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화이트 나이트 - 고해告解 후일담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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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9, 2017 23:09에 작성됨.

 “……여기까지가 저의 가장 큰 죄입니다.”

 말을 쏟아내고 목을 축였다. 한통을 다 비울 때까지 천가리개 너머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젠 슬슬 이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클라리스가 첫 마디를 뗐다.

 “죄를 반성하라고 했는데, 죄를 또 지으셨군요.”

 “면목이 없습니다. 이래서 사람이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건데.”

 “괜찮아요. 백야 씨가 후련해지셨다면 그걸로 된 거겠죠.”

 클라리스가 천가리개를 걷었다. 그럼 이번에도 보속 대신……. 나는 재빨리 말을 끊었다. 선물이라면 됐습니다.

 클라리스가 웃었다.

 “용서 받을 마음이 아예 없으시군요.”

 “주께서 용서 안 해도 제 아이돌이 용서한다면 된 거죠. 애초에 정식으로 고해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신성모독인데요.”

 “애초에 전 신을 믿지 않습니다.”

 흠. 클라리스가 묘한 시선을 보냈다.

 뭡니까? 내가 물었다.

 “저번이랑 너무 달라지셔서요. 단순히 데이트로 기분이 좋아졌다고 보기엔 너무 많이 변한 느낌.

 “이게 원래 저의 성격입니다. 정말 친한 사람 앞에서만 보이는. 그전까지가 어울리지도 않는 내숭을 부린 거죠.”

 “역시 사랑이란 만병통치약인건가, 싶네요.”

 나는 부정했다. 그럴 리가요.

 “만약 그랬다면 고해성사를 볼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왜 해마다 이혼율이 올라가겠습니까.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사람도. 언제 바뀔지 모르죠. 다만 계기를 마련해줄 뿐입니다. 그건 신일 수도 있고, 마법일 수도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참는 거예요.”

 “참는다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거든요. 전과 달리 후련한 성사를 마치고 응접실을 나왔다. 이번에는 치히로 대신 나의 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Привет(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사무실에 있으면 내가 갈 텐데.”

 “미오랑 시키가 먼저 식당으로 가겠다고 해서요. 프로듀서 데리러 왔어요.”

 자연스럽게 잡으려는 손을 회피했다. 생각지도 못 했다는 듯 아나스타샤의 손이 허공에서 놀았다. 회사에선 안 돼. 단호하게 말했다.

 “밖에서도 안 되잖아요.”

 “사람들에게 의심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안 돼. 너나 나나 눈에 많이 띄잖아.”

 “그래도…….”

 “참아. 애도 아니고.”

 침울해 하는 아나스타샤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다. 대신에.

 “단 둘이 있을 때 만큼은 사랑하는 너를 위해 뭐든지 해줄 테니까.”

 “프로듀서……”

 할 수 있는 한 로맨틱한 음색을 내려고 애썼다. 절대 다른 사람 앞에선 짓지 않는 상큼한 미소까지. 어울리지 않는 건 알았으나 이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멍하니 바라보던 아나스타샤가 작게 중얼거렸다.

 “жа́лкое оправда́ние.”

 “…… 너 내가 그거 못 알아들을 줄 아는 거냐?”

 “음. 러시아어, 많이 늘었네요?”

 장난스럽게 웃어 보인 아나스타샤가 앞서 달려갔다. 내가 아주 밥이지, 밥. 혀를 차며 뒤따라갔다.

 고맙게도 밖을 나서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구름과 습도, 계절까지도 완벽한 날씨였다. 조만간 내릴 눈을 기다리며 나는 망상 속의 눈길을 걸었다.

 

 

 

 

 

 

 

 

 

 

쓰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마감 기한을 늘려주신 퐁퐁 님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백은 많은데 할 말이 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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