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차분하게 느긋하게 (17)

댓글: 4 / 조회: 582 / 추천: 5


관련링크


본문 - 04-04, 2017 18:07에 작성됨.

 

---17

드디어 크리스마스 날, 765 프로 모두가 열심히 준비해온 대망의 올스타 라이브가 열렸다. 765 프로 소속 you-i와 류구, 페어리, 솔로 멤버들의 팬들 모두 모여 관객석을 가득 채웠다.

성대한 막을 올리는 첫 곡은 12명 모두가 함께 부르는 ‘THE IDOLM@STER’였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 들리는 치하야의 목소리가 이상하단 걸 깨달았다. 다른 아이돌의 노래 속에서 푸른 차가움은 그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젠장,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치하야가 이상한 걸 깨달은 건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푸른 기사단’의 회장도 그런 치하야를 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치짱 오늘따라 왜 힘이 없어 보이지?”

 

첫 순서를 마치고 내려온 치하야의 안색은 누가 봐도 좋지 않았다. 프로듀서는 치하야에게 다급히 다가갔다.

 

“치하야 양, 왜 그래요? 몸이 안 좋아요?”

 

“괜찮습니다…”

 

노래에서 소용돌이치는 푸른 차가움을 느꼈던 프로듀서는 단박에 솔직하지 않은 대답임을 알 수 있었다.

 

‘치하야 양, 무얼 감추고 있는 거지?’

 

“몸이 안 좋으면 아직 차례도 남아 있고, 순서를 뒤로 미뤄도 되니까 병원에 다녀오죠.”

 

“전 정말 괜찮아요.”

 

“아니, 지금이라도 다녀와요. 프로면 프로답게 컨디션 조절을 해야죠.”

 

억지로 치하야를 끌고 가려는 프로듀서의 팔을 치하야가 억세게 붙잡았다.

 

“프로듀서, 전 괜찮아요. 그러니 제발, 제발 무대에서 서게 해주세요!”

 

목소리와 눈빛에 서린 절박함은 그 어느 때보다 짙었다. 그런 치하야의 결심을 무시할 수 없었다. 미리 대처 못 한 자신을 책망하면서도, 이미 열린 라이브에서 치하야가 제대로 해내길 바랄 뿐이었다.

이어진 하루카와의 ‘My Best Friend’ 듀엣 무대에서도 치하야는 가사와 안무를 틀리는 등 자꾸 실수했다. 프로듀서가 느끼기에도 푸른 차가움이 붉은 따스함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자기도 무대를 망쳤단 걸 안 치하야는 대기실로 돌아와 아무 말도 없이 앉아만 있었다. 하루카와 야요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위로를 해줬지만, 푸른 차가움에 한껏 휩싸인 치하야의 마음속까지 닿지 못했다.

프로듀서는 그런 치하야가 계속 신경 쓰였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치하야 말고도 다른 아이돌들의 무대를 줄곧 신경 써야 했다.

모두들의 불안감이 늘어나는 가운데, 드디어 you-i의 무대 순서가 되었다.

 

“오늘도 맨 뒤의 사람까지 잘 보이니까! 지금부터 갈게요!”

 

“웃우!”

 

“하이 터치!”

 

야요이의 하이 터치에 응답하는 관객들의 우렁찬 대답도 치하야의 마음에 닿지 못했다.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한 무대야. 정신 차리지 않으면…’

 

분명 춤을 추고 노래하는데도 무언가 흐릿했다.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텨가며 무대를 소화했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치하야가 힘들어보이는 것이 느껴졌다.

 

“회장, 치짱 오늘따라 이상하지 않아?’

 

유난히 힘들어 보이는 치하야가 염려 됐는지 ‘푸른 기사단’의 부회장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하지만 회장은 자기라도 흔들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 우리 응원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다들 더 크게 치짱을 응원하자!”

 

하지만 ‘푸른 기사단’과 다른 팬들의 우렁찬 응원도 치하야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무대를 소화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치하야가 무대에 설 수 있던 이유는 동료들 때문이었다. 바쁜 스케쥴 속에서도 오늘을 위해 노력한 나날이 스쳐 지나갔다. 같이 무대에 서는 동료들의 목소리에 의지할 수 있기에 계속 노래 부를 수 있었다.

 

‘내가 모두의 노력을 망쳐선 안 돼. 정신 차려야 해. 제발 오늘만이라도…’

 

하지만 ‘fo(u)r’와 신곡인 ‘당신의 한마디’를 부르는 동안에도 치하야의 목소리는 둘과 어우러지지 못했다.

