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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루] 오오하라 미치루는 움직이지 않는다 감상

댓글: 2 / 조회: 2017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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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2, 2017 22:14에 작성됨.

[미치루] 오오하라 미치루는 움직이지 않는다

 

한줄평: 긴 코스 요리 속에서 잘 손질된 재료들은 그저 접시 장식

 

처음 보았을 때, 매우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5편이나 되는 분량도 그렇지만. 1편의 첫 묘사가 가슴을 설레게 할 만큼 훌륭했기 때문이다. 아직 안개가 가시지않고 푸른 공기가 서늘하게 텅 빈 골목을 감싸고 있을 때, 빵 냄새를 맡는 그 장면은 마치 자연스럽게 갈색으로 번져가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 생긴 빵집을 처음 열었을때의 설레이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글의 끝까지 읽고나서 나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일단, 이 글은 사토가 사람을 찾아달라는 것으로 시작되고 찾아낸 사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 일련의 과정에서 필자는 이것을 미치루의 팬픽이라고 봐야할까라는 의문만 샘솟고있다

 

1. 극에서 미치루의 의의

 

가장 아쉬운건 미치루가 실제 사건의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하지못한다는 점이다. 노트게 적힌 단서의 의미는 다른 가게의 점장에서 들은 것이고, 미치루가 양로원에서 한 노력은 사건 해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우연히 들고온 수첩을 사건의 당사자가 우연히 보았기에 해결된다.

 

미치루는 의뢰를 받는다. 단서의 의미는 다른 사람이 우연히 보고, 나중에서야 생각해내고, 그걸 우연히 만난 사토루에게 전해서 미치루에게 닿는다.

 

거기까지 찾아가서 새로 만난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는가. 미치루가 가져온 수첩을 우연히 발견함으로서 상실한 기억을 찾아내고 끝이 난다.

 

미치루가 사건 해결에 있어서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라는 인상을 받기힘들다.

 

게다가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미치루를 따라 서술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결국 미치루가 존재하지않는 장소의 사건은 매우 간략하거나, 그냥 그런일있었다 정도로 서술되고만다. 실제로 미치루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감정을 이입하기도 힘들고, 상황전개가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들게된다.

 

별 노력하지않아도 미치루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버리고, 단지 작가 설정한 결말을 위해서만 상황이 딱딱 들어맞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수첩을 보고 사라진 기억을 찾았다고했을때는 심하게 맥이 풀렸다. 심하게 말하자면 영화 ‘배트맨 v 슈퍼맨: 정의의 시작’의 ‘마사드립’이 떠오를 정도였다. 물론 소중한 물건을 보고 기억을 찾는다는 것은 흔한 클리셰지만, 클리셰는 연출에 따라 그 격이 달라진다.

 

만약 준코 씨가 수첩을 찾아내고, 기억을 찾는 찰나의 순간으로 서술 시점을 옮겨서 세밀하게 서술했다면 더 낫지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 점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2. 배경설정의 의의

 

오오하라 사토루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설정을 가지고 있다. 오오하라이지만 단순히 동명이인이라는 점, 오오하라 미치루의 가업을 전수받았다는 점 등이 흥미롭다. 또한 미치루보다는 조금더 어른의 위치에 있고 미치루와 같은 쪽에서 의뢰를 받은 입장이다.

 

그러나 글을 끝까지 읽고나면, 그냥 ‘사토루’라는 캐릭터가 왜 있어야하는지 그것부터가 의심될정도이다.

 

사토루가 몇 가지 말은 해주기는 하나, 사실 사토루는 일단 처음부터 의뢰에 있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결국에는 도와주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자신의 입장을 ‘책임도 지지않는 조언가’로 둔다. 극의 중심 사건에서 사토루는 이 순간에 배제된 것이고, 실제로 등장도 하지않는다.

 

한 일은 그저, 다른 엑스트라가 떠올린 단서의 의미를 미치루에게 전해주었을뿐이다. 이 정도의 인물에게 1편에 서술된 이색적인 설정을 줘야했는지 궁금하다. 그냥 미치루 아버지 정도로 나와도 될텐데.

 

3. 전혀 어울리지않는 미치루의 은퇴사유.

 

처음에 있어서 미치루의 아이돌은퇴사유는 무언가 있는 것처럼 표현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전혀 중요하지않다. 일단, 그 은퇴사유는 사토와의 대화에서 쉽게 드러난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는 이미 사토에게 미치루가 어느정도의 호감이 있었고 의뢰 또한 받아들인 상태였다.

 

사토와 미치루 간의 관계나 호감도 짙어지는 것이 이후의 문제는 사토와 미치루 간의 인간관계라는 소재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물론 딱 저기까지만 나오면, 그저 극의 중심사건에 조금 안 어울리는 이야기로 끝났겠지만, 미치루가 마지막으로 준코 씨를 보여 우는 모습에서 갑자기 미치루의 은퇴사유가 언급되는 것은 이해가 되지않는다. 미치루가 우는데 그런 생각이 개입되어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그 감정이 이 사건에 무슨 역할을 하는가? 미치루가 우는 것이 실로 오랜만인데, 그 전의 눈물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슬픈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작중에서 별로 중요하게 부각되지도 않은(실제로 중요한 의미도 없었던) 미치루의 은퇴사유와 관련짓는 것은 오히려 어색하기 그지없다. 매우 뜬금없이, 미치루 소설이니까 한번 강조해주자 라는 느낌의 작위적 테이스트만이 느껴진다.

 

기나긴 분량 속에서 미치루와 관련된 미적인 표현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미치루에대한 캐릭터성을 덕질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다. 단지 미치루가 빵을 먹고 좋아했다. 라는 내용으로만 구성된 글이라면, 이런 표현과 매우 잘 맞았을 것이고 훌륭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실상 미치루가 빵을 먹거나하는 일상적 내용은 잠깐잠깐 쉬어가는 정도의 역할일 뿐이다. 극 속 사건의 해결이랑은 큰 상관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쪽에서 상황해결을 위한 결정적 진행을 하는 동안 하릴없이 시간을 버는 느낌이랄까.

극의 가장 중요한 사건에 미치루가 제대로 연관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표현이 나와봐야 사족으로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이 글에 대해 받은 느낌은 별로 좋지않았다. 자신이 만들어낸 오리캐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미치루라는 요소를 조금 첨가해두었을 뿐인 것 같다. 오히려 미치루라는 존재가 사족인 것 같다. 결국 필자를 기대하게 했던 모든요소들은 극의 사건의 중심적인 역할로서 발전하지못하고 게속 겉도는 장식으로만 사용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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