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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을 바라보는 765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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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0, 2016 13:39에 작성됨.

 ‘대영제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다.’

 영국 사람들이 으레 자랑스럽게 말하는 말 중에 하나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세계의 중심은 유럽이 아닌 미국으로 옮겨졌고,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이 된다. 물론 영국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지만 이미 미국으로 넘어간 세계의 패권은 쉽게 가져오지 못 했다. 그리고 이번 브렉시트 사태로 인해 영국은 흔들리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서 어느새 해가 지는 걸 바라보는 나라가 되었다.


 아이돌 마스터의 765 프로덕션도 대영제국과 비슷한 역사를 걸어왔다. 세계를 호령하고 다녔다는 건 아니지만, 아이돌 육성 게임의 원조라고 볼 수 있고, 그 기반을 다졌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 황혼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어느덧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는 10주년을 맞이했고, 본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아이돌 마스터 플래티넘 스타즈’. 본가 팬들은 PV와 방송에서 보여줬던 향상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에 환호했다. 

 

(http://jin115.com/archives/52113096.html)

본가 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심어줬던 9.18 사건의 여파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실물을 받아 즐겨본 본가 팬들은 이내 불평, 아니 비난의 말을 꺼냈다. 이는 9.18 사건과 상당히 비슷했다. 9.18 사건이 무엇이었던가? ‘아이돌 마스터 2’에서 류구코마치와 리츠코의 프로듀싱 불가, 남자 아이돌로 이루어진 라이벌의 추가 등, 기존 본가 팬들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담당 성우들에게도 서운함과 낙담을 안겨줬던 그 사건 아니었던가? 이 사건으로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는 유례없는 충격을 받았고, 시리즈의 존속까지 위험해졌다. 그것도 ‘애니메이션 아이돌 마스터’가 살려내고, ‘아이돌 마스터 원 포 올’로 본가 팬들의 불을 겨우겨우 껐을 뿐이다.

 

 

 http://knousang.egloos.com/m/3341001

 http://www.playfam.com/c/view/50014/35/117135?g=l&page=13

 아이돌 마스터 애니메이션과 아이돌 마스터 원 포 올은 아이돌 마스터 2의 부진을 날린 일등공신이었다.

 

 그에 반해 ‘아이돌 마스터 2’가 발매 전부터 팬들에게 안면 강타를 했다면, ‘플래티넘 스타즈’는 발매 뒤에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격이다.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의 발전 말고는 전작 ‘원 포 올’에서 나아진 부분이 별로 없었다. 아니, 어쩌면 더 퇴화했다고 볼 수 있다. 줄어든 회화 이벤트, 운에 맡겨진 영업, 극심한 노가다, 적은 수록곡, 넘치는 버그, 너무하다 싶은 DLC까지 팬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의 총합 프로듀서인 ‘사카가미 요조’는 ‘플래티넘 스타즈’를 '라이브 리듬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언급했고, 실제 그렇게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면 리듬 게임 요소를 강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 했다. 리듬 게임 요소는 있는 듯 만 듯 했고,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한 난이도와 노가다만 있을 뿐이었다. 대체 그는 무엇을 원했던 걸까?

 

 비교 대상으로 같은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의 분가 작품임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를 살펴보면 더욱 초라해진다. ‘플래티넘 스타즈’가 기본 수록곡이 20곡(18곡+메들리 2곡)밖에 안 되는 반면,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는 총 76곡(올 타입 24곡+큐트 18곡+쿨 18곡+패션 16곡. 일일한정곡까지 합치면 92곡)이다.

 

(https://namu.wiki/w/%EC%95%84%EC%9D%B4%EB%8F%8C%20%EB%A7%88%EC%8A%A4%ED%84%B0%20%EC%8B%A0%EB%8D%B0%EB%A0%90%EB%9D%BC%20%EA%B1%B8%EC%A6%88%20%EC%8A%A4%ED%83%80%EB%9D%BC%EC%9D%B4%ED%8A%B8%20%EC%8A%A4%ED%85%8C%EC%9D%B4%EC%A7%80/%EC%88%98%EB%A1%9D%EA%B3%A1)

이 곡들이 전부 무료다.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를 즐기는 분가 팬들은 무료로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정기적으로 무료로 곡을 즐길 수 있는 반면에, ‘플래티넘 스타즈’를 즐기는 본가 팬들은 풀 프라이스(8,200엔+세금)를 주고 사야하고, 신곡과 구곡도 DLC로 구입해야만 즐길 수 있다.

 

반면 플래티넘 스타즈는 돈을 내고 사야 한다.


 반남에게 본가 팬들은 대체 무엇일까? 그냥 스스로 입을 벌리는 지갑인가? 아니면 그저 구시대의 흔적일 뿐인가? DLC를 내주면 그냥 돈을 갖다 바치는 노예라고 생각하는 건가?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본가 팬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발매된 지 벌써 2주일이 지났지만 버그 수정과 업데이트 소식은 없다.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는 오류가 생기면 바로 해결해주면서, ‘플래티넘 스타즈’는 그러든지 말든지 무관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간다면 본가 시리즈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본다. ‘아이돌 마스터 3’가 나와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그냥 본가를 놓아주는 게 더 나은 판단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본가 시리즈를 기다리는 것도 지치고, 이렇게 휘둘리는 것도 지겹다. ‘러브라이브’의 ‘뮤즈’처럼 속 시원하게 터놓고 보내주는 것이 예의일지도 모른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분가라는 대체재가 있는데 뭘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가 팬들은 그렇다. 그 13명이 좋았기에, 대체할 수 없는 아이돌이기에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아이돌 마스터 3’가 본가 팬들이 바랐던 꿈의 게임이 된다면, 그 게임이 마지막을 장식함에 걸맞은 작품성을 갖고 나온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그리고 웃으면서 765를 떠나 보내고, 필자 또한 ‘아이돌 마스터’를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떠날 것이다. 웃으며 헤어질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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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 P로서 점점 본가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뭐... 그게 현실이니 어쩔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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