간신히 두 곡을 마치고 내려오자, 미키의 솔로 무대가 이어졌다. 미키 다음 순서가 치하야였기 때문에 대기실로 가지 않고 미키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러분! 미키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예!”

 

“그럼 지금부터 미키의 무대를 봐달란 거야!”

 

미키는 혼자서 모든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relations’, ‘Day of the future’를 연달아 부르는 미키는 혼자서도 찬란하게 빛났다. 원래 ‘relation’를 치하야와 미키 듀엣으로 편성했지만, 치하야의 상태가 염려된 프로듀서가 부탁해서 미키의 솔로 무대로 변경했다. 미키는 엄청 아쉬워했지만, 미키 역시 치하야의 변화를 알고 있던 터라 수락하였다.

그 얘기를 알고 있는 치하야는 비장한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미키가 저렇게 빛나고 있어. 그 뒤인 내가 망쳐선 안 돼.’

 

무대에 화려한 빛을 남긴 미키가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치하야에게 다가갔다.

 

“치하야 씨, 미키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났어?”

 

“어? 응…”

 

“히잇! 치하야 씨가 인정해주다니, 미키는 상당히 기쁜 느낌!”

 

“미키...”

 

“그래서 치하야 씨랑 듀엣을 못해서 더욱 아쉽단 느낌. 그러니 치하야 씨의 무대, 미키도 기대하겠단 거야.”

 

뿌듯한 마음에 웃으며 들어가는 미키에게 치하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치하야의 솔로 무대 순서가 다가왔다. 마침 하루카와 야요이도 치하야를 응원하러 왔다. 둘도 가슴 속 불안함을 지우지 못했지만, 진심으로 치하야를 응원해주었다.

 

“치하야, 힘내. 뒤에서 응원하고 있을게.”

 

“치하야 씨, 웃우! 하이 터치!”

 

치하야의 힘없는 손뼉에 둘 다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치하야를 믿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조명이 꺼진 무대로 치하야는 1부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보다 무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운 적이 없었다. 서늘한 무언가가 몸을 감싼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무대 가운데에 서자, 치하야만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가 켜졌다. 치하야는 고개를 들어 어두운 관객석을 바라봤다. 치하야의 별명인 ‘푸른 가희’를 상징하는 수많은 파란 불빛들이 관객석에 펼쳐져 있었다.

 

‘계속 노래해도 될까?’

 

지금도 선명한 유우의 사고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치구사의 말이 떠올랐다.

 

‘이제 너도 아이돌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으니까 말하는 게다.’

 

‘유우를 잊으려 했고, 부모님까지 떠나게 만든 내가 계속 노래해도 되는 걸까?’

 

치하야의 데뷔곡인 ‘파랑새’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힘없는 손으로 마이크를 간신히 들어 올렸다.

 

「 우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지만 슬픔에는 휩쓸리지 않아.

사랑했던 것 이 이별마저 선택한 건 나 자신이니까. 」

 

치하야는 점차 숨이 가빠오고, 목이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노래를 불렀고, 격한 감정들이 탁한 빛으로 노래에 담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객석 한가운데 한 꼬마가 보였다. 관객석은 어두웠지만, 아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 같이 치하야에겐 선명히 보였다. 초점 없는 눈동자로 누나를 바라보고 있는 유우였다.

소름 끼치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우를 알아본 치하야의 목소리가 세차게 떨리기 시작했다.

 

「 무리를 떨어져 나온 새처럼 내일의 행선지를 알 수 없어.

하지만 상처 입고 피를 흘린다 해도 언제나 마음 가는 대로 그저 날갯짓할 뿐. 」

 

의지할 수 있는 다른 목소리는 없었다. 그리고 유우는 치하야에게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치하야는 그 입 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누나, 행복해?’

 

지금 노래 부르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 치하야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기대지도 못하며 치하야는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 파랑새.

혹시 행복이 가까운 곳에 있더라도 저 하늘로 나는 날아올라.

미래를 믿으며 당신을 잊지 않아... 」

 

치하야의 노래는 노래가 아니었다. 1절의 마지막은 가사 대신 치하야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치하야는 더 이상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목이 막혀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그런 치하야의 모습에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 따윈 차라리 노래하지 않는 게 나아.’

 

그런 누나를 바라보는 유우는 소름 끼치는 눈빛과 표정 그대로 다시금 묻고 있었다.

