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혹은 회지 서문)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을 '또' 새로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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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4, 2017 01:05에 작성됨.

처음 뵙는 분들은 처음 뵙겠습니다,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늘나래입니다.

 

2017년 5월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현재, 제2회 어나더 스테이지 출품을 목표로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이라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크로스오버입니다.

 

...원래는 이게 후기가 되었어야 합니다만, 오늘 세번째 플롯을 날려버리고 우울해졌기에 서문이 될지 후기가 될지 아니면 날려버릴지 모를 이 넋두리를 먼저 쓸까합니다.

 

사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글이 절반 정도는 완성이 되었어야 합니다. 6월 25일이 어나스테 행사일이니, 6월 10일까진 마무리를 짓고 단행본 양식에 맞춰 편집을 해야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오늘, 글이 완성되기는 커녕 세번째 플롯이 엎어졌습니다. 제가 일본 근대문학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있던 내용과 조사한 결과 찾은 내용이 다르더군요. 심지어 그 틀린 내용은 플롯의 전체를 꿰뚫는 소재였고, 그 내용을 시오리코 씨와 후미카가 한창 설명하는 장면까지 써놓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끼워맞추기가 힘들어, 결국 지금까지 쓴 글과 플롯 전체를 날려버린다는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지금까지 찾아본 일본 근대 문학에 대한 논문이 몇 편이고, 찾아본 관련 일본 웹사이트가 몇 개인지 이제 세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야후 옥션에서 낙찰받은 1920년대 고서 한 권이 바다를 건널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플롯에서 잘못된 점이 발견되고 계속해서 시작도 안 한 플롯들이 갈아엎어지고 있습니다.(이게 갈아엎어진 세번째 플롯이란 건, '글을 쓰기 시작했던 플롯' 중에서 세번째라는 겁니다.)

 

시간이 이렇게까지 되고보니 착잡한 마음도 드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냥 좀 더 편하게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까. 소재가 판타지였다면, 완전히 가상을 바탕으로 한다면 그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러는 게 처음은 아닙니다. 당장 제 첫 회지인 겨울왕국 팬픽션 『공소관의 일기』의 최종장(제3막) 완성이 2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도 이런 도움 안 되는 증상에 있습니다.

 

변명을 해보자면, 제 글이 한없이 부족하고, 글을 저만큼 쓰시는 분들과 저보다 훨씬 잘 쓰시는 분들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으시다는 사실은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공소관의 일기』로 회지를 내기 시작하면서 마음먹었던 것이 있습니다.

 

'돈을 받는 이상,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낼 것.'

 

그렇기 때문에 겨울왕국 공식 작품에서 19세기풍 북유럽에 전자동 음성 재생장치를 넣는 상황에서도(『겨울왕국 열기(Frozen Fever)』에서 올라프 목소리 녹음된 장난감 나오는 거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정확한 묘사를 위한 조사에, 분명한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플롯 개선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럼에도 책이 나오고 보면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어 개정판을 내야 했었죠.(공소관의 일기 제1막 개정판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글을 이끌어 가는 두 사람이 책과 그 작가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기사와 후미카. 그리고 비단 책의 내용 뿐 아니라 출판 역사, 고서로서의 가치까지 꿰고 있는 시노카와 시오리코라는 점이고, 그 두 사람을 묘사하기에는 제 일본 문학에 대한 지식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더욱 조사에 집착하게 되고, 제가 알고있던 것과 다른 내용이 발견돼 플롯이 엎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에 대한 묘사를 가벼이 할 수는 없고, 또 가벼이 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부족하면 그만큼 노력을 해서 부족한만큼 메꾸는 것이 도리이겠죠. 단지 그것이 지금은 너무 힘들어, 이렇게 넋두리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밝혀두자면 이 글은 제게 있어서는 최초로 '처음부터 회지로 낼 것을 전제로 하고' 쓰고 있는 글입니다. 『공소관의 일기』 가 제1막 개정판을 포함해 세 권이 나와있지만, 이 경우 웹 연재를 하다가 단행본화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회지용으로 쓰는 것은 이 글이 최초가 되죠.

 

그런만큼,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늦지 않게 글을 쓰고 싶습니다. 칭찬을 받지는 않더라도, '돈을 낸 만큼의 값은 한다'는 평가를 받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글이 제때 완성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완성도와 마감일자를 동시에 모두 잡을 자신이 도저히 없습니다.

 

그래도, 해보려 합니다. 해보고 싶습니다.

 

관심병자 같은 말이지만, 만약 이 넋두리를 회지에서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모쪼록 이 글을 쓰기 위해 이런 노력과 아픔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이커뮤나 에버노트로 보시는 분들은... 책이 제 때 나오길 빌어주세요.

 

모쪼록,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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