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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WILD WIND GIRL] 수작이 될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

댓글: 12 / 조회: 4098 / 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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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3, 2016 21:14에 작성됨.

※ 이 글엔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WILD WIND GIRL 1권 스포일러가 소량 포함되어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접하지 않은 채로 읽고 싶으신 분은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미디어 믹스. 한때는 이 단어를 생소하게 느꼈지만, 지금은 매우 익숙해져 서브컬처 팬 사이에선 일상용어처럼 퍼진 단어가 되었습니다. 미디어 믹스란 하나의 IP를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전개하는 방식을 뜻하며,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서브컬처 업계에서 쓰인 전개 방식입니다.

보통은 원작 매체 하나를 두고 파생 매체를 퍼트리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전개하는 미디어가 많아지는 만큼 벌어들이는 돈도 많아지죠.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미디어 양만 중시해 작품의 질이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편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화로 만들었는데 내용 전개가 뜬금없어지거나 지나치게 빨라서 독자가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그렇고, 또, 원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미디어 믹스 작품을 만들어 원작의 작품성을 훼손한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요.

개중에는 팬들에게 있으나 마나 한 작품, 괴작 소리를 듣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런 미디어 믹스는 원작(중심작)과 다른 매체를 주로 접하는 신규 팬들을 끌어모을 수도 있지만, 기존 팬들이 사주는 규모도 무시할 수 없어서, 대충 만들어도 많이 산다는 마인드로 내놓은 작품들도 있거든요. 거기에 만화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비하면 제작비와 인건비가(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래서 정성이 덜 들어간 작품이 나올 수도 있죠.

아이돌 마스터는 게임의 타이틀 명이기도 하지만 원작 게임을 중심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CD, 그리고 더 넓게 보면 성우 라이브까지 여러 미디어를 전개하는 미디어믹스 프로젝트를 뜻합니다. 프로젝트 아이마스라고도 하죠. 아이돌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상당히 거대한 축에 속하며, 원작 아이돌 마스터뿐 아니라,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아이돌 마스터 사이드 M 등의 게임 작품을 중심으로 미디어믹스를 따로 전개하기도 합니다. 팬들은 이런 작품군을 이른바 분가로 칭합니다.

아이돌 마스터도 상당히 오랜 기간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전개되었으며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을 내놓기도, 반대로 악평을 듣는 작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자, 그럼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WILD WIND GIRL은 어떨까요?


▲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WWG 1권 특장판



▲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WWG 1권 일반판 표지

저는 이런 미디어 믹스 작품을 평가할 때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 작품 하나만 봐도 작품 내의 사건과 스토리 흐름이 이해가 되어야 한다, 하나의 작품으로 온전히 기능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이런 점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이라도 팬 서비스가 출중하면 그 자체로도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만, 그건 둘째 치고, 아무튼, WWG은 하나의 작품으로 온전히 기능하는 작품입니다. 신데렐라 걸즈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면 다음 단계. 작품의 세계관이나 캐릭터, 사건이 흥미로운가... 즉,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여부입니다. WWG은 이 기준도 통과했습니다.

도입부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폭주족 특공대장 무카이 타쿠미는 폭주에 맞먹는 상쾌감을 가진 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믿으면서, 한편으론 자기 영역 내에서 폭주족 생활로 이룰 순 있는 건 거의 다 이루었기에 약간의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타쿠미 그룹의 집회를 우연히 지켜보던 프로듀서와 만나게 되고, 자기한테 작업을 거는 프로듀서를 무자비하게 때려눕힙니다.

타쿠미 때문에 업무 제한을 받게 된 프로듀서는 그걸 빌미로 타쿠미에서 하루 한정 아이돌 일을 시키게 되고, 타쿠미는 하루 한정 아이돌 일에서 동료 아이돌 후지모토 리나를 만나 아이돌 세계가 가져다주는 쾌감의 편린을 맛보게 됩니다.