 

‘누나, 행복해?’

 

뒤에서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치하야의 무대를 지켜보던 프로듀서, 하루카, 야요이는 주저앉은 치하야을 보며 당황했다.

 

“프로듀서 씨, 치하야 씨가...”

 

“곡을 중지해야겠어요.”

 

“아니에요. 제가 나갈게요.”

 

하루카가 급히 마이크를 들었다.

 

“괜찮겠어요?”

 

“지금은 치하야를 도와줘야 해요.”

 

“그럼 저도 나갈게요!”

 

간주 동안 마이크를 든 야요이와 하루카가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주저앉은 치하야는 흐느끼고 있었다. 바닥에 버려진 마이크도 통곡하는 듯한 소음을 내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TV로 보고 있던 아이돌들도, 프로듀서도, 이제 막 무대를 보러 온 리츠코도, 공연 스태프들도, ‘푸른 기사단’을 비롯한 관객들도 치하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다급히 올라온 하루카는 치하야의 마이크를 급히 주워 전원을 껐다. 소음이 사라지면서 하루카와 야요이의 ‘파랑새’가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이 노래를 끝마칠 때까지도 치하야는 울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하루카는 숨을 한 번 깊이 들이마시곤 말을 이어갔다.

 

“오늘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치하야가 많이 떨렸나 봐요. 치하야에게 많은 격려의 박수 보내주시고 잠시 후 다시 무대를 즐겨주세요!”

 

웅성거리는 관객들을 뒤로하고 하루카와 야요이는 급히 치하야를 부축하여 대기실로 향했다. 프로듀서와 리츠코도 급히 뒤따랐다. 대기실 문 앞에 걱정스러웠는지 마중 나와 있던 미키의 품에 치하야가 안겨 울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돌들도 치하야를 걱정스레 지켜보았다.

 

“치하야 씨,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미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네 노력을, 무대를...”

 

“치하야 씨, 미키는 괜찮단 거야. 그러니 울지마.”

 

하루카는 여전히 미키 품에 안긴 치하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괜찮아, 치하야. 이젠 다 괜찮아.”

 

“나 때문에… 무대가...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라이브가... 모든 것들이... 난 더는 노래를 하면 안 돼…”

 

“괜찮아. 치하야...”

 

하루카도 치하야를 안아주었지만, 치하야의 오열은 멈추지 않았다. 야요이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치하야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대기실에서 무대를 지켜봤던 모두들 치하야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로듀서는 리츠코에게 밖으로 나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대기실을 나오자 마침 소식을 듣고 온 타카기 사장과도 마주쳤다. 프로듀서는 침통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사실 한 달 전부터 치하야 양의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오늘도 병원에 가보자고 했는데도 계속 무대에 서겠다고 해서… 극구 말렸는데도 무조건 노래하겠다고 했습니다. 미리 조치 못 한 제 잘못이 큽니다. 전부 제 탓입니다.”

 

“아닐세. 우선 키사라기 군은 쉬게 하고 남은 올스타 라이브에 신경 쓰도록 하지.”

 

“저였어도 그랬을 거예요. 저 아이의 노래에 대한 열정을 아는 만큼… 하지만 저렇게 약한 모습을 보일 줄은…”

 

“제가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입니다. 정말로, 정말 죄송합니다.”

 

“무대 분위기야 다시 살리면 되니까요. 프로듀서 씨는 우선 치하야를 좀 더 보살피세요.”

 

“뭐, 정 안되면 내 마술로 분위기를 살려보도록 하지.”

 

“그건 안 됩니다.”

 

진짜로 마술을 선보일 것 같은 타카기 사장의 말을 리츠코가 냉담하게 끊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이어진 2부에서 페어리를 비롯한 여러 무대로 관객 분위기는 다시 달아올랐다. 하지만 늘 무대에서 완벽했던 치하야가 무너져서 마음의 동요가 있었는지, 아이돌들과 관객들 모두 무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프로듀서는 공연 진행을 맡으면서도 다른 아이돌들과 번갈아 치하야의 상태를 살폈다. 울다 지쳐 쓰러진 치하야는 대기실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그런 치하야에게 프로듀서는 재킷을 덮어 주었다.

우선은 2부 순서인 치하야의 솔로곡 ‘약속’과 ‘잠자는 공주’의 순서를 3부로 미루기로 했다. 대신 3부로 편성했던 히비키의 ‘Next Life’와 아즈사의 ‘9:02 pm’을 앞당기기로 했다. 프로듀서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둘에게 부탁했지만, 둘은 흔쾌히 승낙했다.

