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나이트 - 마트료시카Матрёшка 후일담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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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7, 2017 21:12에 작성됨.

 “혼다 미오! 겨울P 흉내를 내보겠습니다!”

 선언하듯 일어난 미오에게 아나스타샤가 박수를 보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대감에 젖은 눈빛도 함께.

 미오는 한껏 폼을 잡고 의자에 비스듬히 앉았다. 굴러다니던 모자를 눌러쓰더니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조정했다. 팔짱을 끼고 쓰잘머리 없이 어두운 분위기를 두르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나스타샤. 이제 일하러 갈 시간이야.”

 “오오…….”

 “근데 오늘은 날씨가 덥군. 태양을 죽여 버리고 싶어.”

 “오오오…….”

 “자꾸 내 책상 위에 이상한 것 좀 올려두지 마. 보기만 해도 더우니까. 특히 미오. 로케 갈 때마다 기념품 사와서는 떠넘기는 짓 좀 그만해.”

 “오오!”

 “센카와 씨, 선배. 아무래도 저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대로 녹아버려서 하수구 아래로 흘러들어갈 거예요…….”

 “прекрасно(훌륭해요)!”

 한 사람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우쭐해진 미오가 앙코르랍시고 또 해괴한 짓거리들을 했다.

 위장이 꼬여가던 내가 슬슬 해야 할 말을 했다.

 “나 여기 있다.”

 “우왓. 겨울P, 언제부터 있었어?”

 “깜짝 놀랐어요.”

 잘도 지껄이는군. 미오의 모자를 벗겨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그래도 신경 안 쓴다는 듯 미오는 계속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심지어 어설프게 주먹 휘두르는 시늉까지. 사람 능욕하는 재주가 많이 늘었어.

 “이번 건 어때? 몇 점이야?

 “음. 90점이요.”

 “아깝다!”

 “왜 그렇게 후한지 이해가 안 되는데.”

 당연하게도 나의 항의는 묵살 당했다. 아니, 완전 무시당하지는 않고 바로 미오의 흉내목록에 들어갔다. 나는 포기하고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순순히 인정했다. 애초에 상대를 잘못 골랐어. 여대생은 이해가 불가능한 족속이야.

 눈을 감기도 전에 모자가 벗겨졌다. 일어나, 겨울P! 들이대는 얼굴을 밀어내며 말했다. 또 뭔데.

 “이번에는 다른 거 할 거야. 영화 흉내. 저번에 그거.”

 “혼자서 해.”

 “맛이 안 살잖아. 내레이션만 해줘. 얼른, 큐!”

 “알았으니까 떨어져.”

 짜증을 가라앉히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해하자, 오죽할 게 없으면 이러겠어. 언제 준비했는지 미오가 BGM을 틀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타이밍 좋게 미오가 명함뭉치를 가져왔다. 나는 한 장씩 빼서 패를 돌렸다.

 미오한텐 밑에서 한 장, 아나스타샤도 밑에서 한 장, 나 한 장. 미오한텐 다시 밑에서 한 장, 이제 아나스타샤에게, 마지막 한 장.

 그 순간, 미오가 내 손목을 잡아챘다.

 “동작 그만. 밑장빼기야?”

 “뭐야?”

 “내 패하고 아냐 패를 밑에서 뺐지? 내가 빙다리 간바리마스로 보이냐!”

 “증거 있어?”

 “증거? 증거 있지.”

 미오가 명함을 뒤집었다.

 “겨울P는 나에게 9땡을 줬을 거야. 그리고 아냐한테 주려는 거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장짜리잖아? 자, 다들 봐! 아냐한테 장땡을 줘서 이 판을 끝내겠다, 이거 아냐?”

 “커뮤 쓰고 앉아 있네.”

 “패 건들지 마! 손모가지 날아가니까! 해머 갖고 와!”

 나와 미오의 시선이 동시에 한쪽으로 꽂혔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아나스타샤가 당황해서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제 차례인가요?

 에잉. 미오가 야유하며 아나스타샤에게 들러붙었다.

 잘 됐다 싶어 내가 의자에 등을 기대자 작게 열린 창틈으로 겨울바람이 불어왔다. 구름 한 점 없이 좋은 날씨. 정신을 맑게 깨우는 기온과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 그리고 한창 때의 청춘들이 발산하는 기운까지.

 나는 버티지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러갈까.”

 “오, 겨울P가 웬일?”

 “그냥. 날씨가 좋아서.”

 “한 명 아직 안 왔는데요?”

 “부르면 오겠지.”

 먼저 가 있자. 코트를 챙겨 입으며 아나스타샤가 미오가 따라 나왔다. 오늘 따라 쉴 새 없이 떠드는 소리도 시끄럽지 않게 들렸다. 갑자기 이렇게나 기분이 좋아질 이유는 하나 밖에 없었다. 오늘은 눈이 올 거야. 챙을 빙글, 돌려 모자를 바로 썼다.

 “어디 갈까? 게임센터? 노래방? 쇼핑?”

 “프로듀서는 어디 가고 싶어요?”

 “아무데나 상관없으니까 한 곳만 정해.”

 “그럼 우리끼리만 정하기는 뭐하니까 커피 마시면서 정하자. 저기 새로 생긴 카페에 케이크가 엄청 맛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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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별 하나의 계절'에서 '화이트 나이트'로 바꾸고 처음으로 쓴 화 입니다.

 

7월 한 달을 거의 이거 쓰느라 보낸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한 달 내내 이것만 쓴 건 아니고...... 썼다가, 다른 거 잡았다가, 포기했다가 기타 등등.

이런 식으로 썼습니다.

 

패션 최애(이자 신데마스 최애) 미오와 쿨 최애 아나스타샤의 조합을 계속 써보고 싶었습니다.

별을 시작으로 두 사람이 엮일 수 있는 공통점을 만들고, 설정을 덧붙이고, 이런 식으로요.

언제나 그렇지만 이야기의 틀을 만들 때는 즐거운데 정작 상세한 이야기를 쓸 때는 고역이네요.

이전 편들보다 이번 편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다 쓰고 보니 제가 미오에게 참 너무한 짓을 한 것 같습니다.

사교성 갑인 애한테 무슨 설정을 갖다붙인 건지...... 근데 또 써놓고 보니까 이런 설정이 재밌기도 하고.

아니다, 재밌으면 안 되는 건가.

 

어쨌든 그랬습니다.

 

다음 편도 예정이 되어있습니다.

쓴다면 8월 이내에 온다기 보다는, 올리고 싶네요.

왠지 쓰기 엄청 어려울 것 같거든요.

어찌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에 대해서 혹시라도 궁금하신 점 같은 게 있으시다면 물어봐 주십시오.

별 거 아닌 것들, 시시콜콜한 것들도 할 수 있는 한에서 친절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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