WWG 스토리는 학원폭력물(양키물)에서 파생된 불량배 갱생물의 공식을 따릅니다. 불량배가 무언가 건실한 일에 흥미를 느끼고 도전한다. 혹은 어떤 사건에 휘말려 다른 일에 도전한다. WWG의 타쿠미도 얼떨결에 휘말려 아이돌 활동의 맛을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되는 점에서 이 공식을 따릅니다. 왕도죠. 단, 여기에 타쿠미 외에 또 다른 양키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정확히는 전직 양아치(양키).... 그게 누구냐면.....

바로 이 작품의 프로듀서입니다.


▲ 무카이 타쿠미와 프로듀서(WWG)

아이돌 마스터 원작 게임의 프로듀서는 바로 플레이어 자신입니다. 아이돌과 교류하여 아이돌의 능력치를 키우고 톱 아이돌로 만드는 게 바로 플레이어의 역할이고, 프로듀서는 플레이어의 분신 그 자체였죠. 아이돌 마스터 게임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입형 육성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프로듀서에게 이입하는 거죠. 그래서 3D 모델링은 고사하고 스탠딩 CG 한 장조차 안 나옵니다. 특히 신데렐라 걸즈에선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본가 아이돌 마스터 게임에선 프로듀서가 대사량도 많고 떠들기도 많이 떠들지만 신데렐라 걸즈의 프로듀서는 최소한으로만 말합니다.


▲ 신레렐라 걸즈 게임에서 제공하는 신데렐라 걸즈 극장의 한 장면. 프로듀서가 등장하지만 대사는 없고 얼굴은 말풍선 등으로 항상 가려집니다.


▲ 신데렐라 걸즈 파생 게임, 스타라이트 스테이지의 한 장면. 게임 스토리에 프로듀서의 대사가 있지만 소량.

이런 이입형 작품의 미디어 믹스를 할 땐 플레이어의 이입을 망치지 않으려고 플레이어 캐릭터를 아예 등장시키지 않거나 등장시키더라도 비중을 완전히 줄여버리는 등 작품의 한 축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방식의 목적이 곧 장점으로, 원작에 이입해 즐기던 사람들의 이입감을 깨지 않는 방법이죠.

이입감을 깨지 않는 방법...이라고 좋게 말했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면 원작 팬들의 눈치를 보는 겁니다. 안전하게 가는 거죠. 원작에선 형태조차 잡히지 않은 캐릭터를 미디어믹스에 내보내면, "어라? 내 플레이 경험으론 얘가 이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내가 생각한 거랑은 외모가 다르잖아!" 이런 식으로 반발이 올 수도 있거든요.

이런 안전한 방식은 정말 무난한 작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게 지나치게 심해지면 정말 심심한 작품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어 캐릭터를 조형해서 내놓으면 반발이 올 수도 있고.... 그래서 절충안으로 등장시키되 비중을 없애기도 합니다. 아니면, 반발이 적을 만한 평범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내보내죠.

아이돌 마스터는 어떠냐고요?

그때그때 다릅니다.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무조건 어떤 방식이 나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작품 컨셉에 맞는지 여부죠.
어떤 작품에선 프로듀서가 등장하지 않고, 어떤 작품에선 프로듀서가 등장하되 비중이 없고, 어떤 작품에선 프로듀서가 머리가 알파벳 P로 이루어진 괴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번 WWG에서는 정말 개성 만점인 전직 양아치(양키)P가 등장했죠. 이입형 게임의 미디어믹스에선 정말 대담한 시도입니다. 보통 개성도 아니고 전직 양아치. 보통 아이돌 장르에선 아이돌을 육성하는 프로듀서 캐릭터는 아이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온순한 캐릭터인 경우가 많습니다만.... 여기 프로듀서는...


▲ WWG 1화의 한 장면

대놓고 타쿠미와 서로 으르렁거립니다! 심지어는 타쿠미가 아이돌 의상을 입었을 땐 배꼽이 빠지라 웃어대기도 하고요!