 

“본인에게만 맡겨만 줘! 프로듀서는 얼른 가서 치하야를 보살펴. 힘내라고 전해주고.”

 

“프로듀서 씨, 걱정하지 마셔요. 저도 각오는 되어 있답니다. 대신 치하야를 부탁드릴게요.”

 

다시 잠깐 시간이 난 틈을 타 프로듀서는 대기실로 향했다. 마침 치하야가 눈을 뜬 참이었다. 아직 흐릿한 치하야의 눈에 걱정스러운 표정인 프로듀서가 들어왔다.

 

“프로듀서?”

 

“괜찮아요? 치하야 양의 곡은 뒤로 미뤄서 아직 순서 멀었으니까 좀 더 쉬어요.”

 

“아뇨. 노래하지 않겠습니다…”

 

“치하야 양?”

 

“제가 올스타 라이브를 망쳤어요. 제게 더는 노래할 자격이 없습니다.”

 

몸을 일으킨 치하야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오늘을 위해 노력했는데, 미키가, 모두가 빛낸 무대를 제가 다 망쳤습니다...”

 

“아니에요. 유명 보컬리스트들도 하는 실수이니 너무 걱정…”

 

“유우가 관객석에서 절 보고 있었어요. 절 원망하는 듯이 바라보면서 행복하냐고 묻고 있었어요. 동료들의 노력을 무너뜨리고, 동생까지 잊으려 한 저는 더는 노래할 자격이 없어요... 노래 부르는 게 더는 행복하지 않아요…”

 

“치하야 양…”

다시 울기 시작한 치하야를 달래기 위해 프로듀서가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 하지만 손을 마저 뻗을 수 없었다. 예의 푸른 차가움 때문이 아니었다. 손에 닿으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어두운 슬픔이 느껴졌다.

치하야가 더는 무대에 서지 못하리라 판단한 프로듀서는 다급히 리츠코와 다시 무대 순서를 조정했다. 가장 다급한 문제는 유키호와 듀엣으로 준비한 3부의 ‘inferno’ 무대였다. 옆에서 프로듀서와 리츠코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코토가 자기가 부르겠다고 했다.

 

“키쿠치 양 괜찮겠어요? 연습한 적 없잖아요.”

 

“합동 레슨 때마다 둘의 ‘inferno’ 연습을 도와줬던 게 나인걸. 그리고 치하야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치하야는 다소 강한 분위기인 ‘inferno’를 준비하며, 강한 음색의 보컬인 마코토에게 많이 조언을 구한 터라 마코토도 노래를 알고 있었다. 다행히 무대 오르기 직전, 필사적으로 노래를 외우고 유키호와 호흡을 맞춘 마코토 덕분에 ‘inferno’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은 치하야의 솔로곡인 ‘약속’과 ‘잠자는 공주’는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인 단체곡 연속 무대에서도 치하야는 빠지기로 했다.

 

“그래도 한 자리가 비면 안 되니까 제가 나서죠.”

 

단체곡 무대를 앞두고 리츠코는 급히 여분의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메이크업까지 빠르게 마쳤다.

 

“괜찮겠어요?”

 

“이래 봬도 저 한 때 아이돌이었잖아요? 그리고 모두에게 안무와 노래를 가르친 게 저이니 다 기억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치하야는 제게도 동료니까 저도 가만히 있을 순 없어요.”

 

“죄송합니다. 염치없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이돌들과 함께 무대로 올라가는 리츠코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리츠코의 분전으로 단체곡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선 무대라 벅찼는지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리츠코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무력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안경을 벗은 프로듀서는 눈에 손을 한참을 대고 있었다.

치하야는 멍한 눈으로 대기실에서 단체곡 무대를 지켜보았다. 자기 대신 나간 리츠코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대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치하야도 알 수 있었다. 무너져 내린 자기 탓이란 걸 치하야도 알고 있었다.

 

‘나 때문에 모두가 준비한 무대가... 역시 난 더는 노래를 해선 안 돼. 더는 노래 부를 자격조차 없어.’

 

치하야는 슬픔만이 가득 찬 눈빛으로 TV를 주시했다. 마음속 소용돌이는 여전히 거셌다.

 

 

 

-------------------------------------------------------------------------------------------------------------------------------

하필 치하야 스파이럴이 올스타 라이브에서...

앞으로 이야기의 행방은 과연..

5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