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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루] 시계에 밥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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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4, 2017 21:16에 작성됨.

[미치루] 시계에 밥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한줄평: 잘 구워낸 식빵.

 

아마 참가작 중에 가장 수준높은 글이라고 말하고싶다. 극의 형태를 통해, 잡다한 기교없이 작가가 하고싶은 이야기와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내었다. 특히 시나 삽입곡을 활용한 점은 창작글 대회에서 나타나는 한계를 아름답게 초월하였다. 팬픽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독립된 작품에 더 가깝다

 

프랜차이즈와 일반 빵집 사이의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이 되고있는데, 실제 프랜차이즈 관련 업종에 깊게 관련된 필자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일단, 프랜차이즈가 자본으로 일반 소상인을 밀어내는 건 흔한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프랜차이즈가 작정하고 뭉개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때로는 프랜차이즈 자본이 들어오기 전에 자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례로, 흔히 말하는 서울의 강남대로는 흉악한 임대료로 소상인은커녕 프랜차이즈들조차도 수익성을 기대하지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프랜차이즈의 횡포보다는 임대료의 횡포도 만만치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어느정도 숙련된 개인가게는 오히려 프랜차이즈의 무덤이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 미슐랭이 소개한 대전의 성심당 같은 경우에는 프랜차이즈가 들어설 엄두를 못내는 지역으로 변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사족이지만, 본작에서 프랜차이즈 점 주인이 프랜차이즈의 횡포와 한패인 듯 한 언행은 그냥 현실에 없다고 봐도 된다. 프랜차이즈니 자본이니 해도, 실제 점주들에게는 별 의미도 없다. 팔 물건이 많다든가, 독점판매한다든가 하는 건 소비자나 기업의 유리함이고 실상 팔아봐야 점주에게 돌아오는 몫이 없는 품목도 많고, 관리만 피곤해지는 경우도 왕왕이다. 오히려 대기업 소속이라고 국가지원에서 빠져버리는 등 소상공인들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뉴스에도 흔히 나오는 프랜차이즈의 높은 폐업률 등이 그런 힘든 현실을 반영한다.

 

이런 현실을 들먹이는 이유는 이 작품을 깎아내리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작이 현실비판적인 내용임에도 오히려 현실을 풍부하게 담지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기에 말한 것이다. 또한, 아쉽기는 하지만 작품에서 취한 연출이 잘못되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짧은 단편에 실제 현실 요소요소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분량이 부족했을 것이다. 즉, 이야기가 산만해지는 것을 막았다. 맨 위에 써두었다시피 프랜차이즈 사정을 제법 알지않으면 거슬리지도 않고, 작가가 의도한 구성을 위하서라면 오히려 위에서 말한 부분을 배제한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위의 내용은 거의 프로불편러급 투정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두 번째로 언급하고싶은 것은, 필자는 작가가 말한 작품 설명에 공감할 수 없다. 미치루가 부조리한 현실을 깨닫는 것, 그리고 싸우는 것이 성장이라고 했는데... 흠.

 

아쉽게도 필자는 여기에 고개를 끄덕일 생각이 별로 없다.

성장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 근본적 문제지만, 토론의 장이 아니니 넘어가겠다.

 

오히려 필자는 미치루가 철처하게 미숙한 어린애였고, 종국에는 현실에 휘둘려 실패한 패배자라고 생각한다.

 

일단, 미치루가 아저씨의 가게를 살리기 위한 행동이나 오오하라 베이커리를 살리려는 행동은 단지 ‘채용하기만 하면 된다.’/‘손님을 모으면 된다.’ 라는 개념에서 그친다. 제빵사 또는 명인으로서 가지는 긍지나 심리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못하는 미숙함이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광고모델 수익이면 자신이 아는 가게를 망하게 해주지않을 돈이 생기지않을까? 오히려 아이돌이라는 대중성강한 지위를 이용해 할 수 있는 게 더 많지않을까?

 

미치루는 부조리를 목격한 순간, 거기서 바로 발을 빼고 정면으로 도전하려고했다. 채용되지못한 아저씨를 채용하려고했다. 눈앞에 보이는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손님을 더 많이 모으려고했다. ‘프랜차이즈 자본’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생각하지못하고 대항하지도 못했다. 성장...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정’을 의미한다던 아저씨의 빵들이 상하고 뭉개지는 씁쓸한 엔딩에서도 미치루의 성장보다는 씁쓸한 현실에 밀린 미치루(와 주변인물)만이 짙게 남는다.

 

즉, 미치루의 성장보다는 미치루의 미숙한 도전과 실패를 통한 현실고발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 취향 문제로, 본작의 답답한 엔딩이나 현실이 썩 마음에 들지않는다. 간단하게, 유쾌하지않다. 그야말로 취향의 이야기이니 너무 깊게 듣지는 않길 바란다. 전에 들은 말이다. ‘한국문학의 독자가 사라진 이유는 독자가 안 읽은 것일지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맞는 글을 써주지못한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무리한 기대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필자는 창작물에서 일종의 판타지적 욕구를 채우고싶어하는 쪽이다. 현실이 답답한 건 다른 매체를 통해서 잘 알고 있으니, 굳이 창작이라는 자유에서 그런 걸 확인하고 싶진 않다는 쪽이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이 글은 ‘잘 구워낸 식빵’이다. 전문가나 업계인들의 눈으로 본다면, 정말 잘 구운 것이고 훌륭한 작품이지만 단지 빵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버터나 잼, 우유도 없이 이것을 먹어보라고 권유하기에는 조금 그렇다. 상대가 식빵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더 주거나 조리해야하는지 고려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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