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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스테 후기 겸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 지면에 다 쓰지 못한 후기. (오그라짐 주의)

댓글: 5 / 조회: 4226 / 추천: 3



본문 - 06-26, 2017 16:06에 작성됨.

 

 

그동안 겨울왕국 팬픽션으로 서울코믹월드, 디페스타, 케이크스퀘어 같은 종합동인행사는 몇 번 나간 적이 있었는데, 온리전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원고는 준비하면서 유독 고생이 많았습니다. 『공소관의 일기』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 고증 찾아다니는 게 제 병이긴 한데, 이번엔 소재가 ‘고서’였던지라 문학 논문에 1920년대 일본어 번역본에 일본 고서점 협동조합 사이트까지 뒤져야 했으니까요.

 

넋두리야 회지 후기에 많이 해두었으니 생략하고, 어나스테 참가에 대한 후기를 쓰자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제가 받았던 책의 수요조사 결과는 대략 30부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두 배 하고 약간 더 되는 70부를 찍으면서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가격도 만오천원이나 하는 책이 70부 다 팔릴 리는 없겠고, 들고 올 수 있을 만큼의 재고가 남느냐 아니면 부쳐야 할 만큼의 재고가 남느냐겠군.’

 

마감도 아슬아슬하게 치는 바람에 당일에 행사장까지 책을 들고 가야 했는데, 이게 또 무게가 엄청났던지라 제발 재고가 많이 남지 않기만을 바랐습니다. 부스 준비를 마친 뒤에도 ‘12시 넘으면 한가해질 테니 여유롭게 돌아보자’라고 생각하며 열 부 정도 지퍼백 포장을 해놓고 구경을 다니지 않고 부스에 앉아있었습니다. 다른 행사에 참가할 때도 늘 그랬거든요.

 

현금 관리에 대해서도 판매 부수를 체크하며 타루에님과 공동으로 관리하고, 행사가 종료된 뒤 거기에 맞추어 정리하기로 했었습니다. 그 정도의 여유는 있으리라 생각했고요.

 

…그런데 11시 30분을 지나면서 제 상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권이 나가고 새로운 한 권을 채 포장하기도 전에 다른 한 권이 나가고… 하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한 겁니다. 포장은커녕 판매부수 체크를 할 여유조차 없이, 간신히 책 사이에 엽서와 명함을 끼워 지퍼백과 함께 드리는 게 고작일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부스를 도와주러 오신 동아리 선후배님들이 계시지 않았으면 아마 사고를 쳐도 크게 한 번 쳤겠지요.

 

그렇게 정신없이 책을 드리던 중, 고개를 들어봤을 때는 정말 제가 평생 처음 보는 장면을 봤습니다.

 

줄을 서계시더라고요. 제 부스 앞에.

 

울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기에 얼른 정신을 차렸지만, 정말 그때 눈물이 났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게 다 이때를 위해서였구나 싶고, 책을 받으시는 모든 분 한 분 한 분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일반 입장이 시작된 지 한 시간이 되는 12시도 채 지나지 않아, 저는 생전 처음으로 「완판」이라는 글자를 부스에 붙일 수 있었습니다. 샘플까지 나가는 바람에, 제 몫으로 빼놔서 방수테스트까지 했던 책을 현장통신판매를 신청하시는 분들께 샘플로 보여드려야 했을 정도로 완벽한 완판이었습니다. 30분 정도 뒤에는 타루에 님도 완판을 하셔서, 부스에서 아무 것도 팔지 않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어나스테를 그리 여유 있게 준비한 편이 아닙니다. HP와 박카스도 공부할 때 수준으로 들이켰고, 탈고 직전 마지막 일주일 중 하루 24시간을 깨어있었던 날이 사흘이나 됐습니다. 탈고도 22일에 돼서 책을 직접 들고 aT센터까지 가야 했고, 부스 인포도 행사 당일 새벽이 되어서야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프로듀서님들과의 교류도 부족했고, 책을 많이 구하지도 못했습니다. 명함도 적게 찍는 바람에 막판에 교환할 명함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원룸에 한가운데에 남은 빈 공간을 보고 있으니, 지금도 가슴이 벅찹니다. 원래는 지금쯤 재고 상자가 놓여있고, 제가 그 위에 걸터앉아 ‘이걸 어떻게 처리한다…?’라는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하는 자리였거든요.

 

부족한 글…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프로 작가님들이 쓰신 글에 비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겠지요. 보내주신 사랑에 제 책이 보답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돈을 받고 파는 이상 그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는 적어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글입니다.

 

그런 만큼, 책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며, 모쪼록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데레마스 회지를 내는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마쳐야하는 겨울왕국 팬픽션 『공소관의 일기』 의 제3막이 기다리고 있고, 지금 준비중인 시험도 마무리 되어야하고요. 내년 이맘때가 2차 시험이니, 아마 원고는 미리 마무리해서 넘겨두더라도 어나스테에 직접 참여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여건이 허용한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다시 회지를 내고, 많은 분들과 만나보고 싶습니다.

 

부스를 같이 내주신 타루에님, 책이 나올 때까지 도와주신 여러분, 가장 바쁠 때 도와주신 선배님과 후배님, 제 책을 찾아주신 여러분, 찾고 싶었는데 제가 책을 적게 찍었던 바람에 아쉬움을 뒤로 해야 하셨던 여러분.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다음 행사 때 또 뵙겠습니다.

ps. 성원에 힘입어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의 통판 신청도 http://naver.me/53w5sgcQ 에서 받고 있습니다. 혹시 책을 갖고 싶었는데 구하지 못해 아쉬웠던 분께서 계시다면, 참고로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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