥴로 협의해야 되서 좀 오래 기다릴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

 

히비키 「..응! 괜찮다죠?」

 

치하야가 나가고, 자리에서 몰래 일어나 치하야 집의 방들을 살핀다.

문득 궁금해졌다.

치하야는, 왜 자꾸 하루카에 집착하는 걸까?

하지만 거실을 빼고는, 방들에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이 사는 집이 맞는 걸까 싶을 정도로.

이제 방 하나만이 남았다.

굳게 잠긴, 이층의 평범한 방 하나.

 

조용히 올라가서,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본다.

하지만 문은 잠겼는지 열리지 않았다.

하긴, 잠긴 문이 이런다고 열리지는..

 

ㅡ철컥

 

거짓말같이,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거실에서의 베이비 파우더 냄새가 짙게 흘러나온다.

왠지모를 긴장으로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한 발자국씩 조심스레 걸어간다.

어둠 속에, 의자 하나와 의자에 앉은 누군가가 보인다.

그 그림자는 내가 알던 사람과 비슷했다.

저거..설마 진짜로..하루카?

 

(2편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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