이런 아이돌 장르에선 팬들이 아이돌 캐릭터를 실제 아이돌을 대하듯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작하는 측에서도 미디어믹스에서 프로듀서 캐릭터를 등장시킬 때 아이돌 아이들을 친절히 대하는 온화한 캐릭터로 설정하죠. 이게 나쁜 건 아닙니다. 저도 이런 프로듀서 캐릭터를 좋아해서 개인 기호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러는 경우입니다. 온화한데, 온화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거. 메인 캐릭터인데 메인에서 비켜 나간 거.

물론 개인 기호로 이런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이런 경우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사건을 체험하는 매체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패드나 터치 스크린으로 직접 상황에 대처하면서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하는 매체입니다. 반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시청자가 눈으로 보는 매체입니다. 등장인물이 상황에 대처하면서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하는 걸 보는 매체죠.

매체 간의 재미 포인트가 달라요. 아이돌 마스터는 게임이 원작이고 미디어믹스로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내는 시리즈입니다. 게임에선 플레이어가 직접 아이돌과 교류하면서 재미를 느낍니다. 그럼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선?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선 일어나는 사건을 보는 거로 재미는 느끼는 법이고, 사건이란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선 보는 것만으로 재미를 뽑아야 합니다. 보통 아이돌 마스터 같은 작품에선 캐릭터의 캐릭터성이 좋고 캐릭터 간의 갈등이 밀접하게 엮일수록 재밌어지죠. 게임의 미디어믹스로 나온 만화와 애니메이션 작품은 플레이어가 체험하면서 얻는 재미를 대신할 정도로, 그만큼 보는 재미를 제공해야 하는 법입니다.

WWG은 어떠냐고요? 캐릭터 간 상호작용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서는 개성이 있으며 아이돌 캐릭터들과 충분히 부딪치면서 교류합니다. 단순히 나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요. 여기의 프로듀서는 이질적이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로서 충분히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프로듀서와 타쿠미만 상호작용을 하냐고요? 아닙니다.


▲WWG에서 타쿠미의 선배 아이돌로 등장하는 후지모토 리나.

WWG의 프로듀서는 성질이 나빠 타쿠미를 위기(!)에 몰아놓습니다. 타쿠미의 등을 떠미는 역할이죠. 프로듀서는 타쿠미를 사건에 휘말리게 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타쿠미를 앞에서 끌어주는 게 바로 타쿠미의 선배 아이돌로 나오는 리나입니다. 타쿠미는 억지로 떠맡게 된 아이돌 업무에 질색하던 차에 리나의 무대와 리나가 아이돌 업무를 대하는 자세를 보고 아이돌에 관한 흥미를 품게 됩니다.

리나 자체도 원작처럼 마이페이스 기질이라 재밌는 캐릭터로 나와요. WWG 1권은 프로듀서가 타쿠미를 밀고 리나가 타쿠미를 당기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런 구조가 제법 재밌습니다.

저는 아이돌 마스터란 프로듀서와 아이돌, 아이돌과 아이돌이 상호작용을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캐릭터성, 캐릭터 관계, 스토리.... 재밌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조건을 갖추었으며, 어쩌면 제가 아이돌 마스터 미디어믹스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 아이돌 마스터 2 The world is all one!!과 맞먹는 작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 아이돌 마스터 2 The world is all one!!


▲ 아이돌 마스터 2 The world is all one!!의 속 표지 중 하나. 이 작품은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유대, 그리고 메인 스토리가 흥미로운 작품이었으며, 동시기 전개했던 애니메이션이 회피한 요소를 대담하게 사용하여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물론 아직 1권이므로 어디까지나 가능성입니다. 이 작품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지요. 하지만 저는 이런 대담한 시도를 한 이 작품을 기꺼이 환영합니다.

여담입니다만 한자에 후리가나가 달려있어서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소년 챔피언에 연재하는 작품이라서 작품 주 독자 연령층에 맞게 후리가나가 달려있던 거더군요. 덕분에 쉽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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